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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제로의 골키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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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1.03.17 13:23
최근연재일 :
2021.05.07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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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20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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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장. 되놈들

DUMMY

제28장. 되놈들


최종화 시장은 바이아웃 금액 책정 협상과정 내내 머릿속에서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었다.

이건 강민우 저놈이 진짜 엄청난 놈이란 소리였다.

파이뇨 감독이 행여나 다른 팀에 뺏길세라 거의 안달이 나 있지 않은가.


아까 박수지 기자가 언급했던 '돌바위' 브랜드 세계화, 운운이 결코 자신이 생각했던 만큼 정신 나간 망발이 아닌 지도 모른다.

자신의 사업적인 수완이 합쳐진다면 정말로 돈벌이가 될 수도 있었다.


그래서 그는 A안과 B안, 두 개의 안을 머릿속에 작성했다.


A안은 판 자체를 완전히 뒤흔드는 것이다.

즉, 판을 뒤엎으면서 새로 300억을 부른다 해도 파이뇨 감독은 결국 따라 올 듯 했다.

만약 자신이 칼자루를 쥐고 있다면 그는 이 시점에서 당연히 블러핑을 했을 것이다.


“무조건 300억! 아니면 계약 파기!” 라고.


하지만 문제는..... 칼자루를 저 단순무식, 유치한 강민우란 놈이 쥐고 있다는 것.

도무지 수읽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지극히 비합리적인 행동노선을 가지고 있는 놈.

마치 제구력 없는 투수의 다음 공을 예측하는 것 같았다.


혹시나 이놈의 심사가 뒤틀려서 부천FC와의 애초 계약 자체를 파기하고 손 들고 나가버리면,

그리고 셀타비고와 새로 정식으로 이적계약을 맺게 되면,

210억원이고 나발이고 다 날아가고, 부천FC는 진짜 쥐꼬리 위약금 몇 푼만 손에 꼴랑 쥐게 된다.


그런 사태가 있어선 절대로 안 되겠다.

최종화, 그는 들이 댈 때와 물러 날 때를 아는 인물이었다.

정확한 현실인식과 그에 기반한 정교한 수읽기.

이것이 바로 인간 최종화의 생존 필살기였다.


강민우, 이놈은 절대로 판을 완전히 뒤흔드는 300억 같은 것을 받아들일 놈이 아니었다.

분명히 그 잘난 ‘순수’를 들먹이며 딴지를 걸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래봤자 300억 자체가 자신의 임기 내에 떨어지는 돈이 아니란 점에서 실익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그는 A안은 깨끗이 휴지통에 던졌다.


'그래, 어쩌면 이 B안이라면 저놈이 받아들일 지도 모른다!'


이 역시 저 유치한 놈이 90% 거부할 것이 확실했지만,

참새가 방앗간 그냥 지나칠 수 없듯, 여전히 살아있는 안을 시도도 해보지 않고 용도폐기할 순 없는 일.


그러나 이 B안을 내놓기에 앞서 ‘칼자루 맨’ 강민우를 의식한 사전작업을 한다.

말은 전체에게 하는 형식을 빌었지만, 사실은 강민우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한 사전포석이었다.


“먼저, 제가 이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한 가지 확실히 밝혀 두고자 하는 것이 있습니다.

즉, 공식적으로 이 계약의 주체는 부천FC의 구단주인 저지만,

이 계약 자체가 강민우라는 뛰어난 선수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만큼,

저는 이 계약의 사실상의 주체는 우리 강 선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제 구단주라는 지위를 내세워 강 선수의 의견에 반해 일을 강제로 추진할 생각이 절대로 없습니다.

단지, 구단주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 조금 안타까워서 내놓는 생각이라 생각하시고,

다들 한번 들어나 주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사전작업을 끝낸 그는 통역 박수지를 본다.


“아, 박기자님, 지금부터 제가 하는 얘기는 통역하지 말고,

파이뇨 감독님에게는 아까처럼 그냥 내부의견 조율 중이라고만 말씀해 주세요.”


수지가 파이뇨 감독에게 양해를 구하자, 파이뇨 감독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도대체 뭔 말을 하려고 저리 뜸을 들이나... 사람들의 호기심어린 시선이 최종화에게 쏠렸다.

그러나 항상 정치가들이 그렇듯 최종화의 말투는 느릿느릿하다.


“우리 박기자 님께서 제안하신 대로 계약을 하면, 사실 저희 구단으로서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습니다.

꿩 먹고 알 먹고. 거의 최고의 조건이지요.

부천FC의 구단주로서 저는 당연히 이 계약에 찬성합니다.

하지만...하지만 말입니다. 저는 한 인간으로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강민우 선수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강 선수의 과거를 한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갑자기 강민우의 과거 이야기까지 나오자, 사람들이 약간 긴장하는 기색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요. 모두 다 아시다시피,

강 선수는 어렸을 때 아주 질 나쁜 어른들에 의해 이용당해서 정말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했습니다!

여러분들과 마찬가지로 저 역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런 강 선수에 대해 깊은 미안함을 느끼고 있고요....“


여기서부터 피치를 올린다.


“... 그런데....그런데... 말입니다... 가만히 생각을 해 보니...

아, 글쎄! 우리 강 선수가 또 다시 지금 그런 일을 당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단지 순수하다는...단지 착하다는 이유만으로 말입니다.

저는 지금 일종의 양심의 가책마저 느끼고 있습니다....“


여기서부턴 버럭 호통을 치듯,


“아, 머리가 있으면 생각들을 함 해 보세요!

이대로 계약을 하면, 결국 강 선수는 1년 동안이나 우리 구단과 맺은 계약에 의거해서, 그야말로 쥐꼬리 만한 연봉을 받고 뛰게 되지 않습니까?!

우리 팀에서 6개월, 또 셀타비고에서 임대선수로 6개월, 이렇게 해서 말입니다.


물론 임대기간 중 연봉은 셀타비고 측이 부담하겠지만,

그 연봉 액수 자체는 변하지 않습니다. 그냥 우리 부천FC와 맺은 계약 그대로 쥐꼬리 만큼만 받을 뿐입니다.

결국 강민우 선수 입장에선, 이 계약을 통해서 이런 쥐꼬리 연봉을 받고 뛰는 시간이,

기존 6개월에서, 1년으로 늘어난 셈이 되지 않았습니까?!...“


다음이 클라이맥스다.


“.... 우리는 뭐...서로 윈윈이라고 지금 좋아라 하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뭡니까?!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챙긴다...뭐 그런 식 아닙니까?!

제가 아무리 부천FC의 구단주라지만, 이건 정말 아니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생각해 보니 모두 맞는 말이라, 사람들이 찔끔하는 기색이다.

최종화의 말이 결을 탄다. 진한 감정이 배인다.


“ 저는 잘난 사람이 아닙니다. 잘 아시겠지만 저는 밑바닥부터 피눈물을...

...조, 좋은 가정에서 태어나 잘 배운 사람이 아닙니다. 밑바닥에서... 정말 피눈물을 흘리면서, 돈이 없어서 다니던 학교도 그만 두고 어릴 때부터 막노동판을 전전하다가.......(동대문 시장 상인들이 많이 듣던 얘기이므로 중략)......


....이런 사람입니다. 마치 민우군처럼.

그래서 하는 말입니다! 나의.... 제 어릴 때가 생각나서 하는 말입니다...“


감정이 복받치는 듯 말을 맺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인다.

장내의 분위기가 일순 숙연해졌다.

내심 회심의 미소를 지은 최종화가 여세를 몰아간다.

고뇌에 찬 음성이다.


“그래서 말인데요. 이런 강 선수를 위해서 말입니다...........

우리 복잡하게 임대후 완전이적 계약, 뭐 이런 거 하지 말고,

그냥 당장 6개월 후에 정식으로 셀타비고와 이적계약을 맺도록 하는 게 어떨까요?

그러면, 강 선수는 당장 6개월 후부터 셀타비고 측이 주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정식 연봉을 받고 뛸 수 있게 되니까요!“


최종화 자신이 생각해도 묘수였다.

200억이 현금화 되는 시점을 원래대로 6개월 후, 즉 자신의 임기 중으로 돌리는.

그리고 10년 동안 정에 굶주려, 암캐(박수지)와 수캐(차태민)에게 정신없이 휘둘리고 있는 저 불쌍한 녀석을 위해서도 큰 도움이 되는.


물론 셀타비고 입장에서는 임대기간 6개월의 시험무대 없이 곧바로 200억을 투자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 리스크가 가중되지만,

파이뇨 감독은 강민우를 절대로 놓아 줄 수 없다.

바이아웃 금액 책정 협상과정을 지켜보며, 이미 이 점에 있어서는 완벽히 수읽기가 끝난 상태였다.


오히려 문제는 수읽기를 할 수 없는 저놈... 그러나 최종화의 슬픈 예감은 역시 틀리지 않는 걸까?

내내 포커페이스로 가만히 듣고만 있던 강민우가 이 말이 끝나자마자, 서서히 손을 들어 올리며 발언권을 요청했다.


“먼저 구단주 님의 깊은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이건...좀... 제가 꺼려집니다.

이번 계약조건은 사실 제가 사서하는 고생인데, 그 부담을 애꿎은 파이뇨 감독님께 전가하는 것 같아서...우리 파이뇨 감독님께 너무나 큰 부담을 드리는 거 같아서요.”


최종화는 그나마 이번엔 ‘내가...’가 아니고 ‘제가...’여서 다행이란 생각을 한다.


“험험, 뭐 강 선수 본인의 생각이 그렇다면....뭐, 할 수 없지요. 그에 따라야지요.”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물러선다.

다시 말하지만, 그는 물러설 때와 들이 댈 때를 잘 아는 인물이다.


민우는 지금 큰 오해를 하고 있었다.


'아무도 이렇게까지 생각해 주지 않았다.

태민이 형도, 박기자조차도... 모두들 자신의 입장만 생각하느라 정신이 없는데,

이렇게 세심하게 나를 배려해 주다니.....


.....이 사람, 역시나 괜찮은 사람이다.

아까 혼자만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어서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이런 점이 마음에 걸려서 였어....'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민우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간지러워서.

갑자기 최종화 시장을 향해 몸을 홱 튼다.


“시장님, 시장님의 마음... 정말 고맙게 받겠습니다. 정말 정말.... 고맙습니다.

그 배려,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아까 제가 잠시 무례했던 것, 진심으로 사과드리겠습니다.

앞으론 절대로 안 그러겠습니다.

앞으로는 정말 말 잘 듣는 착한 선수가 되겠습니다!”


갑자기 벌떡 일어서서 최종화에게 넙죽 절을 한다.


“......”


최종화는 멍~ 해졌다.

허, 허허허허....이놈 역시, 진짜 유치하다. 그런데 이상하게......


‘..... 신선하다!‘


최종화는 왠지 앞으로는 축구장을 자주 찾게 될 것 같단 생각을 했다.


*********


밤 9시 인천공항.


아시아나 항공 스페인 발 항공기 탑승트랩에 정돈된 분위기를 가진 한 초노의 신사와 금발의 소년이 나란히 들어서고 있었다.


소년은 가슴에 낡은 축구공 한 개를 꼭 끌어안고 있다.

조금 전 동양닷컴에 큼지막하게 사진이 실린 바로 그 공이었다.


‘6개월 후, 아니 한 달 후 중국에서 봐요.... 월드컵 때도 우리나라보다 한국 팀 더 응원할께요... My Superman.’


소년의 눈에는 마치 별이 담겨있었다.


***********


미첼의 한 달은 금세 흘러갔다.

그리고 진짜 되놈들이 있는 곳....


6월9일, 밤 9시30분(한국시간), 중국 광저우 텐허 스타디움.

(광저우FC(구, 광저우헝다) 홈구장)


<한국 대 잉글랜드, 월드컵 F조 예선 >


빠밥!! 빠밧빵빠방!!

빠밧밥밥....빠밧밥밥.......퓨우우우우.......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


디디띠디.....디디띠디......


띠딧띠디딧....띠딧띠디딧....빠바밥빠~~~빠바밥빠~~~~

디링. 디링. 디링. 디링........


항상 축구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SBS 스포츠의 시그널 음악이 요란하게 흐른다.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들이 귀에 각각 이어폰을 꼽은 채,

비장한 표정으로 선수단 버스에서 한 명 한 명 내리고 있었다.


그 중엔 강민우와 차태민의 얼굴도 보인다.

민우의 귀에는 언제 마련했는지 이어폰이 꼽혀 있다. 아마도 스페인어 회화 테이프를 듣고 있지 않을까?


놀라운 건, 전북현대의 장신 스트라이커 최진욱의 얼굴이 보인다는 것이다.

더 놀라운 건, 그와 최전방 공격수 자리를 놓고 피 튀기는 경쟁을 벌이던 울산현대의 장신 스트라이커 노진수의 얼굴까지 보인다는 것이다.


노진수, 그가 누구인가?

K리그에서 4차례나 득점왕에 오르며, 리그 통산 경기 당 득점 0.61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갖고 있는 선수다.


그래서 K리그의 ‘살아있는 신화’라 불리면서도 막상 월드컵 때만 되면,

매번 ‘국내용 선수’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번번이 태극호 승선에 실패했던 비운의 노장 공격수였다.


그로선 처음이자 마지막 월드컵인 셈.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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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제34장.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2 21.05.06 286 6 14쪽
33 제33장. 질주본능 +2 21.05.05 313 9 10쪽
32 제32장. 게리의 악몽 21.04.24 421 8 14쪽
31 제31장.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3 21.04.23 432 10 11쪽
30 제30장.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2 +2 21.04.22 417 11 9쪽
29 제29장.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1 +4 21.04.21 466 9 16쪽
» 제28장. 되놈들 +4 21.04.20 482 8 12쪽
27 제27장. 억! 소리 +2 21.04.19 487 11 16쪽
26 제26장. My Superman vs 나의 거인 +2 21.04.18 538 12 16쪽
25 제25장. 돌직구 +2 21.04.17 561 10 8쪽
24 제24장. 유럽! 유럽! 2 (눈먼 돈) +2 21.04.16 584 12 14쪽
23 제23장. 유럽! 유럽! 1 (뜻밖의 제안) +4 21.04.15 667 12 11쪽
22 제22장. 10년간 준비된 치밀하고도 잔인한 복수극의 서막 21.04.14 658 13 9쪽
21 제21장. 강민우의 태극기 모독 사건 +2 21.04.13 683 12 12쪽
20 제20장. 박스프리(box-free) 골키퍼 +4 21.04.12 674 12 8쪽
19 제19장 반역의 피 +2 21.04.10 691 12 13쪽
18 제18장. 아름다운 비행 2 +4 21.04.09 667 11 14쪽
17 제17장. 아름다운 비행 1 +2 21.04.08 687 11 15쪽
16 제16장. 라리가의 명장 파이뇨 감독이 내한한 진짜 이유는... +2 21.04.07 713 12 16쪽
15 제15장. 안 서면 지는 거다. +2 21.04.06 724 12 14쪽
14 제14장. 동키호테 21.04.05 715 12 13쪽
13 제13장. 나의 거인 21.04.04 753 14 12쪽
12 제12장. 칼자루 21.04.03 771 13 10쪽
11 제11장. 급물살 21.04.02 776 11 11쪽
10 제10장. 새 아침 21.04.01 775 11 14쪽
9 제9장. 봄비 21.03.31 777 14 5쪽
8 제8장. 버팀목 +1 21.03.30 810 11 13쪽
7 제7장. 불쌍한 놈 2 +1 21.03.29 843 14 15쪽
6 제6장. 불쌍한 놈 1 +1 21.03.28 865 15 11쪽
5 제5장. 축구바보 박수지 기자 21.03.27 878 17 17쪽
4 제4장. 검정 장갑 21.03.26 923 16 15쪽
3 제3장. 축구의 상식 21.03.25 969 17 15쪽
2 제2장. 미스터 제로 +1 21.03.24 1,192 17 18쪽
1 제1장. 오로라를 가진 사내 21.03.17 1,478 25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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