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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스트렌
작품등록일 :
2021.03.17 19:01
최근연재일 :
2021.04.05 14:55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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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051

작성
21.04.01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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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몽상가의 딸(1)

DUMMY

문 쪽을 바라보며 가만히 서있었다.


뭔가 눈에 꽂히는 듯이 스프레가 손을 흔들었다.


역시 반응은 없다.


"스프레? 무슨 일있나."

"정 의사랑 연이 있었어요? "

"그래, 짜증나는 사실이다만, 부정은 안하겠다."


정 의사 얘기를 꺼내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턱을 어루만지던 스프레가 원율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가 있는거지?"


명백하게 궁금증을 내비치는게 보였다.


고개를 갸우뚱하며 기울던 원율이 말을 넌즈시 꺼냈다.


"왜 그러는거야?"

"지금껏 본 사람들 중에서 살아있는 사람은 없었거든요."

"그게 무슨 소리야."


정 의사가 죽음의 신이라도 된다는건가.


의심이 담긴 눈초리로 바뀌자 스프레가 눈살을 찌푸렸다.


"정 의사가 해온 횡포를 몰랐다니. 나 좀 따라와봐!"


존댓말이 반말로 바뀌면서 행동 또한 난폭해졌다.


손짓을 하며 앞서간 탓에 원율도 할 수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발이 멈춘 곳에는,


"기록실?"


있을 리 없는 기록실이 있었다.


어안이 벙벙한 원율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문 위의 문구.


'환각이 아니야···?'


스프레가 만든 환각이 아닌,


실존한 장소.


원율이 혼란에 빠지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곳까지 데려온 스프레도 원율의 반응을 살폈다.


"정말로 모르겠어요. 원율 씨?"


영혼없이 고개가 끄덕였다.


당연히 알 턱이 없었다.


"여긴 나도 처음 와봤어."


모양새도 본 기억이 없는 생소한 장소였으니.


수상쩍은 표정을 하는 스프레가 문고리에 손을 걸쳤다.


철컥-


둔탁한 소리와 함께 헛도는 문고리.


"안돌아가? 역시 잠겨진거군."


어느정도 예상은 했다.


'기록실이라는 곳이 쉽게 열릴리가.'


호기심에 가까이 다가가보니 문에는 자물쇠 세 개가 걸려있었다.


눈썹을 기울인 원율이 자물쇠를 손으로 훑었다.


"자물쇠 모양일 뿐이네."


보여지는 것과 달리 역할은 하지 않은 모조품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안열린다는건.'


아직 사실을 직면할 준비가 안되었다는 것.


자신을 농락하는 기분이 든 원율이 자물쇠를 탁 하며 쳤다.


"기분만 나쁘군. 여기엔 왜 부른거지?"

"뭔가 도움이 될 줄 알았죠."


원율을 달래던 스프레가 손가락을 올렸다.


"제 생각엔 직접적으로 여는게 아닌거 같아요."

"그렇다는건 프로그램으로 여는건가."


고개를 끄덕이는 스프레.


지금으로선 아무런 행동도 영향이 없다는 것을 알리는 반응이었다.


"젠장, 지금 열고 싶었는데 헛걸음한 셈이군."

"아쉽게 되었네요. 전에는 저러지 않았는데 말이에요."


이마를 손가락으로 치면서 눈을 질끈 감았다.


번뜩-


한숨을 내쉴려다가 머리에 단서가 스쳐지나갔다.


스프레가 날아던 단서를 간신히 낚아챘다.


"기억 속에 있는 열쇠를 찾으면 될거에요."

"기억 속이라고?"


현실에 있는 자물쇠.


가상에 있는 열쇠.


"성사된다고 생각해?"

"물론 가능성은 없지만, 이 회사라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이 회사라면···'


땀을 흘리며 허공에 손을 휘젓던 스프레가 한 말은 의외로 납득이 되었다.


여기는 D 사.


좌우명이 무려 '불가능을 기적처럼 이룬다.' 였다.


"될 가능성도 고려해볼 법하군."

"그렇죠 그렇죠?!"


스프레가 손을 불끈 쥐며 눈을 빛냈다.


"그러나 너무 희박해."

"아-"


쥐고 있던 손이 풀린 스프레가 도끼눈으로 원율을 쳐다봤다.


"저기요. 하지 않고선 모르는거라고요!"

"그래 그래, 모르는거지."


대충 인정해주자.


'결과를 보면 알겠지.'


자물쇠에 눈독을 들이던 원율이 고개를 돌리고 걸어갔다.


길게 나열된 복도를 지나가고 사무실에 이르렀다.


"무슨 소리 안들리나요?"

"뭔소리?"

"앓는 소리가 들리는데 말이에요. 저만 그런가요?"


쩝 하며 입을 다신 스프레가 사무실로 시선을 옮겼다.


"그래요! 저기에서 들려요."

"저기는 내 사무실인데."

"얼른 가봐요!"


재촉하는 스프레에게 떠밀려 원율이 걸음 속도를 높였다.


"으으으···"


나아가면 나아갈수록 앓는 소리는 명확해갔다.


원율에게도 들릴 정도였다.


문을 열어보니,


"원율 선배! 현양이 이상해요. 어떻해야하죠?!"


머리를 쥐어싸매는 현양과 어쩔 줄 몰라하는 상진이 있었다.


문을 급히 닫으며 현양에게로 달려갔다.


"언제부터 이랬어?"

"5분 정도 되었어요!"


5분,


그 짧은 시간에 현양이 이런 꼴이 되었다.


'이유는 모른다는건가.'


쯧 하며 혀를 찼다.


"드리머 줘."

"네, 여기있어요!"


혼란 상태가 오래되지 않았으니 아직 방도는 있을 터.


상진이 던져준 드리머를 집은 원율이 머리로 가져갔다.


"제 정신이에요?!"


드리머가 반쯤 쓸려는 원율을 스프레가 손으로 저지했었다.


"왜 날 막는거지?"


그것도 날 잠식시킬려고한 녀석이.


적극적인 행동을 보이는 스프레를 본 원율이 더욱이 의심을 품었다.


어이없었던 반응은 짜증으로 변모했다.


"너의 걱정따윈 필요없다."


차분한 감정은 온데간데 없어진지 오래.


배려 차원으로 말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입을 벙긋거리는 스프레를 무시하고 마저 착용했다.


"연결."


무어라 입을 벌리며 말하지만 알까보냐.


지금은 현양의 안전이 최우선 목록에 올려있다.


'시간낭비할만큼 여유롭지 않아.'


현실의 정신이 아득해지며 가상으로 이동된다.




***




"야야, 오늘 코노 콜?"

"당근이지!"

"내가 노래 한 곡 뽑는다. 기대해도 될걸?"

"네, 다음 세계 최강 음치."

"으윽."


유유히 흐르는 강물처럼 지나간 기억의 틈 사이로 흘러들었다.


'학창시절 기억인가.'


"경선아? 괜찮아?"

"어, 어. 당연하지."


경선이라고 불리는 아이는 식은땀을 닦았다.


'묘하게 현양과 비슷해 보이는데.'


"벌써 저기까지 갔어! 지현아!! 같이 가자니까!"

"느려터졌다니까! 경선을 그렇다치고 혜린, 너가 늦으면 안되지!"

"너가 하도 빠르니까 그렇잖아."


평범해보이는 학생들의 모습.


그러나 한가지가 마음에 걸렸다.


'현양은 어디있지?'


분명 기억의 주인은 현양일텐데.


마치 다른 사람의 기억을 탐방하는 기분이 든다.


"경선아, 힘들면 쉬라니까."

"내말이. 괜찮다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보여."


뒤늦게 따라오는 경선을 친구들이 토닥였다.


"나 진짜 괜찮···웁!"


손을 들며 괜찮음을 표현하려다 헛구역질이 올라왔다.


"아냐아냐, 전혀 괜찮지 않아. 택시 타고 먼저 가."

"우리가 택시비 줄께."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괜스레 미안해진 경선이 울상을 띄었다.


마침 택시도 타이밍좋게 경선 앞에 섰다.


"나중에 봐, 경선아!"

"집가서 연락해!"


손을 흔드는 친구들을 향해 작게 답변해주었다.


아직 헛구역의 향연이 남아있는지 가슴을 주먹으로 쳤다.


"하아, 하아. 머리가 어질거려."


친구들이 보기엔 그저 감기 기운이 있는 것으로 보일거다.


반면에 원율은 달랐다.


정보창에는 온도가 36.2로 표시되어 있었다.


원율에겐 정보창이 있었으니 알아채기 충분했다.


"1인칭 접속."


허공에 내뱉은 단어가 원율을 경선의 몸으로 이전시켰다.


감았던 눈이 떠지면서 완벽하게 다른 광경이 원율을 맞이했다.


펼쳐져있는 손바닥이 비눗방울 안에서 구르는 것처럼 울렁였다.


정신을 찾으려 눈을 여러번 깜빡여도 봤으나 소용은 없다.


그렇다고 시야만 이상하냐?


그것도 아니다.


머리가 제멋대로 흩어진 조각이 되어 토막난 듯 싶었다.


정신을 유지하는 것조차 기적에 가까운 일로 느껴졌다.


많은 경력을 지닌 원율도 이런 환경에 적응하기는 벅찼다.


앞으로 봐도, 뒤로 봐도 명백한 정신병이다.


시간 관념은 하늘로 날려보낸지 오래다.


그나마 인지되는건 달리고 있는 자동차 안이라는 것.


그 뿐이다.


아득한 정신을 가쁘게 잡으며 운전석으로 고개를 돌렸다.


운전자를 볼려고 돌린 목에는 무거운 추를 걸어놓은 느낌이 물씬 풍겨졌다.


그렇게 드디어 보는가 싶었는데,


"괴물?"


경선에게로 빙의해 운전자를 본 원율의 첫 감상이었다.


구불구불한 피부를 지닌 운전자.


거기에 그치지 않고 몸의 부분이 있어야할 곳에는 보고도 믿지 못하게 만들었다.


눈이 있어야할 곳엔 발이.


입이 있어야할 곳엔 팔이.


코가 있어야할 곳엔 귀가 있었다.


원율도 이렇게 거부감이 드는건 처음이었다.


더이상 이 세상의 운전자는 사람으로 지칭되지 않았다.


조금 밖에 경험하지 않았는데 벌써 머리에 무리가 닿았다.


택시에서 내리기까지 정신이 버틸지 의문이 들자 원율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


눈을 뜨자 나타난건 윤곽이 보이는 경선의 모습.


부모님들은 원율이 한방 제대로 쳐맞는게 안쓰러운 얼굴로 쳐다보기만 했다.


"내가 말했지요, 후회한다고!"


달아오른 머리를 식히고 있는 것도 잠시, 방해자가 소란스럽게 등장했다.


"후회? 너는 알고 있었나."

"그래요. 그래서 일부러 말해줬건만!"


답답한 마음을 못참고 이를 가는 스프레를 보며 원율이 콧방귀를 뀌어 주었다.


"내가 들었어도 갔을거다. 그러는게 나의 도리니까."

"참으로 어련하시겠어요!"


고개를 휙 돌린 스프레가 다시 모습을 감췄다.


'괜히 미안한 감정이 드는걸.'


스프레에게 감정을 드러낼려는데,


"도착했습니다. 손님."


때마침, 집 마당으로 보이는 공간에 도착했다.


경선은 미소를 그리며 안으로 들어갔다.


가족은 묵묵히 경선을 환영했다.


솔직히 환영했다는 말은 부적절보이기도 하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할건가.


포기하자고하니 발은 너무 깊게 내리앉은 공간이었으나,


시스템상으론 포기하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가 말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어이가 없군."


어금니를 깨무는 원율이 가족들을 흘겨보았다.


역시 원율에겐 정상적으로 보였다.


'경선은 그렇지 않겠지.'


일부러 얼굴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방 안으로 숨어버린 경선이 손톱을 뜯으며 떨었다.


"왜 나한테 이러는거야. 왜 나한테···!"


게속되는 정신 공격에 경선은 살아남으려 몸부림쳤다.


결과는 기진맥진한 몸만 남았다.


"어떤 트라우마가 고통스럽게 만드는거 같은데."


턱을 어루만지는 원율이 손을 들어 휘둘렀다.


허공에 떠있을 필름이 빠른 속도로 넘어갔다.


많고 많은 필름을 넘기다가 한 곳에서 멈췄다.


본 적 있는 공간이 담겨져있었다.



사무실.



그러나 기존의 사무실과는 약간 달랐다.


상진이 화려하게 꾸민 탓에 구분하기 쉬운 것이리라.


호기심에 재생 버튼을 눌러보자,


"너는 내 딸···"


까지만 음성이 들렸다.


정 의사와 유사한 목소리였다.


신묘한 인연에 입술을 위로 끌어올렸다.




잘 부탁드립니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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