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현세 전쟁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EarlGrey
작품등록일 :
2021.03.17 17:43
최근연재일 :
2021.04.08 05:06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780
추천수 :
3
글자수 :
175,307

작성
21.04.06 00:08
조회
14
추천
0
글자
10쪽

23. 시인의 이름 - 두 명의 신을 죽인자

모든 내용은 순수 허구입니다. 특정 인물, 회사나 단체, 학교와 아무 연관없습니다.

이 소설은 Earl Grey의 '문화 소설'입니다.




DUMMY

“아파트는?”

“구해야지. 리얼터(realtor, 부동산 중계인)한테 연락해놨어.”

오스카는 포도주잔을 얼굴 높이로 올려 귀옆에서 살살 돌리며 말했다.

성곡도 램생크(어린 양 앞다리 고기)를 놓고 잔을 들었다.

“왜 양고기는 먹을 때마다 짠지 모르겠다.”

“그래서 빨간 포도주 곁들이잖아.”

오스카가 요염하게 웃었다.

성곡이 포도주를 마시는 걸 보면서 오스카가 말했다.

“너 그거 알아?”

오스카의 말버릇이다. 이렇게 물으면 할 수 있는 대꾸는 무조건 뭐냐고 묻는 것뿐이다. 더구나 오스카는 많지 않다.

“뭔데?”

하자 오스카가 혀끝으로 입술을 살짝 핥으며 웃었다.

“양고기하고 사람고기 맛이 비슷하대. 특히 어린 양은 맛만으로는 구별이 어렵다더라.”

성곡은 왼손의 포크를 멈췄다.

램생크를 먹자고 한 건 오스카였다.

“거 있잖아. 기독교인들이 사람을 어린 양이라고 하잖아. 구약에서는 야훼한테 양을 재물로 바치고. 아. 아브라함은 아들 이사악도 재물로 바쳤구나. 이사악이 살기는 했지만.”

오스카가 얼굴을 조금 가까이 하며 말했다.

“그게 다 사람 고기 맛이나 어린 양 고기 맛이나 비슷해서 그래. 야훼는 인간을 양으로 보는 거지. 이사악을 살려줬던 것도 먹고 싶은 걸 꾹 참고 양을 대신 먹은 거야.”

성곡은 피식 웃었다.

“그럼 양들의 목자라는 신부나 목사는 사람 목장 운영해서 야훼한테 잡아 바치는 양치기겠다.”

“그렇지!”

하며 오스카가 웃었다.

성곡이 말했다.

“난 누가 야훼한테 잡아 먹혔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어.”

“야훼라는 이름한테야 그렇지. 다른 이름한테 인신 공양이나 피의 제물 이야기는 숱하게 들었을걸? 그 신은 이름이 많아. 어느 게 진짜 이름인지도 모르고.”

하며 오스카가 포도주가 묻은 입가를 닦았다.

“이 집 가서는 톰 아파, 저 집 가서는 샐리 아빠 하는 것처럼, 다른 민족한테는 다른 이름으로 다른 걸 요구할 수도 있으니까.”

음성을 낮춘 오스카의 목소리가 섬득했다.

성곡은 포크를 내려놓고 말았다.

“진담 같다. 젠장.”

“A dog eats a bone, Dogs eats a dog. (개가 뼈를 먹고 개들이 개를 먹어). 뭘 그걸 가지고 그래. 진짜 사람고기도 아닌데.”

하고 오스카가 웃었다.

그리고,

“아무 것도 모르면 사는 게 그냥 '섭리'야. 알면 알수록 알기 어려운 게 '섭리'고. 왜 그런 줄 알아?”

하고 덧붙였다.

“몰라.”

성곡이 대답하자 오스카가 손짓으로 성곡이 얼굴을 가까이 하게 만들어 귀에 대고 속삭였다.

“위험하거든. 자기를 객관할 줄 아는 생명체가 '섭리'를 알게 되는 건 위협이 되기 때문이야.”

“누구한테?”

오스카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신. 그들은 피조물이 자기들이 만들어 놓은 창조물을 제멋대로 망가뜨리는 걸 안 좋아하거든. 자기들도 '섭리'에 따라서 신이 됐으면서.”

성곡은 잔 가득 포도주를 따라서 한 번에 들이켰다.

“울타리에 갇힌 기분이다.”

“네가 좀 위험한 데가 있긴 했지만, 어쩌다가 어렵게 사는 길을 밟게 된 거야?”

하고 오스카가 물었다.

성곡이 말했다.

“전 MP가 하이잭커였어. 내 몸을 뺏으려 했는데, '어쩌다가' 죽여버리면서 일이 꼬인 거야. 진짜 죽었는지는 아직도 확신할 수 없지만 말이야.”

”확실히?”

“법적으로는 조금 애매해. 그 상황에서 죽이고 싶기는 했지만 그렇게 한다고 죽을 줄은 몰랐거든. 또 진짜 죽은 것도 아니었고. 사람이 아니다보니까 마땅히 'Kill'을 정의하기도 어려워. 적용법규도 마찬가지.”

성곡은 오스카가 변호사니까 법적인 문제를 함께 말했다. 그러나 오스카는 자기가 아니면 남이 죽는 것에 대해서는 별 관심없었다. 대신,

“오리진은?”

하며 눈을 반짝였다.

“지구인 중에서 오리진 있는 사람 본 건 너뿐이다. 이전에도 희미한 흔적이 있어서 신기했는데 결국 가져버렸네. 거..... 네 아버지라고 뻥친 그 사람하고 연관있는 거야?”

오스카는 성곡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았지만 성곡이 모르는 것도 알진 않았다.

사피로에 대해서는 알았지만 그 사피로는 성곡이 마술 좀 하는 점잖은 노인네라고 알던 사람이었다.

“그래. 젠장, 그런데, 가버렸어. 떠나버렸다고.”

“내가 그 사람에 대해서 생각해봤는데, 너 혹시 눈에 안 보일 수 있어?”

성곡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스카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너 끝내주는 손가락질 그거. 그거..... 펄비즈 맞겠구나.”

성곡이 오히려 물었다.

“그거 유명한 거야?”

오스카가 대답대신 양고기를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1분 정도 씹어 삼키더니 다시 포도주를 한모금 마시고 말했다.

“이 집 다음에 오지마자. 질기다. 나 이제 알았다. 그 사람 누군지.”

“사피로 선생님?”

오스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성곡의 얼굴에 언찮은 기색이 아주 짙게 피었다.

“너 사피로 선생님도 아는 거야?”

같이 잤느냐는 물음이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사피로 선생님과 그렇게 얽히는 건 아주 싫었다. 혐오감이 들 정도로. 사피로는 성곡의 마음속에서는 아버지기 때문이다.

오스카가 재빨리 말했다.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 난 만난 적도 없어.”

성곡의 표정이 조금 풀렸다.

“그럼 어떻게 알아?”

“유명하니까. 전설이니까.”

하고 오스카가 짧게 말했다.

성곡은 자기도 모르게 오스카에게 더 다가가며 물었다.

“어떻게 유명한데?”

오스카가 말했다.

“다 알지도 못하지만 아는 것도 다 말할 순 없어. 아직 나한테 등급해제되지 않은 것도 있거든. 말해도 되는 것만 말해줄게.”

정작 성곡은 사피로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오스카가 말해준다고 하자 귀를 더 가까이 가져갔다.

오스카가 말했다.

“그 시인은, 음, 다른 이름이 많지만 내가 부를 수는 없어. 겁나거든. '시인'이라고 불리는 걸 제일 좋아하니까 그건 괜찮고. 하여간 그 시인은 펄비즈를 사용했다고 알려진 마지막 4인 중에 한 명이야. 신이 아니면서 펄비즈를 썼어. 음. 혹시 몰라. 지금은 신이 되어버렸는지도.”

시인이라 불리는 걸 좋아한다는 건 성곡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가끔 그가 시집을 손에 들고 있는 것을 봤으니까.

“펄비즈는 원래 신이 쓰는 건가?”

하고 성곡이 의아하게 물었다. 그에게는 가장 쓰기 쉬운 기술이고 많이 썼던 것이 펄비즈였다.

오스카가 말했다.

“또는 신이 선택한 자나 스스로 신이 될 수 있는 자가 쓴다고 알려져 있어.”

“겨우 펄비즈가? 쓰임새가 많기는 하다만.”

펄비즈를 쓸 수 있는 성곡은 펄비즈의 가치를 그렇게 높게 볼 수 없었다. 과대평가 된 것 같았다.

“에휴.”

하고 오스카가 한숨을 쉬었다.

“아는 거 같다가도 물어보면 모르고. 너 정말 참..... 신이 아니고 누가 여의주 열 개를 가질 수 있겠어? 진주구슬 그거 다 여의주야. 그것만 잘 쓸 수 있으면 못할 게 없어. 제발 나 하나만 줘라.”

“그게 그런 거였어?”

성곡은 그럴 가능성도 있겠구나 싶었다.

“사피로 선생이 유명한 건 그때문이야?”

오스카가 말했다.

“그건 그냥 그렇다는 거고. 그 시인이 유명한 건...... 싸움을 잘해. 전쟁 말이야. 전투를 시작하기 전에 '환희의 행진곡'이라는 음악을 트는데, 음악이 들리는 모든 곳은 그 시인의 전쟁터가 되어버려.”

“선생님은 '군인'이었구나. 어쩐지 자세도 꼿꼿하고 머리도 짧게 깎고 단정 부리더라니.....”

하며 성곡은 사피로의 모습을 떠올렸다.

오스카가 급하게 정정했다.

“'시인'이라니까. 그런 말은 싫어한다고 들었어.”

“전쟁했다며. 그럼 군인이지.”

“그러면 난 더 말 못해.”

하고 오스카가 입을 닫았다.

성곡이 달랬다.

“조금만 더 말해봐. 응? 내가 더 듣고 싶어서 그랬어.”

“그럼 딱 한 마디만.”

하고 오스카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분...... 시인은, 차원 4개 제국과 우주 5개 제국 연합 세력과 싸웠어. 신들이 중재해서 전쟁은 멈췄는데, 그 과정에 신 둘을 죽였어. 그래서 전쟁은 끝났지만 신들과 원수가 되었지. 여기까지가 내가 말할 수 있는 전부야.”

오스카는 눈으로 주위를 힐끔거렸다.

성곡이 황당해 있다가 말했다.

“그럼 '나 카를 사피로' 잘 알아 한 마디만 하면 끝나는 거 아니야? 괴물들이 다 알아서 피할테니.”

“입 다물어. 그랬다간 아무도 널 못지켜. 다른 신이라면 몰라도 그 시인이라면 너 죽이려는 사람이 목성까지 줄세우고도 남을 거니까. 전 우주에 쫙 깔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오스카의 말에 성곡은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넌 정말 어려운 길에 선 거야. 살아남기 어려운 길 말이야. 펄비즈를 가졌으니 그분..... 시인처럼 강해지든가 아니면 신이 되든가. 살아남으면 그렇게 되겠지만.”

오스카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성곡이 왼손 중지에 있는 반지 블랙벨을 슬며시 만지며 말했다.

“이걸 받았는데, 이것도 남들이 다 알아보나?”

“그걸 누가 알겠어? 그분 시인을 직접 만나본 사람은 거의 없을텐데. 그런데 그거......”

하며 오스카가 말을 끌었다. 확신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성곡이 시인했다.

“전함이야.”

오스카의 얼굴이 노랗게 변했다. 그리고 거의 들리지도 않는 소리로 물었다.

“블랙벨?”

성곡이 고개를 끄덕였다.

“맙소사. 이 S.O.B. 너 정말 그분하고 가깝구나. 진짜 아들이었던 거야?”

오스카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아들이라는 말에 성곡은 쓸쓸하게 대답했다.

“가짜 아들. 데려온 의붓자식보다 못해.”

“그런데 그걸 줘? 친자식도 아까워 못줄 걸?”

성곡이 그렇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심통이 나서 말했다.

“때린 게 미안했나 보지뭐. 뺨맞고 기절도 했어.”

오스카는 결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길길이 뛰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성곡의 말은 한쪽 귀로 듣고 흘려 대꾸도 안 했다.

“그거. 차원 전쟁 때 전 차원을 농락한 거야. 그거 없었으면 9제국 연합과 전쟁도 못했을 수 있어.”

그들의 대화와 오스카의 발광은 성곡이 스펙터 빌리 중에서 소리를 속이는 방식을 사용해서 음악소리에 녹여 넣어 아무도 못 듣게 했다.




이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함께 해주시길 바랍니다. 번거로우시더라도 읽을만하면 추천해주시고, 모자라는 부분이 있으면 댓글로 격려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현세 전쟁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0 26. 블랙메일 from 도플갱어 21.04.08 16 0 12쪽
39 25. 권력의 빛 또는 그림자 - 인간으로 살다가 인간으로 죽게 21.04.07 20 0 14쪽
38 24. 수영장의 접시들 - 지구를 지키는 괴물들 21.04.06 16 0 10쪽
» 23. 시인의 이름 - 두 명의 신을 죽인자 21.04.06 15 0 10쪽
36 23. 시인의 이름 - 더 야해 21.04.05 13 0 8쪽
35 22. 우주의 철옹성 21.04.05 16 0 11쪽
34 21. 아이러니에 종속되다 - 사랑 혹은 혼란 21.04.04 14 0 9쪽
33 21. 아이러니에 종속되다 - 이자벨 존속살인 21.04.04 15 0 10쪽
32 20. 헤드 헌팅 21.04.02 18 0 14쪽
31 19. Some woman Oscar Crane. 어떤 여자 오스카 크레인 21.04.02 16 0 17쪽
30 18. 천천히 폭주하다 - 수영장 21.04.02 17 0 7쪽
29 18. 천천히 폭주하다 - 테이블 밑에서 21.04.02 14 0 7쪽
28 17. 시험의 종소리 - 델모어의 수작 21.04.01 21 0 7쪽
27 17. 시험의 종소리 - 괴물 속의 평온 21.04.01 17 0 8쪽
26 16. 블랙벨과 초상화 21.03.31 17 0 12쪽
25 15. 자기만의 괴물 - 선택받는 강함 21.03.30 20 0 9쪽
24 15. 자기만의 괴물 - 세균과 박테리아 21.03.30 18 0 9쪽
23 14. 반신의 거동 21.03.29 20 0 13쪽
22 13. 생명 창조의 화요일 밤 - 탐색 21.03.28 23 0 15쪽
21 12. 메이요의 표본 수집가 - 동행하는 적 21.03.27 18 0 9쪽
20 12. 메이요의 표본 수집가 - 골렘 지배 21.03.27 18 0 9쪽
19 11. 너 내꺼 - 확인사살 21.03.26 19 0 10쪽
18 11. 너 내꺼 - 캐캐묵은 소리 21.03.26 17 0 11쪽
17 8. 늑대들의 기법전수 - 거짓말까지 잘 배웠다. 21.03.25 19 0 8쪽
16 10. 늑대들의 기법 전수 - 죽을까? 그럴리가 있나. 21.03.25 17 0 8쪽
15 9. 흑백 오셀로 21.03.24 20 0 10쪽
14 8. 침대 회담 - 변호사 본능 21.03.23 21 0 11쪽
13 8. 침대 회담 - 드라이아드 21.03.23 20 0 10쪽
12 7. 옛날 옛적에 어느 변호사가 - 역습 21.03.22 21 0 10쪽
11 7. 옛날 옛적 어느 변호사가 - 거울 잠궈 21.03.22 17 0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EarlGrey'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