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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세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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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rlGrey
작품등록일 :
2021.03.17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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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08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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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06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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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수영장의 접시들 - 지구를 지키는 괴물들

모든 내용은 순수 허구입니다. 특정 인물, 회사나 단체, 학교와 아무 연관없습니다.

이 소설은 Earl Grey의 '문화 소설'입니다.




DUMMY

24. 수영장의 접시들




오스카는 흥분을 삭이지 못하고 쫑알거렸다.

성곡이 호텔 앞에 데려다 주자 차에서 내리지 않고 한참을 더 떠들었다. 뒤에 선 차들을 방해할 수 없어 차를 주차장으로 옮겨야 했다.

오스카는 성곡에게 당부했다.

“내 말 잘 들어. 너 죽으면 다 죽는 거야. 그 시인 성미에, 네가 죽었다면 지구고 태양계고 다 박살 내고 다 죽여. 태양계 자체가 먼지가루로 변해 버릴지도 몰라. 태양계 정도는 그 시인이 부셔 버렸던 것들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란 말이야.”

“걱정할 거 없어. 나 죽어도 별 일 안 생겨. 사피로 선생님은 나한테 알아서 살아남으라고 했어.”

하고 성곡이 말해도,

“그건 네 경우고. 그분은 너 죽고 나면 다 부셔 버릴거니까 그렇지.”

하고 말했다.

성곡은 정말 그럴까 싶으면서도 차라리 그렇게 해주면 고마울 것 같았다.

오스카가 한숨을 쉬었다.

“내가 널 데리고 멀리 숨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인데.”

성곡은 대답하지 않았다.

갑자기

“하자.”

하면서 달려들지 않는 것만해도 오스카는 점잖다.



위원회가 급하게 소집되었다.

델모어는 경황이 없어 허둥지둥 수영장으로 달려갔다. 풀 주변에 경계등만 켜져 있는 수영장 구석에서 델모어는 위원으로서 자기의 신분을 증명하고 위치를 알리는 열쇠를 놓았다.

순간 그녀의 앞으로 두 줄을 지은 접시들의 모습이 나타났다.

“델모어 위원, 늦었군.”

하는 소리가 들렸다.

“소문이 좋지 않던데 자네한테도 무슨 일이 생겼는가?”

“회사에서 짤렸다는 말이 있던데.”

델모어는 서서 풀장 옆을 조금씩 걸으며 말했다.

“변화가 좀 있었습니다. 여기는 코크 집입니다. 레즈니코프씨가 살던 바로 그 집이고, 저도 여기에 살게 되었습니다.”

“코크와 함께?”

“그렇습니다. 회사에는 나가지 않을 것입니다.”

“임무 수행에는 그 편이 더 나을 수도 있겠군. 함께 산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델모어가 속였기 때문에 위원들은 지금의 성곡이 복제인간인줄 안다.

“요리도 하고 청소도 합니다.”

“입고 있는 옷이..... 수영복으로 보이지는 않는군.”

“급하게 왔습니다.”

하고 대답하며 델모어는 위원들이 그 정도로 자기에 대한 의혹을 거두고 착각해주기를 바랐다.

누군가가 말했다.

“알만하군. 델모어 위원의 헌신에 감사하네.”

“쉽지 않은 결정을 했군. 우리 모두를 위한 큰 공을 세우길 바라네.”

죽고 싶을 만큼 치욕적이지만 목숨과 자리는 지켰다.

빅토리아즈 시크릿 모델 같은 차림으로 안도한 델모어가 물었다.

“저로 인해 위원회가 소집되었습니까?”

“그렇지 않네. 이제 본 논의를 시작하세.”

“방금 전에 보고가 들어왔어. 태양계 외곽에서 대규모 충돌이 있었고, 파괴자 13척이 나타났다가 바로 소멸되었다는 내용이야.”

“대략 7시간 전이네. 해왕성에 띄워둔 인공위성에서 목격된 사실이네.”

위원회 산하에는 태양계 전체를 감시하는 시스템이 있다.

“자네는 별도 조직이 없어서 아직 모르는 모양이군. 천천히 만들게. 위원으로서 업무 인수인계도 빨리 하도록 하고.”

“감사합니다. 서두르겠습니다.”

하고 델모어가 말했다.

이후 진행된 회의는 이 사람들이 과연 자기가 알던 그 위원들이 맞는가 싶을 정도로 진지했다.

“파괴자가 소멸했다고 보지만 스스로 물러갔거나 은신했을 가능성도 있다. 현재 '지구보존방위연합'의 다른 조직들과도 의견을 교환하는 중이야.”

“지구를 노리는 자들이라면 우리가 지켜야 하니까.”

지구보존방위연합은 외계나 이계에서 지구로 온 여러 종족과 세력이 뜻을 모아서 결성한 거대단체였다.

목적은 말 그대로 지구를 지키기 위한 것이었고, 이에는 외계 침략에 대비하는 것과 각 분야에서 지구의 발전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었다.

델모어는 성곡의 입장에서 생각하기도 하는 중이라 어느 위원이 한 저 말이 성곡에게 얼마나 터무니없이 들릴지 생각해보았다. 지구를 지키는 이계 괴물이라니.

델모어는 인간들은 모르고, 알아도 좋아하지 않을 자기들의 노력과 희생을 과연 해야 하는지에 의문이 생겼다. 깊은 내면에서 생겨나기 시작한 분노였다.

“침략인지 확실하지는 않군요.”

“조사 중일세. 언젠가는 여기도 침략자가 올 거라고는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벌써 조사단이 출발 준비를 마쳤고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비상사태가 선포되었네. 방위군은 준 전시상태 경계에 들어갔고.”

델모어는 아직 지구가 침략당한 적이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지구는 우주 전체로 보자면 오지에 있는 작은 오아시스나 마찬가지였다. 한 마디로 이 작은 별은 우주 거대 제국이나 왕국, 공화국의 관심을 받을 만하지 않다.

지구인은 자체 무력으로 외계인이나 이계인의 침략을 방어할 능력이 없다.

'연합'에서 촉진하고 있지만 아직 지구인은 모든 힘을 다 모아도 '파괴자'하나를 상대하지 못한다. 연합이 지구 외의 행성들에 지구 방어 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럼 오늘 의제는 '연합'과 관련된.”

“공식적으로 우리는 연합에 보낼 대표가 없는 실정이다.

부위원장이 위원장을 대리하고 있지만 내부 업무에 대해서고, 공식적으로 우리 모두를 대표하기 위해서는 선임절차가 필요하다.”

부위원장이 말했다.

“나는 이 번 사태가 우리 조직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본다. 우연히 일어나는 일은 없으니까. 우리가 발견한 신의 흔적이 어떤 형태로든 얽혀 있을 게 분명하다.”

“의제는 두 가지다. 부위원장이 우리를 대표해서 연합에 참석하는 것에 동의하는가 하는 것과, 우리가 알게 된 정보를 연합과 공유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먼저 부위원장이 대표로 연합에 참석하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지.”

“나는 찬성.”

몇 명이 찬성을 외쳤다.

위원회는 무기명 투표나 익명 표결이 없다.

델모어도 찬성했다.

하지만 한 위원이 못을 박았다.

“부위원장이 위원장이 되는 건까지는 찬성하네. 하지만 지금은 시기가 아니고, 결석이 될 부위원장 자리를 누가 맡을지는 고려가 필요하네. 솔직히 경쟁도 심할테고.”

부위원장이 말했다.

“그러면 공식적으로 위원장에 취임하는 것은 부위원장이 정해진 후로 하지. 3개 월 후에 부위원장 선출을 하기로 하고.”

“이의 없다.”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다.

부위원장이 물었다.

“정보 공개 문제는 중요하다. 함부로 공개하면 전 위원장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얻는 게 없고, 공개하지 않으면 모두를 적으로 돌릴 가능성도 크니까.”

“공개하고, 부위원장이 말한 대로 지금 상황이 이 비밀과 연관이 있는 것 같으니 상황의 주도권을 가지는 건 어떤가?”

“쉽게 생각하는군. 공개한다는 건 우리를 다 드러내는 것과 마찬가지요. 특히 새 위원인 델모어양과 역할까지 모두. 그건...... 델모어양에게 명예롭지 못하오.”

“우리 의사와 다르게 흘러갈 가능성도 있소. 연합이 상황에 대한 주도권을 주는 대신 직접 코크를 상대하겠다고 나서면.”

“공개하지 않는 게 나을 듯하군. 한데, 그럼 레즈니코프 전 위원장의 죽음을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모르겠군. 곧 공식적으로 발표해야 할텐데.”

부위원장의 말이었다.

하이잭커를 죽이는 건 매우 어렵다.

하이잭커가 죽는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끈질긴 생명은 신이나 신의 기술이 아니라면 좀처럼 끊을 수 없다.

더구나 6백 년 이상이나 되는 자연 수명을 가진 하이잭커인데 레즈니코프는 활동력으로 봐서 그보단 훨씬 젊었다.

델모어가 말했다.

“사망 원인을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그럼?”

하고 부위원장이 물었다.

델모어가 말했다.

“실종되었다고 하면 됩니다. 저는 아직도 그가 정말 죽었다고 믿기지 않습니다. 어딘가에 그의 크루(crew, 선원, 하이잭커의 일부)가 남아 있을 거라 봅니다.”

“그렇다고 해도 그는 레즈니코프씨가 아니야. 그의 조각일 뿐이지. 우리가 알던 레즈니코프 위원장은 죽은 거야. 하지만 아주 틀린 말은 아니군.”

“난 델모어 위원의 제안에 찬성하네. 문제는 이후에 우리가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가 되는 거로군.”

델모어가 말했다.

“문제가 되지 않도록 하거나 문제가 되어도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가져야겠지요. 빠른 시일 안에.”

“내전을 미리 준비하자는 소리로 들리는군.”

델모어는 부정하지 않고 말을 돌렸다.

“힘을 갖자는 것입니다.”


회의가 끝났다.

델모어는 자기의 열쇠를 주우려다 털퍽 주저앉고 말았다.

몸이 심하게 떨렸다. 그러나 살았다.

접시로 하는 접시 회의가 아니라 실제 만나는 회의였다면 오리진이 제거된 사실을 숨기지 못했을 것이다.

시간이 늦었지만 델모어는 뉴욕장로병원 지하에 있는 랩으로 전화해서 아직 자기의 지배가 유효한지 확인했다. 유효했다.

'난 위원이야.'

델모어는 속으로 다짐하듯이 말했다.

목표로 했던 것은 처음부터 위원회였다.

지금 신세가 고달프기는 하지만 성공했다고도 할 수 있다.

다 해석하고 받아들이기 나름이다.

델모어는 얼마든지 자기가 더 나아갈 수 있다고 확신했다.

지금의 어려움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살아남고 성공하기 위해서, 그 순간까지는 무엇이든 다 감당할 수 있다며 자기를 격려했다.




이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함께 해주시길 바랍니다. 번거로우시더라도 읽을만하면 추천해주시고, 모자라는 부분이 있으면 댓글로 격려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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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 수영장의 접시들 - 지구를 지키는 괴물들 21.04.06 17 0 10쪽
37 23. 시인의 이름 - 두 명의 신을 죽인자 21.04.06 15 0 10쪽
36 23. 시인의 이름 - 더 야해 21.04.05 13 0 8쪽
35 22. 우주의 철옹성 21.04.05 16 0 11쪽
34 21. 아이러니에 종속되다 - 사랑 혹은 혼란 21.04.04 14 0 9쪽
33 21. 아이러니에 종속되다 - 이자벨 존속살인 21.04.04 15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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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18. 천천히 폭주하다 - 테이블 밑에서 21.04.02 14 0 7쪽
28 17. 시험의 종소리 - 델모어의 수작 21.04.01 21 0 7쪽
27 17. 시험의 종소리 - 괴물 속의 평온 21.04.01 17 0 8쪽
26 16. 블랙벨과 초상화 21.03.31 1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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