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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제로의 골키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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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지드
작품등록일 :
2021.03.17 13:23
최근연재일 :
2021.05.07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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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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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23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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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장.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3

DUMMY

제31장.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3


(전반 6분)


삐익~!


미카엘 주심의 날카로운 휘슬소리가 났다.

하프라인 부근, 오버래핑에 나선 한국 오른쪽 윙백 이승표가 터치라인을 타고 들어가는 순간, 잉글랜드 지미 모리스의 발목 깊숙한 태클이 들어온 것이다.

넘어진 이승표는 왼쪽 발목을 붙잡고 뒹굴었다.


영국 BBC방송 중계석.


“아, 우리 모리슨 선수의 파울을 선언하는데요?”


느린 그림이 나왔다.


“아, 아니 볼을 먼저 건드리지 않았습니까?”


해리스 캐스터는 억울하단 표정으로 해설위원 게리를 본다.


“발이 조금 높았다고 본 것 같아요. 미카엘 주심, 오늘 아주 엄격하게 보고 있습니다.

원래 악명 높은 심판 아닙니까? VAR과 페널티킥을 많이 주기로 유명한 심판 아닙니까? 조심해야 겠어요...“


고개를 끄덕이던 해리스는 깜짝 놀랐다.

한국 골키퍼가 성큼 성큼 하프라인을 향해 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 지, 지금... 뭐죠? 설마 골키퍼가 키커?”

“그, 그런 것 같죠? 아마도요...”


놀라기는 게리도 마찬가지다.

해설을 오래했지만 이런 경우는 없었다. 영상으로 본 적도 없다.

물론 지고 있는 경우 경기종료 직전 코너킥 상황에서 키 큰 골키퍼가 상대편 골문 앞으로 원정 간다든지.

킥이 아주 좋은 골키퍼가 페널티킥을 찬다든지, 20미터 프리킥을 차는 경우는 아주 드물게 본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지금은 경기 초반, 하프라인 프리킥.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동안 그 긴 다리로 성큼성큼 하프라인에 다가선 민우는 이미 공을 제 자리에 갖다 놓고서 멀찍이 6, 7 발짝 뒤에서 발을 구르고 있었다. 마치 직접 때릴 것처럼.

대신 센터백 황현욱과 염종진, 2명이 골문을 막아서고 있었다.

황당해진 건 잉글랜드 벤치 역시 마찬가지.


“하하하, 지금 우리 드래이크 감독도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 있죠?! 지금 이게 뭔 짓?? 이런 표정입니다.

하하... 방송에서 이런 말하긴 조금 그렇습니다만,

정말 안 돼 보이는... 진짜 너무 없어 보이는, 한국팀 스쿼듭니다.

하지만 이건 다시 말하면, 민우 캉 선수가 킥이 아주 좋단 소리 아니겠습니까? 한국의 치수 리 감독이 바보가 아닌 한. 그리고 바보는 아닐 테고요."


“그렇습니다, 해리스. 아마... 지금 캉 선수가 마치 직접 때릴 것처럼 발을 구르고 있지만, 문전으로 띄워줄 것으로 보이는 데요. 진욱 초이, 진수 노우, 이 두 장신 선수가 손을 번쩍 드는 것이....”


하다가 게리는 아랫입술을 손으로 잡아 빼며 눈매를 좁힌다.


“그런데 말이죠. 지금 캉 선수가 직접 슛을 때릴 가능성도 있어요!

이 민우 캉 선수가 덴마크와의 평가전 때 잠깐 출장했을 때, 대단한 킥력을 보여준 적이 있었거든요.

실제로 그 세컨드볼이 골로 연결되기도 했고요.“


역시 명해설자답게 숙제를 열심히 해 온 게리가 날카로운 추측을 이어간다.


“하지만, 그때는 아무 생각 없이 때린 기습적인 버저샷(buzzer shot)이 행운스럽게 골로 연결된 경우였거든요~. 이런 세트피스 상황과는 전혀 다른.

이 상황에서 직접 때린다는 건,

골키퍼가 충분히 경계하고 있기 때문에 전혀 확률이 없거든요~!

이 정도 거리라면 슛이 아무리 강해도 골키퍼가 충분히 반응하고도 남는 거리이기 때문에.

그래서 뭐, 설마 직접 때릴 것 같지 않기는 합니다만....“


민우는 상대편 골대를 바라보았다.

자신이 서 있는 곳은 하프라인 바싹 너머 한국진영, 우측 터치라인 바싹 붙은 곳.


양 팀 선수들이 문전으로 띄워주는 공을 처리하기 위해,

페널티 박스 바짝 너머 중앙 쪽에 일자로 서서 서로 자리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거의 일렬로 촘촘히 늘어선 모습.


프리킥 위치가 터치라인에 바짝 붙은 곳이었고,

양 팀 선수들이 페널티 박스 라인 중앙 부분에 몰려 있었기 때문에,

상대편 골대와 대각선으로 가로질러 골대 오른쪽 약 4분의1 정도의 슛길이 열려 있었다.


잉글랜드 골키퍼 브라운은 직접 때리는 경우는 생각지 않는 듯, 날파리처럼 앞에서 왔다갔다하는 최진욱, 노진수, 두 장신의 높이에 신경 쓰느라 바쁘다.


각도도 나오고 허를 찌를 수도 있었다. 문제는.....

공에 실린 파워가 브라운 골키퍼의 반응속도에 위협을 줄 수 있느냐는 것.

그러나 이미 작정하고 나선 길이다. 주저는 불필요했다.


‘탄착점은 잉글랜드 골대 우측 상단 모서리!’


마음을 정한 민우는 전속력으로 달려들며,


쾅!


오른발 인스텝으로 탄착점을 향해 공을 강하게 내질렀다.

달려오던 가속을 이기지 못한 민우의 거구가 끈 떨어진 연처럼 공중에 붕 떠올랐다.

토마호크 미사일처럼 낮게 깔려 비행하는 공의 궤적을 따라 광저우 지역의 유난히도 긴 잔디풀들이 아나콘다가 지나간 자국처럼 스스스스... 고개를 숙였다.


쉬이이~~~익!!


양 팀 선수들의 귓가로 공간을 찢어 버릴 듯한 요란한 파공음이 들린다 싶었던 순간,


텅~!


그것은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깜짝 놀라 오른쪽 골대를 향해 점프한 잉글랜드 골키퍼 브라운의 손끝을 그대로 스쳐 지나가,

크로스바 오른쪽 상단 모서리를 다이렉트로 맞추고 위로 두둥실 튀어 올랐다.


우우우~~~웅.


엄청난 파워가 실린 공에 직격 당한 골대가 사시나무 떨듯 울었다.


민우가 이 장엄한 함포를 쏘는 순간,

잉글랜드 수비라인과 일직선 상에 서서 몸싸움을 하는 척하고 있던 차태민, 김수용, 최진욱, 노진수, 4명의 공격수들은 이미 골문을 향해 일제히 쇄도하기 시작했다.


눈이 휘둥그레진 부심 마이클 올리버는 오프사이드를 잡아내기 위해 눈을 부릅 뜬다.

그러나 이 4명의 공격수는 일자로 늘어선 잉글랜드 수비라인 바깥쪽으로 반걸음 가량 살짝 몸을 집어넣었다 빼었기 때문에 그의 깃발은 침묵했다.

그동안 많이 연습한 듯, 일사분란하고도 숙련된 동작이었다.


골대에 맞고 파편처럼 튀어나온 공은 아직 공중에 있다.

이제 잉글랜드 문전에는 골키퍼와 이 4명의 공격수 밖에 없는 상황.


떨어지는 공이 이 4명 중 한 명의 머리에 걸릴 건 자명했다.

이들의 점프를 넘어 뒤로 떨어지지 않는 한.

이윽고 체공을 멈춘 이 눈먼 공이 향한 곳은.......


..... 돌고래처럼 한껏 점프해서 뛰어 오른 최진욱의 이마!


‘왔다!’


최진욱의 시야로 점프하고 쓰러졌다가 황급히 일어서는 잉글랜드 브라운 골키퍼의 모습이 들어왔다.

지체 없이 고개를 확 숙이며 방아 찧듯 완 바운드로 골문 왼쪽 빈 공간을 향해 찍어 넣었다.


퉁---.


그리고,


철렁!


“와아아~~!!!!”


환성은 텐허구장을 뒤흔들고,


“꼬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ㄹㄹㄹㄹ!!”


SBS중계석의 이동재 캐스터는 젖먹던 힘까지 냈다.

이제 질세라 박준성도,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아아아~~~ㅇㅇㅇㅇㅇㅇ!!!!!“


고래고래 고함을 지른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그동안 참고 참았던 배설의 쾌감을 느낀다.

다음 순간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야아~!!”


하면서 서로 손을 맞잡고 어깨동무를 했다. 꽈악.

두 콤비의 머릿속에 한 달 전 수원삼성 전에서 돌바위를 처음 봤던 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그라운드에 착지하며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공을 확인한 최진욱이 옆에서 달겨드는 동료선수들을 강하게 두 손으로 밀친다.

그대로 뒤돌아서 하프라인 방향으로 일직선으로 뛰어 나갔다.

최진욱의 거친 손길에 엉겁결에 밀쳐진 김수용과 노진수는 그만 털퍼덕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비상하는 새는 바람을 타고 있었다.

그대로 양 날개를 쭉 펼친 채 그라운드를 질주하던 최진욱의 오른 손이 전방 한 곳을 가리켰다.

카메라는 그 손끝을 주욱 따라간다. 그곳엔............


강민우가 엉거주춤 서 있었다.

민우는 슛을 쏘자마자, 곧바로 돌아서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전속력으로 자신의 원래 위치를 향해 뛰었다.


잠시 골문을 맡았던 센터백 황현욱과 염종진이 두 손을 번쩍 들고 환호하며 잉글랜드 진영을 향해 뛰어가는 모습을 보고서야,

엉거주춤 멈춰서 뒤 돌아본 민우의 눈에....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자신에게 전속력으로 달겨드는 최진욱의 모습이 들어왔다.



꽈악!


힘찬 포옹이었다.


“이 이쁜 놈!! 이 이쁜 놈!!”


자신의 감정에 취해 민우의 뒷통수를 연방 갈겨대던 최진욱이 급기야 민우의 허리를 두 팔로 감아 안아 그 거구를 번쩍 들어 올리더니 그대로 빙빙 돌린다.


그의 처음이자 마지막 월드컵...

최진욱 역시 제 경쟁상대였던 노진수와 완전히 똑 같은 처지였다.


K리그에서 공포의 대명사로 불리며,

매번 월드컵 대표 물망에 올랐다가 '국내용 선수'라는 지긋지긋한 멍에를 벗어내지 못하고 번번이 승선 직전에 고배를 마시다가,

나이 32세가 돼서야 처음으로 월드컵 팀에 승선한 노장 최진욱.


이런 그가 자신의 월드컵 무대 첫 경기에서, 한국팀의 그리고 자신의 첫 월드컵 골을 터뜨린 것이다!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이 후기 인상파 노장 공격수의 두 뺨을 타고 흘러 내려 덥수룩한 턱수염을 적신다.


가장 먼저 그의 머릿속에 떠 오른 것은 자신의 8살배기 아들, 찬영이의 통통한 얼굴.


“아빠는 유럽선수만 만나면 왜 골을 못 넣어?”.....자기 반 친구들이 놀린다며 내내 툴툴거리던 미운 일곱 살 녀석의 얼굴이었다.


‘찬영아, 내가 해냈다! 이 아빠가.....’


***********


"엄마아~~~~~~~~~~~~~~~~~~~~~!!"


최진욱의 아들 최찬영이 고함을 지르며, 문을 박차고 거실로 뛰쳐 나갔다.

냉전이고 뭐고, 두 모자가 서로를 답싹 안더니만 스카이콩콩 하듯 통통 뛴다.


"와아~~~!!"

퉁퉁퉁퉁퉁. 퉁퉁퉁퉁퉁...........


폭발적인 환호성과 함께 아파트 건물 전체가 진동했다.

지금 이 순간만은 층간소음 걱정할 일 없었다.

모두가 시민정신을 망각한 원시인들이었으니까.

각 층을 흔드는 층간소음이 이 세상 그 어느 음악소리보다 더 황홀하게 들리는 마법 같은 순간이었다.


찬영은 아파트의 진동이 가신 다음에도 한참 동안이나 엄마의 가슴에 안긴 채 펑펑 울었다.

그동안 작은 가슴 속에 담아 두었던 온갖 앙금을 따뜻한 엄마 품에다가 모두 다 풀어놓기라도 하려는 듯.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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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제30장.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2 +2 21.04.22 417 11 9쪽
29 제29장.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1 +4 21.04.21 466 9 16쪽
28 제28장. 되놈들 +4 21.04.20 481 8 12쪽
27 제27장. 억! 소리 +2 21.04.19 487 11 16쪽
26 제26장. My Superman vs 나의 거인 +2 21.04.18 538 1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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