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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스트렌
작품등록일 :
2021.03.17 19:01
최근연재일 :
2021.04.05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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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25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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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연(3)

DUMMY

무전기에서는 원율의 말을 끝으로 통신 종료음이 공기를 떠돌았다.


"원율 선배!!"


모니터에서 일하는 반응 표시기는 스스로 불빛이 꺼졌다.


삽시간만에 조용해진 유람선의 갑판 위에는 아무런 사람도 포착되지 않았다.


"현양아, 통신 가능해? 가능하면 말해줘."

"무슨 일이야? 침착하게 말해."

"원율 선배가 크라켄한테 잡혀갔어!"


무전기에서 숨쉴 틈도 없이 나오는 어질러진 문장의 행세에, 현양은 문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뚫어버리곤 다리를 내질렀다.


뒤늦게 도착한 갑판 위에는 역시 원래부터 없는듯 깔끔했다.


"원율 씨는 어디 계시는거야?"

"아마도··· 기억의 심연 속에 계실거야."


***


계속해서 끌려내려간다.


해수면 위로 올라가 터지는 공기방울은 이젠 점차 작아지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어디까지 데려갈 셈이야."


몸에 날카로운 빨판의 가시에 찔린 채로 끝없이 심해로 내려가는 원율은 육체 활동이 봉쇄당해 아무런 저항도 시도할 수 없었다.


쓸모없는 저항을 포기하자 못봤던 수많은 빨판의 희생자들이 보였다.


갑판 위에 서있었던 사람들은 예상과 달리 아우성치지 않고서, 흐름에 몸을 맡길 뿐이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전원 공급을 끊어버린 핸드폰 같군."


작은 희망을 품고서 고갯짓을 통해 의사소통할려 했으나 반응이 오지 않아 목을 뒤로 젖혔다.


크라켄은 원율의 행동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어두운 심해로 내려가고 있었다.


그나마 반응했던 원율마저도 무색해지게 되었을 때, 잡고 있었던 빨판이 바닥을 향해 휘둘러졌다.


물으 흐름을 꿰뚫고 지나간 원율은 그대로 지면에 쳐박혔다.


부딪치면서 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정지했던 사고도 기능을 가동했다.


크라켄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원율은 머리를 문질거리다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여긴, 크라켄의 식량 창고라도 되나?"


주변로 바쁘게 눈동자를 굴린 원율은 손을 쥐었다폈다하길 반복했다.


"감정이 손에 잡혀. 기억의 심연이군."


어딘가에서 들은 바가 있었다.


기억의 심연, 자신의 본심을 숨기기 위해 따로 만들어낸 마음 속 공간.


당연하게도 빠져나오는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빠져나오지 못하는 대신 정신을 차리고 있으면 차라리 나았다.


갇히는 것에서 더 나아가서 심하면 감정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같은 감정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일을 귀찮게 만들네."


허나 원율은 모든 레벨의 임무를  넘나드는 실력을 지닌 베테랑이었다.


기억의 심연인걸 인지하고는 먼저 주변의 사람을 향해 발을 놓았다.


크라켄에게 끌려온 사람들은 기절을 했는지 여전히 무반응이었다.


"마을 사람에게 정보를 얻는건 실패인가. 차라리 상진이 낫겠네."


끌려갔음에도 여전히 어깨춤에 매달려있는 무전기를 빼들었다.


상진의 연락망을 사용하려던 원율은 무전기의 전원이 빨간색으로 변색한 것을 확인하고는, 손짓으로 상자를 소환했다.


투명했던 상자는 아래서부터 서서히 모습을 갖춰갔다.


상자에 손을 넣은 후에 딸려 나온 것은 각종 도구들이었다.


"마을이 안된다면 심연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수밖에 없지."


손에 들려지는 도구들마다 축소되더니 원율의 호주머니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호주머니를 열어본 원율은 손을 넣어 뒤적이더니 고개를 끄덕이고는 전진했다.


쓰러져있는 사람들을 외면하고서 걸어가는게 몇 분이나 지나고나니 멀쩍이서 배의 형태가 보였다.


희미하게나마 보이는 유람선의 형태는 다가갈수록 뚜렷해졌다.


여러번의 발걸음을 끝에 도달한 또다른 유람선에는 처참함 이라는걸 대놓고 광고하고 있는 듯 싶었다.


유람선 이라는 개념을 버린지 오래된 잔해물 사이로 꿰어들어간 원율은 아찔한 감각이 몸 주위를 돌아다니는 느낌을 받았다.


갑판 위는 물론이고, 객실에 있었던 사람들은 갈갈이 찢어져있었다.


사람의 모형과 닮은 종이를 무참히 손으로 찢어버린 것과 같은 생소한 광경에 무심코 몸이 거부했다.


고개를 돌려 현장을 벗어날려는 순간,


"아파. 아파. 아파."


짧은 음성이 잇따라 들려왔다.


다급하면서도 애처로운 단말마.


반쯤 돌려진 고개가 현혹된 것마냥 역재생하며 잔해가 있었던 현장으로 돌려졌다.


잔해물은 맞춰지지 않았던 큐브처럼 돌려지며 사라지고서는 도로 중에 가드레일이 바깥을 향해 휘어져 뚫려져 있는 모습으로 맞춰졌다.


"이게 그 숨겨진 기억들 중 하나인가."


드리프트로 인해 도로에 눌러붙은 타이어 자국은 무수한 산림을 향해 가리키고 있다. 


타이어 자국의 마지막 흔적에 멈춰서서 내려다보자, 전복하고서 헛바퀴만 돌아가고있는 차가 있었다.


원율은 호주머니에서 도구를 꺼내더니 낭떨어지를 따라 짚으며 내려갔다.


안전하게 착지에 성공한 원율은 차량에 손을 올려놨다.


차량이 원율에게 반응하는가 싶더니, 표면 전체가 일렁이면서 작은 원을 만들어나갔다.


"이건···"


감정의 함축물.


그 때 당시에 느꼈던 감정이 집약되어 구체화된 것이었다.


이것을 손에 넣으면 사고났을 당시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을 터이다.


물론 감정을 견딜 수 있는 가정 하에 이야기다.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돌아갈 순 없지."


원율은 심호흡을 하고는 추출된 함축물에 팔을 뻗었다.


원율의 몸도 위험을 감지했는지 약간의 정전기로 거부 반응을 표했으나, 의지를 꺾기엔 부족했다.


의지로 접촉된 손가락 지문이 함축물의 표면에 닿자마자, 내재된 감정이 신경 기관을 통해 흘러들어왔다.


"신이시여, 왜 저한테만 이런 일이."

"아무도 말이 없어. 왜? 대답해줘."

"여긴 어디야? 엄마?"

"아빠, 어떻게 된거예요. 오늘은 최고의 날이 된다고 하셨잖아요."


형용할 수 없는 슬픔과 현실 부정이 현재의 감정에 빗대어지면서 괴리감을 이루었다.


육체적인 고통을 넘어 급기야 감정선이 뒤엉켜버리는 바람에 스스로의 감정을 마비되어 파악할 수 없게 되어졌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두 손으로 쥐며 간신히 제정신을 차려보자, 유람선의 잔해만이 눈에 비춰진다.


"젠장, 이건 어째 익숙해지질 않는군."


가상에선 현실로 이동된 원율은 쓰러진 몸을 일으키고는 잔해물 밖으로 나왔다.


거의 피폐해질뻔한 감정을 누그러뜨리고는 앞으로 나섰다.


파괴된 유람선은 이것 뿐만이 아니었다.


이렇게 완파된 유람선은 보기 힘들지만 파괴 직전까지 간 유람선은 흔하게 널려있다.


유람선 뿐만 아니라 사람들도 저마다 어질러진 방 안의 쓰레기처럼 흩어져 있었다.


아포칼립스의 한 장면을 재현한 것같은 공간에서 화려한 무대 복장의 사람들이 쓰러져있는게 원율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 뒤로는 망설임없는 조사 시간.


무대 복장으로 화려하게 꾸민 사람들이 있는 공간에서 뽑아낸 함축물은 배신감이 몸을 휘어잡았다.


"어디선가 느껴본 감정인데?"


감정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함축물에는 원율이 익숙하다는 느낌이 드는게 있었다.


역겨움과 어이상실.


유독 강한 반응을 보인 원율은 없던 호기심이 발동했는지 장면을 확인하려고 머리를 넣어봤다.


장면을 찬찬히 살펴보니 대략 친구 사이의 뒤틀림으로 보였다.


친구와의 다툼은 흔한 것이니 그러려니하고 넘어가도 될 것이리라.


그도 그럴게 원율에게 허락된 시간은 얼마 없었다.


기억의 심연에 오래 있을수록 잠식되기 마련이기에 되도록 빨리 빠져나오는게 급선무였다.


"게다가 유람선 자체가 파괴되기도 하였으니 현양이 있는 유람선이 안전하다는 보장도 없겠군."


현재 현양이 올라타고있는 유람선조차 파괴되어 형체를 알아 볼 수 없는 모습으로 변모할 가능성은 충분했다.


그렇기에 더이상 시간을 낭비할 순 없다.


현양과 접촉하기 위해서는 동시대의 기억이 연결되어 있는 마을로 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족과의 이별이 아닌 애인과의 이별의 감정을 겪는 것.


이것이 원율을 현양에게로 데려가 줄 유일한 방법이다.


원율은 무색한 표정을 얼굴에 담고는 잔해물을 치우며 이별의 기억으로 걸어들어갔다.


목적지에 도달할수록 가슴부가 뚫려있는 디페컨도 나타났다.


"방해돼."


앞 길을 가로막는 디페컨 따위에게 줄 시간은 없었다.


원율은 호주머니에서 나온 장검을 두 손으로 쥐고서 한 마리씩 처리하며 조금씩 목적지와 가까워갔다.


이별의 기억까지 도달한 후에는, 디페컨으로 추정되는 존재는 한 마리도 남아있지 않게 되었다.


목적지에서 두리번거리던 원율은 근처의 잔해물 사이에서 작은 빛줄기로 보이는 실을 잡아당겼다.


실과 연결된 몇 개의 잔해물들은 연쇄작용을 일으키며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쓰러졌다.


"오랜만이네. 현성과 예진 씨."


이별의 기억은 원율의 존재만으로 충족했는지 저절로 재생되었다.


필름을 통해 본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감정이 변할 때마다 지진마냥 흔들리거나, 기억의 색깔이 변해갔다.


처음에는 보통의 떨림이었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정도는 심해졌다.


특히 계약에 관한 대화에서 선명하게 드러났다.


부정을 들어낸 예진의 감정은 분노였으나 현성이 자리를 뜨면서 납득과 우울로 변했다.


아마 기억 편집도 이러한 우울을 극복하기 힘들어 의뢰를 맡긴 것이곘지.


현성과 헤어지고나서도 예진의 독백은 지속되었다.


"평생을 함께 해준다면서."

"거짓말쟁이."

"어떻게 나에게 이럴수가 있어?"

"나쁜 새끼!"


이 외에도 수많은 독백이 있었으나 현성의 얼굴에 대고 분출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어쩔 때는 분출하는게 정답인 경우도 있답니다."


원율은 예진에게서 스며나온 함축물을 조심스레 들어올렸다.


수많은 감정이 함축물 안에서 휘몰아치며 표면의 내구성을 점차 깎아내리고 있었다.


들고 서있는 것도 안색을 뒤틀리게 만들고 있지만 참아야 하느리라.


감정에 삼켜버릴 위험을 감수한 원율은 빈 손에 철 실만큼 가느다란 바늘을 가까스로 만들어냈다.


"이제 그만 마음 속에서 썩혀두지 마세요."


손에 들려진 바늘의 끝은 함축물에 닿더니 자그마한 구멍이 형성되었다.


가뜩이나 휘몰아쳤던 감정이 봉인 해제되자, 소용돌이치며 함축물에서 빠져나왔다.


감정의 소용돌이에 몸을 던지는 행위는 미친 짓이지만 탈출하기 위해선 어쩔 도리가 있겠는가.


마른 침을 삼킨 원율은 깊게 심호흡하고서 소용돌이로 몸을 던졌다.


"크으윽!"


소용돌이에 몸을 맡긴 원율은 감정이 날카로운 가시로 변하며 온몸에 찔리는 감각이 깊히 새겨들어갔다.


"누가 이기나 해보자고!"




***




현양은 갑판 위에서 바다 아래를 바라보다가 제자리를 돌아다니는 것을 반복했다.


이빨이 서로 부딪히며 모공에서 땀이 새어나왔으나 원율을 꺼낼 방도는 여전히 생각나지 않았다.


"현양아! 바다에 뭔가 거대한 신호가 잡혀. 뒤로 빠져!"


상진의 음성이 현양이 쥐고있던 무전기에서 울려퍼지는 동시에, 바다에서 거대한 가시를 달고있는 빨판이 갑판을 덮쳤다.


"으아아아···! 사, 살려줘!"


행운이 따른 덕분에 빨판의 공격을 회피했지만 두번째로는 아무래도 무리였다.


뒤로 넘어져 땅에 손을 짚고 있는 현양은 잇따라 날아오는 빨판을 보더니 눈을 질끈하며 감았다.


"어엇?!"

"응?"


뾰족한 가시를 세우며 날라온 빨판은 어째선지 현양을 공격하지 않았다.


아니, 공격하지 못했다.


현양 앞에는 익숙한 뒷통수가 빨판을 가로막고 있었다.


"우리 할 일 있으니까, 이제 그만 꺼져."




잘 부탁드립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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