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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스트렌
작품등록일 :
2021.03.17 19:01
최근연재일 :
2021.04.05 14:55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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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수 :
141,051

작성
21.03.25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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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실연(1)

DUMMY

오늘도 사무실 안에는 종이가 펄럭이는 소리가 감싸졌다.


상진은 먼저 깨어나 키보드의 축들을 타격하고 있었다.


"상진아, 뭐하고 있어?"


고요함 속에서 타이핑의 선율이 울려퍼지다가 현양의 난입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여어, 현양! 들어온 의뢰들이 뭐가 있나 보고 있었지."


너도 볼래? 라며 모니터를 현양에게로 돌리더니, 셀수없는 의뢰 목록들이 스크롤을 내리면 내릴수록 줄줄이 나타났다.


"오늘 할 건 뭐야?"

"그것은 바로-!"


상진은 모니터에 어떤 메일을 마우스로 누릇했다.


이름은 하예진.


그리고 의뢰는,


"실연 극복?"

"그래, 연애를 하시다가 실연되셔서 우울증을 겪고 계시는 걸로 알고 있어."


새로운 의뢰를 보자 난감한 표정을 짓는 현양을 향해 상진은 팔짱을 끼고는 콧대를 올리며 말했다.


"오늘은 현양과 원율 선배가 드리머를 착용하고 나는 열심히 서포터 해줄게!"

"말만 서포터라고 하지 마라."


두 사람의 대화 사이에 원율이 돌직구를 상진에게 꽂으면서 등장했다.


상진은 돌직구를 정곡에 맞았는지, 배를 부여잡고 좌우로 뒹굴거렸다.


"상담룸에 이미 오셨으니까 현양 씨는 저 따라오세요."


현양은, 상진을 일으켜주다가, 원율의 호출에 어쩔 수 없이 따라갔다.


상담룸에 들어서면서 울음 소리도 잇따라 들려왔다.


현양과 원율이 의자에 앉아 의뢰자의 눈을 바라볼 때까지 의뢰자는 계속해서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도 도통 머릿 속에서 지워지지 않아요. 우울증이라도 걸린 것만 같아요. 어떻하죠?"


"메일 확인했습니다. 실연 때문에 괴로우시겠어요. 그 일에 대해서는 참 유감입니다."


울고 있는 의뢰자에게 건낸 원율의 행동은 어제의 사무실과는 정반대였다.


차가웠던 모습은 먼지처럼 사라져버리고는 따뜻한 웃음이 대신 나오자 오히려 괴리감이 들었다.


"이 약 드시고 잠시 주무시면 모든게 해결될 겁니다."


원율은 미리 준비해둔 캡슐 형태의 약을 꺼내더니 의뢰자에게 쥐어주고서 상담룸을 빠져나왔다.


"이대로 나오셔도 되요? 자세한 정보는요?"

"이 상태에선 정보를 알아내기 어렵습니다. 기억 속에서 알아내면 됩니다."


그새 업무 타입에서 사무실 타입으로 변경된 원율은 어제와 색이 다른 약을 입에 넣었은 후에 드리머를 머리에 씌웠다.


1,


2,


3.


허상으로 눈 앞에 아른거리는 숫자가 3까지 도달하면서 배경이 구축되었다.


"정보 툴."


원율의 한 마디가 허공에 머물더니, 답을 해주는지 얇고 가느다란 프로필이 모습을 갖췄다.


얼핏 보면 게임의 상태창 이라고 오해하게 생겼다.


원율은 노련하게 프로필을 위 아래로 움직여보더니 현양 쪽으로 손을 한번 저었다.


"이거 보세요."


현양에게 닿은 프로필 창은 한 눈에 안들어올만큼 막대한 양이었으나,자동적으로 머리에 입력되었다.


어디 학교를 나왔는지부터 부모님의 관계, 갖고 있는 지병 혹은 알레르기같은 것까지 모조리 말이다.


머릿 속에 입력된 현양은 순간, 어지러움을 느껴 바닥에 쓰러질 뻔 했다.


"익숙해지면 괜찮습니다. 이제 이동하죠."


원율은 현양보다 앞서서 발을 뻗었다.


"잠깐만요."


한 발자국을 뻗자마자 무언가 발견한 원율은, 손으로 현양의 전진을 가로막았다.


바닥을 손가락으로 찔러보니 깊게 빠지며 갯벌같이 구멍이 생성되었다.


"기억의 표면이 너무 연약해요. 꿈의 세계 구성을 먼저 해야하겠습니다."


원율은 상진과 같은 상자를 꺼내더니 안에서 생전 처음 보는 도구들이 쏟아져나왔다.


도구들은 하나같이 자리를 찾아가며

꿈을 만들어나가고 있었다.


브러쉬는 주변 조경을,


페인트는 바탕을,


연필은 사람들을 만들었다.


현양은 전의 불면증 의뢰를 떠올리며 입을 벌리고 있었다.


현양과 상진이 몇 시간동안 만들었던 것을, 원율은 단 몇 분만에 완성시키니 놀랄만하다.


모든 작업을 끝낸 도구들은 원율의 상자 안으로 들어가 자취를 감췄다.


원율은 다시 바닥을 건들여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진짜 작업을 시작해봅시다."


원율이 바닥에 발을 두어번 두둘기자, 정지화면 이었던 기억이 재생했다.


기억 속은 작업된 카페의 형태를 바탕으로 두 사람의 모습이 드러났다.


아무래도 처음 만난 부분인 것으로 보였다.


카페에서 서로 이야기가 오고가는걸 보니, 주위에 꽃이 피어나는 연출이라도 나타나야 할 것 같았다.


"안녕하세요 예진 씨, 처음 뵙네요. 정현성이라고 합니다."

"아, 네 안녕하세요."

"우선 홍차라도 마시면서 얘기하죠."


현성이라는 사람은 얼굴에 먹칠이 된 탓에 정확한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원율이 가상의 카페 의자에 앉아 상황을 지켜보니 현양도 덩달아 원율 앞의 의자에 앉아 동참했다.


현성이라고 불리는 남자가 홍차 두 잔을 가지고서 자리에 착석하고서 예진을 바라보았다.


"예진 씨가 좋아하시는 취미가 뭐예요?"

"음, 뭔지 맞춰보실래요? 힌트는 도화지예요."

"설마 그림 그리는 건가요?"

"우와! 한번에 맞추실 줄은 몰랐어요!"

"이 정도는 식은 죽 먹기죠 하하."


현성은 웃으며 홍차를 홀짝이다가 내려놓고는 작게 입을 열었다.


"그러면 제 취미는 뭐게요? 힌트는 구경이예요."

"서커스 구경이요?"

"아뇨."

"자연 풍경을 구경하시는 거예요?"

"아니예요."

"으음, 도대체 뭐죠? 알려주세요."


머리를 한 손으로 누르면서 머리를 쥐어짜는 예진은 현성에게 답을 요청하자, 현성은 씨익 웃으며 답했다.


"사람들의 반응을 구경하는 거예요."


현양은 짧게나마 약하지만 섬뜩한 감정이 몸을 뚫고서 들어오는 느낌이 들었다.


옆을 돌아 원율의 표정을 살펴보니 심상치 않은게, 현양과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 것이리라.


현성의 답에 예진의 표정은 방향성을 잃고서, 미소 라는 카테고리 속에서 방황했다.


예진은 순간적으로 답답해진 분위기에 익숙해지지 못한지 입을 열었다.


"저는 화가를 꿈꾸고 있거든요. 현성 씨는 혹시 직업이 있으세요?"

"지금은 사람을 치료하는 직업을 꿈꾸고는 있어요.."

"아, 그럼 의사 쪽으로?"

"그렇다고 봐도 되겠지요?"


현성과 예진의 대화가 계속해서 분위기를 형성해나갈 무렵에, 원율이 손을 뻗었다.


"정지."


원율의 말로 인해 홍차를 입가로 가져가는 손의 움직임이 멈추는걸 시작으로, 물감이 퍼지는 듯이 모든게 시간의 흐름을 거뒀다.


"초반 시점이니까 중반 시점까지 돌려보도록 할게요."


원율은 공중에 필름을 소환하더니, 옆으로 넘기며 중간 지점을 찾았다.


중간 지점까지 오자, 배경도 필름에 맞추어 바뀌어졌다.


카페였던 풍경은 이젠 초원 한 가운데로 일그러지며 나타났다.


"우와, 이렇게 넓은 초원이 있을 줄 몰랐네요."

"사람의 기억 속이니 항상 믿으면 안됩니다."


이번에도 원율은 재생 버튼에 손을 올려놨다.


초원에는 바람이 휘말리는 작은 풀들이 하나가 되어 같은 방향으로 풀내음을 풍기며 젖혔다.


"엄청 시원하다~"

"그러게. 나중에 메모장에다가 명소 로 저장해둬야겠는걸?"

"하하, 그거 좋은 생각이네. 여긴 나만 아는 비밀 장소니까! 현성 오빠만 아는거야?"

"그거 참 축복이 따로 없네."


초원 한가운데에서 등 뒤로 손을 땅에 짚고서, 앉아 있는 두 사람은 서로의 눈을 마주보며 웃고 있었다.


문득 현성을 바라보던 예진이 뭔가를 떠올리며 번쩍이는 전구를 띄우더니,메고있던 가방을 뒤적였다.


가방에서 나온 것은 도화지와 연필.


현성은 홀로 서있는 나무를 건들이면서 말했다.


"현성 오빠, 여기 서서 모델해봐요. 제가 그려드릴께요."

"오? 내가 모델되는거야? 멋지게 잘 부탁해!"

"맡겨만 줘."


예진은 짝다리를 하고 있는 현성을 향해 세운 붓으로 대략적인 구도를 짜고는,현란한 손동작을 선보였다.


예진의 미술 실력은 독학으로 배웠었던 현양도 놀라게 만들기 충분했다.


예진은 현성이 다양한 포즈를 취할 때마다 똑같이 선을 따 그려주었고, 현성은 그럴 때마다 박수치면서 좋아했다.


하늘이 노랗게 익어갈 때까지 지속되었던 그림 작업은 도화지의 종이가 부족해지며 끝이 보였다.


"헉, 도화지의 종이가 부족한데?"

"아쉽게 되었네. 나는 취할 포즈가 많이 남았는데 말야."

"현성 오빠가 제일 마음에 드는 그림 한개 지목해봐. 소유할 권한을 주지!"


현성은 허리를 숙여 포즈 취하느라 미처 못봤던 그림들을 하나씩 보기 시작했다.


그림을 고르는 손가락은 많은 종이들을 가로지르며 선택하지 못해 떠돌고 있다가, 마침내 멈춰섰다.


선택받은 종이에는 초원 위에 서서 하얀 가운을 펄럭이는 현성이 그려져 있었다.


"내 기준으로 제일 멋지게 잘 그려준 그림이라 생각해."

"와, 나랑 생각이 똑같네? 나도 이 그림이 제일 마음에 들었는데!"

"맘이 통했나본데~"


예진은 선택받은 종이를 올려들고는 현성에게로 날려보냈다.


용케 받아내는 현성.


현성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다시 한번 그림을 위 아래로 살펴보다가 예진의 옆에 몸을 기댔다.


"그거 알아? 난 예진이 너가 정말 좋아."

"나도 좋아, 오빠."


그 둘은 밤이 깊어지는 줄도 모르게 초원 위에서 아름답게 빛나는 별들을 훑어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빠, 나는 이런 날이 계속 되었으면 좋겠어."

"나도 모든 일을 때려치우고 너랑만 같이 있었으면 해."

"내가 없어지면 어떨것 같아?"

"어···? 그게 무슨 뜻이야?"

"그냥 내가 갑자기 없어지게 되면 어떨거 같아?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야."

"어디에 있든지 내가 기필코 너를 찾아가서 만날거니까 걱정마."

"그렇구나."


현성의 말을 들은 예진은 고개를 숙이고는 아무 말없이 풀만 쳐다보았다.


현성이 불길한 느낌이 몸에 사무쳤는지 예진에게 고개를 돌렸다.


예진의 눈에는 이슬이 맺혀있었다.


"나 있잖아. 현성 오빠가 있기 전에 정말 힘들었어. 원래부터 가족이 없어서 기댈 사람도 없었거든."


현성은 대답하지 않고서 예진의 말을 묵묵히 들어주었다.


에진은 하소연하는 듯 지금까지 숨겨져 있던 가슴 속에 있는 마음의 말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말하다가도 웃으며.


웃으면서도 울고.


울면서도 말하는게 시간을 무시하며 지속되었다.


"예진 씨의 가정사가 너무 슬퍼요···"

"가족이 모두 교통 사고로 죽고서 빚에 쫓기며 살았다라. 확실히 좋은 형편은 아니었네요."


원율은 혀를 차며 고개를 돌렸다.


그에 반해 현양은 별들을 쳐다보며 현성과 예진의 대화를 옆에서 들어주었다.


물론 시간은 넉넉했기에 계속 들어줄 순 있었다.


그렇지만 의뢰의 내용은 하소연 들어주기가 아니다.


기억을 소거 혹은 변환하는게 의뢰의 내용일 터.


"그만 듣고 이제 움직여야합니다. 아직 마지막 부분의 기억을 안갔잖아요."


이제 좋은 기억은 봤으니 남은건 이별의 기억 뿐인가.




잘 부탁드립니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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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자아분열증(2) 21.03.27 13 0 11쪽
14 자아분열증(1) 21.03.27 1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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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실연(2) 21.03.25 9 0 11쪽
» 실연(1) 21.03.25 10 0 11쪽
7 정 의사 21.03.25 11 0 11쪽
6 군인(3) 21.03.22 14 0 11쪽
5 군인(2) 21.03.21 16 0 11쪽
4 군인(1) 21.03.20 23 0 12쪽
3 상진과 현양 21.03.19 34 0 11쪽
2 선현양 21.03.18 57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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