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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령 마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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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rlGrey
작품등록일 :
2021.03.20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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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06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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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27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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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첫 통역이 이상하다.

DUMMY

10. 첫 통역이 이상하다.



내 방으로 돌아와서, 나는 먼저 음악 재생기에 노래 두 곡을 입력하고 재생했다.

생생한 발음이 음률을 타고 흐른다.

나는 눈을 감고 각 음소들을 분리해서 듣는 연습을 했다.

예를 들면 영어 단어 Distribute를 디스트리뷰트로 듣는 게 아니라 D, I, S, T, R, B,U, T로 각각 듣는 것과 같다.

우리나라 말은 초성, 중성, 종성을 묶어서 한 소리를 만들지만 영어는 그렇지 않고 각 음소마다 따로 발음을 해준다. 각

각 자음과 모음이 다 있어서 오히려 이걸 쉽게 헷갈리게 된다.

나는 이걸 음소의 '단단한 결합'과 '선 나열'이라 이름짓고 구분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큰 차이라도 개별적으로는 단단한 결합이든 선 나열이든 발음해보면 기본 음소는 유사해서 대충 알아들을 수는 있다.

섹터 94 이 별의 음소도 영어처럼 선 나열 형태로 발음된다. 그러나 이 별의 다른 지역에서 사용되는 말은 또 다를 수 있다.

두 노래 가사 모두 40개 음소가 다 있지만 횟수에 차이가 있다.

반복 횟수가 적으면 해결 방법은 간단하다. 까짓, 내가 반복하면 된다. 난 꼭 떠먹여 주는 것만 먹는 얼간이 아니다.

두 곡을 계속 반복해서 듣는데, 신통하게도 알아 들을 수 있는 단어는 오분지 일도 안 되네. 그렇거나 말거나. 이건 발음 연습용이다.

뜻이야 공부하면 곧 알게 되겠지.


내가 있는 이 식당은 번화가에 있지만 밤이 늦은 시간에는 무척 조용하다. 창밖으로 보면 높은 빌딩 사이로 별이 희미하게 보인다.

지구에서 보던 것과 마찬가지다.

왈도씨와 이야기 하던 중에 인류연합이야기가 있었는데, 그때 왈도는 별이 사람을 낳는다는 말을 했다.

자연발생을 별의 생명 출산이라고 본다면 틀린 말도 아니라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정말인 것 같다.

이 별의 크기는 아직 모르고 있지만, 내가 느끼는 중력은 지구에서와 같다. 내 몸이 이 별에 적응한 것일 수도 있지만 처음 올 때부터 그랬다.

하루의 길이도 같은 것 같다. 인간의 모습도. 여기도 흑인, 백인, 그리고 나 같은 황인종도 있다.

어쩌면 인류는 지구와 흡사한 별에서만 탄생하는 것이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우주가 70억년 전에 창조되었고, 그때 지구 같은 별들이 우주 곳곳에 생겨났다면, 그 별들에도 각각 인류가 나타나서 발전했을 테지.

별을 보면서 알지도 못하는 가사를 흥얼거리며 한참 시간을 보냈다.

엄마 아빠와 동생들 생각은 일부러 하지 않았다.

생각하면 화가 나고, 나 팔아서 잘 먹고 잘 살 것 같아서 얄미웠다.

그런데 갑자기 눈앞에 재키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통역사 1단계 조건이 완료되었습니다. 구조해석을 통한 이해력이 소폭 증가하였습니다.


음소를 완전히 이해하기 시작한 덕분이지 싶다.

나는,

“응. 알았어. 방해하지마.”

하고 계속 노래를 불렀다.

재키가 오늘은 끈질기다. 내 말을 무시하네.


-지금 여기서 계속 머무는 건 미션 수행을 고의로 늦추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습니다. 그런 판정을 받는다면 강제 조치가 뒤 따릅니다.


이게 나를 협박까지 하려 해?

“야, 재키. 내가 입 다물라 했어 안 했어? 내 미션은 내가 수행해. 그렇게 꼬우면 네가 하면 될 거 아니야.”


-재키는 애플리칸트 한의 미션 수행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중입니다. 제 조언을 들어주세요.


나는 피식 웃었다.

“너, 우리 아빠가 내 미국가는 비행기 타기 전에 뭐라했는지 알아?”

재키가 입을 다문다.

아마 그때는 액티베이트 안되어 있어서 못들었을 수도.

“우리 아빠가 말이야. 나한테 미국가면 제일 조심해야 할 게 있다며 알려 준게 있어. 그게 뭔지 알아?”


-모릅니다.


“남이 호의를 보일 때, 호의를 보이는 사람을 조심하라는 거였어. 나한테 쓸데 없이 호의 보이려 하지 말고 네 일이나 잘해. 간섭도 말고. 물을 거 있으면 물을 테니 그냥 입다물고 있어.”

재키가 아무 반응이 없다.

나는 쇄기를 박았다.

“알아 들었지?”


-네.....


하고 재키가 대답했다.

이제 좀 내 성미를 안 것 같다.

재키 이것아. 우리 아빠 별명이 '김일성'이다. 그럼 나는 뭐겠니? 그 아버지 그 딸이라는 소리 듣는다는 걸 빨리 아는 게 편할 거다.

괜히 즐거워져 노래가 더 잘 되는 것 같다.

그러다 갑자기 생각이 번쩍 났다.

여기 달러 환전은 안 되나?

엄마 아빠가 지갑하고 가방에 따로 넣어 준 2만불이 있는데. 그거 환전만 되어도 어디야.

뭔가 길이 있을 것 같기도 했다.

여기 사람들도 지구에 가는 사람이 분명 있다. 왈도씨는 팔팔 올림픽 때도 서울에 있었다고 했다.


“재키”

하고 작게 소리쳐 불렀다.


-네.


심드렁한 대답 메시지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연 하늘색으로 떴다.

“달러 환전 어디서 하면 돼?”


-행성관리부 산하 은행에서 할 수 있습니다.


“오. 이건 바로 대답해주네.”


-행성간 환전은 민간 교류가 없는 경우에 한해서 행성관리부가 도움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이 정보는 섹터 94에 대한 정보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그 은행은 어디 있는데? 가까워?”


-1킬로미터 거리에 있습니다.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환율은?”

아빠가 환전할 때 따라가서 봤는데, 이게 정말 무섭더라. 만원 주고 8원 받는 이상한 기분에 속이 타는 거 같더라.


-1일 생계비 기준으로 환산됩니다. 지구의 뉴욕에서 하루 생활하는데 들어가는 평균 생활비는 중산층 기준으로 1인당 약 140달러입니다. 이 도시 젤러킨에서의 중산층 평균 1일 생활비는 6만 8천원입니다. 따라서 140달러를 6만 8천 원으로 환전할 수 있습니다.


이게 뭐야. 또 엄청 손해보는 기분이잖아. 2만 달러 환전하면 천 만원도 안 되잖아. 내가 식당에서 몇 달 일하면 벌 수 있는 돈 밖에 안 되는데.

좀 실망스럽다. 사업자금 만들기 정말 쉽지 않다. 그래서 또 물었다.

“우주 송금은 수수료 비싸? 지금 우리 아빠 돈 많을 텐데.”

재키가 침묵한다.

내가 재촉했다.

“야, 사람이 물었으면 대답을 해야지. 모르면 모른다 알면 안다 기면 기다.”


-기록에 따르면 어떤 애플리칸트도 우주 송금을 받거나 보낸 적이 없습니다.


“그건 내가 온 적이 없으니까 그런거고. 되는지 안되는지만 대답해봐.”

재키가 대답했다.


-방금 질의에 대한 응답을 받았습니다. 유래가 없기는 하지만 가능하다고 합니다.


“하하하!”

환전이 되는데 송금이 안 될 건 뭐냐.

고생 끝이다.

나 팔아서 챙긴 돈이 천만 달러, 자그마치 백 이십 억인데 그 중 반 정도만 요구하자. 반은 여태까지 키워준 값으로 치자.

재키가 빨간 글씨로 피가 뚝뚝 떨어지는 문자 메시지를 띄웠다.


-제발 이상한 짓 좀 그만하세요. 저도 이상한 기계 취급당하고 있습니다. 이거 견디기 쉽지 않아요. 제 몸도 엉망으로 사용 당하고 있다고 욕먹어요.


“그래. 앞으로 조심하자.”

이럴 땐 좀 달래줘야 된다. 그러면 착해져서 훨씬 고분고분해지고 부려먹기 좋아진다. 줄줄이 생겨난 동생 넷을 상대로 장기 집권해온 권력의 지혜다.


-송금은 가능한데 송금 요청을 지구에 보낼 수단이 있어요? 시험 중에는 부모나 가족과 통신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아, 시험 중이지.

좋다 말았다. 그래도 송금 가능하다는 사실은 알았으니까 다음 시험 때는 미리 송금하라고 해놓을 순 있겠다.

“그렇지. 시험 중에는 안 돼야 맞지.”

하며 수긍하는 척했다. 그런데 송금 안되면 현지 조달이네.


조금 맥이 빠져서 침대에 엎드려 아까 사온 책을 들었다.

골동품 아니면 지구에는 이렇게 비싼 책이 없을 거다. 한 권에 80만원짜리라니.

메뉴판에 있던 글자들을 찾아서 표시하고 그 음대로 읽는 연습을 할 작정이다.

방금 전에 재키에게 좀 언짢은 말도 했었지만, 난 원래 동생들하고 싸우고 난 다음에도 공부는 꼭 했다. 이상하게 그런 때 공부가 더 잘된다.

검술 창조의 원리를 펼치니 페이지의 반은 작은 그림이고 반은 설명이다. 그런데, 이게 뭐야?

뭐가 이상하다.

왜 글자가 이해되는 게 아니라 그림이 해석되는 거지?

검을 쥐는 손 그림이 막 말하는 거 같잖아. 검 손잡이는 손바닥 어디에 붙여야 하는지, 그림으로 말하는 중이잖아.

갑자기 메시지가 떴다.


-통역사 1단계, 기호와 상징해석 능력이 조금 발현되었습니다.


-통역사 1단계. 행위 인지와 의도해석 능력이 미약하게 발현되었습니다.


페이지에 있는 모든 그림들이 이해가 된다. 이건 독해가 아니고 그냥 보고 아는 거다.

설마 난 그림을 통역하고 있는 건가? 내 첫번째 통역으로.


“검을 잡는 방법이 쓰는 법을 결정하고, 검을 잡는 기술이 쓰는 기술의 뿌리다.”


“자기에게 맞는 검술을 창조할 때는 자기에게 맞는 잡는 법을 찾아야 한다. 여러 가지 형태의 검을 잡아봐서 몸이 검을 정하게 하고, 손이 그 검을 잡는 법을 찾게 한다.”


“기술은 20 수 이하면 단순해서 연계를 많이 해야하고, 50수가 넘으면 사람의 몸과 의식이 형식을 따라가기 어려워 현실적이지 않게 된다.”


내 입에서 절로 이런 소리가 나오네.

두 손으로 입을 막아도 혀가 웅얼거린다. 난 자동 기능이 부여된 통역산가 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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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대충 쓰는 이야기입니다. 21.03.20 24 0 -
18 17. 지적인 전사 21.04.06 9 0 8쪽
17 16. 영력상자 - 꼬리치기 21.04.03 14 0 8쪽
16 16. 영력상자 - 추적 21.04.03 13 0 8쪽
15 15. 타임 에디팅 21.03.31 13 0 11쪽
14 14. 거인 숲의 유령 지능 21.03.31 12 0 10쪽
13 13. 애플리칸트 집결 21.03.30 19 0 10쪽
12 12. 비행선 탈취 21.03.29 15 0 19쪽
11 11. 순간이동보다 나은 21.03.28 19 0 10쪽
» 10. 첫 통역이 이상하다. 21.03.27 15 0 10쪽
9 9. 비급 '검술의 창조 원리'를 사버렸다. 21.03.27 16 0 9쪽
8 8. 접시닦는 지구의 미소녀(?) 21.03.26 20 0 9쪽
7 7. 감독관님, 저 돈 좀 주세요. 21.03.25 19 0 14쪽
6 6. 인간들의 별 섹터 94 21.03.24 16 0 8쪽
5 5. 탄성공간의 육체파 미소녀(?) 21.03.24 22 0 9쪽
4 4. 통역사가 되었다. 21.03.23 18 0 5쪽
3 3. 나도 카드 있다. 21.03.22 21 0 8쪽
2 2. 멋진 놈들(?) 21.03.20 25 0 8쪽
1 1. 천공의 환승 공항 21.03.20 46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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