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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세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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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rlGrey
작품등록일 :
2021.03.17 17:43
최근연재일 :
2021.04.08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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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307

작성
21.03.25 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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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10. 늑대들의 기법 전수 - 죽을까? 그럴리가 있나.

모든 내용은 순수 허구입니다. 특정 인물, 회사나 단체, 학교와 아무 연관없습니다.

이 소설은 Earl Grey의 '문화 소설'입니다.




DUMMY

10. 늑대들의 기법 전수




성곡은 퀸즈보로 브릿지를 넘어와 맨하탄 이스트 리버 강변이 바라보이는 '더 벤틀리 호텔'로 왔다.

벤틀리 호텔의 서쪽편에는 뉴욕장로병원이 있고, 남서쪽으로 십 분 이내에 거리에 라탐앤 왓킨슨이 있다.

벤틀리 호텔은 성곡의 동료 변호사들이 청구가능시간(Billable hour, 변호사들이 고객한테 시간당 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시간. 로펌에서는 변호사들에게 의무적으로 그 시간을 할당하기도 함)을 맞춰야 할 때 간혹 머물기도 했던 곳이라 성곡도 몇 번 와 본 곳이었다.

물론 그 동료 변호사는 동그란 얼굴에 예쁘장한 중국계 아가씨였다.

사피로의 말처럼 성곡은 로펌에서 일하면서 문서를 쳐다보지 않으면 여자를 보거나 여자와 함께 하곤 했다.

그러다보니 그게 열심히 산 것 같기도 하고 방탕하게 산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사는 건 비단 성곡만이 아니었다.

독신인 동료 변호사들은 보통 그렇게 살았다. 회사에서 눈을 맞추는 경우가 있고, 클럽에서 여자나 남자를 만나는 경우도 많았다.

젊을 때는 젊음을 낭비하며 보통 하룻밤을 그렇게 지나 보내니까.

성곡은 동트며 밝은 빛으로 물드는 퀸즈보로 브릿지(Ed Koch Queensborough bridge)를 보며,

“난 잘 못 살았구나.”

하고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퀸즈의 모텔방을 나설 때, 성곡의 손아귀에는 괴물이기는 하지만 기막힌 미녀와, 세상에서 가장 큰 다이아몬드, 그리고 거대 로펌의 매니징 파트너라는 잠정적 신분이 다 쥐어 있었다.

그러나 그 어느 것도 진정으로 자기에게 속한 것은 없었다.

유추에 익숙한 성곡은 자기가 무엇을 가지더라도 이럴 것이고, 사람은 결국 무엇을 가질 때 무엇을 가졌다는 의식을 가질 뿐이지 진정으로 소유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귀납해냈다.

착하게, 진실되게 살면 뭐가 달라질까?

성곡은 머리를 저었다. 그렇게 살 자신도 없었고 그 결과를 확신하지도 못했다.

어쨌거나 성곡은 거짓말장이 변호사였다.

이 정체에서 벗어나는 것은 새로 태어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적성에 맞지도 않다.

“죽을까?”

하고 성곡은 중얼거려봤다.

순간 그의 뒤에서,

“진짜?”

하는 소리가 들렸다.

머리를 휙 돌아봤다.

하지만 아무 것도 없었고, 소리의 정체는 환청이었다. 어제 몸을 혹사하고 밤새 잠 못잔 탓이다.

성곡은 피식 웃으며 혼자 대답했다.

“그럴리가 있나. 거짓말이지. 멋지게 해냈는데 죽기는 왜 죽어.”

미국은 변호사 숫자만도 백만 명을 훨씬 넘어간다.

그러나 그 중에서 법정에 직접 서서 소송을 하는 소송변호사(trial attorney) 숫자를 헤아리면 갑자기 숫자는 확 줄어들어 버린다.

변호사라면 누구나 소송을 할 수는 있지만 모두가 법정에 서는 것은 아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싸울 줄 아는 것은 기본이고 거액의 소송 금액이나 한 사람의 생명 또는 평생을 법정의 저울에 올려놓고 승부를 알 수 없는 도박을 기꺼이 할 수 있는 강심장을 모두가 가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단순 채무채권 청구나 퇴거소송 같이 절차만 필요하고 사실관계가 명확한 것들을 제외하고 나면, 법정에서는 뻔한 소송이라는 게 없다.

뻔하면 판결까지 가기 전에 불리한 쪽이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한다.

그래서 정식 재판으로 판사와 배심원들 앞에 제시된 사건들이 어떻게 될 것인지는 사실상 변호사들의 결투에 의해서 판가름 나는 도박과 유사하다.

이런 시스템을 아예 듀얼(duel,결투)이라거나 애드버스아리(adversary,적대) 시스템이라고 부른다.

조금만 과장하면 정의는 여신의 손이 아닌 변호사의 브리프 쓰는 손끝과 능란한 혀끝에 놓여있다.

비싸고 유능한 변호사가 잘 팔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투에 이기려면 값이 싼 전사보다는 가능하면 경험 많고 강하고 비싼 전사가 유리하니까.

성곡은 그런 변호사들 중에서도 수위를 다투는 싸움꾼이었다.

아슬아슬한 승부에 짜릿함을 느끼고 승리에 희열을 느끼는 데는 거짓말만큼이나 깊이 중독되어 있다.

이 때문에 성곡은 자기를 바꾸거나 무너뜨리려 해도 성격의 관성이 가진 저항으로 불가능한 부류에 속한다.

세상에서는 추한 변호사라고 욕먹으면서 그렇게 밖에 하지 못하는 성곡 같은 소위 '잘 나가는' 변호사들이 있다.

결론은, 성곡은 어떻게 하든 구제불능이다.

이유가 어떻든 자기가 속한 법률회사의 회장겸 매니징 파트너를 살해하고도, 회사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호텔에서 법인카드를 태연히 긁고 들어왔다는 사실도 한 증거가 된다.

물론 성곡은 법인카드 사용으로 자기가 발각되거나 걸릴 리는 없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설혹 걸린다면?

거짓말장이는 거짓말이 들통나는 것을 걱정하지 않는다.

그때가서 다른 거짓말이나 임기응변으로 대처하면 될 뿐이다.

대담한 거짓말이나 대담한 허세는 항상 대단한 보상을 가져다 주는 것이 거짓말장이들의 세계니까.

하여간 오리진으로 길을 찾아 잇는 것도 중요하고, 스스로에 대한 환멸이나 실행하지 못할 자성도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다만 지금 이 순간에 성곡에게 가장 중요한 건 자는 것이었다.

적당히 사피로를 흉내내어 깔끔한 척하며, 성곡은 구두를 벗어서 가지런히 두고, 양복과 와이셔츠, 넥타이는 옷장에 걸고, 속옷은 벗어서 잘 접어 세탁 봉투에 넣고 샤워를 한 후에, 타월로 온 몸의 물기를 다 틀어낸 후 침대 속으로 들어가 잠을 잤다.

잠옷은 없어서 못 입었다.



위원회가 간밤에 이어서 오전에도 열렸다.

옷을 갈아입은 앤 델모어는 소회실에 소집된 접시들의 위원회에 위원의 자격으로 참여했다.

금방 위원이 된 델모어는 아직 접시가 없었다.

레즈니코프의 것을 쓰려면 쓸 수도 있겠지만 델모어는 오직 '자기의' 접시를 갖고 싶었다.

“혼란스럽군. 다시 정리해보지.”

“밤중에 범인이 역습해서 델모어 위원을 납치했는데, 델모어 위원이 반격해서 그 자를 죽였다는거군. 복잡하지 않아.”

“그 자가 죽었으니 원래 계획은 물 건너 갔군. 이래서야 델모어양이 위원이 된 의미가 없잖은가?”

델모어가 대답했다.

“코크의 사체 전체를 스캔해서 분자의 기억을 읽어내는 중입니다. 모든 비밀을 알아낼 수는 없겠지만, 그의 배후와 연결고리를 만들 수는 있습니다.”

“함정?”

“비슷합니다.”

“너무 위험해. 나는 배후를 자극하고 싶지 않아. 원래 계획은 코크를 죽이지 않고 정보를 캐내 재구성하는 것 아니었나. 이렇게 되면 원점에서 재검토 해야돼.”

“꼭 그를 죽였어야만 했나?”

“어쩔 수 없었습니다.”

하고 델모어가 죄지은 듯이 말하는 데 여태 침묵을 지키던 접시 하나가 불쑥 물었다.

“그런데 델모어양에게 그 자를 죽일 수 있는 능력이 있었던가? 코크 그 자는 펄비즈와 스펙터 빌리를 사용할 수 있는데.”

델모어는 울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위원회에 보상을 요구하고 싶습니다. 저는 코크를 죽이며 제 오리진의 80퍼센트를 잃었습니다. 그가 음탕한 인간 남자고 레즈니코프씨로부터 흡수한 힘이 거의 소진된 상태였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마치 레즈니코프가 살해당했을 때 같은 우연한 정황이 또 있었다는 이야기군. 믿기 어려워. 그런 우연이 연이어 발생하다니.”

“'섭리'는, 늘 균형을 이루지 않습니까?”

하고 델모어가 담담하게 말했다.

누군가 수긍했다.

“그렇긴 하지.”

“그 자의 배후와 척을 진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지?“

델모어가 말했다.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원래 계획대로 우리는 그 자의 사체에서 읽은 정보를 바탕으로 그 자를 새로 만들 것입니다.”

“델모어 위원이 조금 전에 말한 그 '연결고리'인지 함정인지 하는 그건가?“

“그렇습니다.”




이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함께 해주시길 바랍니다. 번거로우시더라도 읽을만하면 추천해주시고, 모자라는 부분이 있으면 댓글로 격려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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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늑대들의 기법 전수 - 죽을까? 그럴리가 있나. 21.03.25 18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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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7. 옛날 옛적 어느 변호사가 - 거울 잠궈 21.03.22 18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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