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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렌
작품등록일 :
2021.03.17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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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05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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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28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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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분열증(4)

DUMMY

"무슨 방법이야?"

"그건 바로!"


하늘로 치켜올라간 손가락이 필름을 가리켰다.


"과거를 추출하는거야!"


목표는 원율의 과거.


자아는 눈 앞에 있으니, 이미 반쯤 성공한 상태였다.


그치만 상진의 생각은 다른 듯 보였다.


"아냐!"

"뭐?"


두 개의 자아를 보고있던 상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여기 기억에선 안돼. 조금 더 평범한 기억이 필요해."

"조금 더 평범하다면?"


아무런 자아도 끼어있지 않은 오리지널 형태의 원율이 필요한 것이다.


"여기 눈 앞에 있잖아?"

"그건 묶음이 아니지."


상진이 원한 것은 묶음이지, 부속품이 아니었다.


"자아는 각기 색깔을 지니고 있어. 그렇기에 아무런 색깔도 들어있지 않은 기억이 필요하지."

"색깔이 없는 기억이 있긴 해?"


어떤 기억이든, 색깔은 정해져 있기 마련이다.


분노가 담긴 기억이라면 빨강색을.


슬픔이 담긴 기억이라면 파랑색을.


그럼에도 상진은 아무런 색깔도 없는 기억을 추구하고 있었다.


현양에게 있어서는 말도 안되는 논리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리라.


"자자, 일단 부딪혀 보는거야.가보자구!"


전만 해도 우물쩡거렸던 상진이 이젠 현양을 리드했다.


그 덕에 현양은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서 상진의 손에 이끌려 따라갔다.


"여기가 중학교 시절의 원율 선배가 있는 필름이야."


상진이 걸어간 발자국을 따라가자, 공간에서 하얀빛이 나는 필름이 나타났다.


색깔이 풍부했던 기억과는 사뭇 달랐다.


"우와-"

"우리 학교가 감탄사를 불러 일으킬만 하지, 암!"


교실만 봤을 땐 그저 그럤으나, 밖에서 학교를 보니 멍해질 정도로 거대했다.


거대하기만 하지도 않았다.


수많은 LED와 홀로그램 시스템도 감탄사가 나오게 만드는 데에 기여했다.


"앗, 저기 봐!"


학교 외관에 감탄하는 것도 잠시, 현양이 앞을 향해 손을 뻗었다.


손가락이 가리킨 방향을 따라가보니 누군가 의자에 앉아있는게 포착되었다.


그건,


"원율 선배야!"


아무리 어렸을 적이라도 해도 상진의 눈을 속이는건 불가능했다.


작은 희망을 품고, 원율에게 한걸음씩 다가갔다.


상진의 발이 원율과 가까워질수록 숨겨져있던 감정이 느껴졌다.


"외로움을 느끼고 계신가본데."

"내가 봐도 그래보이네."


어느새 손가락 마디의 크기였던 원율이 정상적인 사람의 크기로 변했다.


나이는 어리지만, 성숙함을 풍기고 있는 원율.


눈을 찡그리며 보니, 몸 속에는 세 개의 구슬이 들어 있었다.


"이게 뭐지?"


현양은 신기하듯이 구슬로 손을 뻗으려하자, 옆에서 나타난 상진에 의해 차단되었다.


"궁금한건 이해하지만 일단 참아." "그럼 뭔지는 알려줘."

"지금의 원율 선배가 지니고 계신 자아의 수야."


자그마치 세 개의 구슬 형태를 띄고 있는 자아들.


아마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한 이유에 한몫할 것이리라.


대신 친구가 되어주고는 싶으나, 난입하지 못한게 한이었다.


그럴 터인데,


"원율 학생, 이쪽 보세요."

"상진?!"


상진은 아무렇지도 않게 필름에 난입했다.


남의 기억에 직접적으로 관여한다는건 불법 행위와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사진사의 모습으로 들어온게 다행이랄까.


현양은 안절부절 못하고, 필름 밖에 숨어있을 수 밖에 없었다.


상진은 그러거나 말거나 사진을 찍기만 했다.


"아이고, 고마워요 원율 학생. 다음에 봐요~"


원율의 사진을 습득하고서 뒤를 돌자, 살기 가득한 현양이 있었다.


위협을 느꼈는지, 상진은 필름에서 빠져나왔다.


"이게 뭐하자는 거야?"


현양의 말투엔 날이 서 있었다.


상진이 움찔하며 뒤로 몸을 빼기에 충분한 살기였다.


"하하, 미안미안. 원율 선배를 깨우기 위해선 이래야 했거든."

"뭘 한건데?"


상진이 말하는 타이밍이 겹치게 현양의 질문이 비집고 들어왔다.


"과거의 기억을 추출한거지!"


입으로 괴상한 효과음을 낸 상진이 사진을 하늘 높이 들며 포즈를 취했다.


그러나, 포즈는 오래가지 않았다.


상진은 본 모습으로 돌아오고서 위축된 채, 자그맣게 입을 열었다.


"이걸로는 효과가 없다는게 사실이지만···"


순간, 피가 머리로 쏠리는 것 같았다.


현양도 모르게 손을 머리 위로 올라가, 상진을 겨누고 있었다.


"으아아! 한국말은 끝까지 들으라고!"


머리를 보호하는 상진을 보다가 고개를 돌리면서 팔을 내렸다.


"변하기 전의 원율 선배를 얻었으니, 이젠 변한 후의 원율 선배를 얻어야지."

"그런 후에는?"

"충돌시키면서 붐~!"


상진은 팔을 벌리다가 모으면서 손을 부딪혀보였다.


"정체성이 충돌을 일으키면서 원율 선배의 정신도 돌아오게 된다는 소리지."


한 마디로, 과거와 현재가 충돌하면서 생긴 충격파를 사용한다는 소리인가.


"그럼 현재의 사진을 구해야겠는데?" "그렇지!"


상진은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렸다.


"어떻게 구할거야?"

"이제부터 알아내야지."


상진이 진지하게 돌변하더니, 발걸음을 옮겼다.


내딛은 발에는 예전과는 다른 무게가 실려있었다.


익숙치 않은 모습에, 현양은 눈치를 주며 추론을 던졌다.


"혹시 무슨 기억인지 아는거야?"

"어깨 건너 들은적은 있어."

"누구한테 들었는데?"

"그건··· 나도 몰라. 기억이 안나."


고개를 저으며 애써 부정을 띄는 상진.


현양이 보기엔 회피하기 위함으로 보였다.


그만큼 꺼내기 싫다는 얘기겠지.


말로 안한다면 직접 보는 수 밖에 없다.


"알고 있다면 안내해. 시간 끌어봤자 안된다는거 알지?"

"알고 있어."


상진은 진지함을 넘어 두려움의 영역에 드리우고 있었다.


하는 수 없이 꺼낸 또다른 필름.


상진은 지금껏 본 적이 없는 낯선 장소였다.


처음보는 장소에 시선이 뺏긴 상진은 한동안 훑어보는 것에 시간을 보냈다.


"알고 있던거 아니었어?"

"어깨 너머라고 했잖아. 직접 본게 아니라니깐."


상진은 콧바람을 일으키며 눈짓을 보내고는 작업에 집중했다.


아마 처음 본 만큼 정보를 얻어내는 것에 중심을 둬야할 것이리라.


아무리 그래도 혼자서 보는건 섭섭하지.


작업을 하고 있는 상진 뒤에서, 호기심에 담겨진 현양은 까치발로 필름을 엿보았다.


"어라 거기 본 기억이 있는데?"


상진은 없었으나, 현양에겐 있었다.


과거부터 봐왔을 사람은 상진인데 말이다.


"뭐? 어디서 봤어?"

"어디였더라··· 분명히, 아!"


눈동자를 올리고서 생각에 잠긴 현양은 허공에 느낌표를 번쩍였다.


"원율 씨랑 작업했을 때 봤었어!"


현양이 떠오른건 실연 사건.


게다가 이 곳은 실연을 만든 주체가 된 장소였다.


"잠깐 봤지만, 분명해."

"실연 사건이랑 관련이 있는걸까?"

"글쎄."


아무리 생각해도 실연과 원율이 관련이 있다는건 가늠이 안되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건 자아가 늘어난 원율 선배를 추출하는게 최선이겠지."


상진은 바닥에 놓여진 사진기를 집었다.


고갯짓과 함께 눌려지는 필름.


필름은 흐름에 따라 영상을 진행시켰다.


아무런 대화없이 흘러갔다.


화기애애하게 이야기하고, 손을 흔들며 헤어지는 영상.


대단한걸 기대했으나, 기준점에 못미친 듯 싶다.


물론, 보는 사람이 평범한 사람이라는게 전제다.


그러나, 이 영상을 보는 사람은 전문 편집자인 상진과 현양.


둘의 눈을 속일 수 있을리가 없었다.


영상을 끝까지 본 상진이 먼저 의문을 제시했다.


"너무 어색한데."


무언가 이상하다.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이질적인 느낌을 감지했다.


필름에서 나온 동영상은 마치 '편집된' 것 같았다.


아무리 봐도 이상한걸 인지하지 못한 현양이 상진을 바라봤다.


"상진아, 뭔지 알겠어?"

"영상에 어색함이 묻어나오고 있어. 중요한 나사가 빠진 느낌이랄까."


느낄 수는 있었다.


알아내는건 불가능했다.


최근이면 가능하지만, 오래 전에 부분 삭제된 영상을 복구하는건 상진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두뇌를 굴리고 있던 상진은 어딘가로 손가락을 올렸다.


"어엇!저기봐!원율선배가있어!원율선배가 손을흔들고있잖아!"

"진짜? 어디?"


속사포마냥 쏟아지는 상진의 말에,현양은 눈을 부비며 살펴봤다.


그러나, 보이는건 아무것도 없었다.


상진은 손으로 표시하면서 나름대로 원율의 위치를 알려주고 있었다.


애써 원율의 존재를 어필하고 있는 상진.


그 손이 가리키는 곳엔 공기만 있었다.


보다못한 현양이 한숨을 쉬며 눈동자를 굴렸다.


"저거 아니야?"


목표물을 찾은 현양의 눈동자는 상진과 다른 곳을 가리켰다.


그곳엔 눈에 다크써클이 내려앉은 원율의 모습이 있었다.


"상진아, 정신 차려. 어딜 보고 있었던거야?"


정신을 못차리는 상진을 향해 태클을 걸자, 상진은 입을 벌리며 눈만 깜빡였다.


"원율 씨를 찍으면 되는거지?"

"어어, 맞아."


상진은 더듬거리는 말투로 사진기를 건네주었다.


현양은 전해받은 사진기를 들고서 원율을 향해 초점을 맞추었다.


찰칵-!


경쾌한 셔터 소리와 함께 졸려보이는 원율의 모습이 사진기를 통해 인출되었다.


이제는 충돌을 일으키기만 하면 되었다.


"이거 받아."


상진은 말없이 현양에게 과거 사진을 손바닥 위에 올려주었다.


과거와 현재.


현양이 두 개의 사진을 번갈아 보았다.


"이걸 이제 부딪히게 하면···"


조용한 공간 속에서 침을 삼키는 소리가 스피커를 메꿨다.


과거와 현재가 점차 가까워간다.


서로 가까워진 사진은 합쳐지는 단계에 이르렀다.


두 개의 시간대가 하나로 되는 순간,


빛이 공간을 감쌌다.




***




"으으."

"머리야···"


하얀 섬광이 덮쳐진 후에 정신이 아득해졌었다.


그 후론 드리머에서 깨어났다.


강제다시피 깨어난 바람에 다시 들어가는건 아무래도 힘들었다.


먼저 정신을 차린 상진은 손을 허우적거리며 바닥의 높이를 가늠하기 바빴다.


덥석.


서늘한 공기를 잡던 손아귀에 따뜻한 온도가 느껴졌다.


꿈에 갇힌 탓에 익숙하지 않은 눈을 한쪽만 뜨고서 누구인지 확인하자,


"상진, 일어났냐."


원율이 있었다.


"워, 원율 씨예요? 괜찮으세요?"


상진에 이어 현양도 깨어났다.


원율은 끄덕이며 긍정을 표했다.


"으이그, 이것들아. 너희야말로 괜찮냐."


상진과 현양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는 원율.


"저희는 괜찮습죠!"

"네!"


원율의 걱정을 받으니, 상진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현양 역시 밝은 얼굴로 답해주었다.


"으흠, 그나저나 약이 아닌 마약을 가져왔다라."

"아."

"죄송합니다아!"


포근했던 분위기가 한순간에 섬뜩해진 것 같았다.


둘의 반응을 가만히 지켜보던 원율이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덕분에 약을 구할 장소를 알아냈어."

"진짜요···?"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마."


원율은 손을 위아래로 흔들면서 현양을 진정시켰다.


원율의 반응에 한시름 놓을뻔하다가, 차가웠던 예전과 비교하면서 오히려 걱정이 앞서게 되었다.


"너무 자책하지들 말어. 그럴려고 그런게 아니라는거 아니까."


원율에겐 그림자가 낀 표정을 한 상진이 자책하는 것으로 보였는지, 어깨를 두둘겼다.


그래.


예전과 다른 원율이면 어떠한가.


오히려 잘됐다 하면서 지나가면 될 것을.


상진은 고개를 숙이며 얼굴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원율 선배, 꼭 약 구해서 가져올게요.'




잘 부탁드립니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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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정 의사 21.03.25 1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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