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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1.03.17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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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13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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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장. 강민우의 태극기 모독 사건

DUMMY

제21장. 강민우의 태극기 모독 사건


이날 오후, 동양닷컴에는 뜻밖에도 경기외적인 기사가 톱으로 올라와 네티즌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었다.

다른 매체들이 앞을 다투어 보도한 <신데렐라 차태민 스토리>.

그리고,


“강민우는 축구의 패러다임을 파괴할 선수, 무조건 만나고 싶다. 완전히 열린 마음으로.”


라고 말한 <파이뇨 감독의 강민우 경기력 평가 관련 뉴스>가 완전히 뒤로 밀린 채.


스포츠부 박문철 기자가 쓴 이 <이유 있는 항변>이란 제하의 기사는 덴마크 전 경기 전에 있었던 속칭 ‘강민우 태극기 모독사건’에 관한 것이었다.

즉, 강민우가 경기 전 국민의례 시,


“관중여러분들께서는 모두 국기를 향해 주시기 바랍니다!”


장내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올리자,

국기를 향하는 대신 가만히 서서 현충일 날 10시처럼 묵념을 했던 사건을 본격적으로 이슈화하여 주제로 다룬 것이다.


강민우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한 용감한(?) 기자가 이를 문제 삼자,

태민과 함께 시종 미소를 짓고 있다가 갑자기 표정을 굳혔다.


“아주 예쁜 아이였습니다... 생각했습니다. 내가 왜 지금 여기에 서 있나....”


이런 강민우의 돌출행동을 두고 네티즌들의 의견은 찬반양론으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박문철은 이 사건을 철저히 강민우의 편에 서서 해석했다.

태극기 모독이 아닌 이유 있는 항변이란 논리.


절대적인 사회적 약자란 이유만으로 대한민국이란 시스템에 의해 인생을 송두리째 저당 잡힌 것도 모자라,

일점혈육 여동생까지 잃은 강민우로서는 정말 최소한의 항변에 불과한 것이고,


이런 그가 일장기가 아닌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아줬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기사 말미에,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가 괜히 얻어진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 당신은 과연 안녕하신가?”


라는 통렬한 자아비판으로 끝맺음을 하고 있었다.

공식적으로는 박문철 기자의 이름으로 되어 있지만, 곳곳에서 수지의 강한 입김이 느껴지는 기사였다.


********


다음 날, 이 기사는 의외로 큰 파문을 몰고 왔다.

냄비근성, 어느새 잊혀져가던 강승아(강민우 여동생)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특히 부성병원과 서울가정법원은 하룻동안 몸살을 겪어야 했다.


이에 부성병원은 '의료진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강승아의 병세가 악화되어 도저히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그리고 서울가정법원은 '당시 경찰이 제출한 사건기록에는 강민우 여동생 강승아에 대한 부분이 전혀 언급되어 있지 않았다'고 각각 옹색한 변명을 내 놓았지만,


이미 불이 붙은 성난 민심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각 개인 한 명, 한 명은 대단히 냉철한 존재이지만,

군중심리에 휩싸이면 대중의 움직임은 단순해진다.


중간색이 없는 흑백이 된다.

일단 마녀사냥을 시작하면 그 대상은 천하에 둘도 없는 악한이 되고,

한 인물에 대한 우상화 작업이 시작되면 그 인물은 마치 동화 속 존재처럼 끝없이 미화된다.


그 결과,


부성병원, 서울가정법원 등은 끝없는 마녀사냥의 제물로 전락하였고,

강민우는 마치 동화 속 존재, 일련의 사건전개를 통해 ‘냉혹한 살인마’란 이미지에서 벗어나,

오히려 님(차태민) 향한 일편단심, 의리의 사나이, 단순무식, 우리의 ‘국민돌쇠’로 대중의 마음속에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특히 강민우가 차태민 골 세레모니 과정에서 김수용에게 감사의 뜻으로 90도 각도로 고개를 숙인 것은 네티즌들로부터 많은 찬양을 받으며 사람들의 마음을 녹이는 기폭제 역할을 하였다.

기존 그의 강성 이미지를 순화시켜준 것이다.


리얼미터의 긴급 여론조사 결과 역시 강민우가 자신의 이미지 메이킹에 성공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즉, 덴마크 전 국민의례 시 강민우의 행동에 관해 묻는 질문에 대한 응답자의 반응이,


1. 명백한 태극기 또는 애국가 모독이다. 즉각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 11%

2. 그 심정은 이해되지만, 이미 태극마크를 단 입장에서 경솔한 행동이었다. 56%

3. 정당한 항변으로서 나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33%


국민 3명 중 최소 1명은 강민우의 행동을 지지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특히, 30대 이하 젊은 연령층에서는 놀랍게도 2번과 3번이 역전돼 과반수가 넘는 응답자가 강민우의 행동을 지지하는 등, 극명한 세대별 인식차이를 보여주고 있었다.


*********


덴마크 전 경기 후 이틀째 아침.

서울시 강서구 마곡동 메이필드 호텔 듀플렉스 스위트 룸.


파이뇨 감독이 팔짱을 끼고 룸의 거의 한 면 전체를 차지한 큼지막한 창문을 통해 한강의 정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탁자 위에는 스페인 행 항공기 탑승권 두 장이 놓여있다.

출발시간은 오늘 밤 9시30분.


쏴아아아.


화장실에서 물소리가 들리는 것이 미첼은 아직 세면 중인 모양이다.


‘허허... 내가 너무 자만한 건가?‘


파이뇨는 사실 강민우가 덴마크 전 경기가 끝나자마자 자신과 접촉을 시도하리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만나자는 의사표시에 무관심할 축구선수는 이 세상에 없으리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강민우 측으로부터 연락은 오지 않았고, 어제 하루 동안 하릴없이 호텔 방 안에서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도무지 강민우에게 연락 자체가 되지 않았다.


한국 축구협회 회장, 스페인 대사관 등 자신이 가진 모든 인맥을 동원해 보았지만 끝내 연락에 실패했다.


완전한 잠수.

그렇다. 주거부정, 이것이 강민우의 현 주소다.

그는 시합이 끝난 뒤 차태민의 로시난테 닮은 똥차를 타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 후 행적은 오리무중이다.

아마도 이제는 하늘을 지붕 삼고 땅을 베개 삼고 싶은 지도.


그렇다고 이대로 스페인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선택의 여지가 없어진 파이뇨는 어제 하루, 남는 시간(?) 동안 지금 한국 내에서 한창 화제가 되고 있는 이른바 '강민우 태극기 모독 사건'의 추이를 예의 관찰했다.

어린 강민우가 겪은 일을 자세히 알게 되었다.


12살이면 지금 미첼 보다 3살이나 어린, 이제 막 핏덩이를 벗은 나이.

강민우에게 깊은 인간적인 연민을 느끼고 있었다.


한국 언론에서 '돌바위 대 돌바위'라고 수차 언급한 대로,

여러 가지 면에서 서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이런 연민의 정을 더욱더 키웠다.

일종의 동병상련이라고나 할까?


아들 미첼이 자신이 만든 창살에 갇혀 10년을 보냈다면,

강민우는 타인이 만든 창살에 갇혀 10년을 보냈다.

둘 다 10년 동안 갇혔었단 점에선 동일한 셈이다.


만에 하나, 영입이 불발된다 하더라도 꼭 만나보고 싶단 생각을 했다.

최소한 미첼에게 생일선물로 줄 사인은 꼭 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앞으로 분명 축구의 패러다임을 바꿀 선수가 아닌가.


파이뇨가 보기에, 이제 불과 한 달여 앞으로 다가 온 2030 월드컵에서 세상은 경악하게 될 것이다.

그의 한국 국가대표팀 합류가 확정된 이상 오직 시간문제일 뿐이다.


이렇듯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면 강민우의 일거수일투족은 세계언론의 초미의 관심사가 될 것이고,

강민우의 사연은 모든 세계인들에게 알려지게 될 것이다.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을 진 몰라도, 한국의 국제적인 위신은 오히려 추락할 수도 있었다.

상처뿐인 영광이 될 것이다.


원래대로라면 어제 귀국해야 했다.

하지만 할 수 없이 구단에 전화해서 체류시간을 하루 더 연장했다.

하지만 오늘 밤엔 반드시 돌아가야 한다. 다음 경기 때문이라도.


딸칵.


화장실의 문이 열리더니 미첼이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걸어 나왔다.

시계를 보던 파이뇨는 이제 강민우에게 최후통첩을 해야 될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어디론가 전화를 한다.


********


동양일보 보도국 스포츠부.


수지는 지금 마음이 매우 심란했다.


‘민우사랑’이란 필명을 가진 한 네티즌이 한 주요포탈에 올린 <10년간 준비된 치밀하고도 잔인한 복수극의 서막>이란 제목의 글이 이 포탈의 메인화면에 뜨면서,

또, 그 이후 여러 매체에서 가쉽성 기사로 인용되어 다뤄지면서 이미 그 조회 수가 250만을 넘어서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의 데스크 위에 메모지가 한 장 놓여 있다.

그 메모지에 적힌 사람들의 이름을 하나 하나 찬찬히 들여다본다.


[나, 박문철, 박준성, 오민호, 강민우, 차태민, 아빠(박응철 부천FC감독)]


현재 용의선 상에 오른 인물들의 명단이었다.

수지가 보기에, 이 ‘민우사랑’이란 자는 분명, 강민우가 최초 차태민 딜을 제안하러 동양일보 건물로 왔을 때 TF룸에 함께 있던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그 이유는,


첫째, 그 음모론 속에 자신이 수원삼성 전 당일 날, 박선배(박문철)에게 했던 얘기가 그대로 인용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즉,


“그건 상식적인 경우이고, 지금 강민우 선수에게 상식적인 게 하나라도 있나요?

그 말도 안 되는 신체능력부터 시작해서 그 성장과정하며 그 무표정한 얼굴표정하며...

선배님, 생각을 좀 해봐요!


전혀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그저 평범한 초등학교 핸드볼 꿈나무에 불과했던 그가 이런 경지에 이르기까지,

그 제한된 공간 안에서 무려 10년 동안 자기 몸을 얼마나 혹사했을지 선배님은 상상이 안 가시나요?


저는 눈앞에 선명하게 그려지는 데요?!

과연 정상적인 훈련방법으로 평범했던 인간이 그런 경지에 이를 수 있을까요?!

인간으로 하여금 스스로를 그런 한계상황으로 몰아넣도록 할 수 있는 건 오직 두 가지 밖에 없어요.

그건.... 사랑, 아니면 처절한 복수!“................


이 말이 거의 그대로 인용되고 있는 것이다.


둘째,


“..... 솔직히 시체 치우기 싫어 강민우의 가석방을 요구했다.”


라는 정지섭 교도소장의 발언이 글의 내용 중에 인용된 점.


이 발언은 정지섭 교도소장이 인터뷰 당시, 자신의 캐리어와 관련된 민감한 사안이라며,

철저하게 오프더레코드(off the record)해 줄 것을 신신당부한 사안이었다.

그렇기에 자신이 아는 한, 최소한 공식매체에는 이 발언이 단 한 번도 보도된 적이 없었다.


그날, 이 얘기의 발단은 아버지 박응철 감독이었다.

순풍에 돛단 듯 강민우, 차태민 두 선수와 계약이 체결된 뒤 기분이 좋아진 아빠가 덕담 식으로,


“야~ 근데 진짜 대단하네! 어떻게 그런 환경에서 축구연습을 할 수 있었어?”


라고 강민우 선수에게 물었고 그 과정에서 박선배(박문철) 역시 기분이 좋았던지 덕담 식으로 술술 불었던(?) 것이다.

정지섭 교도소장의 말, 그리고 자신의 사랑 또는 복수 발언, 이 두 가지를 모두.


물론, 이 7인의 주변인물일 가능성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수사 대상이 너무 넓어지므로 현재로선 2차적 용의자들일 뿐이다.

일단 이 7인 중 한 명일 가능성이 높았다.


특히 이 '민우사랑'이란 닉네임은 강렬한 여성향을 풍기는 이름.....

수지는 민우가 혹시 이 글을 보게 된다면, 행여 자신을 의심하지나 않을까 그것이 지금 가장 걱정이다.

그렇다고 도둑이 제 발 저린 듯 자신이 먼저 아니라고 부인하며 나설 수도 없는 일....


수지가 보기에 이 자는 분명히 '안티를 가장한 강민우 광팬'이었다.

왜냐하면 이 자의 글 내용은 거의 자신의 심정과 일치하고 있었기에.


이 <10년간 준비된 치밀하고도 잔인한 복수극의 서막>이란 글의 골자를 정리하자면............


한마디로 우리 모두는 강민우가 10년 동안 감방에서 구상한 치밀한 복수극 시나리오에 따라 그의 손안에서 놀아나고 있는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는 것.


즉, 강민우의 모든 행동들,

특유의 무표정, 뜬금없는 차태민 딜, 덴마크 전에서 보여주었던 차태민과의 포효와 미소, 그리고 김수용에 대한 90도 인사조차도 모두 철저히 계산된 행동이란 주장이었다.


이 글의 내용을 조금 더 세밀히 살펴보자면.....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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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제26장. My Superman vs 나의 거인 +2 21.04.18 538 12 16쪽
25 제25장. 돌직구 +2 21.04.17 561 10 8쪽
24 제24장. 유럽! 유럽! 2 (눈먼 돈) +2 21.04.16 584 12 14쪽
23 제23장. 유럽! 유럽! 1 (뜻밖의 제안) +4 21.04.15 667 12 11쪽
22 제22장. 10년간 준비된 치밀하고도 잔인한 복수극의 서막 21.04.14 658 13 9쪽
» 제21장. 강민우의 태극기 모독 사건 +2 21.04.13 683 12 12쪽
20 제20장. 박스프리(box-free) 골키퍼 +4 21.04.12 674 12 8쪽
19 제19장 반역의 피 +2 21.04.10 691 12 13쪽
18 제18장. 아름다운 비행 2 +4 21.04.09 667 11 14쪽
17 제17장. 아름다운 비행 1 +2 21.04.08 687 11 15쪽
16 제16장. 라리가의 명장 파이뇨 감독이 내한한 진짜 이유는... +2 21.04.07 713 12 16쪽
15 제15장. 안 서면 지는 거다. +2 21.04.06 724 1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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