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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스트렌
작품등록일 :
2021.03.17 19:01
최근연재일 :
2021.04.05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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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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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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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25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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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연(4)

DUMMY

크라켄과 원율의 눈빛이 서로 교차했다.


하늘로부터 그림자가 지면서 거대한 빨판들이 한 곳을 향해 가시를 곤두세웠다.


빨판이 날라오는 타이밍에, 원율은 등 뒤로 칼날을 빼며 급속도로 몸을 낮췄다.


"해체."


입에서 나온 단어는 허공에서 자연히 사라지더니 원율을 중심으로 이질적인 공기가 흘러나왔다.


공기에 따라 공간이 일그러지더니, 마치 블랙홀마냥 한 점으로 빨려들어갔다.


빨판도 예외는 아니었다.


빨려들어가버린 공간의 일부는 편집한 것처럼 깔끔하게 잘려나갔다.


"키에에에엑-!"


몇 초 지난지 깨닫기도 전에 잇따라 여러 개의 빨판마저 눈 앞에서 소멸하면서 피비린내가 퍼졌다.


이 정도면 도망갈만 할텐데도  크라켄은 동공에 혈기를 집중시키며 원율을 응시하고 있었다.


주변 갑판은 난도질되어버려 앞으로 쏠려있는 탓에 크라켄과의 거리가 팔 길이만도 못한 상태였다.


분명 현양이었으면 기절하고도 남았을 것이리라.


그에 반해 원율은 살기가 대놓고 느껴짐에도 표정엔 공포 반응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저 다시 준비 자세를 갖출 뿐.


심지어는 연민이나 동정 따위의 감정까지도 아예 없었다.


신경전이 바람을 휘어잡다가 크라켄의 눈빛이 저돌적으로 변했다.


도박을 건 크라켄의 육중한 몸통이 바람의 저항을 뚫으며 원율에게로 돌진해왔다.


어떻게되든 부딪혀볼려는 심산같은데,


"어림도 없다."


원율의 검이 그대로 몸통에 선명한 경계선을 표시되면서, 크라켄은 큐브 조각이 되어버렸다.


제대로 지지할 몸통조차 잃어버린 크라켄의 눈동자는 흰색으로 변색하고는 바다 속으로 떨어졌다.


원율은 몸통 부위로 인한 물의 여파가 끝날 때까지 바다 쪽을 바라봤다.


원율은 마지막으로 튀어올라 바닷물 속으로 사라진 물방울을 본 후에야 검을 시야에서 치웠다.


아까부터 몸을 떨며 지켜보던 현양이 이제서야 머리를 내밀며 이름을 띄었다.


"저어··· 원율 씨?"


원율은 돛 뒤의 현양을 바라보다가     보란 듯이 고개를 기울였다.


"아, 아무것도 아녜요."


현양은 흘어나온 땀을 수시로 닦아내며 돛 뒤로 완전히 숨어버렸다.


그도 그럴 게, 병원에서 마주했던 디페컨의 기운과 원율이 비슷했기에 현양에겐 어쩔 수 없었을 것이리라.


아마 모니터 너머에 있는 상진도 같은 생각일 것이다.


"나머지 일 끝내러 가야죠."

"아, 네!"


초점을 잃은 현양의 동공에 잠깐동안 일직선이 그어지더니, 정신을 차리고는 원율의 뒤를 따랐다.


원율은 객실에 있던 사람들에게 한명씩 인사를 나누고서 갑판 위로 다리를 올렸다.


갑판을 따라 배 끄트머리로 이동한 원율은 영창을 구사했다.


"편집실 개방."


영창의 순서라도 틀렸는지, 편집실이 아닌 잠적을 소환되었다.


"상진? 편집실이 개방안되는데 무슨 문제가 생겼나?"

"그게 말이죠. 왜인진 모르겠으나 마을의 상태가 개판이라네요?"


상진이 뭐라 추가적으로 꾸짖음이 지속되지만, 일단은 흘러넘겼다.


"마을의 상태를 복원하면 된다는 소리인가 보군."


상진의 말을 듣고 주위를 둘러보니 개판 그 자체였다.


온전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건 객실뿐, 나머지는 형체가 불분명했다.


"지금이라도 다시 메꾸면 되지 않을까요?"

"그러는게 낫겠네요."


원율이 상자에서 도구를 꺼내려던 찰나에, 현양이 손을 허공에 젓고는 스스로 도구를 꺼냈다.


작업을 한게 오래 되지 않았음에도 터득이 빠르다는게 놀라울 따름이었다.


저는 갑판을 고칠게요 라고 망치를 들며 자신만만하게 선언한 현양이지만, 믿어도 될까.


걱정이 앞서지만 다른 방도가 있겠는가.


원율은 일명 사차원 주머니같은 호주머니를 뒤적이더니 뭔가를 포착하고는 꺼내들었다.


얼핏 보기엔 평범한 연필로 보이는 도구였다.


"갑판은 현양에게 맡겼으니 난 사람을 맡아볼까."


원율은 연필의 균형을 바로잡고서 얼굴부터 발까지 내려가면서 그려내기 시작했다.


객실의 사람들은 D사 요원들의 행동이 신기한지 고개를 기웃거렸다.


시간이 지나면서 선으로만 이루어져있던 모형은 서서히 사람의 모습을 갖춰갔다.


현양 쪽도 어느 정도 파손 전의 갑판 상태와 얼추 비슷하게 구현이 되어가고 있었다.


갑판을 고치는 사이에도 원율이 신경쓰인 현양은 원율에게 도움의 손이 내밀었다.


물론 원율은 눈도 마주치지 않고서 연신 내젓기만 했다.


***


선을 따 만들어낸 모형엔 영혼이 생겼다.


서있기도 힘든 불균형의 유람선은 멀쩡했던 시절의 모습을 완벽하게 돌아갔다.


먼저 작업을 끝낸 원율은 유람선 위를 돌아다니며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


"배의 완성도는 어느 정도야?"

"현양의 페인트칠이 끝나면 100퍼센트 찍을거예요."


원율은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페인트통을 꺼내어 현양에게 다가갔다.


부위 하나하나 섬세하게 색칠해나가는 현양을 뒤이어 원율이 나타나더니 옆에 페인트통을 놓았다.


"저도 동참하겠습니다."

"그래주시면 저야 좋죠."


전만해도 갑판은 형태도 알아볼 수 없었는데 이렇게나 복원된 걸보니, 미안한 감정이 안들 수가 없었다.


원율이 합세하고서,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 갑판 수리는 끝내 100%의 완성도를 뽐내었다.


원율은 상진에게 OK 사인을 받아낸 후에 곧장 앞으로 손을 뻗었다.


"편집실 개방."


이번엔 성공적이다.


바닥에 빛이 한 곳으로 모이더니 빛이 아래서부터 위로 문의 모습을 모방하기 시작했다.


원율은 빛으로 이루어진 문고리를 집더니 현양에게 손을 내밀었다.


현양은 고개를 끄덕이며 원율의 발자국에 따라 문 안으로 들어갔다.


문 주위에 일궜던 빛줄기 덕분에 눈에 주름이 생기며 감겨졌다.


감다가 뜬 후엔 바다 한가운데 였을 공간과 다른 평지가 나타났다.


평지와 맞닥드린 현양은 바로 알 수 있었다.


원래 예진의 기억 속이 아니라는 것을.


본래 기억 속에서 차츰 고쳐나가는게 상진과 했었던 편집 과정이었다.


그럴 터인데, 지금은 다짜고짜 평지만 떡하니 나타나 있으니 현양은 뇌를 돌리기 바빴다.


"여기가 편집실인가요? 아무것도 없는데요."

"곧 생기니까 기달려봐요."


원율은 두 차례 손뼉을 치더니 비어있던 장소에 무대를 꾸미듯이 장치들이 하나둘 모습을 보였다.


평지라는 말이 무색해질 정도이다.


"자, 일단 저는 새로운 배경을 만들테니 현양 씨는 문제가 되는 장면을 삭제해 주세요."

"문제가 되는 장면이라면···?"

"현성과 에진 씨가 만나는 장면 같은거요."


감정이라곤 들어나지 않는 원율의 말에 현양은 필름으로 쉽게 손을 가져가지 못했다.


현성이라는 사람을 그토록 사랑했었는데 지우는게 과연 옮바른 걸까.


고개를 숙이며 머리에 구상책을 생각하던 현양은 원율에게로 몸을 옮겼다.


"원율 씨, 현성이라는 사람을 없애지 않고서 해결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을까요?"

"현성이 존재하는 한, 예진은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들겁니다."


원율은 희망을 보이지 않는 말을 건네고는 현양을 자리로 돌려보냈다.


아무런 소득도 얻지 못한 현양은 눈 앞에 서있는 현성과 예진을 앞에 두고서 펜을 들었다.


이번은 현양의 새로운 도전이었으나, 정해진 룰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이대로면 안될 것 같은 직감이 몸에서 머물고 있는 듯 싶었다.


원율을 곁눈질로 바라본 현양은 떨리는 손으로 필름에 펜을 놓았다.


"조금만 바꾸면 되는거야."


현성이 없애라 당부했던 원율의 지적을 가뿐히 넘겼다.


펜 촉은 예진의 옆을 지켜주는 사람을 지우지 않았다.


이대로면 원율의 조언에 거절 스티커를 붙인 셈이다.


대신에 교모한 술수를 썼다.


"원율 씨, 다했어요."

"벌써?"


현양이 슬그머니 내민 필름을 유심히 바라보던 원율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쁘지 않네."


혹여나 자기 몰래 따로 편집할거라 생각했던 현양은 슬적 하며 얼굴을 살폈다.


손에서 손으로 넘겨진 필름은 원율의 직접적인 터치를 거치지 않고, 순탄하게 진행됐다.


그렇기에 더욱 의심은 쌓여만 갔다.


원율이 편집하는 내내에도 현양의

감시는 이어졌다.


편집을 하는 와중에, 시선이 느껴지는게 걸리적거리던 원율은 의자를 틀어 현양에게 반격을 날렸다.


"왜 계속 쳐다보시죠?"

"제가 언제요! 쳐, 쳐다본 적 없거든요?"

"방금 전만 해도···"

"그런 적 없다니깐요!"


현양도 모르게 나온 큰소리가 편집실을 가득 메웠다.


"정 그러시다면야."


원율은 어깨를 으쓱 하고는 본래 자세로 돌아갔다.


"마침 다 끝났네요."


손을 털며 일어난 원율은 저장 버튼을 누르려했다.


현양은 버튼 앞까지 다가간 손목을 잡아챘다.


"수상한 거 안보였어요?"

"예?"


현양은 쏘아붙이는 기세로 자리에서 일어설려는 원율을 몰아갔다.


"무슨 소립니까? 딱히 보이지 않았는데요."


회파람을 불며 외면하는 원율.


"남자가 있었잖아요."


현양은 눈을 가늘게 떴다.


"있었죠."


원율은 고개를 끄덕이며 턱을 어루만졌다.


"이상하지 않으셨어요?"


가늘게 뜬 눈에 이어, 이젠 미간에 주름까지 생겨났다.


"예."


원율은 끝까지 나몰라라 하며 딴 짓을 했다.


"제가 해버렸다고요."

"뭘요?"

"그거요. 아시잖아요."


냉장고에서 사이다라도 꺼내와야할 지경이다.


"제가, 현성을 안지웠어요."


결국 현양이 자기 입으로 자신의 죄를 알렸다.


주먹이 머리에 꽂아질 것을 예상한 현양은 눈을 질끈 감았다.


"알고 있어요."

"네?"


방금 전의 행동이 무색해지게, 예상 외의 대답이 나왔다.


"비슷하네요."


원율은 저장 버튼을 누르며 속삭였다.


아마도 현양까지 소리가 미치진 않은 모양이다.


현양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는 반면에, 원율의 얼굴엔 웃음이 새겨져있었다.


"됐으니까 돌아갑시다."


아무 문제 없다는 원율은 드리머가 씌어져 있을 머리에 손을 가져갔다.


원율의 행동을 본 현양 또한 같은 제스쳐를 따라 취했다.


들리지 않는 카운트가 흘러간다.


카운트되는 숫자가 완벽한 원을 이루면서 시야가 바뀌었다.


편집실이었던 공간은 빛에 휩쓸려 사라졌다.


현실적인 사무실이 등장하고서 파라노마처럼 둘러봤다.


"상진? 어디있어."


아까부터 무전기가 조용했기에 느낌이 수상했다.


"놀래킬려는 속셈이라면 그만하는게 좋아."


뒤늦게 드리머의 여운에서 깨어난 현양도 수상함을 감지한 듯 보인다.


"상진아 어디있어!"


아무런 응답도 들려오지 않는다.


원율은 구겨진 인상을 한층 더 강조했다.


"지금 안나오면 반으로 죽인다."


가뜩이나 인내심이 적은 원율은 주먹을 쥐며 발을 내딛었다.


근처 화장실도 뒤져봤으나, 역시 클리어.


남은건 휴식실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심호흡을 하다가 힘껏 숨을 들이마셨다.


"상진!"


앞서 간 원율이 문을 열자.


"어?"

"뭐야."


눈 앞에 펼쳐진 모습은 진풍경이었다.


휴식실은 난장판으로 변모되어 있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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