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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제로의 골키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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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1.03.17 13:23
최근연재일 :
2021.05.07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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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1.04.04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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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13장. 나의 거인

DUMMY

제13장. 나의 거인


동양일보 제2 TF(태스크포스, Task Force)룸.


우당탕탕!

꽝!


버선발로 뛰어온다는 게 이런 것일까?

문을 부수듯 연 오민호 편집국장이 헐레벌떡 TF룸 안으로 뛰쳐 들어왔다.


“가, 강민우라고?!”


헐떡이는 날숨과 들숨에 따라 툭 튀어나온 아랫배가 들락날락한다.


“네, 지금 이리 오기로 했습니다. 마침 옆에 있는 성산동에 있다고 해서. 차로 5분 정도 거리거든요.”


동양일보는 약 10년 전에 기존 충정로 사옥에서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DDMC(Dong-Yang Digital Media City)빌딩으로 이전을 완료한 상태였다.


“어? 박위원님도 와 계시네?!”

“안녕하세요. 오국장님!”......


박준성과 틀에 박힌 덕담을 빠르게 몇 마디 주고받은 오민호는 대뜸 수지를 노려본다.


“정말 확실해? 강민우 선수 맞어? 장난전화일 수도 있잖아.”


수지는 당황한 것 같았고 문철이 대신 대답했다.


“박기자가 당시 인터뷰를 요청했다 거절당했단 내용을 기사로 낸 적이 없는데....

즉, 이번 박기자 기사에는 단지 취재해 온 자료가 곧바로 휴지통으로 갔다... 이렇게만 되어 있을 뿐,

인터뷰를 했네, 안 했네, 이런 건 전혀 언급이 안 되어 있는데 그 정황을 정확히 알고 있답니다.

그때 못한 인터뷰, 지금 하고 싶다고요.”


“아니, 그래도, 강민우가 술좌석 같은데서 한 말을 누가 듣고 장난질 하는 걸 수도 있잖아!”


사회부 기자 출신답게 오민호는 의심이 많다.

이때,


“확실해요! 그건 확실히.... 강민우 선수 목소리였어요!”


의외로 강경한 수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 박기자, 그때 뭐, 뭐랬더라? 맞아! ‘일 없네요.’, 요 딱 한 마디 들었댔잖아. 무지하게 과묵한 선수라고. 그런데 어떻게...”


이번엔 박문철이 불안한 심경을 드러냈다.


“진짜야? 그럼, 딱 4자잖아?! 한 마디도 아니고...”


오민호의 양 손이 제 출렁이는 옆구리 살 위에 걸쳐졌다.

다시 수지를 노려본다.

수지의 눈동자는 흔들리고 있었다.


정말 왜 그렇게 확신을 했을까?

여기자이다 보니, 실제로 심심치 않게 변태스런 장난전화를 받는 자신이 왜 그리 확신을 했을까?

다시 생각해 보니 오민호의 말이 맞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


하지만 이 느낌은 뭐란 말인가.

이토록 강렬하게 맞다고 생각되는 것이 틀릴 리가 없다는 느낌.

단호하게 말한다.


“확실해요! 제가 장담해요! 만약 아니면, 제 기자직을 걸겠어요!”


당황하는 건 오히려 오민호 쪽인 것 같았다.

그러나 기분 좋은 당황이다.


“아, 아니이~, 무슨 기자직까지... 오케이! 좋아! 내, 믿지!

내가 우리 식구를 못 믿으면 누가 믿나!“


하고서는 모두를 본다.


“자자, 그럼 우리 이럴 게 아니라, 차라리 같은 빌딩에 있는 우리 D채널로 모셔서 생방송으로 가자고! 완전 독점 대박인데!

기왕 터뜨리는 거, 이번 기회에 우리도 케이블 방송 시청률 함 갱신해 봐야지!”


저도 모르게 ‘모셔서’라는 표현을 쓴 오민호의 두 눈이 탐욕으로 번들거린다.


“저기.... D채널은 뉴스전문채널이 아니고 연예, 오락 쪽이라, 성격이 조금 안 맞을 거 같은데요...”


박문철이 조심스럽게 이의를 제기했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성격이 무슨 상관이야!

일단 생방송으로 터뜨리는 게 중요한 거지!

그리고 지금 우리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사람이란 첫 인상이 중요한 법인데, 이런 귀빈을 앉아서 맞이해선 안 되지.

우리가 밑으로 내려가서 기다리자고!”


“자자, 어서, 어서...”


오민호는 등을 떠밀고,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빠른 걸음으로 TF룸 문을 나선다.


***********


화창한 봄날, 나른한 오후의 햇살이 DDMC 빌딩 유리창에 반사되어 부셔진다.


3남1녀가 빌딩 정문 앞 계단 위에서 시계를 바라보며 초조하게 서성이고 있었다.

강민우를 기다리는 수지 일행이었다.

유독 오민호만 이리 저리 전화를 하느라 바쁘다.


“'의리의 사나이 강민우, 박수지 기자와 못 다한 인터뷰를 마저 하기 위해 돌아오다.' 어때? 응?! 응, 음................ 그래. 내가 생각해도 너무 초딩적이군.

좋아, 일단 '의리의 사나이', 요 말은 빼고 속보로 예고기사 올려!


.................. 아, 아니야, 잠깐! 아직 올리지 말고 스탠바이 해!

아직 확실히 강민우 본인이란 게 확인이 안 됐으니 말야.

있다 내가 전화 주면 즉시 올릴 수 있도록 준비한 상태로.................

그래, 그래........ 오케이~.”


뚝.


전화를 끝 낸 오민호가 노타임으로 또 어딘 가에 전화를 한다.


“오! 최국장, 오랜만이야. 지금 시간이 없으니깐 단도직입적으로 말할 께.

있다 6시에 D채널에 걸릴 프로그램이 뭐야?

응?!............ 아, 지금 강민우가 단독 인터뷰를 위해서 우리 미디어시티 빌딩으로 온다고 해서 말야.

..................응, 맞어! 그 잠적했던 축구선수 강민우!

.............아, 당연하지! 어차피 취재원이 독점으로 확보된 상태니깐, 굳이 속보경쟁에 나설 필요가 없지!

............ 아, 그렇다니까~. 그러니까 아예 동양 미디어 그룹 전체를 풀가동 해야지!


........ 응응, 그래서 최대한 노출이 많은 있다 6시, 직장인들 퇴근시간에 맞춰서 터뜨리려고.....응, 응, 암튼, 지금 시간이 없으니깐 긴 얘기 하지 말자구.


..........응? '유인석의 6시 퇴근길?!‘ 어! 그거 완전 딱인데!?

좋아, 근데 아직 강민우 본인이 확실한 지 확인이 안 된 상태니깐,

일단 모든 준비를 한 상태로 스탠바이만 하고.

......오케이, 바쁘니깐 끊을 께.“


뚝.


다시 노타임으로 어디론가 전화를 거는 오민호.


"어, 김부장!? 응, 강민우 오기로 했단 거 들었지?

응, 그러니깐 일단 예고방송 내보낼 준비를 해 두라고.

거.... 동양 뉴스스테이션에서 동영상 확보해서, 인트로로 강민우 선방하는 장면, 빠르게 몇 개 넣고.


..................아니야! 아니야! 그 다음부턴 그냥 정지화면으로 임팩트 있게 꽝꽝 때려!

...... 그렇지! 심각한 분위기를 주기 위해 아예 흑백컷으로 연속 가는 거야! 착칵! 찰칵! 찰칵!... 이런 식으로.


.......... 그렇지! 일본감독 내한하는 컷에서 특히 임팩트 잇빠이 넣고! 급박한 배경음악 깔면서!...........

응? 영화 '파이널 카운트다운'(The Final Countdown) 테마음악?! 그거 좋지!...............응, 그럼 있다 다시 전화할 께~.“


뚝.


'후우~~ 바로 이 기분이야!'


오민호는 지금 온 몸의 세포가 하나하나 일어서는 느낌에 몸을 떨고 있었다.

그의 머릿속엔 이미 월드컵 기간 동안 박수지를 강민우 전담기자로 붙일 구상까지 끝낸 상태였다.

귓가에선 판매부수 올라가는 소리가 부륵부륵 들리고 있었다.


옆에서 가만히 오민호의 통화내용을 듣고 있던 박수지가 걱정스런 얼굴로 말을 뺀다.


“국장님...그런데요....”


오민호는 수지가 이뻐 죽겠다는 듯이,


“오, 우리의 호프, 박수지 기자! 뭐? 말만 해! 내, 뭐든지...”


하루도 안 되어 호프가 박문철에서 박수지로 바뀌었다.


“저기....제가 저번에 만나 본 느낌으론....강민우 선수가 생방송 같은 데 쉽사리 응하지 않을 것 같은...”


“그게 바로 박수지 기자의 역할이지!

안 되면 되게 하라! 우리 기자정신, 있잖아~!

아예 이참에 우리 제대로 함 엮어보자구!


돌바위 강민우와 미모의 여기자 박수지의 운명적인 만남!

못 다한 인터뷰에 얽힌 애타는 뒷이야기.... 어때? 그림이 확 나오지 않아?

이건 그야말로 앞으로도 주~~욱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거라구!“


당황한 수지는 말을 못하고 허둥거린다.

오민호는 계속 격려를 이어간다.


“잘해 보라구! 아, 어떤 남자가 박기자 같은 여자를 싫어하겠어?!

이제까지 인생 살면서 겪어 봐서 잘 알 거 아냐!

아, 생각해 봐! 이 친구가 하고 많은 방송사 다 놔두고, 왜 굳이 우리 박기자 같은 신참 기자를 선택했겠어?....“


수지는 자꾸 뭐라고 하려 하지만 틈을 안 준다.


“... 아, 그리고 특히 축구선수들은 연상의 여자를 좋아하잖아~!

어찌 보면 이미 다 된 밥이라고! 자, 우리 미녀 기자, 박수지, 파이팅!!”


음흉스런 눈빛으로 수지의 아래 위를 훑어보며 제 통통한 고사리 손을 불끈 쥔다.

그 고사리 손을 그대로 올려 손목에 찬 롤렉스 시계를 본다.


“이거, 너무 늦는 거 아냐? 차로 5분 거리라더니, 이거 벌써 30분이 다 돼 가잖아!”


모두의 얼굴에 다시금 불안한 기색이 흘렀다.


“박기자, 그러지 말고 아까 번호로 재발신 함 해 봐.

받으면, 그냥, 조금 늦어지는 것 같아서, 어디쯤인지 궁금해서 전화 했다 하고 말야.”


오민호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하자 수지는 내키지 않지만 쮸뼛쮸뼛 폰을 들어 올린다.

이때,


털털털털...


동양 미디어시티 빌딩 앞 프라자에 차종이 모호한 폐차 직전의 차 한대가 털털 거리며 들어서고 있었다.


끼~~익.


계단 밑에 와 서더니,


덜컥.

탁.


앞좌석의 문이 열리고 몸매가 유난히 우람한 사내 한 명이 내렸다.

본의 아니게 쫄티로 전락한 검정 티에, 허벅지가 터져 나갈 것 같은 청바지를 입은 그 남자는........


.........돌바위 얼굴을 한 강민우였다.


“강민우닷!”

“지, 진짜로 왔어!”

“강민우 선수!”


탁탁탁탁....

탁탁탁탁....


저마다 한 마디씩 외치며, 박수지를 제외한 세 남자가 우당탕! 정문 앞 계단을 급히 뛰어 내려갔다.


박수지는 석상이라도 된 듯 꼼짝도 하지 않고 앞만 바라본다.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


‘저기... 나의 거인이 오고 있다.....‘


주위의 어수선함이 도무지 현실감이 없다.

눈에 뵈는 모든 물체가 침묵의 안개 속으로 침몰하고 있었다.

세상에 오직 그와 자신만이 존재하는 느낌이다.

그의 주위로 달라붙는 사람들이 마치 오려 붙인 종이인형들처럼.... 덕지덕지 하다.


**********


동양일보 제2 TF(태스크포스, Task Force)룸 내(內).


큼지막한 탁자를 사이에 두고 5남1녀가 마주 앉아 있었다.

탁자 왼쪽 편엔 강민우와 차태민.

오른쪽 편엔 박수지, 오민호, 박문철, 박준성 순이었다.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오민호만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다.


"난 TV 같은 데 안 나갑니다."


오민호의 밀명(?)을 받은 박수지의 마지못한 간청을 조금 전 강민우가 단칼에 거절했기 때문이었다.

산산이 부셔진 오민호의 꿈....


그건 마치 절벽을 맞이한 기분이었다.

아무도 더 이상 말을 붙이지 못했다.

오민호 본인조차도.

30년 동안 벼려진 그의 프로로서의 촉이 말해 주고 있었기에.

더 이상 엉기면 본전도 못 뽑는다고.


“내가 말을 별로 잘 못 해서 내 입장을 미리 써 왔어요.”


무표정한 얼굴로 또박또박 말을 마친 강민우가 자신의 청바지 뒷주머니에서 접혀진 종이 한 장을 꺼낸다.

마주 앉은 박수지에게 조심스럽게 건넨다.

마치 생일선물이라도 주듯...


수지도 이에 질세라 이를 손 안에서 아주 정성스럽게 편다.

다 펴진 종이를 마치 포카 패 까 보듯 아무도 못 보게 자신의 눈앞에 바싹 댄다.


“......”


기대, 불안, 흥분이 뒤섞인 4쌍의 시선이 수지의 얼굴로 쏠렸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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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제34장.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2 21.05.06 284 6 14쪽
33 제33장. 질주본능 +2 21.05.05 311 9 10쪽
32 제32장. 게리의 악몽 21.04.24 420 8 14쪽
31 제31장.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3 21.04.23 431 10 11쪽
30 제30장.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2 +2 21.04.22 416 11 9쪽
29 제29장.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1 +4 21.04.21 465 9 16쪽
28 제28장. 되놈들 +4 21.04.20 479 8 12쪽
27 제27장. 억! 소리 +2 21.04.19 484 11 16쪽
26 제26장. My Superman vs 나의 거인 +2 21.04.18 536 12 16쪽
25 제25장. 돌직구 +2 21.04.17 560 10 8쪽
24 제24장. 유럽! 유럽! 2 (눈먼 돈) +2 21.04.16 582 12 14쪽
23 제23장. 유럽! 유럽! 1 (뜻밖의 제안) +4 21.04.15 666 12 11쪽
22 제22장. 10년간 준비된 치밀하고도 잔인한 복수극의 서막 21.04.14 657 13 9쪽
21 제21장. 강민우의 태극기 모독 사건 +2 21.04.13 681 12 12쪽
20 제20장. 박스프리(box-free) 골키퍼 +4 21.04.12 673 12 8쪽
19 제19장 반역의 피 +2 21.04.10 689 12 13쪽
18 제18장. 아름다운 비행 2 +4 21.04.09 664 11 14쪽
17 제17장. 아름다운 비행 1 +2 21.04.08 685 11 15쪽
16 제16장. 라리가의 명장 파이뇨 감독이 내한한 진짜 이유는... +2 21.04.07 711 12 16쪽
15 제15장. 안 서면 지는 거다. +2 21.04.06 723 12 14쪽
14 제14장. 동키호테 21.04.05 714 12 13쪽
» 제13장. 나의 거인 21.04.04 750 14 12쪽
12 제12장. 칼자루 21.04.03 767 1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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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제10장. 새 아침 21.04.01 773 11 14쪽
9 제9장. 봄비 21.03.31 775 14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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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제6장. 불쌍한 놈 1 +1 21.03.28 864 1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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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제4장. 검정 장갑 21.03.26 921 16 15쪽
3 제3장. 축구의 상식 21.03.25 969 17 15쪽
2 제2장. 미스터 제로 +1 21.03.24 1,190 17 18쪽
1 제1장. 오로라를 가진 사내 21.03.17 1,474 25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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