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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스트렌
작품등록일 :
2021.03.17 19:01
최근연재일 :
2021.04.05 14:55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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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27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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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분열증(1)

DUMMY

원율이 아닌 다른 존재가 끊임없이 발을 움직였다.


발이 나아가면 나아갈수록 현양의 움직이는 공간을 옥죄어왔다.


"최대한 아프지않게 죽여줄테니까."


부엌칼이 전등에 비쳐 여러갈래로 빛이 튀었다.


뒷걸음 치는 현양에 맞춰 원율도 걸음을 늦췄다.


"머리가 지끈거려. 당장 죽여야해."


지금 안건데, 원율이 머리를 붙잡으며 고통을 호소하는 빈도가 커지는게 보였다.


게다가 죽인다는 말을 하는건 변함없지만, 기존의 느껴졌던 살기가 무뎌지고 있는게 눈에 띄였다.


"원율 씨도 원치 않으시는 거죠?"


현양은 마음을 굳히고, 대화를 시도했다.


돌아오는 답변은,


"닥쳐."


차가우면서도 고독한 한 마디.


현양도 어느 정도 예상한 답변이었다.


"이유를 말씀해주세요."

"시끄럽다고."


아래로 내려있던 칼이 위로 들려졌다.


"너같은 녀석은- 컥?!"


날카로운 소리가 날 줄 알았으나, 둔탁한 소리가 원율 뒤에서 등장했다.


소리에 이어 원율은 앞으로 고꾸라졌다.


원율이 쓰러지는 동시에 상진이 모습을 대신했다.


"현양아, 괜찮아?"

"아 어, 괜찮긴 한데. 원율 씨가···"

"원율 선배는 내가 챙길테니까 걱정하지마. 알겠지?"


물음표를 띄우기를 멈추지 않는 현양을 뒤로 하고, 상진은 수습하기 바빴다.


상진이 현양을 탕비실로 안내했으나, 가만히 서서 지켜보고 있었다.


상진 역시 현양의 눈길이 괜찮지만은 않아보였다.


원율을 소파로 이끌면서 닫은 입술을 뗐다.


"원율 선배은 자아분열증을 앓고 계시거든. 너에게 피해가 미칠 줄은 몰랐는데 미안해."


상진은 일부러 현양에게서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고개를 돌렸다.


그도 그럴게, 이런 일을 겪은 현양의 반응을 똑바로 볼 자신이 없었다.


"이유를 말해줘."

"어?"


부스럭거리는 소리만이 존재하는 적적한 공기에서 문구만이 오갔다.


상진을 보고 있었던 현양의 눈길은 아래로 바뀌어있었다.


주먹을 쥔 손은 미세하게 떨렸다.


"왜 안말해줬어? 같은 동료잖아. "


추궁이라고 하기엔 목소리가 젖어있었다.


물에 젖은 고요함이 분주한 공기를 침범했다.


서로 다른 공기는 버물려지더니, 고요함으로 통일되었다.


"미안, 원율 선배의 비밀을 지켜주고 싶었어. 단지 그 뿐이야."


무거웠던 침묵은 무게추로 인해서 더욱 무거워졌다.


"나는 그런 줄도 모르고···"


무게를 이기고 올라가는 현양의 말이 불안정스러웠다.


"너가 잘못한건 없어."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균형을 상진이 잡아주었다.


현양은 소파에 기대어 있는 원율의 옆으로 이동했다.


"언제부터 이러셨어?"

"상당히 오래되었어."

"뭐? 그럼 치료라도 해야하지 않아?"

"각종 방법을 사용해도 치료가 안되었어."


상진이 고개를 저으면서 말하자, 현양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면 드리머로 해결하면 되는거 아냐?"


획기적이라고 생각했으나, 상진의 반응은 영 아니었다.


상진은 책상 위에 손을 올리고는 순서대로 손가락을 놀렸다.


"그래, 다 해보고 드리머도 생각을 했었지."

"근데?"

"원율 선배는 누가 자신의 머릿 속을 보는걸 극도로 싫어하셔."


원율은 회사에 입사했을 때부터 드리머에게 신뢰를 갖으려하지 않았다.


그렇다보니 드리머를 사용한다고 하면 거절한게 당연한 반응이었다.


이제보니 드리머를 싫어하는데 기억을 다루는 D사 에 취직한게 아이러니하다.


"그럼 지금까지 버텨오신거야?"


상진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현양은 할 말을 잃고는 약봉지를 쳐다보기만 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떠올랐는지, 상진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이 기회에 우리가 자아분열증을 고쳐볼래?"

"우리가? 하지만 원율 선배가 아시게 되면 끝장날걸."

"하긴 그런가."


현양은 던진 말을 다시 주어담아갔다.


그러다가 상진이 떨어져있던 말을 덥석 집었다.


"해보자. 지금 말고 언제 해보겠어?"

"안된다고 하지 않았어?"

"내가 책임질테니까 괜찮아."


상진도 마음 속에 원율의 지병을 해결하고 싶은 생각이 박혀져 있었다.


단지, 혼자 할 용기가 없었을 뿐.


지금은 아니었다.


상진은 최대한 속도를 내어 드리머를 가지고 세팅을 했다.


원율은 기절되었고, 게다가 혼자가 아니다.


조금의 희망이 빛이 나는 것처럼 보였다.


상진은 드리머를 자신의 머리에 장착했다.


현양은 컴퓨터로 보조해주는 역할을 맡았다.


드리머를 쓴 상진은 현양에게 엄지를 올리며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현양은 마른 침을 삼키며 엔터를 눌렀다.


버튼이 눌러지면서 상진의 정신이 원율에게로 스며들어갔다.


"좋아, 예전처럼만 하면 될거야."


상진은 가상으로 어깨를 돌리며 스트레칭을 하고는 눈을 떴다.



"이, 이게 뭐야."


눈 앞에 있는건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수많은 마을.


초원, 비행기, 전쟁터, 오두막집 외에도 여러가지의 마을들이 즐비하게 깔렸다.


원래는 사람 한명당 한개의 마을만 소지하고 있어야한다.


그런데 원율이 소유하는 마을이 10개를 족히 넘겼다.


다중인격에 대해서는 들어봤으나, 이 정도일줄은 예상치 못했다.


"하나씩 차례해도 해보자."


먼저 푸른 풀들이 휘날리는 초원으로 발을 올렸다.


"크윽!"


초원은 2개의 자물쇠가 허공에 생겨나면서 상진을 튕겨냈다.


"이게 또 나오네."


상진을 튕겨낸 장본인은 병원에서 봤었던 자물쇠였다.


역시나 자물쇠는 상진의 발 끝이 닿을려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그런데 저건 2개네?"


기록실에서 봤던 자물쇠는 총 3개였다.


원율의 기억 속에서는 2개.


무력으로 깰 가능성이 조금은 있다는 소리이기도 했다.


"누가 이기는지 해보자는거지?"


악으로, 깡으로.


상진이 가진 다짐의 일부였다.


자세를 잡은 상진은 그대로 달려가 자물쇠에게 몸을 던졌다.


결과는?


불 보듯 뻔하게 무참히 패배했다.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현실적인 벽도 아닌 시스템 상의 벽일텐데 어떻게 뚫겠는가.


"여기 말고 다른 곳도 있었으니 충분히 가능성 있어!"


이제 많고 많은 것 중에서 1개가 안되었을 뿐이다.


가능성은 아직 차고 넘쳤다.


"할 수 있드아!"



보람차게 도전장을 내민 상진은,



"할 수 없드아···"


식어버린 녹차가 되어 돌아왔다.


"어떻게 하나도 안뚫릴 수가 있을까요?"

"철저한 방어막이야. 저걸 다 막은 것도 대단하시네."


지금까지 본 인격은 총 34개.


터무니없는 숫자의 인격이었다.


이렇게 많은 인격을 소유하고 관리하고 있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도대체 무슨 인생을 살아오신 겁니까."


놀란 기색을 감춘 상진은 고개를 저으며 탄식을 내뱉었다.


자물쇠들이 줄지어 있는 광경을 구경하던 중에, 상진에게 무전기가 말을 걸었다.


"꿈 붕괴도가 상승하고 있어. 거기서 나와야 해!"


무전기에서는 다급함이 묻어나오는 현양의 목소리가 퍼졌다.


현양의 말대로 시간이 별로 없었다.


상진의 눈에는 흐릿한 노이즈가 끼는게 보였다.


그것은 틀림없이 원율의 정신이 돌아오고 있는 것을 암시하고 있었다.


아무런 소득은 없었으나, 그래도 처음으로 원율의 정신을 바라봤다는 것에 만족하자.


상진은 손짓으로 원형의 전원 버튼을 소환하고는 눌렀다.


노이즈가 끼면서 상진의 정신도 아득해갔다.




***




"정신이 들어?"

"머리가 빙글빙글 도는 것 같아."


흐리멍텅한 소리가 귓가에 스쳤다.


"뭐야."


가까스로 입에서 목소리를 꺼내는 것에 성공했다.


머리가 몽롱했으나, 정신은 돌아오고 있다는게 오감으로 느껴졌다.


아무래도 상진과 현양은 원율의 목소리가 닿지 않은 모양이다.


힘이 들어가고 있는 팔에 부담을 주면서 이끌어 올렸다.


인형술사의 통제를 잃어버린 인형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실을 잃어버렸으나, 팔이라도 통제가 되어있는 상태이었나보다.


소파의 팔거치대를 짚으며 삐걱거리는 몸을 일으켰다.


"원율 선배! 괜찮으세요?"


현양과 이야기하던 중에 상진이 원율을 발견하고서 달려왔다.


눈가에는 약간의 물방울이 맺혀있었다.


"죽은 것도 아닌데 왜 그래."

"걱정이 안될 수가 있어야죠. 아직 휴식을 취하셔야해요."


상진은 원율의 몸을 부축하면서 탕비실로 향했다.


그러다가 원율이 바닥을 짚으면서 부축이 정지됐다.


원율은 뭔가를 가리키고 있는지, 손가락이 펼쳐져있었다.


"잠깐, 저건 뭐야."


원율이 가리키는건 다름아닌 드리머였다.


"아아, 그건 원율 선배가 기절해있으실 때 닦아놓은 거예요."

"그런건가."


묘하게 빛나는 것 같기도 하네.


원율은 납득하고서 상진의 부축에 몸을 맡겼다.


탕비실에 도착한 원율은 문 밖으로 떠날려는 상진을 붙잡았다.


"내가 기절하는 동안 무슨 일 없었어?"

"네, 없었어요. 그저 주무시기만 했는걸요."


상큼하게 대답하는 상진.


너무 상큼한 나머지, 없던 의심도 생길 정도였다.


원율은 볼을 긁적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시관은 어디있는거지?"

"글쎄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어요."


상진은 어깨만 으쓱 하고는 별다른 말을 붙이지 않았다.


시관의 행방만큼은 상진도 모르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상진도 원율과 함께 시관의 행방에 대해서 뒤늦게라도 생각하려던 찰나에,


"상진, 이리와봐."


현양의 손짓 섞인 독촉이 상진의 눈에 드리웠다.


"무슨 일인데 그래?"

"여기 보면 기억이 깨져있는게 있어."

"기억이 깨져있다고?"


상진이 축소된 눈으로 모니터를 향해 바라봤다.


많은 파일들을 마우스로 터치하면서 확인해보니, 깨진 파일들이 많이 포착되었다.


듬성듬성 깨진 줄로 알았으나, 생각과는 달리 한 부분만 집중적으로 깨져있었다.


"마치 누가 일부러 삭제한거 같지 않아?"

"일부러 삭제했다고?"


상진의 몸에서는 식은땀이 새어나왔다.


"에이 설마, 그럴리가 없겠지. 그게 어떻게 가능해?"

"혹시 모르지. D사에 있는 사람들 중 한명이 그런걸 수도 있잖아."


상진은 머리를 쓸어넘기며 침을 삼켰다.


"누, 누구같은데?"


현양은 손바닥으로 턱을 받치고서 눈동자를 굴렸다.


한바퀴를 돈 눈동자가 멈추더니,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건 지금부터 알아가야지."

"어떻게 찾을건데?"

"나한테만 맡겨둬."


현양은 주먹을 쥐며 눈을 날카롭게 했다.


상진은 갈 길을 잃은 표정으로 웃음을 연신 보여주었다.


탁-


"음?"


사무실 문에서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왠지 웃음소리도 작게나마 들린거 같았다.


현양은 생각에 빠져서 못들은 듯 싶었다.


상진이 잘못 들었나 하며 문을 열고서 좌우를 확인했으나, 아무도 없었다.


문 밖에서는 걷는 소리로 도배였기에 소리를 쫓는건 무리였다.


상진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끝내 포기하고서 문을 닫았다.


문을 닫은 그림자는 이미 복도 끝으로 향해 있는 상태였다.


그림자는 복도를 벗어나자마자 참았던 웃음을 터트렸다.


"파하핫, 정말 재밌는 분들이지 말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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