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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세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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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rlGrey
작품등록일 :
2021.03.17 17:43
최근연재일 :
2021.04.08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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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22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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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옛날 옛적에 어느 변호사가 - 역습

모든 내용은 순수 허구입니다. 특정 인물, 회사나 단체, 학교와 아무 연관없습니다.

이 소설은 Earl Grey의 '문화 소설'입니다.




DUMMY

샤워를 하고 나서 거울을 보면서 성곡은 미러 락을 하면서 자기의 모습을 여러 각도에서 보곤 했었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거울은 사진처럼 성곡의 모습을 잠시 동안 유지해주곤 했었다. 그러나 그 시간이 너무 짧아서 친구들한테 보여줄 때 친구들은 그 차이를 인식하지 못했다.

“에이, 거짓말장이. 개스 스테이션.”

친구들은 킬킬거리며 그를 놀렸을 뿐이었다.

보통 그렇듯이, 진짜를 말하면 거짓말이라 하고, 거짓말을 해주는 깜빡 속으면서 좋아하는 게 성곡이 아닌 사람들이었다.

유일한 예외가 사피로였다.

성곡은 미러 락으로 어떤 것이든 고정해 놓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포승줄보다 훨씬 나은 결박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자꾸 자신이 어딘지 모르게 스파이더맨과 유사해지는 것 같다고 느꼈다.

스파이더맨을 많이 봐서 그런가 싶기도 하였다.

노력을 더 해봤지만 미러 락 외에 다른 기술들은 쓸 수 없었다.

배울 때 좀 열심히 할 걸 하고 생각하다가도, 머리를 흔들었다. 그게 아니었다. 늘 쓰는 것, 많이 쓰는 기술들만 쓸 수 있는 것이었다.

아쉬움이 있지만 성곡은 달리 생각했다.

스파이더맨은 거미줄 하나로 히어로인데, 자기는 그에 비하면 가진 게 세 가지나 되었다. 아쉽게도 스파이더맨처럼 강한 체력은 없다만, 그 대신 성곡에게는 잘 돌아가는 머리가 있었다.

자폐증 회계사가 등장해서 나쁜 놈들을 다 쓸어버리는 '어카운턴트'라는 영화가 있었다.

그 영화가 나왔을 때 뉴욕의 회계사들은 마치 자기들 일이라도 되는 양 영화관에 가서 봤다.

회계사 다운 짓이었다. 그러니까 많은 회계사 조커에서 회계사들이 바보 멍청이로 등장하는 것이다.

그들 방식대로라면 스파이더맨 영화를 보기 위해 거미들이 극장을 채웠어야 했다. 어카운턴트 영화에서 회계사가 총으로 싸우는 것이 그들 방식으로 말할 때 회계사 다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성곡은 회계사를 비하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놀림감이 되곤 하는 이유는 오직 갈수록 좁아지는 그들의 시각 때문이라는 사실을 아니까.

모든 전문가들이 전문성을 쌓아가면 갈수록 시야가 좁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럼에도 회계사가 타겟이 되어 놀림감이 되는 것은 일반인들이 만나기 가장 쉬운 전문가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은 개인 소득세를 신고하기 위해서 일 년에 최소 한 번은 회계사를 만나지만, 그들이 변호사를 만나는 경우는 인생에 걸쳐서 몇 번이면 족하다.

이혼할 때, 상속할 때, 교통사고 났을 때, 음주운전 걸렸을 때 등등.

그래서 사람들은 변호사가 정말 작정하고 변호사 답게 싸우면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 전혀 모른다.

변호사는 해결사기도 하지만 골치거리 그 자체기도 하다. 문득 성곡은 자기를 변호사로 이끌었던 사피로에 대한 생각이 다시 떠올라,

'지배자급 괴물인 하이잭커를 하찮게 보는 존재가 뭐가 있었던가?'

기억을 더듬어 봤지만 그런 존재가 있기나 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사피로에 대해서는 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가 탄 택시는 3가로 접어드는 중이었다.

밤이 깊어 불빛은 요란하지만 걸어 다니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쇼 윈도우에 진열된 인형이며 상품들이 차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개인 옷장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성곡은 잡지 밑에 숨긴 손 끝에 진주구슬을 맺었다.

이제는 두 손가락뿐만 아니라 모든 손가락 끝에 진주 구슬을 맺을 수 있었다.

택시를 멈추고, 캐시로 택시비를 지불한 후에 내린 성곡은 스펙터 빌리로 모습을 감추고 라탐앤 왓킨슨을 향해서 질주했다.

빛을 속였던 방식을 해체하고 응용하여 소리를 속이는 성공했다.

커먼로(보통법)의 선례들에서 법리를 뽑아내어 새로운 케이스에 적용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었다. (귀납과 연역을 연이어 사용한다).

구둣발 소리가 자기 귀에도 들리지 않았다. 달리면서 왼손을 빌딩 높은 쪽으로 뻗었다.

다섯 손가락 끝에 맺힌 진주구슬이 뻗어나가 빌딩의 외벽에 닿았고, 성곡은 스파이더맨이 거미줄을 쏘아서 빌딩을 오르는 것처럼 단숨에 공중으로 치솟았다.

아찔해지는 시야를 한 점에 집중하면서, 성곡은 몇 번 더 반복하여 레즈니코프의 사무실이 있는 층으로 올라갔다.

펄 비즈가 낮에 뚫어서 새로 갈아끼운 두꺼운 유리에 더 크다란 구멍을 냈고, 성곡은 그대로 뛰어들어서 레즈니코프씨의 책상에 앉아있는 델모어의 뒤통수에 손을 대고 이마를 책상에 찍었다.

“사람살려!”

하고 소리치다가 델모어가

“꺅!”

하는 비명을 질렀다.

순간 벽에서 그림자 원숭이(Shadow monkey)들이 뛰어 나와 성곡을 덮쳤다.

성곡은 피아노를 거칠게 치는 것처럼 델모어의 머리를 한 번 더 들었다가 두 손으로 내려 찍었다. 감정을 표출하기 위해서는 책상이나 단상을 칠 때는 이렇게 세게 쳐야 한다.


성곡이 열 손가락을 보란듯이 쫘악 펼쳤다. 손가락 끝에서 진주 구슬이 분수처럼 튀면서, 벌써 가까이 날아든 그림자 원숭이들을 관통했다.

그림자 원숭이들은 씹어서 뜯긴 초코렛 조각처럼 기괴한 모습으로 추락했다. 진주구슬의 좋은 점은 피가 튀거나 지저분하게 되지 않는다는 것도 있었다.

델모어가 머리를 드는 것을 성곡이 다시 내리 눌렀다.

퍽! 소리가 나고, 델모어는 기절했는지 잠잠해졌다.

그러나 성곡은 아래 위층에서, 복도에서 그가 있는 곳으로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존재들을 느꼈다. 보이지는 않지만 느껴지는 곳으로 성곡은 진주구슬을 난사했다.

어떤 괴물인지 모르지만 진주구슬에 관통되어 숱하게 쓰러졌다. 과하게 맞았는지 벽에서는 허리가 끊어진 그림자 원숭이가 튀어나오기도 했다.

순간 델모어가 눌린 상태에서 손을 번쩍 들었다.

“타임, 타임!”

성곡은 델모어의 팔를 뒤로 돌려 꺾으며 그녀의 머리를 다른 손으로 내려쳤다. 이번에는 펑! 소리가 나며 성곡의 주먹이 튕겨 올랐다. 뒤로 꺾었던 델모어의 팔도 고무줄처럼 꿈틀거리며 풀려났다.

“협상! 협상!”

하고 델모어가 책상에서 빠져나가며 소리쳤다.

“나도 변호사 라이센스 있어요! 협.”

“미러 락(Mirror Lock, 거울 자물쇠)!”

하고 성곡이 귀를 물듯이 델모어의 귀에 대고 속삭이듯 말하는 순간에 델모어의 몸이 화석처럼 굳어버렸다.

성곡은 델모어를 겨드랑이에 끼고 스펙터 빌리를 계속 사용하면서 빌딩 외벽을 타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전쟁이나 싸움에서 전략은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할 뿐 어떤 것이냐는 큰 의미가 없다. 전략은 의외로 쉽게 먹힌다.

유인은 성공적이었다. 뒤따라 오는 기척들을 느끼면서 옥상에 도착하자마자 성곡은 거리를 향해서 뛰어내렸다.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시도였지만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어느 순간인들 먼저 살아보고 또 사는 순간이 어디있나 하면서. 지면이 가까워졌을 때 오른손으로 진주구슬을 사용해서 추락 속도를 늦췄다. 위로 튕겨 올라가지 앉는 번지점프였다. 진주구슬이 이번에도 그를 구했다. 성곡은 땅에 내려서자마자 길가에 서있는 택시의 뒷문을 열고 델모어를 밀어 넣고 모습을 드러내며 말했다.

“퀸즈로 갑시다.”

택시 기사는 움찔했지만 성곡의 옆에 쓰러져있는 델모어를 힐끗 보고는 아무 말없이 차를 출발 시켰다. 퀸즈 보로 브릿지를 건너 성곡은 모텔이 보이자 바로 델모어를 끌고 들어갔다. 델모어는 꼼짝도 하지 못하면서도 겁먹은 눈빛을 하고 있었다.

의표를 찌른 역습과 납치는 성공했다.

성곡은 델모어를 침대에 던져놓고 자기도 그 옆에 털썩 누워서 넥타이를 풀었다.

손과 발이 겉잡을 수 없이 떨리는 것을 안간힘을 다해서 버텼다. 처음 법정에 나가 판사 앞에서,

“존경하는 판사님, 황송하오나, 제 이름은 성곡이며 고소인을 대리합니다. (Your honors, may it please the court, my name is Cok Sung, I represent the plaintiff)”

하고 말했을 때와 비슷했다.

그 망할 판사 영감이 성곡의 말을 끊으면서 이름을 다시 물었고 성곡 스스로 자기를 코크(Cock, 남자 거시기)라 할 수밖에 없었던 바로 그 때와.

(그 때가 성곡이 이름 전체를 코트에서 말했던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 다음에는 '성'이라고만 했고 그걸로 충분했다. 의외로 미국인들의 이름 중에서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노골적인 욕인 경우도 많은지라 판사들도 빙그레 웃고 넘어가곤 했다. 간혹 판사 서기가 서류에서 확인하고 고개를 숙이고 킥킥 대는 경우가 없지는 않았지만.)

그때가 떠올라 성곡은 괜히 엄마를 한 번 원망했다. 엄마가 영어를 조금만 더 잘 알았더라도 미국 오면서 영어 이름을 준비하거나 이름을 고쳤을 것이다. 이후에도 성곡이 스스로 이름을 바꾸려 했을 때 엄마가 질색해서 결국 포기했다.

“장닭이잖아 장닭. 암탉들 많이 거느리고, 왕관 같은 벼슬도 멋지고. 그걸 왜 바꿔?”

이렇게 반대했던 엄마는 이후 자기가 영어를 잘 하게 된 후에도 성곡의 개명에 대해서는 입밖에 내지 않았다. 성곡이 짐작하기에,

'얘, 네 이름이 X같으니까 좀 그렇다. 바꿔라.”

하고 다 큰 아들에게 말하기 곤란해서 아예 모른 척했을 거라 보았다.




이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함께 해주시길 바랍니다. 번거로우시더라도 읽을만하면 추천해주시고, 모자라는 부분이 있으면 댓글로 격려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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