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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제로의 골키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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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1.03.17 13:23
최근연재일 :
2021.05.07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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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09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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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제18장. 아름다운 비행 2

DUMMY

제18장. 아름다운 비행 2


이제 민우가 던진 공은 그 긴긴 비행을 끝내고 하프라인을 조금 넘은 곳에 완 바운드를 찍기 직전,


페널티킥의 세컨드 볼을 노리기 위해 중앙 수비수 한 명 만을 남기고 모두 하프라인을 넘어 들어와 있던 덴마크는 허를 찔렸다.


지금 덴마크 진영에 있는 사람은 골키퍼 마카엘, 중앙 수비수 안델센, 그리고 쇄도하고 있는 차태민, 3인뿐!


태민은 미친 듯이 돌진하며 민우가 던진 공의 예상 바운드 위치를 가늠해 보았다.

거리 상으로는 달려들고 있는 수비수와 자신의 중간 정도에 떨어질 듯했다.


완 바운드를 찍기 직전의 공을 향해 태민과 수비수 안델센이 양쪽에서 서로를 맞보며 달려든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이 뛰어오는 목적방향은 조금 달랐다.


안델센은 정상적인 공의 궤적을 좇아 게걸음질 치고 있는 반면,

태민은 정상적인 공의 궤적보다 훨씬 더 왼쪽으로 치우친 방향을 향해 직선으로 뛰고 있었다.


"아~! 차태민 선수, 또 어디로 가나요...."


잘못된 궤적을 좇고 있는 태민을 본 이동재 캐스터가 중계석에서 안타까운 탄성을 질렀다.


태민의 100미터 기록은 12초4. 축구선수로선 그리 빠르지 않은 발.

하지만 그는 지금 한 가지 결정적인 이점을 가지고 있었다.


민우가 공에 강력한 역회전을 걸었기 때문에,

바운드 된 공이 정상 궤적보다 훨씬 더 왼쪽으로 치우쳐 튈 것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


뛰어난 순발력을 본 감독이 골키퍼를 권하기 전까지 민우는 핸드볼 공격수였다.

그래서 공을 던지는 법을 잘 알고 있었다.

공에 어떤 식으로 회전을 먹이는 지.

어떤 식으로 던져야 위력적인 슛이 되는지.


더군다나 골키퍼 장갑은 손에서 공이 미끄러져 빠져 나가지 않도록 그립력을 극대화 시킨 제품들.

맨손으로 던지는 것보다 공에 훨씬 더 강한 회전을 걸 수가 있다.

마치 야구에서 투수가 손에 공이 착착 감기는 얇은 특수 라텍스 장갑을 끼고 변화구를 구사하는 격, 완전한 치트키!


퉁!----


바운드 된 공이 태민의 예상대로 갑자기 왼쪽으로 튀어 올랐다.

반대방향으로 게걸음질 치던 안델센이 역동작에 걸려 몸의 중심을 잃고 태민 쪽으로 쓰러져 온다.


다다다다.....


태민은 쓰러지는 안델센의 안타까운 시선을 뒤로 하고 그대로 내달린다.

안전하게 왼발 인사이드로 역스핀을 주며 공을 잡았다.


“아아! 골키퍼 일대일이에요!”

“열렸어요!! 열렸어요!!”


중계석, 이동재, 박준성의 숨이 넘어갔다.


골키퍼 미카엘이 허겁지겁 거리를 좁히려 뛰어나온다.

왼발로 디딤발을 밟은 태민의 눈에 각도가 잡혔다.


Lock On!(정조준 완료)

탄착점은 왼쪽 골대 위쪽 모서리.


쏴아아아....

Sail On Silver Girl...............Sail On By.................


마치 습격처럼 평온이 찾아왔다.

세상의 모든 고통과 번뇌를 씻어주는 죽음과도 같은 평화.

붉은 노을 속 잔잔한 은빛물결을 노 저어가는 나룻배의 고요함.

새벽바다와도 같은 그 청명함에 태민은 함몰되었다.


모든 것이 정지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이 세상에 오직 공과 나, 그리고 골대만이 존재한다.

태민은 이 완전한 평온의 세상 속에서 인스텝(발등)으로 공을 탄착점을 향해 강하게 때려 넣었다.


펑~!


의도 했던 방향으로 힘차게 쏘아져 나가는 공!

태민은 골대에 빨려 들어가는 공의 궤적을 눈으로 좇으며,

이런 ‘청명의 순간’이 혹시 민우가 말했던 천부적인 골결정력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얼핏 했다.


“와아아아~~!!...”


한 순간 다시 세상이 깨어나듯 관중들의 우레와 같은 함성 소리가 귀청을 때렸다.

그러나,


“아우~~!!”........


이어지는 관중들의 탄성.


“오! 노!!!!!!!!!!!!!!!!”


태민은 머리를 쥐어뜯으며 풀썩 꿇어앉았다.


“아~~! 이게 웬 일입니까?! 다 들어간 공이 크로스바에 맞고 튕겨 나옵니다!”


이동재의 탄성이 중계석을 흐른다.


크로스바 하단을 강하게 때리고 골대 중앙을 향해 아래로 튕겨져 나오는 공을 향해 미카엘 골키퍼가 허겁지겁 다이빙 했다.

바운드 된 공을 잡고 엎어진 미카엘 골키퍼는 마치 소중한 보물이라도 되는 듯 공을 꼭 끌어안고 한 동안 일어설 줄을 몰랐다.


잠시 아쉬운 탄성의 시간이 지난 후,

카메라가 한국 벤치 바로 뒤편 관중석에 자리한 파이뇨 감독의 모습을 화면에 잡았다.


"아! 파이뇨 감독이 지금 놀라서 일어섰어요! 그 돌바위 감독이 말이죠!"


"도저히 믿을 수 없단 표정이죠?! 옆에 있는 금발머리 소년... 아들 미첼인 것으로 보이죠?!

아버지와 함께 일어나 흥분해서 뭐라 뭐라 소리 지르며 어쩔 줄 모르고 주먹을 공중에 붕붕 돌리고 있는데요!“


아닌 게 아니라, 크게 떠진 파이뇨 감독의 두 눈은 경악으로 물들어 있었던 것이다.

그로 하여금 이처럼 돌바위 얼굴을 잃게 한 건 크게 두 가지.


일단, 얀센의 온 몸의 무게가 실린 대포알 같은 슛을 민우가 그대로 가슴으로 받았다는 것.

얀센의 슛은 무조건 펀칭으로 쳐낼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지.

왜 그 공이 민우의 가슴에서 튀어나오지 않았는지.


그리고 그 아름다웠던 라인드라이브 송구!


‘이런 총알 같은 라인드라이브의 전술적 가치란....’


파이뇨 감독의 머릿속으로 이 송곳 드라이브에 대한 온갖 전술적 활용방안들이 쏟아져 들어온다.


물론 가끔 특이한 피지컬을 가진 골키퍼들은 이보다 더 먼 거리를 던지기도 한다.

하지만 항상 긴긴 포물선을 그린다.

가끔 상대의 허를 찌르는 방법으로 쓸 수 있을 뿐이다.


왜냐하면 포물선 송구는 공의 체공시간이 길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쌍방의 선수들이 공의 낙하지점에서 서로 헤딩경합을 하면서 얽히는 상황으로 연결된다.


설사 요행히 자기 편 선수가 이 공을 잡는다 해도,

낙하지점 근처 좁은 공간 안에 양 팀 선수들이 서로 엉켜 있어,

그 인의 장막을 뚫고 좋은 찬스로 연결시키는 건 매우 어렵다.


하지만 이런 라인드라이브 송구라면 전혀 다른 얘기다.

무조건 공의 낙하지점과 거리적으로 가까운 곳에 있는 선수가 공에 대한 주도권을 쥐게 된다.


그것도 아까처럼 상대 편 수비수들은 게걸음질 내지 뒷걸음질 치며 공을 쫒아가고,

자기 편 선수들은 상대진영을 향해 일직선으로 전력질주하는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황을 연출하면서.


또한 아까 차(차태민)의 경우처럼 자기 편 선수들은 역회전과 순회전 등 이 캉(Kang)이란 괴물이 공에 가한 변수를 미리 알고,

또 이에 훈련되어 있기에,

차후 공의 갈무리 과정에서도 엄청난 이점을 가지게 된다.


“아빠, 어때요? 우리 캉(Kang)! 슈퍼맨 맞죠?!”


한참을 환호하다 정신을 차린 미첼이 아직도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파이뇨 감독에게 의기양양하게 물었다.

마치 강민우가 자기 것이라도 되는 양 얼굴에는 자부심이 가득하다.


“응?! 으응.... 슈, 슈퍼맨까진 몰라도 마, 만스터(monster)....”


깊은 상념에서 퍼뜩 깨어난 파이뇨 감독은 말을 더듬는다.


‘나는 또 다시 무지개를 보고 있는 건가?....’


***********


이 시각, 골대 앞 민우는 이치수 감독을 향해 양 손가락으로 허공에 네모를 그리고 있었다.

비디오 판독을 요청해 달라는 사인이었다.

(*오심시비가 끊이지 않자, 몇 년 전 FIFA는 마침내 다른 스포츠들처럼 감독에 한하여 한 경기에 2회 VAR을 요청할 수 있는 것으로 룰을 개정한 바 있다.)


“그렇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들어갔다 나온 거 같았거든요!”


갑자기 중계석, 이동재 캐스터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느린 그림이 나왔다.


“아~ 애매한데요... 축구규칙에 따르면 공 전체가 완전히 골라인을 넘어갔을 때에만 득점이 인정됩니다. 단 1센티라도 라인에 걸쳐 있으면 안 됩니다.”


눈을 부릅뜨고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는 박준성의 말이다.


“자 그럼, 다른 각도에서 함 보시죠....”


이번에는 위에서 잡은 화면이 나왔다.


“아! 어, 일단 화면상으로는 들어간 거 같죠?”

“그, 그렇네요! 일단 공이 라인 안쪽을 때리고 있는 것으로 보이죠? 물론 이 화면으론 공 전체가 다 라인을 벗어났는지는 알 수 없지만.”


공이 라인 선상에서 튀어 오르는 순간이 짧게 구간반복되며 여러 차례 나왔다.


“아~, 이렇게 되면 어떻게 되나요?”

“일단 무조건 VAR을 요청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치수 감독은 민우에게 양 손을 겹쳐 엑스자 신호를 보낸다.

VAR을 요청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었다.

그리곤 양 손가락을 동그랗게 말아 제 눈앞에 쌍안경을 갖다 대는 시늉을 한다.


“아, 이치수 감독은 자신이 두 눈으로 확실하게 봤다는 거죠? 노골인 것을.”

“글쎄요... 우리 매의 눈, 이치수 감독.

내일, 또 신문에서 요란하겠어요. 천리안을 가졌다고.“


박준성의 눈에 길길이 뛸 동생, 박문철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우우우우......”


전광판의 느린 화면을 본 관중석에서도 야유가 터져나왔다.


“정정당당하지 못하다는... 그런 것으로 비친 거 같죠?”


하면서 이동재는 박준성을 보지만 박준성은 말이 없다.

화근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대포(?) 강민우가 아예 판 자체를 뒤집어엎고 박차고 나가버릴 수도 있는.


이런 식의 야비한 수법들로 인해 가뜩이나 당했던 인생 아닌가.

자신이 그날 느낀 강민우는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인간이었다.

제 동생(박문철)이 말했듯, 저 혼자만의 세상에서 살고 있는 완전한 동키호테....


그 동키호테의 얼굴만 뚫어지게 쳐다본다.

그러나 표정을 읽을 수 없다.

일단 다시 경기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다행이란 생각을 한다.


“아, 씨바... 지, 지금 이게 말이 돼? 자기팀 감독이 자기팀 골을 부인하는 게 말이 되냐고!”


한편, 관중석의 차권철(차태민 동생)은 아버지 앞임도 잊고 욕설을 내뱉고 말았다.

그러나 일어서서 옆구리에 양 손을 걸치고 있는 아버지 차정민은 아무런 말이 없다.

저 자신, 욕설을 참느라 힘들어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편, 한국벤치 뒤 파이뇨 감독은 이 황당한 상황에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미첼로부터 그 이상한 조선호텔 딜이란 것을 설명 듣고 실소하고 있었다.

돌바위 수난의 날이었다.


**********


차태민의 슛 이후 한국은 이렇다 할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차태민이 계속 곁돌면서, 마치 10명이서 싸우는 것 같은 형국이 된 한국은 전반 후반에 접어들면서,

그 숫적열세(?)로 인해 체력적인 문제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자연히 허리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면서 덴마크에게 여러 차례 좋은 기회를 내 주었다.

그나마 강민우의 슈퍼세이브가 없었다면, 벌써 2골 정도는 헌납했을 상황.


태민은 감독과 동료선수들의 노골적인 따돌림에 이제 악만 남아 있었다.


‘오냐, 니네들이 이런 식으로 나오면, 나도 철저히 협조해 주지!’


이제 태민에게 남은 선택지는 ‘줏어먹기’, 오직 하나!

수비가담을 완전히 포기하고 덴마크 진영에서 공만 쫓아다니기 시작했다.


덴마크 수비수들이 자신의 진영에서 돌리는 패스를 끊어먹기 위해,

예상되는 공의 동선을 따라 무조건 우다다다... 두다다다... 뛰어다니기도 하고,


백패스를 받는 골키퍼를 압박해 실수를 유발하기 위해, 택도 없는 위치에서 골키퍼를 향해 전속질주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창몽불성(寒窓夢不成).....

겨울밤, 추운 창문 아래서는 꿈을 이루지 못하나니......


태민의 이런 막다른 몸부림은 무심한 관중들의 실소만 자아냈을 뿐,

그런 행운스런 요행은 오지 않았다.


(전반 41분)


그러나 지성이면 감천일까? 공은 여전히 둥글기 때문일까?

아니면, 허허실실이라고 해석해야 할까?

열심히 뛰어다니는 태민에게 절호의 기회가 굴러들어왔다.


덴마크 진영 왼쪽 측면에서 오랜만에 반격에 나선 한국의 짧은 크로스를 중간 차단한 중앙미드필더 크리스텐센이,

페널티 박스 바로 너머 정중앙에서 문전 커버를 위해 달려들던 센터백 안델센을 향해 공을 돌렸다.


안델센이 몸을 골문으로 향한 채 공을 받자,

근처에서 어슬렁거리던 태민이 이를 끊어 먹기 위해 득달같이 달려와 그의 등 뒤에 바짝 달라붙었다.


평소 같았으면 안전하게 골키퍼에게 백패스하거나, 더 안전하게 멀리 외곽으로 터치아웃 시켰을 것이다.


그러나 자기팀 선수들에게마저 업신여김 당하는 선수, 안델센이 태민을 깔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힐(heel)로 툭 찍어서 태민의 가랑이 사이로 공을 빼 능욕하려 했다.


투둑.


그러나 이 공이 옆으로 갈짓자 걸음을 짓던 태민의 발뒷축에 우연히 맞고 튕겨 올랐다.

발뒷축이 시원해지면서 갑자기 자신의 머리 위에 공이 불쑥 나타나자 태민은 깜짝 놀랐다.

그러나 침착하게 위로 점프하면서,


빙그르.

투둑.

퉁.


공을 공중에서 가로채 가슴으로 트래핑한 뒤,

덴마크 왼쪽 골포스트 방향으로 번개 같이 치고 들어갔다.


우두둑!....


“아! 열렸어요!! 열렸어요!!”


박준성의 단말마가 비명처럼 중계석을 찢었다.


'왔다!'


쏴아아아....

Sail On Silver Girl...............Sail On By..............


태민에게 다시 아까와 같은 '청명의 순간'이 찾아왔다.


Lock On!(정조준 완료)

탄착점은...........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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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제21장. 강민우의 태극기 모독 사건 +2 21.04.13 682 12 12쪽
20 제20장. 박스프리(box-free) 골키퍼 +4 21.04.12 674 12 8쪽
19 제19장 반역의 피 +2 21.04.10 691 1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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