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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스트렌
작품등록일 :
2021.03.17 19:01
최근연재일 :
2021.04.05 14:55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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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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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22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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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3)

DUMMY

현양인 줄 알았던 존재는 상진을 보며 손을 꿈틀거렸다.


손은 곧 송곳으로 변하더니 공기를 꿰뚫으며 상진의 옆으로 내질러졌다.


"치잇!"


상진은 잡힐만한 연장을 찾기 위해서 손을 있는대로 허우적댔다.


공간에서 하염없이 맴돌았던 손가락에는 끝내 감촉을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이거나 먹어라!"


공간 속에 먹혀진 손이 모습을 드러내더니 괴물같은 존재에게 내비쳤다.


페인트를 흩날리며 등장한 것은,


"브러쉬···?"


망했다, 큰일 났다, 돌이킬 수 없다.


다시 한번 몸이 괴상하게 뒤틀리는 존재는 몸 가운데에 볼록해지더니 그대로 상진에게로 향했다.


"방호벽 가동."


-카각!


죽음을 예견하고 몸을 움츠렸지만, 결과는 정 반대로 일어났다.


눈 앞에는 공간이 일그러져 있는 것으로 보이는 큰 벽이 상진과 괴상한 존재 사이를 가로막고 있었다.


갑작스런 벽의 등장에 상진은 사고가 멈췄는지 말조차도 나오지 않았다.


그런 상진을 향해서 무전기가 뇌 대신 명령을 내려주었다.


"뭐하고 있어. 빨리 도망가!"


무전기에서 나오는 원율의 목소리는 상진의 정신에 번개를 치게 만들기엔 충분했다.


그 후에는 당연히 36계 줄행랑.


오로지 도망에만 정신을 집중한 채로 달린지 어연 1시간이 되가고 있었다.


다리도 더이상 힘을 보태지 못하는 듯이 맥이 풀리면서 몸이 앞으로 기울여 넘어졌다.


허둥지둥거리며 뒤로 눈을 넘겨봤으나, 따라오는 존재는 커녕 개미조차도 없었다.


"정신 차려, 상진. 상대는 디페컨이다. 숨죽여 있어."

"디페컨이요? 그건 또 뭔가요?"

"쉽게 말해 문지기 라고 생각하면 돼."


원율이 쉬운 단어로 설명해줬음에도 상진은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였다.


문지기라면 뭔가 중요한 개체를 지키기 위한 존재일 것이다.


그렇다면 상진이 머물고 있는 병원이라는 장소에 중요한 개체가 있다는 말인데.


"여기에 기억의 중요한 부분이 숨겨져 있는걸까요?"

"그건 까봐야 알겠지. 지금으로선 알기 힘들어."


쓸린 무릎을 여러 차례 털다가 주먹을 쥐며 일어섰다.


차분한 원율의 목소리가 상진을 침착하게 만들려고 했으나,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켰나보다.


무전기를 바닥에 내려놓더니 무릎을 하나만 꿇고는 손을 마주잡으며 고개를 숙였다.


"원율 선배, 저에게 연장을 쥐어주십쇼! 명령대로 모조리 섬멸하겠나이다."


한동안 무전기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자, 무안하게 내렸던 머리를 올리며 눈을 떴다.


그러자 어둠이 테마가 되었던 병원이 밝은 테마로 변모되었다.


점등했던 전등의 불빛은 새로 교체한 것마냥 정상으로 작동했다.


"어떻게 된거죠? 선배가 하신건가요?"

"이제 시야가 트일거다. 디페컨은 주변을 밝게 바꾸면서 삭제했으니 걱정말고."


상진에게 말한 통보는 묵직했던 마음을 한시름 놓게 만들었다.


그렇게 다시 정보 수집에 집중해도 좋을텐데, 그럼에도 상진의 궁금증은 멈출 줄 몰랐다.


"선배, 어떻게 통신이 돌아온 거예요?"

"시간이 좀 걸리긴 해도 보안 2등급이라 뚫리긴 하더군."

"어멋, 멋져요. 선배!"

"닥쳐."


입막으며 슬그머니 웃다가 현양을 찾기 위해 발자국을 남겼다.


이동하다보면서 알게된 걸로는 병실이나 진료실이 모두 출입금지 테이프 범벅이 되어있다는 것.


창문을 통해 안을 살펴볼려는 행위는 세월이 지나며 굳어버린 먼지로 인해 차단되어있었다.


"그렇다면 연장 등장!"


손을 위로 뻗더니 손아귀에 점이 둥실거리며 생겨났다.


점은 점차 넓게 퍼지면서 테두리를 만들어내더니 끝내 망치의 모양을 맞춰갔다.


"후랴압!"


머리 뒤편으로 휘어진 망치가 추진력을 받으며 창문으로 돌진했다.


결과는 망치의 파괴로 종결났다.


바스라져 먼지로 교체되어버린 망치의 모습과 창문을 번갈아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아무래도 구조물 파괴 금지가 설정되어 있는 듯 싶다.


일단은 창문을 파괴하는건 뒷전으로 미루기로 결정하고서 현양 구출을 최우선 순위로 치켜올렸다.


상진의 다리는 디페컨을 맞이했을 때와 비교도 안되는 속도로 움직였다.


혹시 모르는 상황을 대비해 창문도 빼먹지 않고 죄다 살펴보았다.


"상진 선배!"

"현양 씨!"


1층부터 3층까지 모조리 싸돌아다니다가 우연히 2층의 복도 끝과 끝에서 시선이 교차했다.


어딘가에서 숨어있었을 줄 알았던 현양 또한 상진의 행방을 쫓는 것에 열심이었던 모양이었다.


현양은 울먹이며 병원 안에 있었던 일을 자초지종 털어놓았다.


대충 디페컨에 대한 이야기로 수두룩했다.


그런 현양의 말을 들어주며 부가 설명을 더하기 바빴다.


이야기를 다하고서 힘이 빠진듯 벽에 기대있는 현양을 향해 바라보다가 상진은 계단 아래를 가리켰다.


"원율 선배께서 출입구의 문을 열어두셨을거예요. 빨리 벗어납시다."

"잠깐만요!"


현양에게 손을 내밀었으나 거절하고는 현양은 뒤를 돌아보더니 어떤 병실을 가리켰다.


"저기에 보여드릴게 있어요."


반 두려움 반 호기심이 담긴 얼굴로 가리킨 병실까지의 거리는 그렇게 멀지 않았다.


"이건 뭐야?"


병실인 줄 알았던 간판에는 기록실 이라는 간판이 걸려져있었다.


헛 것이라도 본 줄 알았다.


진짜인지 아닌지 간판을 더듬어도 봤지만 구분하는건 불가능했다.


기록실 너머에 보이는 광경은 먼지가 아닌 모자이크 처리된 창문 때문에 보기 힘들었다.


이것저것 해보며 어떻게든 뚫어보려 했다.


심지어 문을 폭파시키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모든 방법을 총동원했으나 불가능에 치닿기만 했을 뿐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문에 가해지는 충격이 시간에 지나면서 흔적도 사라지고나니 그제서야 다른 것이 맞이해주었다.


"자물쇠?"


총 3개의 자물쇠가 문 주위에 떠올랐다.


"이걸 열려면 여기에서 열쇠를 찾아야한다는건가?"


턱을 어루만지며 자물쇠를 들어보이는 상진에게 원율이 조언의 한 마디를 꽂았다.


"따로 찾아보니 여기엔 열쇠가 없어. 일단 기억 소거를 마치고 돌아오도록 해."

"명 받들겠습니다!"


끝까지 조선 말투로 대답하는 상진의 음성을 들은 원율은 미간을 손으로 주무르면서 무전기를 내려놓았다.


상진은 그러거나 말거나 자물쇠를 포기하고서 원율이 열어둔 출입구로 빠져나왔다.


문을 통해서 빠져나와보니 꽤나 많은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소곤거리고 있었다.


대충 엿들어보니 저주 받은 집과 들어간 간 큰 두 사람에 대한 이야기 같았다.


"그나저나 현양 씨, 혹시 괜찮으시면 말 놓으실래요? 이력서보니까 나이도 비슷해서요."

"그럴···까요? 어차피 같이 일하는게 잦을테니까요."

"그럼 성립이네!"


아까부터 찝찝해보이던 상진의 표정은 공기가 통한듯 한결 편하게 변했다.


하긴, 이제부터 같이 일하게 될테니 말을 놓는게 이런 경우엔 나을수도 있을 것이다.


현양 또한 거리의 어색함을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좁힐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병원에서 빠져나와서 맡는 공기는 정말 좋네!"


자신이 먼저 말을 놓자고 했으나 상진에게는 존댓말이 익숙했기에 쉽지만은 않아보였다.


그럼에도 상진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마을에서 정보 찾은거 있어?"

"그게, 사실은···"


마을 안을 돌아다니면서 정보를 찾는 담당을 했던 현양의 입에서 나온 말은 상진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김철수 씨의 가족이 죽었다고?"


안타까운 듯이 상진에게서 고개를 돌리고는 눈을 손으로 가렸다.


과거 기억만 봤을 때에는 전혀 깨닫지 못했다.


이제는 확실히 알았다.


과거에 살아 있었던 가족은 모종의 이유로 세상을 떠났다는 것.


중요한 건 김철수가 인적 사항에 현재 가족 간의 관계가 좋다고 적어놨다는 거다.


아마도 외상 후 스트레스로 기억이 변질되었을 것이리라.


답답한 심정을 억누르며 쫓겨났었던 전쟁터로 발길을 돌렸다.


가족들은 전쟁에 연류되어 그런 참사가 일어났을 터.


그렇기에 문제가 되는 원인을 없애면 되는거였다.


어렵지 않을 문제인데.


"왜이리 떨리는거지."


자신이 잘못된 일에 휘말리는 느낌이 애써 감추기 힘든 상진은 전쟁터의 문고리에 조용히 손을 얹었다.


"시간이 얼마 없어. 당장 기억 소거하고 와."


역시나 원율은 가족에 관한 일에도 그랬듯이 한결같게도 결과를 촉구했다.


끝말에 기억 변환에 관한 것은 자신이 다루겠다는 말을 남기고는 무전기의 전원을 꺼버렸다.


원율의 손에 처리가 된다면 가족의 기억은 모두 소멸되고서 미혼이라는 결과만이 머릿 속을 채울 것이다.


진실을 감추는 행위라고 생각되지만, 그래도 가족의 죽음을 누가 면전에 대고 선고할 수 있겠는가.


어쩔 수 없이 문고리를 돌리면서 전쟁터를 직면했다.


전쟁터에서 돌아다니던 영혼은 아직까지도 남아있었다.


"예전만해도 살아있는 존재였겠지."


영혼을 여전히 전쟁터를 떠돌았으나 상진과 현양을 보고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사체 위에서 가만히 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상자 속에서 지우개를 꺼내들었다.


그리고선 하나씩 하나씩 지워나가기 시작했다.


영혼도, 형태를 알아보기 힘든 핏덩이도, 전쟁터 라는 배경까지 모두 지웠다.


지우개로 지울 때마다 느껴지는 죄책감은 사라지기 어려워보였다.


열려진 문 옆에서 상진을 지켜보기만 하고 별다른 손을 쓰지 않았다.


상진도 현양이 거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아닐까 싶다.


어느새 전쟁터의 모습은 사라지고서 남아있는건 공백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이제 문을 나가면서 남은 기억 공간을 미혼으로 채우면 될 일이다.


상진은 나가기 전에 손바닥을 모으면서 머리를 숙였다.


몇 분간의 묵념을 끝내고서 뒤를 돌아보니 현양도 같이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원율 선배는 지금껏 무슨 느낌으로 이런 작업에 임하셨을까."

"어?"

"아냐, 아무것도. 돌아가자."


상진은 현양의 등을 토닥이고는 문 밖으로 이끌었다.


문을 나서자마자 가뜩이나 희미했던 형태는 끝내 사라지면서 모습을 감추어버렸다.


상진은 현양과 함께 종료 버튼을 누르면서 현실로 돌아갔다.


몽롱한 감각이 뇌와 몸 전체에 머물다가 드리머를 완전히 벗자, 몸을 벗어나 공기 중으로 흩어버린 느낌이 들었다.


눈을 부비면서 원율이 있는 곳을 보자 원율은 약봉지를 입에 털어놓고 있었다.


"김철수 씨는 법인 차량을 통해 집으로 이송되었으니까 걱정 안해도 돼."

"그거 다행이네요."


내용물을 잃어버린 약봉지는 힘없이 찌그러져버려 책상에 놓여졌다.


물을 한번에 들이키고는 상진과 현양을 번갈아가며 보았다.


상진과 현양 둘 다 처음 겪어본 수난에 정신이 빠져있었다.


"다음 번엔 내가 현양과 동행할테니까 그렇게 알아. 얼른 사무실 들어가서 쉬어."


냉담한 어조로 말을 허공에 남기고는 먼저 사무실로 몸을 옮기러 다는 도중에.


"원율 씨는 괜찮으세요?"

"뭐?"


현양의 낮은 목소리가 원율을 가로막았다.


"군인에 대한 일이 걸리지 않으시냐구요. 죄책감같은거 느껴지지 않으세요?"

"기억을 내 맘대로 바꾸는걸 말하는거야?"


현양의 급발진에 상진이 어쩔 줄 몰라했지만 원율은 무표정인 채로 묵묵히 답했다.


"우린 기억편집자야. 이런 거에 감정이 끼어들면 안되지. 납득 하기 힘들면 다른 직업 알아봐."


날카로운 눈매로 현양을 찌른 원율은 아무렇지도 않게 사무실 밖으로 걸어나갔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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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군인(2) 21.03.21 1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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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상진과 현양 21.03.19 3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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