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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1.03.17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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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15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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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장. 유럽! 유럽! 1 (뜻밖의 제안)

DUMMY

제23장. 유럽! 유럽! 1 (뜻밖의 제안)


다시 동양일보 보도국 스포츠부.


박수지는 맨 먼저 자신을 용의자 명단에서 지웠다.

자신은 분명 이 ‘민우사랑’이 아니므로.


그 다음 그녀는 메모지에 적힌 강민우란 이름을 두 줄로 직직 지웠다.

물론 강민우 본인이 모종의 의도로 이런 글을 올렸을 수도 있지만,

이 자는 최소한 독자의 흥미를 돋울 줄 아는, 글을 많이 써 본 자다.

괘변과 논리 사이를 교묘하게 넘나들며 제 논지를 관철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자.


한글 맞춤법도 잘 모르는 강민우가 이런 수준급의 어휘를 사용했을 리가 없다.

이 자의 음모론대로 ‘무식’도 역시 고도로 계산된 것이라면 모를까.


..........글을 많이 써 본 사람이라면...


‘설마 박 선배님?’


수지는 고개를 도리질 치며 박문철 역시 두 줄로 지웠다. 알리바이가 확실했기에.

이 사이트의 게시판 글 자체에는 그 등록시간이 찍히지 않지만, 글에 달리는 댓글에는 시간이 찍힌다.

[정주행 완료. 연참부탁!!], 이런 최초의 댓글이 올라온 시간이 어제 오후 3시 43분.


그렇다면 이 글은 어제 오후 3시에서 3시 반 사이에 올려진 글이란 계산이 나온다.

그리고 그 시간에 박문철은 자신, 박준성 해설위원, 사회부 김철중 기자와 함께 향후 강민우 관련 기사에 대한 기획회의를 하고 있었다.


“어제의 용사들이 다시 뭉쳤네!”


강민우 덕분에 스타선수 출신인 송영환 해설위원을 제치고 SBS 2030월드컵 한국경기 해설위원으로 낙점을 받은 박준성 해설위원은 이제 ‘강민우=박준성, 이동재 콤비’라며 그 특유의 유들유들함으로 또 부득부득 기획회의에 끼어 들었었다.


그래서 수지는 박준성의 이름 역시 지웠다.


그리고 자신의 아버지, 박응철 감독....

수지는 그 고운 이맛살을 구기며 아버지의 이름을 박박 지운다.

그냥 무조건 지운다!


‘절대 그럴 리가 없어!’


자신이 아는 아버지는 절대로 이런 변태 같은 글을 쓸 사람이 아니다.

아빠의 두 얼굴?? 생각만 해도 소름이 좍 끼쳐 효녀 박수지의 손길에 더욱더 힘이 가해진다. 빡빡!


이제 두 명만 남았다. 차태민, 오민호 국장.


왠지 방구석에 앉아서 장문의 글을 쓰느라 키보드를 두드리는 차태민이 상상이 되지 않아,

차태민의 이름을 볼펜 끝으로 툭툭 치던 수지는 오민호란 이름에 이르러서는 그 주위에 동그라미를 여러 개 그린다.


‘그래! 오민호 국장의 글 솜씨라면... 알리바이도 없고... 이 모든 조건을 완벽히 충족한다!’


더군다나 그는 이슈 만들기에 관한 한, 편집국장이 아닌 편집증 환자.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위인이란 생각을 했다.

오민호의 이름 주위의 동그라미가 더욱더 굵어진다.


‘근데, 오민호 국장이 '민우사랑'?...’


수지는 하마터면 토할 뻔했다.

그 느끼한 눈빛과 출렁거리는 뱃살이 떠올라 자기도 모르게 손으로 입을 꽉 틀어막는다.


이때,


띠리릭! 띠리릭!


수지의 폰이 울었다.


‘어! 모르는 번혼데...기사 제보인가?’


척.


"네, 동양일보 스포츠부 박수지입니다."


-Hello? Is this Suzy Kim with DongYang Daily?


수지는 수화기 너머로 영어가 들려오자 깜짝 놀랐다.


"Yes. Who's this? ............You, you... what?? Beg your pardon?!"


수지의 눈이 화등잔만하게 커졌다.

파이뇨 감독이었다!

그는 유럽 명문클럽 감독직을 두루 섭렵한 다국적 감독답게 영어 역시 능통했다.


-강민우 선수에게 말 좀 전해 주십시오.


파이뇨 감독이 단도직입적으로 치고 들어왔다.


'설마 내가 부천FC 감독의 딸이라는 걸 모르는 걸까?'

문득 든 수지의 의문은 오래 가지 않았다.


-강민우 선수와 매우 친밀한 사이라고 들었습니다.

부천FC 감독님의 따님이시기도 하고요.

강민우 선수와 연락해서 꼭 전해 주십시오.

차태민 딜을 수용할 의사가 있다고요.

그리고 부천FC측에도 위약금 외에 따로 충분히 만족할만한 정도의 위자료를 지급하겠습니다.


이건 두 구단 모두가 윈윈(win-win)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아버님께도 연락드리십시오. 강민우 선수와 함께 오시라고.

진정으로 강민우 선수를 위하는 박기자님이시니.... 이 말 꼭 전해 드릴 것으로 믿습니다.


쿠구궁!...


연속되는 충격파에 핸드폰을 잡은 수지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자, 잠깐만요. 차태민 딜을 수용하실 의사가 있다는 말씀은....그, 그렇다면, 차, 차태민 선수와 강민우 선수 두 명을 모두 셀타비고에 영입하시겠단 말씀이신가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 재차 확인한다.


-물론입니다. 저는 오늘 밤 9시30분 항공기 편으로 스페인에 돌아가야 합니다.

강민우 선수에게 연락하신 후, 이 번호로 다시 연락 주십시오.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마치 강민우와 연락이 되는 것 다 알고 있으니, 딴 소리할 생각은 하지도 말라는 듯 확신에 찬 말투.


그러나 아쉽게도(?) 이 말은 맞았다.

수지는 강민우에게 연락할 방법이 있었다.

그가 며칠 전 마련했다고 자신의 핸드폰 번호를 알려 주었다.

그러면서 이 번호는 아버지 박응철 감독 외에는 아무에게도 알려주지 말라고 신신당부 했었다.

그래서 이 번호는 박선배(박문철)도 모른다.


수지는 지금 파이뇨 감독의 전진속공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그, 그런데....대단히 죄송하지만, 지금 전화를 거시는 분이 파이뇨 감독님 본인이라는 것을 제가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요?

장난전화를 해 오시는 분들이 꽤 되셔서....죄송합니다... ”


물론 미국에 사는 죤이 국제전화로 장난전화를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겠지만, 요새 흔한 소위 '까만 머리 외국인'일 수도 있었다.


사안의 중대함을 감안해 볼 때 반드시 필요한 절차이기도 하거니와, 시간을 벌어 생각할 시간을 갖고자 하는 자신의 필요에도 딱 맞아 떨어졌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그렇다면 말이죠. 이렇게 하죠. 지금 이 전화를 끊고 현재 제가 묵고 있는 이 강서구 메이필드 호텔 대표전화로 전화해서 저와 연결해 달라고 하십시오.


“아~ 네에....그, 그러면 될 것 같군요. 정말 대단히 죄송합니다. 이건 꼭 필요한 절차라서...”


-하하하, 아닙니다. 기자님 입장에선 당연하신 거지요.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말씀하신 대로 전화를 끊고 제가 메이필드 호텔 교환수를 거쳐서 곧바로 다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뚝.


파이뇨 감독과 통화를 끝내고 핸드폰을 내려놓는 박수지의 손끝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머리 속이 어지러웠다. 상황이 잘 정리되지 않는다.

진탕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려 손으로 턱을 괴고 생각에 잠긴다.


약간 억양이 섞인 영국식 영어발음, 그리고 그 굵직한 허스키 보이스는 방송에서 듣던 파이뇨의 그것과 매우 유사했다.

게다가 확인해 보라며 이렇게까지 나오는 걸 보면 파이뇨 감독 본인임이 거의 확실했다.


그러나 그것보다 그녀의 마음을 더 혼란스럽게 하는 것이 있었다.

파이뇨 감독이 자신과 강민우 선수가 매우 ‘친밀한’ 사이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을 때,

'close'가 아닌 'intimate'란 단어를 사용했다는 것.


이 ‘intimate'란 단어는 특히 남녀 사이와 관련되어 사용될 때,

우리나라 말의 ‘은밀한’에 가까운, 소위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事), 정분난 년놈들을 강하게 시사하는 단어였기 때문이었다.


그렇찮아도 지금 넷상에선 '박수지가 강민우를 부천FC로 끌어들이기 위해 한번 대줬다'는 식의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악성댓글들이 판을 치고 있는 상황이었다.


‘설마 파이뇨 감독도 그런 식의 상상을 하는 건 아니겠지?...’


순간적으로 얼굴이 화끈거려 자기도 모르게 두 손으로 제 사과볼을 어루만진다.

게다가,


“....진정으로 강민우 선수를 위하는 박기자님이시니....”란 말.


이건 강민우의 유럽행을 열망하는 많은 축구팬들의 댓글.


[박수지가 진정으로 부군의 앞날을 위한다면 유럽으로 보내줘야 된다!]


이런 식의 댓글들과 그 맥을 같이 하는 말.

강민우와 연락이 가능함을 확신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마치 자신이 강민우의 생사여탈권을 꽉 쥐고 있는 것처럼 말하는 파이뇨 감독의 태도가 마음에 걸린다.


그는 지금 뭔가 큰 착각을 하고 있는 듯 했다.

애써 이런 불편한 감정들을 마음 한 켠으로 제쳐두려 노력하며,

냉정하게 머릿속에서 계산기를 두드려 본다.


투두두둑...


아무리 감추려 해도 보석은 결국 빛나게 마련인 법.

강민우란 큰 별을 품기엔 부천FC는 너무나도 작은 그릇.

마치 고래를 우물에 넣어서 기르려는 것과 다름없었다.


파이뇨 감독의 말대로 어차피 부천FC는 그를 그리 오래 품고 있지 못할 것이다.

조만간 유럽에 보내줘야 한다.


또한, 파이뇨 감독이 “충분히 만족할 만한 정도...” 라고 자신 있게 언급할 정도면,

모르면 모르되 적지 않은 금액의 위자료가 될 것이다.

위약금만 내면 되고 굳이 위자료를 따로 줄 필요가 없는데도 주겠다는 것이다.


이건 재정위기에 빠져있는 부천FC 입장에서도 큰 이득이 되는,

그의 말대로 서로가 윈윈(win-win)하는 결과!


이때,


“뭐해? 취재 나갈 준비하지 않고?! 뭐, 무슨 문제라도 있어?”


멍하니 앉아 있는 수지를 본 박문철이 다가왔다.


“행사가 시작하기 전에 미리 가서 현장 스케치도 하고 그래야지.”


수지와 문철은 지금 막, 오늘 오전 10시30분에 서울시 상암동 월드컵 공원에서 있을 예정인 가칭 '강민우 사건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촉구 운동본부' 출범식을 취재 나갈 예정이었다.


이 단체는 '돌바위'를 비롯한 각종 강민우 팬클럽, 아동복지 등과 관련된 시민연대 등 여러 모임들이 연합하여 발족한 단체였다.

그렇다. 지금 국민들 사이에는,


“월드컵이 열리기 전에 이 나라가 강민우에게 진 빚을 청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이 월드컵에 나가 좋은 성적을 거둔다 하더라도, 국위는 오히려 추락할 수도 있다.“


이런 공감대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었다.

일부 시민들은 여의치 않으면 정말로 촛불이라도 들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 그게요. 지금 막 저에게 전화가 왔어요. 파이뇨 감독에게서.

강민우 선수에게 말 좀 전해 달라고. 차태민 딜을 수용하겠데요!”


“뭐어?!”


휘청, 박문철이 바닥의 전선줄 정리 막대에 걸려 넘어질 뻔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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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제33장. 질주본능 +2 21.05.05 311 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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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제30장.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2 +2 21.04.22 416 11 9쪽
29 제29장.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1 +4 21.04.21 465 9 16쪽
28 제28장. 되놈들 +4 21.04.20 479 8 12쪽
27 제27장. 억! 소리 +2 21.04.19 484 11 16쪽
26 제26장. My Superman vs 나의 거인 +2 21.04.18 536 12 16쪽
25 제25장. 돌직구 +2 21.04.17 560 10 8쪽
24 제24장. 유럽! 유럽! 2 (눈먼 돈) +2 21.04.16 582 12 14쪽
» 제23장. 유럽! 유럽! 1 (뜻밖의 제안) +4 21.04.15 666 12 11쪽
22 제22장. 10년간 준비된 치밀하고도 잔인한 복수극의 서막 21.04.14 657 13 9쪽
21 제21장. 강민우의 태극기 모독 사건 +2 21.04.13 681 12 12쪽
20 제20장. 박스프리(box-free) 골키퍼 +4 21.04.12 673 12 8쪽
19 제19장 반역의 피 +2 21.04.10 689 12 13쪽
18 제18장. 아름다운 비행 2 +4 21.04.09 664 11 14쪽
17 제17장. 아름다운 비행 1 +2 21.04.08 685 11 15쪽
16 제16장. 라리가의 명장 파이뇨 감독이 내한한 진짜 이유는... +2 21.04.07 711 1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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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제14장. 동키호테 21.04.05 714 1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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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제3장. 축구의 상식 21.03.25 969 17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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