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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스트렌
작품등록일 :
2021.03.17 19:01
최근연재일 :
2021.04.05 14:55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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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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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1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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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상진과 현양

DUMMY

소파에 앉아 있을 현양은 어디론가 사라졌었다.


정신 차리고있다가, 무전기에서 응답이 오는걸 깨달았다.


"원율 선배! 거기 계시죠?"


무전기에서 원망스러운 목소리가 스며 나왔다.


무어라 말하는 목소리가 지속될수록 무전기의 전파는 흐려져갔다.


상진은 전파가 끊키는 것을 알지못한 모양이다.


걸음 폭을 넓히며 모니터 쪽으로 뛰어갔다.


모니터에서는 작은 상진과 현양의 모습이 송출되고 있었다.


"자, 이렇게 들어와보니 어때?"

"여기가 머릿속···?"


아직 이해가 안되는 얼굴로 새까만 세상을 둘러보는 현양의 눈동자는 방황하기만 했다.


"푸흡! 그냥 내 뒤 따라와~"


순수한 현양 덕에 웃음이 새어나온 상진은 손을 뒤로 빼더니, 따라오라는 제스처를 했다.


신입의 등장은 처음이라 상진도 예전보다 텐션이 높아보였다.


상진은 허공에 손짓을 하더니 상자를 꺼냈다.


현양은 상자 안을 손으로 휘젓더니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였다.


신호탄.


페인트.


스티커.


그 외의 것도 있었으나 알아볼 수 없는 도구 잔치였다.


"이게 다 뭐죠?"


상진은 어깨를 으쓱 하며 상자를 건들거렸다.


"이걸로 배경 만들때 사용할거니까 냅둬."

"배경을 만든다고요?"


윙크와 함께 날라가는 검은색 신호탄.


신호탄은 상층권까지 올라가더니 잠시 멈칫하다가 번쩍하며 폭발했다.


폭발한 동시에 상상했던 적색 연기와 달리 검정색 연기가 하늘을 뒤덮었다.


순식간에 하늘을 메꾸는 신호탄을, 현양은 입을 벌린 채 보고만 있었다.


"무려 원율 선배가 만드신 거라고! 대단하지?"


현양은 옆에서 입을 틀어막고 웃는 상진을 바라보더니,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자 자, 입은 이제 닫고 나머지 일이나 끝맞히자."


손뼉을 친 상진은 현양에게 스티커와 붓을 건네주고서 하늘을 향해 손짓했다.


"이걸로 뭘 하는 거죠?"

"바탕을 만들었으니 이젠 꾸며야지."


붓으로 마법 봉을 휘두르는 듯한 몸짓을 하더니, 곧바로 하늘 쪽을 향했다.


"여기는 도화지 속이라고 생각하고 그림을 그려."


화가로 빙의한 상진은 반투명한 상자를 들고서 다른 쪽으로 이동했다.


안내해준 상진을 잃은 현양은 붓과 페인트만이 손에 들렸으나, 무슨 일을 해야하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


상진은 땅을, 현양은 하늘을.


원율은 모니터 속에서 마우스를 옮겨가며 부가적인 에셋을 쥐어주기 바빴다.


단지 검은색 밖에 없었던 하늘에 별과 달 스티커가 붙여지며 현실의 밤 풍경과 비슷하게 변해갔다.


땅을 꾸미던 상진은 슬며시 위로 고개를 올려다보았다.


까맣기만 했던 평범한 하늘은 은하수마냥 별이 수놓여져 있었다.


"이야~ 제법인데? 어디 미술이라도 배웠나봐?"

"그냥 독학으로 배웠죠."

"이대로면 성공적으로 고객님을 만족시킬 수 있겠는걸!"


상진은 주먹을 불끈 쥐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왠지 전보다 더 열심해진 모습으로 변했다.


그렇게 몇 시간동안 꿈 속을 꾸민 후에,


"이 정도면 캡처하고서 미술관에 내놔도 손색이 없겠는걸."

"잘했어. 이제 드리머 벗고서 다시 복귀해."


상진은 떠다니는 카메라를 통해 모니터 너머의 원율에게 충성을 했다.


반면에 현양은 뻘쭘한 기색이 역력하다.


"처음 일한거 치고는 잘했네. 다음에도 그런 식으로만 해."


원율은 눈웃음을 지으며 현양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현양은 동공이 확대되다가 고갯짓을 하며 희미하게 웃었다.


"일단 수고했으니까 차라도 끓여다 줄게."


머리에서 손 뗀 원율은 자리에서 일어나고서 주전자로 걸어갔다.


"저기··· 상진 씨 맞죠?"

"아··· 어 맞지! 그치."


어색한 분위기를 깰려는 현양의 말에 멍하니 원율을 주시하던 상진은 휘둥그레하는 동시에 말이 튀어나왔다.


"무슨 일 있어요? 멍 때리고 있으시길래요."

"별거 아냐."


애써 웃음을 지어보이려는 상진의 표정에 현양은 고개를 기울이더니, 말을 이어나갔다.


"이번 일은 쉬운 편인가요? 분명 생명에 지장이 있을거라고 하셨는데···."

"원율 선배께선 원래 걱정이 많으시거든. 네가 이해 좀 해줘라."


현양은 상진의 말에 손으로 턱을 괴며 생각에 잠기다가 다가오는 원율에게로 시야를 옮겼다.


"따뜻한 차가 왔습니다. 다들 맛있게 마시세요."


원율은 부드러운 어조로 말하며 녹색빛 차가 들려져 있는 쟁반을 탁자에 내려놓았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녹차에 화색이 도는 현양은 찻잔으로 손을 뻗었다.


"잠깐!"


갑작스레 침입해오는 상진의 손길.


손길은 곧 현양의 손을 차단하더니 파랗게 질린 얼굴이 나타났다.


"선현양 씨랑 바람 쐬러 갈께. 미안."


떨려오는 상진은 화목한 분위기를 삼키고는 현양의 팔을 이끌어 밖으로 달려나갔다.


황급히 닫히는 문 안에서는 당황스런 원율의 표정만이 남겨졌다.


회사 밖까지 현양의 팔을 잡은 상태로 나왔다.


원율과 마찬가지로 이해가 안가는 현양은 숨을 고르는 시간이 남아돌고도 물음표를 머리 위에 띄우고 있었다.


"왜 갑자기 나오신 거예요?"


답답한 폐를 진정시키려 가슴을 여러번 두둘기는 상진은 고개를 빠르게 젓고서 입을 열었다.


"바람이 쐬고 싶어서 말야. 근처에 박물관 있는데 가볼까?"


현양의 물음을 무시하고는 상진은 곧바로 박물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궁금증이 목까지 올라왔으나, 일단은 상진에게 맞춰주기로 한 현양은 아무 말없이 따라갔다.


어느 정도 걸어가자 'DREAM'이라는 거대한 표지판이 네온 사인을 그리며 두 사람을 맞이했다.


박물관에 들어서는 상진은 안내책자를 들어올리더니 앞표지에 대놓고 박혀진 원율의 사진을 툭 툭 쳤다.


"원율 선배가 바로 이 회사를 만들때 같이 도모하신 분이셔."

"정말로요?"


상진은 되물음하는 현양에게 신뢰의 끄덕임을 선사하고는 박물관으로 들어섰다.


박물관의 외관엔 요즘엔 보기 드문 석재벽이 깔린 모습으로 상진과 현양은 반겼다.


박물관 정면에는 회사의 유래와 설립자들의 초상화가 진열되어 있었다.


물론 초상화들 중의 하나에는 사무실에서 본듯한 얼굴의 소유자도 걸려있었다.


"이쪽에는 지금까지 이 회사로 인해 삶이 뒤바뀐 사람들의 이름이 적혀진 곳이야."


빙글빙글 돌며 나레이션 목소리를 내는 상진이 화려한 몸동작으로 박물관 안을 가리키며 뛰어다녔다.


아무래도 현양은 박물관에는 관심이 없는지 상진이 설명하는 내내 듣는둥 마는둥 식으로 걷기만 했다.


눈치가 없는 상진은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설명만 늘여뜨리고는 달이 모습을 보일 때쯤, 허리가 축 쳐진 상태로 박물관을 나왔다.


"입이 닳아없어질 것만 같아."


말꼬리를 흐리며 힘없이 걸어가는 상진에게 박물관 안에서 조용했던 현양이 문뜩 운을 떼었다.


"저기, 궁금한게 있는데 질문해도 되나요?"

"아아 물론이지. 뭔데?"

"원율 선배님께선 왜 이 직업에 종사하시게 되신지 아세요?"

"세상을 바꾸신다고 하셨었나."


안들릴 정도로 작게 입을 연 상진을 고개를 한 반향으로 기울인 채로 보았다가, 현양은 마지못해 납득하고는 고개를 앞으로 돌렸다.


어두워진 하늘색을 확인한 상진은 출입문으로 고갯짓을 하더니, 현양과 적당히 발폭을 맞추며 걸어갔다.


상진과 현양은 조용히 걸어가서 사무실 앞까지 안전하게 도달했다.


문을 조심스레 열고서 안으로 들어서자, 의자에 앉아있던 원율과 눈이 마주쳤다.


"뭐하다 이제 왔어? 시간이 언젠데."

"이 회사에 대해 알려주고 왔죠. 하하."

"웃지만 말고 남은 일 많이 있으니까 처리하고 자도록 해."


사무실에서 나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 듯이, 원율은 나오기 전과 나온 후의 분위기와 정반대였다.


상진이 얼어붙은 분위기를 어떻게든 풀려고 하던 찰나에, 원율은 현양에게 할 일을 맡기고는 사무실 밖으로 내보냈다.


현양이 없어지고서 원율과 상진만 남게 된 사무실 안에서는 잠잠한 공기만이 흘렀다.


"왜 말 안했어."

"타이밍을 못 재가지고. 미안하게 됐어."


원율은 한숨을 내쉬며 미간을 짓누르더니 상진을 노려보았다.


"내가 까먹게 되면 대신 네가 말해줘야해. 안그러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알겠습죠."


뒷짐을 진 채로 고개를 끄덕이는 상진에게 원율은 서류를 이리저리 돌리다가 질문을 건넸다.


"내일도 너희 둘한테 맡겨도 되겠나?"

"내가 경력이 얼만데 그걸 못하겠냐."

"경력은 무슨. 제대로된 실습도 안했으면서."


상진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말하는 원율에게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잘할 수 있는걸 증명해주지."

"믿기 힘든걸."


책상에 사뿐히 착지하는 서류.


턱을 두둘기는 원율의 손가락.


생각을 끝마친 원율은 손가락을 멈추더니, 상진을 향해 눈동자를 맞추고선 입을 열었다.


"실수 일어나는 순간 끝날 줄 알아."

"오케이!"


상진의 반응을 보니 초조한 표정에서 몇 초만에 환한 얼굴로 바뀐다는게 어렵지만은 않은 것 같다.


성공의 춤사위를 뽐내는 상진을 보며 내쉬어지는 한숨이 공기에 스며들며 밤이 지나갔다.


하늘에 떠있는 회색빛으로 반만 보였던 원의 형태가 노란빛으로 누워져 있는 모습이 될쯤, 사무실의 문이 두둘겨졌다.


"계시나요?"

"어으아 뭔 일이야?"


상진은 대낮부터 들린 노크 소리가 어지간히 반가운 모양인지 제대로된 언어도 구사하기 힘들어보였다.


"저, 선현양이예요."

"현양?"


기억의 조각을 끼어맞추는 상진은 그제서야 정신이 드는듯 펼친 손바닥에 주먹을 콩 하며 치더니, 가운을 입고서 문을 열었다.


현양의 눈동자에는 어제 왔던 사무실의 풍경과 서로 교차되었다.


어제와 비슷한 풍경이었으나, 바뀐 딱 한 가지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고의로 모자이크 처리된 큰 창문 너머에 비어있던 의자에 한 남자가 앉아있었다.


"저 남자는 누구시죠?"

"오늘의 의뢰자. A급인 만큼 오염율이 높으니까 들어가기 전에 서류 확인부터 해."


책상에 있던 커피를 홀짝이며 현양에게 답변한 원율은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탁자로 향하는 손가락.


탁자 위에는 서류가 정돈되어 있었다.


서류에 써져 있는 것은 간단명료했다.


「이름은 김철수 103.(A급)


직업은 군인.


전쟁에 관한 기억 소실을 원함.」


"서류 다 확인하면 상담룸으로 이동해."


모든게 정상적으로 보였으나 이름이 유난히 수상하다.


원래 이름 옆에 숫자를 표시했었나?


서류를 다 확인한 현양은 일말의 궁금증을 품은 채, 서류를 품에 안고서 이동했다.


노련하게 준비를 끝마친 상진 또한 머리 위로 엄지를 치켜세우며 현양을 격려하고 있었다.


"실수 없도록 해."


진심 어린 원율의 말을 들은 후, 상진과 현양은 복잡한 심정으로 상담룸을 향해 걸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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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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