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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스트렌
작품등록일 :
2021.03.17 19:01
최근연재일 :
2021.04.05 14:5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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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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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25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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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연(2)

DUMMY

원율은 이미 재생이 끝나 정지 화면이 된 기억을 지켜보고있다가, 필름을 꺼내 펼쳤다.


필름의 끝자락에는 컬러 색상이었던 장면과 달리 흑백으로만 이루어졌다.


필름으로 손을 집어넣어 들어가보자, 배경 안의 예진과 현성은 앉아있는 상태로 움직이지 않았다.


"왜 움직이지 않는거죠?"

"결과가 있으면 원인이 있는법이니, 아마 계기가 없어서 인듯 합니다."


바람에 살랑이던 풀조차 아무런 미동도 없는 화면을 보고 있던 원율은 허공에 주먹을 겨눴다.


어디로 향한지 모를 주먹은 공기를 가르더니 유리 깨지는 소리가 귓 속을 관통했다.


원율이 주먹을 치우더니, 주먹의 도착 지점에는 구멍이 나 있었다.


구멍의 건너편으로 눈길을 돌려보자, 가늠할 수 없는 깊이로 어둠이 깔려있는게 보였다.


원율은 서슴치않고 구멍 안에 손을 집어넣고선 좌우로 잡아당겼다.


작았었던 구멍은 원율의 힘에 고무줄처럼 점점 크기가 커졌다


사람 크기로 늘어난 구멍을 원율이 가만히 살펴보더니, 고개를 끄덕이고는 발을 넣었다.


현양은 아직까지 거부 반응을 지우지 못하고서 원율의 행동을 따라 눈동자를 굴릴 뿐이다.


"상태를 보건데, 여기는 안전해요. 들어오세요."

"지, 진짜요? 이렇게나 어두운 걸요?"


병원 때의 사건이 머리에 잊혀지지 않은 현양이 몸을 떨면서 손을 연신 저었다.


"제가 있는데 왜 두렵습니까. 괜찮으니까 들어오세요."


원율은 발을 구르는 현양이 답답한지, 이마에 손을 얹고서 한숨을 내뱉다가 현양에게 다가갔다.


"으아앗!"


그대로 강제 연행되는 현양.


알 수 없는 깊이를 자랑하는 공간 속에 입장한 현양은 저절로 눈을 감으며 앞으로 손을 저었다.


"괜찮으니까 눈 뜨세요."


손을 저으며 벽을 찾아헤맨 현양이었으나 벽이라곤 어디에서 있지 않았다.


그야 사방은 탁 트인 공간이었으니 말이다.


"여긴 도대체···?"

"여기는 거부되는 기억을 담고 있는 곳. 동시에 예민하다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흑역사를 보면 고통스러워하는 것처럼,


이 공간도 자칫 잘못 건들이면 유리 조각처럼 마음에 손상을 입힐 수 있다는 것이다.

 

원율은 입가에 손가락을 올려놓으며, 까치발로 다음 발을 내딛었다.


발을 내딛을 때마다 배경이 일그러지는 동시에 구체화되어갔다.


정오가 되며 그림자가 걷히듯이 어둠 탓에 못본 건물의 모습도 보이기 시작했다.


내부는 벽과 바닥과의 거리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모든게 하얗게 도색되어 있었다.


건물의 형체가 확연하게 보이면서 잇따라 인물도 나타났다.


"이번엔 현성이라는 사람만 보이네요?"


하얀 공간에서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현성은 표정은 알 수 없었으나, 딱봐도 즐거워보이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은 광기라 해도 과장이 아닐 것이리라.


계속해서 현성의 행동에 주의를 기울이던 현양은 전엔 못느꼈던 허전함을 이제서야 깨달았다.


현양은 곧바로 주위를 돌아보며 예진이라는 사람을 찾아보려 했으나, 왜인지 보이지 않았다.


분명 예진의 기억일텐데 예진이라는 인물이 등장하지 않았다?


"아니."


닫고 있었던 원율의 입에서 공기가 빠져나가며 한 마디를 내보내더니, 다음 말을 이어서 꺼냈다.


"이건 예진의 시점이야.'


지금 우리가 현성을 보고 있는 시점.


그것이 예진의 시점이라고, 원율은 현양을 보면서 입 안의 공기를 빼냈다.


그러고보니 아까부터 원율은 두 걸음만 나선 후에, 더이상 발을 올리지 않고 있었다.


"그렇다는건 지금 예진이라는 사람은 엿보고 있다는 소린가요?"


순간 몸의 감각이 모두 긴장 상태로 돌입했다.


"보고 싶지 않은 장면을 의도치 않게 목격하게 된 것이겠군."


현양이 예진의 시점이라는 것을 꺠닫고나니, 시야의 폭이 순식간에 좁아졌다.


어떻게든 방향을 틀어 현성을 보려하자, 그때마다 현성은 자리에서 사라져버려 보이지 않게되었다.


"아니, 어디로 사라져버린거야."


끝 말을 흐리면서도 계속해서 찾다가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는지, 현양은 어쩔 수 없이 입맛을 다시며 뒤로 돌았다.


"좀 걸리는데···"


뒤로 돌아 갈려는데 역시 그냥 포기하기엔 찝찝함이 마음 깊숙하게 껌처럼 눌러붙어버려 영 불편했다.


"좀만 더 볼까?"


원율도 발을 빼지 않고서 문을 주시하고 있으니 아마 괜찮을 것이리라.


애써 자기합리화하며 고개를 회전하며 문 쪽으로 돌려 확인하려는데,


"어?"


에메랄드 빛의 눈동자가 있었다.


평소에 좋아했던 아름다운 색상의 눈동자였으나, 지금만큼은 살기가 묻어져나왔다.


"너 누구야."


약간 찢어지는 목소리가 눈동자에게서 흘러나왔다.


눈동자는 순식간에 축소되더니 사라지고는, 문이 나가떨어질 위력으로 열어젖혔다.


문 안에서 등장한 사람은 얼굴이 먹칠로 안보였으나 현성이라는 것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뭐야, 하예진?"

"뭐하고 있었어?"

"아, 그 뭐냐, 계약. 그래, 계약에 대한 이야기 하고 있었어."

"계약이라니?"

"조금만 기달려줘. 너와 이야기할 시간도 부족할 만큼 중요한 계약이거든."


현성의 뒤에서 뭐라 말하는 소리가 들려오자 대충 얼버부리고는 예진에게 별다른 말없이 곁을 떠났다.


"현성 오빠, 뭘 하는거야···?"


예진은 현성에게 말풍선을 띄어보냈지만, 문 밖에만 머물고는 끝내 부서져버렸다.


이 뒤로는 예진이 하염없이 문 앞에서 현성을 기달리는 장면만이 이어질 뿐, 달라지는건 없었다.


현성에겐 닿지 않았으나 예진의 말이 신호탄으로 작용되면서, 허전했던 배경을 꾸며주는 부속품들이 등장했다.


이번엔 주사기가 제멋대로 널러져버린 바람에 주변이 더러워져 보였다.


주사기의 정확한 정보를 알기 위해 문 안으로 손을 뻗었으나, 역시나 안보이는 벽이 차단막 역할을 하면서 손을 막아세웠다.


"저 주사기는 정체가 뭘까요?"

"예상가는게 있긴 하지만, 아니길 바래야죠."

"알고 계세요?"

"엄연히 예측이고, 확신이 아닙니다."


원율 또한 문을 손으로 쓸어보며 확인하더니 고개를 내젓고는 필름을 꺼내들었다.


"이젠 기억의 제한이 풀려 있을겁니다."


마침내 들어간 마지막 이별의 기억은 회색빛이 돌지않았다.


"중간 기억 때의 배경이군요."


분위기의 최고점을 찍은 공간이자, 이젠 최하점으로 바뀔 공간이 눈 앞에 드리웠다.


같은 초원임에도 밝은 분위기가 침체되었다는게 짙게 풍겨져나왔다.


초원의 아기풀이 바람에 몸을 맡겨 넘실거리는 것을 시작으로 닫고있는 인물들의 입이 열렸다.


"미안."

"또 계약이 발목을 잡는거야?"

"나도 이런 상황은 싫지만, 어쩔 수 없어."

"나도 이제 지쳐. 그만하면 안돼?"

"헤어지고 싶지 않았는데, 정말 미안해."

"어째서야? 왜 더 못만난다는건데? 그깟 계약이 뭐길래 그래? 왜 나한텐 말 못하는 거냐고!"

"뭐? 그깟 계약? 나에겐 나의 존재를 당당히 말할 수 있게 만든 계약이야!"


처음엔 잔잔한 바람같았으나 이젠 날카로운 바람으로 돌변해 언쟁 싸움으로 변질되었다.


칼바람으로 서로의 마음이 찢겨져 나가고나서야 정적이 초원에 들렀다.


"오빤 나 사랑해?"


뒤늦게 구체화된 초승달의 빛이 서로의 등을 기대고 있는 현성과 예진을 비추었다.


현성의 입은 닫힌채 움직이지 않았다.


"사랑하지 않는구나."

"아냐, 사랑해. 하지만 시간이 필요해서 그래."

"2년이나 기달려줬어. 솔직하게 말해.뭐가 현성 오빠를 이렇게 바꾼거야?"


예진의 목소리는 바람에 따라 불규칙하게 떨렸다.


무겁게 내려앉은 현성의 입은 간신히 열리며 듣기 힘들 정도로 중얼거렸다.

"계약, 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겠지."

"또 계약이야? 역시 오빤 자기 밖에 몰라."


예진은 모은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는 현성에게 시선조차 건네지 않았다.


"미안해. 나같은 남자 만나게 해서."


현성은 기대고 있던 등을 떼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숨죽여 우는 예진을 놓고서 홀로 걸어 내려갔다.


"현성이라는 사람 정말 나쁜 거 같아요."

"사람은 저마다 사연이 있기 마련입니다. 현성만의 사연이 있겠지요."


예진에게 빙의해 같이 토라져있는 현양은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현성을 입이 삐둘어지도록 보았다.


"기억은 어느정도 봤으니 이제 마을로 가죠."


원율은 현양에게 말을 남기고는, 무전기를 통해 상진에게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예진 씨는 나이도 어리시고, 그나마 정현성이라는 사람 덕분에 버틸 수 있으셨는데 안타깝네요."


모니터 너머에서 상황을 보고 들은 상진은 눈이 쳐지면서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일단 마을로 향한 길은 표시해둘게요."


상진의 말이 끝나자, 마지막 기억을 기점으로 형광빛의 길이 늘여졌다.


"현양 씨, 이제 그만 마음 내려놓으세요. 어쩔 도리가 있나요. 이미 돌이킬 수 없는걸요."


원율의 정없는 목소리에, 현양은 입술을 깨물고는 터벅 걸음으로 뒤를 쫓아 걸어갔다.


"도착했습니다."

"여긴 어디죠?"


문을 열고 들어서자, 바다가 현양과 원율을 반겨주었다.


바다 위에 서있는 줄 알았으나, 발 아래를 보니 철판 느낌의 바닥이 있었다.


"유람선?"


유람객들은 저마다 다른 복장을 하며 경치를 즐겼다.


어떤 사람은 갑판에서 바다 풍경을 구경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은 와인잔을 기울이며 건배를 나누고 있었다.


"저는 유람선 바깥을 조사하겠습니다. 현양 씨는 안 쪽을 조사하세요."

"네에ㅡ!"


서로 역할을 나눈 후에 유람선 조사 계획을 실시했다.


현양은 전의 마을로 인해 실력이 다져졌는지, 정보를 능수능란하게 캐내고 다녔다.


원율도 지지 않게 바깥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을 전해들으며 정보를 모아갔다.


안의 상황은 어떤지 잘 모르나, 바깥의 상황은 꽤나 흥미로웠다.


바다의 지평선을 구경하는 줄 알았던 사람들의 시선은 모두 바다 아래로 향해져 있었던 것이다.


많은 사람들 중에 유독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던 남자를 골라 이유를 물어봤다.


"바다 아래에 뭔가 있습니까?"

"크라켄, 크라켄이 살고 있습니다."

"여기 바다 아래에 크라켄이 살고 있다뇨? 그랬다면 이미 배는 침몰하지 않았을까요."


바다 아래를 유심히 바라보던 유람객이 원율의 반론을 들으며 머리를 긁적이다가, 목에서 문장을 끌어올렸다.


"크라켄은 감정에 예민합니다. 항상 침착하신 상태여야하죠."



그 때였다.



날카로우면서도 거대한 가시를 지닌 빨판이 바닷물 표면을 꿰뚫으며 치솟더니 남자를 낚아챘다.


"크라켄이다! 크라켄이 나타났다!!"


남자의 말과 동시에 푸른 하늘은 새까맣게 바뀌더니 사람들의 평온은 하늘처럼 깨져버렸다.


갑판 위에 서있는 사람들이 하나씩 사라지는걸 알아챈 원율은 현양이 있는 쪽으로 시선을 바꿨다.


뭔가 이상하다.


빨판은 배를 파괴하지 않는 선에서 갑판에 있는 사람들만 골라 잡아가고 있었다.


마치 일부러 잔치를 벌이는 내부의 사람들은 건드리지 않을려는 것처럼.


"별나네. '이성'만 잡아가고서, '감성'을 냅두는 크라켄님이신건가."

"원율 선배, 모니터 화면에서 유람선의 사람들이 한명씩 사라지고 있어요! 당장 거기서 벗어나셔야 해요!!"


상진도 모니터로 확인했는지 다급한 목소리가 무전기를 통해 생생하게 전달되었다.


원율은 어깨춤에 걸려있는 무전기를 흘겨보다가, 자신을 향해 날라오는 빨판을 보며 넌즈시 문장을 놓았다.


"현양 케어를 부탁해, 상진."


콰직-




잘 부탁드립니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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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연(2) 21.03.25 9 0 11쪽
8 실연(1) 21.03.25 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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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군인(2) 21.03.21 15 0 11쪽
4 군인(1) 21.03.20 23 0 12쪽
3 상진과 현양 21.03.19 3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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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Dream company +1 21.03.17 107 1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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