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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령 마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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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rlGrey
작품등록일 :
2021.03.20 09:06
최근연재일 :
2021.04.06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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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24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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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탄성공간의 육체파 미소녀(?)

DUMMY

5. 탄성공간의 육체파 미소녀(?)



나는 추락했다. 낙하산 같은 것은 가방과 트렁크를 다 풀어해쳐도 없었다. 옷과 책, 잡지 등등 내 가방에 있는 물건들만 허공에 비산하게 만들었다.

물론 그래도 내게 특별한 능력이 나타나지도 않았다.

대신 나는 투명하고 탄력이는 공간에 떨어졌다. 거미줄 또는 아주 얇은 고무막처럼 내가 떨어지자마자 축 쳐졌다가 회복되었다.

“이게 뭐야?”

죽는 줄 알았다가 살아난 기쁨에 소리쳤다.

내 옆으로는 내 물건들이 비처럼 쏟아지고 있는 중이었다.

발 밑으로는 투명해서 아직도 땅이 까마득히 멀리 보여 아찔했다. 흠칫하는데 내 눈 앞에 VR게임 하는 것 같이 글자들이 나타났다.


-음성지원 모드를 활용하시겠습니까?


폰트나 전체 분위기가 내가 가진 카드와 같았다.

나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카드 이 자씩, 그런 게 있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내가 그렇게 '날아라' 할 때는 아무 말도 없더니.

“그래.”

하고 소리쳤다. 욕을 해주려다가 아직 그만큼 친하진 않아서 참았다. 앞으로 계속 함께 해야 할텐데 처음부터 관계 꼬이면 피곤할테니까.

우주선에서 들었던 여자 아나운서 목소리와 비슷한 음성이 들렸는데, 그게 귀로 들린 건지 머릿속에 울린 건지는 구분이 안 되었다.


-섹터 94에서 발동되는 탄성공간입니다. 애플리칸트(applicant)들만 사용가능합니다.


애플리칸트는 지원자라는 뜻이다. 하지만 난 지원 안 했는데 젠장. 하여간 나도 애플리칸트다.


-탄성공간은 떨어지는 물건의 질량과 관계없이 안전하게 받쳐줍니다. 모든 물체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중력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건 관심없다. 하여간 여기 떨어지는 건 괜찮다는 말이잖아. 내가 관심있는 건,

“이 소리 나 혼자만 듣는 거야 다른 사람도 들을 수 있는 거야...요?”

말하다 문득 든 생각에 목소리로 보면 나보다 나이가 많은 것 같아서 반 존대를 했다.


-통역사님만 듣습니다.


오. 그러면 이거 엄청 좋잖아. 이거 잘쓰면 시험 공부할 필요도 없겠는걸. 한 번 물어보자.

“그럼 나는 말로 해야 네가 알아듣는 거야?”

이번에는 반말로 했다. 상대방이 나한테 존댓말했으니까 난 반말해도 될 것 같아서였다.


-할 말을 생각하면 제가 들을 수 있습니다.


됐다.

“그럼 그렇지 않은 건, 즉 내 생각을 읽거나 하는 건 아니지?”


-아닙니다. 등록되는 채널은 오직 저에게 할 말을 생각하는 채널뿐입니다. 조금 전에 음성지원 모드를 승인하면서 채널은 등록되었습니다.


프라이버시까지. 하여간 좋다.

“너 아는 거 많지?”


-시험 수행에 필요한 정보는 제공할 수 있습니다. 그 이외의 정보는 접근 권한이 없습니다.


"노트북이나 셀폰이나 마찬가지라던데.”


-정보를 저장했다가 불러오거나 연산에 도움을 줄 수는 있습니다.


확실하다. 이 정도면 시험칠 때 참고서 펴놓고 하는 것 보다 백 배 낫다. 여기 시험이라는 데 적용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다.

나는 주위에 흩어진 짐들을 가방에 구겨 넣으며 속으로 물었다.

“너 뭐라고 부르면 돼?”


-재클린 710. 재클린이라고 부르면 됩니다.


“오케이, 재키. 그럼 통역사, 즉 내가 할 수 있는 게 어떤 건지, 뭐든지 다 말해봐. 난 정말 아무 능력도 없는 거야?”

나는 탄성공간을 방바닥 삼아 주저 앉아서 물었다. 공중에 떠있는 내가 꼭 신선이라도 된 것 같았다. 그런데 탄성공간이 점점 더 밑으로 내려간다.

괜찮을거라 생각하면서도 마음이 조금 불안해지네.


-통역사는 전쟁이 시작되었을 때 언어가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종족과 조우하게 될 때를 대비한 역할 분과입니다. 상대방 교신내역 분석과 포로심문은 물론 평화협상, 교역 등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따라서 통역사는 일급 정보를 다루게 되며 정보요원으로 활동하기도 합니다. 재클린 710은 애플리칸트 한이 통역사로 성장하는데 필요한 모든 지원을 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어라. 그냥 통역사가 아니네. 정보요원 비슷하고 탑 시크릿을 다루면 있어보이는 거잖아.

즉시 물었다.

“그거 말고 진짜 뭐 능력 같은 거 없어? 초능력 말이야.”


-말만 잘하면 다 얻을 수 있습니다.


“그걸 누가 몰라!”

뽑기면 이게 꽝인지 아닌지 애매하다. 어쩌면 재키 이것도 동생들처럼 길들이기가 필요할 수도.

땅이 가까워졌다. 멀리로는 도시의 첨탑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아래로는 푸른 들판이 보인다.

나는 재키한테 물었다.

“너 거짓말도 해?”


-안 합니다.


“일부러 입다물고 있거나 숨기거나 그런 건.”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너 전적으로 믿지 말라는 소리네.”


-예.


대답은 잘 한다.

나는 캐리어(트렁크) 두 개에 가방을 하나씩 얹어 놓고 모자를 썼다. 한 손에는 볼펜을 잡았다.

“음성지원 모드 꺼. 네 말 듣기 싫어.”


재키가 당황한 것 같다.

하지만 알게 뭐냐. 내가 필요하면 또 켜면 되는데. 난 현실주의자다. 당장 눈 앞에 있는 것부터 해결해야 하는 데 재키하고 노닥거릴 시간 없다.

이런 애는 학교에서도 적당히 거리둬야 하는데 내 머릿속엘 왜 넣어둬. 보니까 그냥 안보이는 핸드폰이구만. 성능은 좀 괜찮을 것 같아도.

난 공부를 전화기 앱이나 컴퓨터로 하는 사람이 아니다. 사전도 전자사전 안 썼다.

난 공부에서나 현실에서 몸으로 승부하는 육체파 미소녀다. 남들은 인정 안할 수도 있지만.


눈 앞에 재키의 메시지가 나타났다.


-뭐하는 건가요?


신경꺼시지. 처음부터 너 믿었다가는 종칠 거라는 느낌을 벌써 받았으니까. 비쥬얼 지원모드도 꺼버릴까? 그건 좀 있다가 판단하자.

나는 기면서 탄성공간을 더듬었다.

이거 진짜 고무줄 비슷한 느낌이다. 고무줄로 천을 짜서 만든 거 같다. 볼펜을 꺼내서 틈새 비슷하게 느껴지는 곳에 꾹 질러보니까 뾰족한 볼펜이 쑥 들어갔다. 튕겨 나오지 않았다.

더 밀어넣으니까 볼펜이 쏙 빠져 나가더니 자유낙하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추락을 느낀 것 같아서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짜릿했다.

“역시!”

하고는 스타킹에 남은 볼펜을 넣어서 다시 밀어넣었다.

볼펜은 빠져나갔지만 스타킹이 끼어 있어서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 마세요.


하고 재키가 메시지를 띄웠다.

뭔 명령질이야. 그거 주객전도다 못 믿을 것아. 나는 생까고 탄성공간이 땅까지 내려 가기를 기다렸다.

마침내 땅에 닿았다. 멀리 철길이 보이고, 그 끝에는 높은 빌딩들이 가득한 도시가 보였다.

나는 한 손에 캐리어 하나씩을 들고 걸었다.

오미터 정도 걸은 다음에 뒤 돌아보았다. 내 스타킹이 내 뒤에 있었다. 땅에서 10센티미터 정도 높이였다.

이번에는 조금 빨리 걸었다.

15미터 정도 가서 뒤돌아 보았다. 스타킹은 여전히 내 바로 뒤에 있었다. 마지막으로 캐리어를 끌며 40미터 정도를 쉬지도 않고 달렸다. 난 육체파라서 이 정도는 거뜬하다.

재키는 아무 말없고, 뒤돌아보니 역시 바로 뒤에 스타킹이 있었다.

이제 확신할 수 있었다.

나는 숨을 조금 헐떡거리며 참았던 욕을 했다.

“야. 재키. 너 더러운 년이네.“


-욕설 주의하십시오.


“개소리 닥치세요. 젠장 재키 년아. 하마터면 이 좋은 걸 버릴 뻔했잖아. 이런 거 미리 말해줘야지.”


-아무도 탄성공간을 가지고 다니지 않습니다. 처음 섹터 94에 착륙할 때 쓰고 나면 자동으로 폐기합니다.”


“입닫을래?”

한 후에 나는 손바닥에 스며들었던 카드를 불러냈다. 핸드폰 조작하듯이 안을 좀 뒤지니까 탄성공간 아이템이 있었다.

나는 조그맣게 말했다.

“이 년이 나를 바보로 알아? 너 사람 잘못 본 거야. 재키야.”

나는 캐리어들을 스타킹 옆에 놓았다.

그런 후에 뒷걸음질치보니 역시 스타킹과 캐리어들이 나를 따라왔다. 명확했다. 탄성공간은 나한테 귀속되어 있다. 내가 어딜 가든지 졸졸 따라다린다.

이건 가방들어주는 호텔 벨보이와 다름없다.


-이건 공정하지 못합니다.


재키가 이의를 제기했다.

나는 콧웃음쳤다. 공정 같은 거 있었던 적이 있으면 말해봐라. 난 그런 거 모른다.

아들 아니라고 태어나서부터 눈치밥 먹고, 줄줄이 여동생 태어나면서는 첫 테이프를 잘못 끊은 때문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았나, 더구나 동생들이 자라면서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부모님과 친척들의 편애는 얼마나 많았는데.

공정하면 옷으로 싸울 일이 뭐고 자리 다툼은 왜해?

대전쟁 어쩌고 하면서 감히 공정을 말해? 흥이다. 병신아.


-탄성공간은 착륙시에만 사용하고 다 쓴 후에 반납하는 것입니다.


“아! 그만 종알거려. 난 그런 거 몰라. 나한테 준 것도 없잖아. 그러니까 난 내가 알아서 할거야.”

재키 넌 한가람을 우습게 본 대가를 치르게 될거야.

난 누가 안 챙겨주면 알아서 챙기는 '큰 애'라고. 늘

“네 건 네가 알아서 챙겨야지”

라거나

“제발 동생들도 좀 챙겨라”

소리를 달고 살던 '큰 애'.

난 지금 시험 중에 손을 들고,

“선생님, 저 볼펜 없어요. 볼펜 좀 빌려도 될까요?'

라거나

“선생님, 22번 문제 잘못된 거 같은데, 답이 없어요. 답 안써도 돼요?”

하는 중이다.

알아서 챙겨 주마. 병신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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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6. 영력상자 - 꼬리치기 21.04.03 14 0 8쪽
16 16. 영력상자 - 추적 21.04.03 13 0 8쪽
15 15. 타임 에디팅 21.03.31 13 0 11쪽
14 14. 거인 숲의 유령 지능 21.03.31 13 0 10쪽
13 13. 애플리칸트 집결 21.03.30 19 0 10쪽
12 12. 비행선 탈취 21.03.29 15 0 19쪽
11 11. 순간이동보다 나은 21.03.28 19 0 10쪽
10 10. 첫 통역이 이상하다. 21.03.27 15 0 10쪽
9 9. 비급 '검술의 창조 원리'를 사버렸다. 21.03.27 16 0 9쪽
8 8. 접시닦는 지구의 미소녀(?) 21.03.26 20 0 9쪽
7 7. 감독관님, 저 돈 좀 주세요. 21.03.25 19 0 14쪽
6 6. 인간들의 별 섹터 94 21.03.24 16 0 8쪽
» 5. 탄성공간의 육체파 미소녀(?) 21.03.24 23 0 9쪽
4 4. 통역사가 되었다. 21.03.23 18 0 5쪽
3 3. 나도 카드 있다. 21.03.22 21 0 8쪽
2 2. 멋진 놈들(?) 21.03.20 26 0 8쪽
1 1. 천공의 환승 공항 21.03.20 47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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