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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제로의 골키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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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1.03.17 13:23
최근연재일 :
2021.05.07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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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06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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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제15장. 안 서면 지는 거다.

DUMMY

제15장. 안 서면 지는 거다.


덜컥.

탁.


수지가 화장을 고치고 돌아왔을 때 오민호 국장은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아니이~, 내 말은... 차 선수를 위한다면 명분을 줘야 하지 않겠어요?

그러니까... 이 목이 뻣뻣한 감투 쓴 사람들이 자존심을 지키면서도 이런 비상식적인 딜을 수용할 수 있는 길을 터 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민우는 잠시 고민하는 듯 했다.

태민을 본다. 태민은 고개를 젓는다. 절대로 원하지 않는다는 듯.


이를 본 수지는 자리에 앉으면서 용기를 내었다.

이번에는 시키지도 않았는데.


“저기... 강민우 선수...”


민우를 포함한 모두가 수지를 쳐다본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중재에 나선다.


“저기... 아무래도 신문에 실릴 발표문이니까 국장님 말씀대로 맞춤법 틀린 거라도... 그리고 반말 대신 존댓말 형식을 빌어서...”


제발!... 아빠에게 사탕 사 달라고 조르는 아이처럼 간절한 눈빛으로 민우를 본다.


“그, 그럼... 그건 그렇게 하세요.”


하늘이 날아갈 듯한 기분을 느끼며 수지는 조금 더 용기를 낸다.


“그, 그리고 앞부분, 강민우 선수에 대한 부분은 저도 100% 동감이니까 그대로 두더라도,

차 선수에 대한 부분은 조금 더 어필이 필요해 보여요.

설득력이 너무 부족한 거 같아요. 그래서 참고 형식으로 몇 자 더 집어넣으면 안 될까요?“


“... 어... 떻게요?”


민우가 솔깃한 모습을 보인다.

수지의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그러니까, 왜?... 이 선수가 왜 국가대표 자격이 되느냐? 이 부분을 조금 더 설명을 해줘야....”


차태민의 얼굴이 붉게 상기되었다.

숨고 싶었다. 그러나 그를 받아줄 쥐구멍은 없었다.

수지의 말은 계속 된다.


".... 그러니까, 아까 강민우 선수가 말한 내용을 압축해서 그대로 실으면 아주 좋을 거 같은데요?! 차 선수의 장점을 정말 잘 지적해 주셨으니까요!“


민우의 표정이 환해진다.


“그, 그럼 태민이 형에 대한 부분은 그렇게 함 해봐요...”


민우의 승낙이 떨어지자, 오민호, 박문철, 박준성의 입이 바빠졌다.

처음에는 간단할 것이라 생각되었던 작업이 군데군데 서로 의견이 충돌하면서,

그리고 당자인 민우와 태민에게 동의를 구하는 과정에서 의외로 긴 시간이 소요되었다.

거의 한 시간 가까이 지나, 문구의 초안이 거의 완성될 무렵,


똑똑똑.


갑자기 들려온 노크소리가 작업에 열중해 있던 사람들을 깨웠다.


"누구야? 올 사람도 없는데?....편집부 김부장인가? 네, 들어오세요!"


덜컥.


TF룸의 문이 열리며 가히 미중년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 만큼 풍채와 인물이 훤한 남자가 들어섰다.


"안녕하세요!"

"어?! 박감독님!"

"어?! 바, 박기자 아버님!"


수지의 살짝 상기된 얼굴 뒤로 장내가 일대 혼란에 빠져들었다.


************


결국, 이날 동양일보에 실린 입장표명문은 강민우의 완고한 고집으로 인해,

신문기사치고는 어색한 문장들이 수두룩한, 기형적인 발표문이 되었다.

오히려 차태민에 관한 부분이 더 긴.


<강민우 선수 입장표명문 전문>


[최근 저를 둘러 싼 논란과 관련하여 제 심경을 솔직하게 국민 여러분들께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나라가 없었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없을 것입니다.

당연히 국가대표선수로 뛸 생각이 없습니다.

한국이든, 일본이든.


그런데, 만약 차태민 선수를 저와 함께 뛰게 해주면 대표선수로 뛰어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앞으로도 차태민 선수와 항상 같은 팀에서 뛸 생각이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차태민 선수는 제가 보기에 정말 천부적인 골 결정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회만 주어지면 정말 최고의 골게터가 될 선수입니다.

제가 차태민 선수와 제 축구인생을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마음먹었을 정도로.


그러나 불우한 환경으로 인해 차태민 선수는 아직까지 제대로 된 기회를 단 한 번도 갖지 못했습니다.

저는 그 점이 항상 안타까웠습니다.]


차태민은 '불우한 환경'이란 표현에 대해 스스로 제동을 걸었다.

사실 차태민의 가정은 오히려 유복한 편에 속했기에.

그러나,


“고등학교에 입학한 축구선수의 키가 153인 게 불우한 환경이 아니면 뭐가 불우한 거야?”


민우의 이 말 한 마디에 꼬리를 내렸다.

축구선수가 아닌 일반 학생이라도 매우 불우한 환경임이 분명했으니까.


그리고 이 기사와 나란히 강민우와 관련된 또 하나의 쇼킹한 기사가 실렸다.


[강민우, K리그 챌린지 부천FC과 전격 계약....부천FC, 강민우의 ‘차태민 딜’ 흔쾌히 받아들여.]


민우가 준 종이를 처음 펼쳐 든 순간부터 장고에 장고를 거듭하던 수지는,


“형의 그 꿈이란 거, 그렇게 하찮은 것이었어?! 형의 그 알량한 자존심 보다 더 가벼운 것이었냐구!“


이 말을 듣는 순간 결단을 내렸다.

화장을 고쳐야(?) 되겠다고.


유럽 명문클럽팀에서 이런 말도 안 되는 패키지 딜을 받아줄 리는 만무한 것.

하지만 K리그 챌린지(2부리그)에서라면 차태민 정도면 최소한 반쪽짜리 선수는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차태민의 입장에선 오히려 최적의 출발지일 수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유년시절부터 가졌던 자신의 간절한 염원이자 꿈.....


‘아버지 팀에 메시 같은 선수가 있다면...’


더 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


다음 날, 동양일보 인터넷 판은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을 급박하게 타전하고 있었다.


이제 대중들의 인식 속에 '강민우=동양일보'가 되었다.

강민우와 관련된 정보에 관한 한, 유명 포탈 사이트보다는 항상 동양일보를 먼저 찾는 네티즌들의 접속 폭주로 웹사이트 트래픽이 급증했다.

이 날 하루 동안 동양닷컴의 서버는 4차례나 다운되는 몸살을 치렀다.


또한, 강민우와 전격 계약한 K리그 챌린지 부천FC의 감독이 다름 아닌 박수지 기자의 아버지란 사실이 세간에 알려지며,

강민우와 박수지의 관계에 대한 갖은 가쉽성 댓글들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오민호 국장의 커져가는 미소가 언뜻 보이는 듯했다.


이 날, 동양일보 인터넷 판에 따른 사태의 추이를 살펴보자면,


-오전 10시 경. 제1보.


[국대 이치수 감독, 발끈, 강력반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 감독직 사퇴 불사하겠다!]


-오전 11시 경. 제2보.


[일부 선수들, “차태민 딜 받아들이면 사상 초유의 사태에 직면할 것!”, 엄포.]


이 사상 초유의 사태란 것이 정확히 선수들의 어떤 행동을 의미하는지,

월드컵 보이콧 같은 극단적인 집단행동을 뜻하는지,

아니면 소집불응, 팀전술 연습 태만 등 선수 개인의 각개전투를 뜻하는 지는 적시되어 있지 않았다.


하지만 몇몇 스타 선수들과의 전화 인터뷰 형식을 빌어,

일부 선수들 사이에 이미 이와 관련하여 모종의 감정적 교류가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오직 태극호에 승선하기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하며 오랜 시간 피와 땀을 흘려온 선수들의 입장에서 보면 어찌 보면 당연한 일.

특히, 그나마 남은 몇 자리를 놓고 피 튀기는 경쟁을 벌이고 있는 몇몇 선수들의 입장에선 그야말로 피를 토할 일이었다.


다만, 아직 병역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일부 젊은 선수들이 이런 집단행동에 순순히 응해 줄지,

또 그들이 팀 전력에 분명히 플러스가 될 ‘미스터 제로’ 강민우의 대표팀 합류에 대해 어떤 입장을 보일지는 모를 일이었다.


물론 공식적으로 월드컵은 병역면제의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엔 적지에서 월드컵 4강, 또는 그 이상의 성과를 이루어낸다면,

형평성 논리에 의해서라도 병역혜택이 주어질 가능성은 충분했기에.


-오전 11시30분 경. 제3보.


[리얼미터 긴급 여론조사 결과, 응답층 74%, 차태민 딜 받아들여야!]


박준성의 말대로 일본이라는 외세의 개입이 국민여론의 결집으로 나타난 듯했다.

특히 단순히,


“강민우 선수가 태극마크를 달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라고 묻는 질문에는 무려 91%의 응답자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이는 전날 대비 20% 가까이 대폭 상승한 것으로,

일본 사이토 감독의 급거 방한에 대한 국민적인 거부감이 얼마나 큰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이처럼 축구계의 여론과 국민여론이 극명하게 갈리며 팽팽히 맞서고 있던 판세는 오후 2시 경에 날아온 제4보에 의해 급격히 요동치기 시작했다.


-오후 2시 경. 제4보.


[일본 사이토 감독, 차태민 딜 받아들일 용의 있다! 차 선수만 원한다면.]


들러리(?) 일본 사이토 감독이 다시 한 번 판세를 뒤흔든 것이다.

이에 대한 반응은 오후 4시 경 즉각 나왔다.


-제5보.


[국대 이치수 감독, “민우야, 우리가 남이가. 우리 무조건 만나자! 만나서 대화로 풀자!"]


상부로부터 모종의 압력이라도 받은 것일까?

남 주긴 아까운 떡, 일본 감독의 초강수에 당황한 것일까?

감독직 사퇴 불사라는 배수의 진을 쳤던 이치수 감독이 강경한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서,

일단 협상 테이블로 나오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그리고 오후 5시경 날아온 급보!


-제6보.


[강민우, 이치수 감독 회동 전격합의!! 오늘 오후 7시, 조선호텔에서 독대하기로.]


이제 온 국민의 눈과 귀는 협상 테이블이 차려진 조선호텔로... 조선호텔로...!

그리고 기나 긴, 아니 길게만 느껴졌던 순간들이 지난 오후 8시30분 경,


드디어 이 사태의 최종 결과물인 제7보가 동양일보에 실렸다.

이 최종보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강민우, 이치수 감독, '조건부 차태민 국대 합류' 전격 합의!!]


<조선호텔 합의문 전문>


1. 일단 강민우와 차태민을 월드컵 팀 예비 엔트리에 포함시킨다.

그리고 5일 후 서울 상암구장에서 있을 예정인 덴마크와의 국가대표 평가전에 선발출전 시킨다.

그리고 둘 다 교체 없이 전, 후반 90분을 풀로 뛰게 한다.


2. 만약 이 경기에서 차태민이 단 한 골이라도 성공시키면,

차태민, 강민우 모두 국가대표에 합류한다.


3. 만약 이 경기에서 차태민이 단 한 골도 성공시키지 못하면,

강민우만 페널티킥 전담요원으로 국가대표팀에 합류한다.


4. 강민우와 차태민은 예비소집 없이, 평가전 경기 당일 날, 상암구장에서 국가대표 팀에 합류한다.


그리고 오후 9시경, 이 딜에 대해 박문철 기자의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다.

혜성처럼 등장한 스포츠 판타지 기자답게,


[과연 설 것인가? 안 서면 지는 거다.]


이런 매우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내건 이 기사의 주요 골자는 다음과 같았다.


사면초가에 빠진 축구협회는 결국 'Good & Old' 동전던지기를 선택했다.

즉, 동전의 뜻은 곧 하늘의 뜻...


.... 극명하게 대치하고 있는 축구계 여론과 국민여론 사이에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된 축구협회가 두 곳을 모두 무마할 수 있는 묘수로 내어 놓은 신의 한 수라는 것.


뿐만 아니라, 축구협회는 덴마크 전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강민우를 일단 페널티킥 전담요원으로 확보함으로써,

남 주기엔 아까운 떡을 일본이 날름 삼키는 배 아픈 사태를 원천봉쇄하는 부수입까지 얻어냈다는 것.


문제는,


조기축구회 선수에 불과한 차태민이 불 보듯 뻔한 동료 선수들의 집단 따돌림 속에서,

가뜩이나 철벽수비로 유명한 덴마크 대표팀을 상대로 골을 성공 시키는 것은,

동전의 앞면도 뒷면도 아닌........


.... 동전이 세로로 설 확률에 해당된다는 것.

그러나 얄팍하고 둥근 동전이 세로로 설 리는 없는 법.

결국 알짜배기인 강민우만 쏙 선발하려는 축구협회의 농간에 세상 물정에 어두운 순진한 강민우가 넘어간 것이란 결론이었다.


그러나 이 기사는 또한 말미에,


[공은 둥글지만 가끔 서기도 한다. 엄청난 충격에 공이 찢어지면.]


이런 말을 남기고 있어 묘한 여운을 남겼다......


**********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 골든벨리 오피스텔.(차태민 거주지)


조선호텔 딜이 이루어진 당일 늦은 밤.


덜컥.

쿵.


오랜만에 가족들과 외식을 한 차태민이 즐거운 시간을 가진 후 돌아왔다.

하루아침에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장남에 대한 가족들의 뜨거운 기대와 격려에 차태민은 아직도 잔뜩 흥분된 상태였다.


거실에 들어서니 민우가 축구공들을 주섬주섬 챙기고 있다.


"어?! 너, 뭐 해? 어디 가려고?"

"응, 빨리 형도 준비해. 오늘 밤에 당장 떠날 거니깐..."


태민의 얼굴에 황당함이 스친다.


"뭐, 어디 가는데?!"

"응?! 동해바다로."

"동해바다?! 무슨... 뭐, 지옥훈련이라도 하러?"

"아니, 고래 잡으러! 북극 고래!"


둥둥둥둥! 둥둥둥둥!........

빠아아아............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


(fin)

************


5일 후, 서울 상암구장.


<대한민국 vs 덴마크, 국가대표 평가전>


빠밥! 빠밧빵빠방!

빠밧밥밥....빠밧밥밥.......퓨우우우우.......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


항상 축구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SBS 스포츠의 시그널 음악이 요란하게 흐른다.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들이 귀에 각각 이어폰을 꼽은 채,

비장한 표정으로 선수단 버스에서 한 명 한 명 내리고 있었다.


특히 K리그에서 공포의 대명사로 불리는 전북현대의 장신 스트라이커 최진욱은 유독 표정을 와삭 구기고 있었다.

하지만 그중에 오늘 경기의 주연과 조연인 차태민과 강민우의 모습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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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제34장.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2 21.05.06 284 6 14쪽
33 제33장. 질주본능 +2 21.05.05 311 9 10쪽
32 제32장. 게리의 악몽 21.04.24 420 8 14쪽
31 제31장.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3 21.04.23 431 10 11쪽
30 제30장.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2 +2 21.04.22 416 11 9쪽
29 제29장.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1 +4 21.04.21 465 9 16쪽
28 제28장. 되놈들 +4 21.04.20 479 8 12쪽
27 제27장. 억! 소리 +2 21.04.19 484 11 16쪽
26 제26장. My Superman vs 나의 거인 +2 21.04.18 536 12 16쪽
25 제25장. 돌직구 +2 21.04.17 560 10 8쪽
24 제24장. 유럽! 유럽! 2 (눈먼 돈) +2 21.04.16 582 12 14쪽
23 제23장. 유럽! 유럽! 1 (뜻밖의 제안) +4 21.04.15 665 12 11쪽
22 제22장. 10년간 준비된 치밀하고도 잔인한 복수극의 서막 21.04.14 657 13 9쪽
21 제21장. 강민우의 태극기 모독 사건 +2 21.04.13 681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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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5장. 안 서면 지는 거다. +2 21.04.06 723 1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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