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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스트렌
작품등록일 :
2021.03.17 19:01
최근연재일 :
2021.04.05 14:55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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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1,051

작성
21.03.31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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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나? 스프레!(2)

DUMMY

"당신을 어떻게 잡았는데 내가 도망치겠냐고요?"

"뭐, 뭐야!"


귀를 통해서가 아닌 머리에서 목소리가 공명했다.


일그러진 목소리가 원율에게 연락을 걸었다.


"원율~ 들려요? 들리시면 말 좀 해보세요."


어떻게든 정신을 흔들릴려고 발악하는 스프레.


가관이 따로 없다.


원율이 아무 반응도 없자 강도는 더욱 올라간다.


"내가 또 그 장면 보여줘요? 진짜로! 정신이라곤 하나도 없을!! 읍읍!"


하도 시끄럽게 떠들어대서 입막음시켰다.


"그딴게 먹힐거 같나?"


머리 안을 돌아다니는 목소리.


조현병과 맞먹을 위력이었다.


그렇지만, 상대가 안좋았다.


상대는 드림 컴퍼니에서 최고 경력을 지닌 원율이다.


원율에겐 고작해야 나레이션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이런 사례는 흔하디 흔한 일이었다.


기억과 마음을 탐방하는 직업인데, 환청이나 환각에 시달리지 않는게 더욱 이상할거다.


물론 경험이 적은 상진이 타겟이 아닌게 다행이었다.


그런 사실을 알지 못할 스프레는 와인잔을 잡고 부들거리고 있었다.


"으으으, 말도 안돼! 일반 사람이라면 정신줄을 놓고도 남을건데!!"

"여기에 있어도 너만 손해일텐데."

"닥치세요! 어딜 말을 올리시는지요!"


닥차라니 무시하는게 나으려나.


얼떨결에 가해자가 화내는 쪽이 되었다.


"왜 안먹히는 거지?"


부정을 거듭하다가 이젠 구체화된 상태로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빙글거리며 제자리를 회전하는 발걸음은 문득 멈췄다.


"맞아요. 이게 있었지요?"


손가락끼리 마찰을 일으키는 탓에 소리가 일어났다.


단지, 소리만 일어난게 아니었다.


장소 또한 바뀌어 있었다.


"이 곳은?"


어두침침하고, 곰팡이가 서린 방.


원율의 내면을 직관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과거를 드러내보는 시간이랍니다!"


웃음을 내보이며 박물관에 구경이라도 온 듯, 둘러보기 시작했다.


'어차피 볼 것도 없을텐데.'


보고 싶다면 보라지.


애초에


"이, 이럴수가··· 대단하네요!"


구경이 한창 계속되던 스프레가 갑자기 감탄사를 내뱉었다.


입으로 나온 감탄사에 이어서 손으로 박수까지 치기 이르렀다.


확실히 지금껏 감탄사를 본 적이 없었기에 원율도 귀를 기울였다.


"그래, 그런거였어. 원율은 선택 받은 자 라고···"


선택 받은 자.


'이건 또 뭔 소리야.'


인생을 살아오며 처음 들은 소리였다.


"그게 무슨 소립니까?"

"흐아아악!"


누가보면 놀래킨 줄 알겠다.


"뭘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모르는 일이랍니다."


소스라치게 놀란 모습을 정리하고, 헛기침을 해댔다.


아무래도 없던 일로 처리할려는 모양이다.


"선택 받았다니?"

"내가 널 선택했다는 거지요."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몰라도 되는 거랍니다!"


또, 또 도망친다.


어지간히 말하고 싶지 않아보였기에 주제를 옮겨보기로 했다.


"그런데 내 머리에서 안나갈건가?"


'아까 전부터 느낀건데 왜 안나가는거지.'


"내가 있는 것 자체가 머리가 아프게 되겠지! 무엇보다 관심이 생겼거든!"


비어있는 와인잔이 원율에게로 기울였다.


"골치 아픈 놈이 늘어난 것 같군."


저절로 이마에 손이 갔다.


한숨을 쉬며 감았던 눈을 떠보자, 상진과 현양이 머리를 모아 웅성대고 있었다.


"뭐하냐."

"아, 아무것도 아녜요!"

"아닙니다요. 형님 아니, 선배!"


그러고는 다시 머리를 모으며 무어라 중얼대기 시작했다.


'지금 미친놈 취급 당하는건가.'


하긴, 허공에 대고 말하는 사람을 이상하게 안보는게 이상할거다.


"얘는 또 뭐야?"

"으앗! 뭐하시는 거예요!"


볼을 쿡쿡 찔러보는 리르.


"너도 스프레가 보이나?"

"아, 네. 보이네요."


더이상 못참겠는지, 스프레는 멀찍이 멀어지고는,


"나에게 이런 것에 대해서 내가 아주 큰 벌을 내릴거야. 각오하는게 좋을걸?!"


협박조로 위협해댔다.


"예 예. 참 무섭네요."


그러나, 데미지가 1도 안되는 협박조였다.


"저기, 대체 뭘 보시는 겁니까?"


참다못한 상진이 손을 건들거리며 불만을 제시했다.


"머릿 속의 악마?"


이렇게 보니, 무슨 생각을 하면 양쪽에서 천사와 악마가 토론하고 있는 장면이 떠올랐다.


'천사가 없는게 마음 아픈 일이네.'


"그럼 제가 말하는 것도 듣고 있다는 거네요?"

"물론이지!"

"말하면 되는건가요?"

"말만 해보시죠."


뭐라 말할 문장을 궁리하다가,


"저한테도 찾아와주세요."


라고 말했다.


맛있는 먹잇감을 포착한 스프레가 현양을 향해 돌진했다.


"말하는 대로!"


현양에게 간섭할려는 듯 싶었다.


"어딜."


당연하게 저지당했다.


"칫, 아깝네요."


팔짱을 끼며 고개를 돌린 스프레를 무시하고 현양에게 바라봤다.


"악마같은 녀석이라서 조심해야해. 함부로 얘기 걸지마."


위협조로 내보낸 말은 현양이 눈을 빛내게 만드는 조건을 충족시켰다.


조금이라도 방심했다간 스프레와 교섭할 기세다.


"조용. 휴식실로 가서 쉬기나 해. 일 커지게 하지 말고."


마음 그대로를 내보낸 말이었다.


서늘함에 시무룩해진 모습으로 휴식실까지 연행되었다.


상진에게도 닿았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순순히 휴식실로 걸어들어갔다.


휴식실의 문이 닫히는 것을 끝까지 확인하고 나서야 눈을 지그시 감고 다시 떴다.


"오버레이."


입에서 읊어지는 단어는 사무실이라는 공간을 없애버렸다.


"이제는 쉽게 하네요?"

"원래 자각몽이 기본 베이스니까."

"별난 직업이 따로 없네요~"


비꼬는 투로 원율을 까내리지만, 알까보냐.


원래 묻고 싶었던 질문을 꺼냈다.


"너 뭐하는 녀석이야."


창이 스프레에게로 날아간다.


"인간입니다!"


허무하게 방패가 튕겨낸다.


그래도 괜찮다.


치명적인 흠집을 내기엔 충분했으니까.


"인공지능이 아니라?"


두 번째 창이 흠집을 향해 보기좋게 날라갔다.


"이렇게 친근한 인공지능을 봤나요?"


어이없게도 튕겨져 나갔다.


"친근한 인공지능, 그래. 봤지."


레브.


에하드에서 만든 세계 최고의 역작이었다.


게다가 직접 두 눈으로 보고 온 경험이 있다.


그렇기에 당당히 말할 수 있었다.


"넌 레브와 같은 인공지능일거다."


이번에야말로 마지막 창이었다.


"···"


날라간 창이 방패에 박혔으나, 파열음만 났다.


"맞아요."


끝내 방패가 바닥에 떨어졌다.


"인공지능, 스프레 입니다."

"역시 맞군."


두동강이 나지않은 상태로.


하지만, 원율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방패의 행방 또한 희미해져갔다.


그러거나 말거나, 시간은 봐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정보 습득의 절차는 시간이 흐르면서 계속 이어갔다.




***




상진과 현양은 모두 휴식실에서 자고 있는 상태가 계속되었다.


심심하던 펜리르는 팝콘까지 동행하며 흥미롭게 관람했다.


반면에 원율 혼자만 어두운 기색을 뿜어내고 있었다.


"나에게 자물쇠가 있다고?"

"넵!"


원율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브이를 하는 손가락을 눈에 가져가며 포즈를 취했다.


"자물쇠라는건 뭐지?"

"헤에- 그건 나도 잘 모르겠는걸요?"


어느새 차오른 와인이 유리벽에 부딪히며 찰랑거렸다.


예민한 탓에 도끼눈을 띄며 여유로운 스프레를 쏘아보았다.


"자물쇠 때문에 나와 동행한다고 하지 않았나?"

"음~ 맞지. 선택 받은 자 니까."

"그럼 군인 김철수에 대해서 알고있나."


침이 꼴깍 넘어갔다.


대답에 따라 중요한 단서가 될수도 있다.


"미안미안, 김철수는 하도 많아서 누굴 말하는지 모르겠네?"

"많다고?"


많아봤자 얼마나 많겠는가.


이빨을 맞부딪히다가 입을 열었다.


"4차 세계전쟁에서 트라우마를 겪은 채로 살아온 군인 김철수를 모른단 말이냐."


진지함이 묻어나온 질문이었다.


그러나,


"푸, 푸하하하!"


답변 대신 웃음이 달렸다.


"뭐가 웃기나?"


의문이 들었으나, 그럼에도 차분하게 다시 물어보았다.


"전쟁에 희생당한 사람들을 보통 다 외우고 다녀? 웃겨죽겠네! 아하하!!"


몇 만명이 넘는 희생이 일어난 전쟁이니, 사람이라면 외우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스프레는 인공지능이었다.


그래서 물어본 질문이었는데.


"인공지능은 알고 있어야 정상 아닌가?"

"현실감이 부여된 인공지능이예요~"


'현실감이라고?'


말도 안되는 소리.


톤이 아까보다 더 올렸다.


"지금 농담이 나오는거냐."


일자였던 눈썹이 V를 그렸다.


"어이구, 무서워라. 진짜로 모른다니까요?"

"···!"


반응이 다르다.


장난스러운 기색이 잦아들어 있었다.


"멍청한 인공지능이군."

"흐흑."


오래된 심문 끝에 좌절해버린 스프레.


정보 습득은 이만하면 될 것이다.


팝콘을 입에 털어넣던 리르가 손을 털며 웃었다.


"스프레 까짓거 별거 아니네! 캬하하!"

"아, 아니거든요!"


이 정도면 불쌍해지기까지 보인다.


그간 업보가 있는데 어쩔 도리가 있겠나.


문으로 고개를 돌린 스프레를 냅두고서 무심코 창문으로 눈길이 돌려졌다.


"별이 참 많네."

"많으면 좋지! 나가서 구경하러 가겠다고!"


주먹을 불끈 쥐며 나가는 펜리르.


말릴려고 하기엔 이미 가고 없어졌다.


"별을 보니까···윽?"


원율도 모르게 손으로 머리를 쥐었다.


언젠가 경험했던 통증이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아픔은 멈추지 않았다.


스프레도 놀란 모습이었으나, 달라지는건 아무것도 없었다.


덜컥-


"오오- 이런, 원율. 괜찮아?"


타이밍 좋게 나타난 사람은 정 의사.


허리를 낮추고 등을 토닥였다.


한 손에는 약병을 쥐고 있었다.


"이거 먹고 한숨 자. 많이 피곤했을텐데 왜 이렇게 고생을 했어?"


웃음 짓는 정 의사가 약을 물에 풀어놓고, 손이 닿을 정도로 가까이 내려놓았다.


"뭐하자는 겁니까."

"같은 직종의 사람라서 호의를 베풀겠다는게 문제인가? 프하하."

"돌아가세요. 엮이고 싶지 않으니까."

"그래그래, 마지막 호의가 되길 바랄게. 원율."


웃음을 잃지 않은채, 손짓을 하면서 떠나갔다.


그걸 본 원율은?


"기분이 드럽군."


당연한 반응이다.


전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정 의사에게 빚지게 되었다.


엮이고 싶지 않은 양반이건만.


또 다시 마주칠 생각을 하니 머리가 어질거리는 느낌마저 들었다.


물을 마시면서 숨을 돌리다가 조용한 분위기가 어색함을 드러냈다.


원율 또한 알아채기 간단했다.


"스프레?"


가만히 조그만 틈만 보이는 문을 향해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다고 문에 뭔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스프레에게서 이상한 느낌을 감지하고 어깨에 손을 댈려는데,


"어떻게 된거지?"


라며 중얼거렸다.


정확히는 똑같은 의문을 계속해서 곱씹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저렇게 하는거지.'


의심 반, 호기심 반이 원율을 가득 채웠다.


귀를 가까이 대자, 작게 들리던 중얼거림은 증폭되어 들렸다.


"당신이 왜 여기있는거야."


원한 담긴 목소리였다.




잘 부탁드립니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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