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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령 마스터리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무협

EarlGrey
작품등록일 :
2021.03.20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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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06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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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29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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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비행선 탈취

DUMMY

12. 비행선 탈취




“우리 정체를 알고 있군. 그렇다면 그냥 보낼 순 없지.”

검은 복면은 망또 속에서 금속성 재질의 막대를 꺼내 나를 겨눴다. 총이었다.

아! 총.

나는 놀라서 두 손부터 번쩍 들었다.

내 앞에 있는 시꺼먼 놈 뒤 멀리서 빛이 번쩍 번쩍하는 게 보였다.

“얌전히 돌아갈 게요.”

하고 재빨리 말했다.

하지만 그자는 총도 아까운지 더 급한 일 때문인지 몸을 돌리면서 말했다.

“빨리 처리하고 따라와.”

그때 내 뒤에 있던 자가 말했다.

“대장님, 여기 아기 시민 같습니다. 마력도 없고 내력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 일반인입니다.”

그러자 대장이라 불린 내 앞에 있던 자가 발로 땅을 구르며 거칠게 말했다.

“빌어먹을 협정. 일단 비행선에 데려가 가둬. 작전 끝나고 처리한다.”

순간 온 몸이 전기불판에 올라간 오징어처럼 빠지직하며 내 몸에서 타는 냄새가 났다.



세상이 기울어져있다. 코로는 고대기로 머리카락 지졌을 때 나는 냄새가 미미하게 났다.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모서리에서 빛이 나오는 직사각형 창고 같은 곳에 쓰러져 있었다.

몸에는 힘이 하나도 없었다. 근육이 내 통제를 따르지 않고 늘어진 것 같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하고 생각하는데 눈 앞에 형형색색의 메시지가 주루룩 올라왔다.


-정신 차렸어요?

-기절 한지 두 시간이 지났습니다.

-긴급상황이라 주어진 프로토콜대로 신체상태 검사를 실시했습니다. 현재 신체는 모발 손상 이외에는 양호합니다.


재키였다.

나는 중얼거렸다.

"힘이 없어.”

하지만 입술이 움직이지 않았다. 내 목소리는 머릿속에서 울렸다.

가만히 있으니 재키가 음성으로 말했다.

“힘내세요. 긴급 상황입니다. 이대로 있다가는 죽어요.”

요것이 내 허락도 안 받고 음성채널을 열었네. 하여간 상황이 상황인만큼 그냥 넘어간다.

“감독관이 구해주지는 않아? 이거 시험보는 거잖아.”

몸에 힘이 없으니 머릿속 목소리까지 힘없이 나온다.

재키가 말했다.

“원래는 위험에 빠지면 다른 애플리칸트한테 미션을 줘서 해결하거나, 그럴 수 없으면 감독관들이 직접 나섭니다. 그러나 지금 저는 오프라인 상태입니다. 이 지역에는 '광역 통신 방해'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아. 어쩐지. 평상시보다 네가 좀 착하고 적극적인 거 같더라니. 힘이 없으니 뭐라하기도 쉽지 않네.

“저를 최대한 활용해서 여기를 빠져 나가야 해요.”

“많이 협조적인 거 같다.”

“어려울 땐 서로 도와야하니까요.”

그래 말은 된다. 너 돕기에 앞서서 나부터 돕고 싶은데 몸이 안 움직인다.

잠이 오는 것도 아닌데, 몸은 힘이 없고 정신은 자꾸 또렷해지면서 아무 것도 못하는 이상한 상황이 내 몸에서 계속되고 있었다. 보이는 건 잘 보이고 들리는 것도 잘 들리는데, 내 몸만 거품이 된 것처럼 느낄 수가 없었다.

“나 왜 이런 거야?”

“깜비타족의 마비총에 맞았어요. 이들은 인간들과 불가침협정을 맺기 전에는 마비총으로 인간들을 사냥했습니다. 살아있는 인간은 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요리 중 하나였습니다.”

정신이 번쩍 드는 느낌이다.

“이 자씩들 식인종이야?”

“맛만 있으면 뭐든지 다 먹습니다. 저들이 돌아오면 애플리칸트 한도 먹힐 가능성이 큽니다.”

“불가침협정을 맺었다며?”

“항상 다 지켜지는 건 아닙니다.”

그래, 뭐든 다 그렇지. 누구나 다 지키는 법이면 그 법을 왜 만들어.

“내가 마비상태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하지?”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깜비타족의 마비총은 매우 악명 높습니다. 하지만 저들은 한이 애플리칸트라는 사실을 모롭니다. 알았다면 마비총을 사용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럼 넌 할 수 있는 거 있어?”

하고 묻자 재키가 대답했다.

“충고를 할 수 있습니다. 몸을 사용할 수 없는 상태니 정신력을 사용하세요.”

이게 무슨 헛 소리를 하고 있나?

재키가 말했다.

“마비총을 맞고 깜비타족에게 잡혀갔다가 탈출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극소수의 사람들이라 이 사례가 거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그들은 마비상태에서 정신력을 사용하는데 성공한 사람들입니다. 인류 연합에서는 이를 토대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신체가 완전 마비된 상태에서는 인간에게 내재된 정신력이 외부로 발현되기 쉽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정신력을 발현하면 움직일 수 있다는 거야? 성공 사례가 아주 드물다며.”

하고 힘없이 묻자 재키가 말했다.

“애플리칸트 한은 지구의 70억 인구 중에서 선택된 사람입니다. 확률로 따지면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현재로서는 이것밖에 기대할 수 있는 게 없어요.”

나는 조금 있다가 물었다.

“그럼 이 마비는 아예 안 풀려?”

“몸의 자율저항의 반동이 극대화되면 풀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신체 잠재력이 그처럼 높은 사람도 많지 않고, 대부분 그 전에 잡아먹힙니다.”

재미있네. 몸이 마비되고 나면 정신력이 강해져서 이 상황을 해결하거나, 몸의 마비상태를 참다 못한 자율저항능력이 마비를 풀 수 있다는 거잖아.

인체가 신비하다. 미국가면 변호사 말고 의사가 되어볼까? 혹시 둘 다 같이 되는 건 없나? 있다고 들은 적 있는 것 같기도 한데.

“정신력, 정확하게는 의지를 외부에 구현하도록 노력해보세요. 작은 물체부터 움직여 보면서. 저기 있는 나사 같은 걸로요.”

안타깝게도 내 시야에서는 나사가 안 보인다. 감지도 못하고 눈물도 못 흘리고 이렇게 두 시간을 있었다니 시신경이 망가지진 않았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보이는 건 매우 잘 보인다.

”인간은 육체를 통체하는데 뇌가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요. 두 발로 걸으면서 그 상황은 더 심해졌지요. 그만큼 정신력을 사용하는 건 줄어들고 약해졌습니다.”

공감된다. 뭘 깊이 생각하거나 머리를 심하게 쓸 때는 나도 꼼짝 안하니까.

“그래, 해보자. 그러니까 좀 조용히 해봐.”

몸은 의식되지도 않고, 뇌가 느끼는 건 선명하다. 생각이 막힘없이 흐르는 것 같다. 마치 불교의 고승이 참선하면 이런 느낌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잡아먹히지만 않는다면 마비총에 맞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아! 혹시 이게 바로 마약했을 때 기분일까?

나는 발가락에 의식을 집중했다. 보이지도 않는 나사 찾는 것보다 그래도 내 몸에 달려있는 발가락이 더 쉬울 것 같았으니까.

시간은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겠다. 시간은 잘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마침내 나는 열개의 발가락을 움직이는데 성공했다.

근육이 아닌 정신력으로 근육을 움직이는 게 가능했다.

머렛속에서 어렴풋이 신경망처럼 뻗어나간 보이지 않는 선이 발가락을 매달아서 움직이는 느낌이었다.

의식을 더 집중하자 발바닥 전체를 움직이는 것도 가능했다.

재키도 파악했는지 느낌표를 띄웠다.


내가 공부를 잘 한다 소리를 듣고 공부에 자신도 있었던 이유가 있다. 몇 가지 되는데, 첫째로 나는 주어진 것에 대해서 불평하지 않는다.

숙제가 아무리 많고 황당해도 그냥 한다.

뭘 받아들이고 배울 때는 무식하게 순종하는 것만큼 좋은 게 없다. 의문을 가지고 개선 발전시키는 것은 나중 문제다. 그 나중도 실제 해보면 금방이다.

둘째는 그 상황에서 내가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다 이용한다. 한 가지를 암기하려고 할 때, 난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것과 내 주변에 있는 것을 다 활용해서 암기할 내용을 풍부하고 생생하게 재가공해서 한다.

이 과정에 당장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뭔가를 구하려는 시도 같은 것을 절대 하지 않는다.

셋째는 반복이다. 알고 있는 것들을 반복해서 확고하게 다져 놓지 않으면 새로운 것을 더 배울 때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철저히 알고 있으면 뭘 배우든 빠르고 쉽게 배울 수 있다. 그런데, 이 반복은 정말 중요한 기술이고 창의적인 활동이다.

왜냐하면 방법을 바꿔가며 반복해야 하니까.

방법을 바꾸면 같은 내용을 반복하더라도 그건 게임이다. 장기나 체스처럼 할 때마다 다른 상황들이 보인다.

방법을 바꾸어 반복하는 건 간단하게는 여러 응용문제를 풀어보는 것일 수도 있고, 원칙에서 파생될 수 있는 가능성을 끝까지 짚어보는 것도 있다.

특히 수학 문제 같은 경우에는 시험으로 나올 수 있는 문제가 아예 한정되어 버린다. 문제마다 다른 게임이라고 생각하면 고교 수학은 의외로 쉽게 정복된다.

지금 나는 정신력과 내 발바닥으로 게임을 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깜비타라는 놈들에게 잡히기 전에 발바닥쓰는 법을 연습하고 있었으니까, 나는 지금 근육이 아닌 정신력으로 발가락과 바닥을 쓰는 중이다.

점차로 발바닥에서 청량한 느낌이 들더니 갑자기 쭈욱 뻗쳐서 내 명치 뒤까지 올라왔다. 그리고는 덜 잠근 수도꼭지처럼 빠른 속도로 톡톡톡 물방울 같은 것을 내 배꼽 쪽으로 떨어뜨렸다. 내력이었다.

나는 발바닥을 쓰는 방법을 패턴으로 구분해서 자동화시켰다. 발바닥은 훨씬 부드럽게 움직이며 내력을 생산했다. 단순해지면서 의식에 여유가 더 생기자 발목을 움직였고, 다시 얼마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를 순간에 나는 마침내 '순간이동보다 나은'의 챕터 9까지 다 시험해볼 수 있었다.

이 단계에서 나는 옆으로 누워있지 않았다. 내 의지에 따라서 몸은 세워졌고, 리듬에 따라서 춤을 추듯이 움직였다. 정신력으로 하는 동작이었다.

재키가 얼마나 감격했는지 연신 느낌표를 띄웠다.

그런데 이렇게 춤을 추니까, 마치 수피들의 흐느적거리는 춤 비슷하다. 고대 이슬람 수피들도 이런 식으로 내력을 모았나?

몸 전체가 움직이는 폭을 최소한으로 하면서 발바닥부터 머리까지 움직이는 패턴을 만들고, 고치며, 확정했다.

그렇게 하고나자 나는 조금 몸이 꿈틀거리기는 하지만 흐느적거리거나 이상하게 움직이지는 않게 되었다.

마침내 '순간이동보다 나은”의 모든 동작을 호흡과 연결시켜서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동안 자동으로 이루어지게 하면 끝인데. 아. 내 몸은 지금 허파도 정신력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그대로 멈춘 상태다.

번거롭게 되었다.

공부든 동작이든 자동화해놓아야 필요할 때 즉시 써먹을 수 있다. 그러려면 이 동작을 늘 하는 호흡에 끈을 달아놓아야 한다. 나는 허파만 움직여 보다가 너무 이상해서 생각해보니, 세상 누구도 허파 혼자 움직여 숨쉴 수 있는 존재가 없다.

허파는 근육이 아닌데 내가 정신력을 사용해서 근육처럼 움직였으니 동작과 일치가 안 되는 것이다. 그럼 갈비뼈와 횡경막이다. 갈비뼈를 둘러싼 근육을 밀고 당겨서 흉곽을 조절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건 이것대로 매우 어렵다. 복잡한 우주선을 조종하는 것도 이만큼 어렵지는 않을 거 같았다. 진짜 숨쉬는 것과 유사하게 될 때까지 연습했다.

내 코로 숨이 오고 갔다. 그러니까 마치 정신력이 아닌 몸을 쓰는 것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많이 자연스러워졌다.

허파를 움직이는데 성공했으니까 정신력으로 움직이는 몸은 더 유연해졌다.배꼽 아래로 떨어지는 물방울이 점점 굵어지고 많아진다.

“됐어.”

하고 나는 속으로 말했다.

재키가 진심으로 축하하는 게 느껴졌다.

“애플리칸트 한, 정말 대단합니다. 당신은 놀라워요.”

나는 속으로 한 번 웃고는 근처에 굴러다니는 금속토막 하나를 정신력으로 끌어 당겼다.

“몇 시야?”

“4시 40분. 서두르는 게 좋겠습니다.”

재키는 매우 순종적이다. 둘째 동생이 나한테 맞는 것을 본 후에 넷째가 보이는 반응과 비슷하다.

“조용히 빠져 나갈 수 있습니다. 이들은 마취총을 매우 신뢰하거든요. 지키는 놈도 거의 없을 거예요.”

휘익! 소리를 내며 날아온 금속토막은 길이가 1미터 정도였다. 어떤 금속이지는 모르겠지만 단단했다.

양손으로 잡고 손바닥에 닿은 쪽으로 의식을 집중하여 형태를 내 손바닥에 맞췄다. '검술 창조의 원리'에서 말하는 바에 따라 내 손에 맞는 손잡이를 만들고, 손을 보호하는 가드를 만든 다음에 동그랗던 막대를 납작하게 해서 완전한 검의 형태로 만들었다.

“애플리칸트 한, 그걸 어떻게 한 거예요? 마력도 없이 어떻게 마법을. 아니 마법도 아니군요. 대체 언제 그런 걸 배웠어요?”

재키가 놀라며 연거푸 물었다.

“비밀이야.”

나는 피식 웃으며 속으로, 재키한테도 안들리게 말했다.

“네가 나를 알려면 아직 까마득하다.”

정신력으로 움직이는 건데 이걸 못할리가 있나? 금속표면의 아주 작은 부분터 조금씩 변형하면 금방 된다.

내 생각에는 아무리 단단한 금속이라도 이 정신력을 이용하면 뚫거나 변형하는 것이 가능할 것 같았다. 아주 미세하게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정신력으로 움직이는 무게가 내 몸만 하더라도 48킬로그램이다. 난 내 정신력이 아직도 이 정도의 무게는 더 들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1미크론도 안 되는 부위에 또는 그보다 더 작은 곳에 50킬로그램의 힘을 빠르게 가하면 그건 폭탄이나 마찬가지잖아.

깜비타족에 잡혔다가 정신력을 발현해서 탈출에 성공했던 사람들이 이 힘을 조금만 제대로 쓸 수 있었다면 탈출이 어렵지 않았을 거다.

난 식당에서 카드로 고기와 야채를 쓸면서 카드 두께를 마음대로 조절하는 연습을 수도 없이 반복했다. 면도날보다 예리하게 야채를 자르고 나면 다시 날을 두껍게 하여 도마를 자르지 않는 연습이었다. 그렇게 하면서 난 아마도 이미 정신력을 사용할 수 있는 토대를 쌓았던 것 같다.

나는 검을 양손에 잡은 채 문으로 걸어갔다. 한 걸음씩 걷는 것을 다시 패턴화 시켜 단순하게 하고, 정신력으로 문을 열었다.

잠겨 있어도 열었을 것이지만 깜비타족은 마비총에 대한 신뢰 때문인지 잠그지도 않았다.

“조심해요. 두 놈이 있어요.”

재키가 경고를 해줬다.

애는 벌써 내가 두 놈 정도는 쉽게 처리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 것 같다.

문이 열리자 먼저 보이는 것은 영화 스타트렉에서 보던 우주선 조종실 같은 곳이었다. 넓이는 교실 크기 정도다.

깜비타족 두 명이 수 십 개로 나눠진 작은 화면을 보면서 자기들 말로 통신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내가 창고에서 나온 줄도 모르고 있었다.

재키에게 속으로 물었다.

“저들을 죽이려면 어떻게 해야하지?”

“생명력이 질기긴 하지만 토막치면 죽어요.”

“머리 잘리고 해도 살아서 움직여?”

“예. 분리되어도 한동안은 살아있습니다. 다시 붙이면 원래대로 돌아가고, 팔이나 다리가 잘리면 며칠만에 재생됩니다.”

“좋은 정보. 고마워.”

“도움이 되었다니 영광입니다.”

재키가 변했다. 음성에는 흥분이 느껴진다.

나는 교신하느라 바쁜 두 깜비타에게 뚜벅뚜벅 걸어갔다. 아직 몸을 자연스럽게 빨리 움직이는 건 어렵다.

그때 갑자기 화면에 보이는 여러 놈이 동시에 고함을 쳤다. 시선이 나를 보는 것 같다. 아. 양방향 화상통신이었구나. 두 명의 깜비타가 뒤돌아 보며 펄쩍 뛰었다.

작은 화면이 어떤 것은 손가락질하고 어떤 것은 고함지고, 어떤 놈은 주먹을 서로 마주친다.

“챕터 1“

나는 '순간이동보다 나은'의 챕터 1을 사용했다. 사용방법은 배꼽 아래에 모이고 있는 내력을 발바닥으로 쏘아보내는 것이었다.

발바닥이 비행선 바닥과 박치기하는듯한 충격이 터져나오는 순간 내 몸은 이미 왼쪽에 있는 깜비타 놈을 스쳐지나고 있었다.

검을 휘두를 필요도 없었다. 갖다대는 것만으로 그놈의 목이 날아올랐다.

재키가

“죽여요.”

하는 소리를 질렀다.

”챕터 1, 다시”

발바닥에서 터져 나온 힘은 앞으로 달리던 내 몸은 방향을 오른쪽으로 돌리며 뒤로 튕겨냈다.

후진하는 차처럼 뒤로 빠지며 내 검은 남은 한놈의 목도 베어버렸다. 야채쓰는 것과 똑 같다. 놈들의 몸은 총을 든 채로 나를 찾기 위해 허둥거렸다.

”챕터 1, 다시”

나는 발로 그중 한놈의 배에 박치기(?)했다.

퍽!

그놈의 배가 풍선처럼 터져버렸다. 강한 타격을 맞고 멀리 날아가는 건 역시 영화다.

남의 놈도 가슴을 챕터 1으로 찼더니 상체가 산산조각 나버렸다.

”잘했어욧!”

재키가 환호했다.

그러나 화면에 떠있는 얼굴들에서는 분노와 고함이 터져 나와 비행선 안이 전쟁터 같았다. 전쟁터 맞기는 했다.

아직 눈을 데굴거리는 머리 두 개를 발로 차서 한 곳에 모으고 검을 겨눴다.

“이륙시켜.”

명령을 하는데 재키의 소리와 함께 머리중 하나가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로 질렀다.

“애플리컨트 한, 빨리 비행선을 나가서 탈출해야해요.”

는 재키의 음성을 무시하고 나는 자기 말로 나를 욕했을 게 뻔한 놈 머리를 검 끝으로 한 번 푹 찔렀다.

크악!

비명을 지르는 그 놈의 머리에서는 피가 퐁퐁 솟았다. 그러나 그럼에도 죽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런데 허파도 없는데 이놈들 어떻게 머리가 말을 하지?

“넌 1호다. 나한테 사람말만 해. 딴 소리 나오면 즉시 토막낸다.”

내 입에서 말이 이상하게 나왔다.

혀를 정신력으로 움직이는 건 연습도 하지 않았지만, 이건 숨쉬는 것보다 백배쯤 더 어려운 거 같다.

말을 짧게 하는 수밖에 없다. 나눠서 또박또박 다시 말한 후에 검으로 쪼갤 듯이 협박했다.

“알았다.”

하고 왼쪽 대가리가 빠르게 대답했다.

난 이번엔 오른쪽 대가리를 푹 찔렀다.

겁에 질려 있던 오른쪽 대가리가 비명을 질렀다.

“넌 2호, 1호가 하는 말을 너네 말로 나한테 반복해. 아니면.”

검으로 내려칠 듯하자 그놈의 대가리가 조금 튀었다. 아마도 고개를 끄덕이려 했던 거 같았다.

나는 그놈들의 총을 끌어당기며 지시했다.

“이륙, 최대한 높게”

1호가 머뭇거렸다.

꺄악!

나는 1호를 한 번 더 푹 찔러버렸다.

그제서야 1호가 ”이륙”하고 말했고, 비행선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우주전쟁을 하는 놈들의 기술답게 반응도 빠르고 조용하다.

모니터들에서는 길길이 뛰는 깜비타들의 모습이 보이고, 그들의 거친 소리가 너무 컸다.

“애플리칸트 한, 대체 어쩌려고....”

하면서 재키가 불안한 소리를 했다.

어쩌긴, 비행선 탈취하는 거지. 나쁜 놈들한테 뺏어서 가질 수 있으면 이만한 사업이 어디있나?

나는 볼륨을 낮추게 하고, 화면에 비행선의 구조도를 띄우게 지시했다. 작지 않은 비행선이다. 지금 있는 조종실 아래로는 작은 벙크 침대들이 백개나 있는 공간이 있었다.

“깜비타 강습함입니다. 지구의 전함 상륙 강습함과 비슷한 용도입니다.'

재키가 열심히 설명했다. 그런데 난 상륙 강습함이 뭔지 모른다. 그냥 이놈들 외에 몇 명이 더 이 비행선에 있는지가 중요할 뿐이다.

띄워놓은 구조도에 파란 점 세 개가 움직이고 있다. 방향은 내가 있는 조종실 쪽이다.

“애플리컨트 한, 이 지역을 최대한 빨리 벗어나 안전지대로 가요.”

재키가 흥분한 음성으로 안달한다.

얘는 좀 모자란 게 분명하다. 인공지능이 이러면 어떡하나.

나는 화가 많이 나있다.

내가 갇혀있던 창고의 다른 쪽 문은 주방과 식당으로 연결되어 있는 게 도면상에 보였다. 들어서 알기는 했지만 이놈들은 그냥 날 뜯어먹으려 한 것이다.

화가 나서 솜털이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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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8. 접시닦는 지구의 미소녀(?) 21.03.26 20 0 9쪽
7 7. 감독관님, 저 돈 좀 주세요. 21.03.25 20 0 14쪽
6 6. 인간들의 별 섹터 94 21.03.24 17 0 8쪽
5 5. 탄성공간의 육체파 미소녀(?) 21.03.24 23 0 9쪽
4 4. 통역사가 되었다. 21.03.23 19 0 5쪽
3 3. 나도 카드 있다. 21.03.22 22 0 8쪽
2 2. 멋진 놈들(?) 21.03.20 26 0 8쪽
1 1. 천공의 환승 공항 21.03.20 48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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