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인데 용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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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수갑
그림/삽화
멜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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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21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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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06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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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03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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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인데 용병이었습니다 15화

DUMMY

15화


팀 리더.


리더가 갖추어야 할 자질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었다.


전투가 빠질 수 없는 용병의 특성상 더 강한 무력은 물론 전술·전략에 대한 뛰어난 이해도, 팀원들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리더십 등 리더를 선정하는 데에는 다양한 기준이 존재했다.


“일단 팀 리더를 맡고 싶은 사람을 먼저 정하고 이야기할까요?”


리더를 맡고자 하는 의지 또한 중요한 기준 중 하나였다.


6명의 팀원 중 리더 후보에 지원한 것은 김태형, 조르지오, 리샤오란 이 세 명이었다.


반면 지훈은 팀 리더 따위는 누가 하라고 시켜줘도 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귀찮게.’


물론 리더가 되면 학교에서 매 학기 지원금을 지급하거나 평가에서 가산점을 받거나 하는 소소한 혜택과 더불어 팀 과제 수행시 팀원들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이 생기긴 하지만 그러한 장점이 있는 만큼 본인이 신경 써야 할 일이 늘어난다는 단점도 명확했다.


“그럼 방식은 어떻게 할까요?”


“다수결로 하죠.”


지훈이 대답했다.


다수결이 리더를 정하는 최선의 방법은 아니겠지만 나름대로 합리적인 방안이긴 했다.


“좋아요.”


역시나 불만은 없어 보였다.


“그럼 간단하게 왜 본인을 뽑아야 하는지 한마디씩 들어볼까요.”


조르지오, 김태형, 리샤오란이 차례대로 대답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전술 관련 서적을 꾸준히 읽어 왔습니다. 동양에 이런 말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명장 아래 약졸 없다.’. 임무 중에는 상황에 맞는 전략을 짜고 진두지휘할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할 겁니다. 멍청한 전술에 피곤함을 느끼지 않도록 해드리겠습니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팀. 리더라고 독단적으로 행동하는 일 없는 공평한 팀으로 만들겠습니다.”


”제 목표는 1등이에요. 제가 리더가 되면 어떻게 해서든 이 팀을 1등으로 만들어 드리겠어요.“


자기 능력을 어필한 사람은 조르지오 뿐이었다.


”그럼 투표를 해보죠.“


평범하게 손을 들어 공개적으로 지목하는 방법으로 투표했다.


결과는 김태형 2표, 리샤오란 1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리더로 뽑힌 것은 김태형이었다.


크게 중요한 일은 아니라 그런지 조르지오나 리샤오란도 딱히 분해하거나 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지훈은 김태형을 뽑았다.


‘리샤오란이 리더가 되면 피곤할 것 같거든.’


그녀나 김태형이나 능력에는 별반 차이가 없을 터였다. 다만 순위에 집착한다거나 능력을 우선시한다거나 하는 모습을 보니 리샤오란이 리더가 되면 대단히 피곤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김태형을 뽑은 것뿐이었다.


‘음.’


하지만 왠지 리샤오란이 지훈을 바라보는 눈빛이 조금 사나워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기분 탓이겠지.’


”교수님께는 제가 쪽지를 보내 놓겠습니다.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그렇게 다음 수업이 있다는 김태형이 먼저 강의실을 떠나고.


다소 실망한 듯한 눈치의 김샛별이 남은 이들에게 함께 점심 식사를 하지 않겠냐고 권해왔다.


”어···. 처음 만났는데 점심이나 같이 먹지 않으실래요?“


친해지기 위해서는 역시 같이 밥을 먹거나 하며 더 자주 만나는 것이 상책.


”아, 죄송합니다. 제가 오늘은 선약이 있어서요.“


그렇게 점심 약속이 있다는 조르지오도 빠지고 남은 것은 지훈과 아나스타샤 그리고 리샤오란 셋이었다.


”전 괜찮아요. 수업도 없고요.“


”나도.“


”그러죠.“


그렇게 결성된 점심 4인 파티.


학교 식당은 별로 맛이 없다는 아나스타샤와 리샤오란의 주장에 따라 식사는 학교 밖에서 하기로 했다.


비행 택시 정류장에 가기 위해 학교 셔틀을 타러 가는데 지훈은 길에서 만난 모든 학생들의 시선이 그들에게 모인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눈치챌 수 있었다.


‘아···.’


그러고 보니 파티원들의 구성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깜빡하고 있었다.


지훈은 잘 모르고 있었지만 MKO에는 비공식적으로 학교의 미남, 미녀를 꼽는 학생 단체가 존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올해 신입생들이 들어오고 새롭게 갱신된 MKO 10대 미녀 리스트.


능력이나 집안 등은 전혀 보지 않고 오로지 외모만으로 선정하는 이 리스트는 매년 학생들이 이용하는 커뮤니티에 공지로 등록될 정도로 유명했는데 올해 이 리스트에 오른 신입생 두 명 중 한 명인 리샤오란과 함께 다니고 있으니 시선이 끌리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던 것이었다.


게다가 아나스타샤와 김샛별까지 더하면 여자만 셋. 남자는 지훈 한 명.


‘그냥 약속 있다고 할걸.’


지훈이 아주 잠깐 후회했다.


남자의 질투는 음습하고도 치졸한 것. 이런 식으로 주목받게 되는 것은 그로서도 달갑지 않은 것이었다.


그리고 사람들의 시선을 눈치챈 것은 지훈뿐만이 아니었다.


”지훈. 우리 같은 미녀들을 양옆에 끼고 걷는 기분은 어때?“


아나스타샤가 웃으며 농담을 건네왔다.


”음···. 너무 행복해서 벌써 배가 부른 것 같군. 점심은 안 먹어도 될지도.“


그렇게 지훈과 아나스타샤가 농담을 주고받고 있으니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김샛별이 물어왔다.


”두 분은 원래부터 알던 사이세요?“


리샤오란도 내심 궁금하긴 했던 모양인지 귀가 쫑긋하는 것이 느껴졌다.


”아뇨. 입학식 때 한 번 만났던 게 답니다.“


지훈이 선을 긋듯이 대답하자 아나스타샤가 실망했다는 듯 칭얼거렸다.


”왜 말을 그렇게 해? 우리가 겨우 그런 사이야?“


”사실이니까.“


말하는 그녀의 눈빛에 장난기가 다분했기에 지훈도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그런 것 치고는 두 분 굉장히 친해 보이시네요.“


김샛별의 말을 듣고 생각해보니 이상하긴 했다.


‘그러고 보니···.’


아나스타샤가 다른 사람에게 먼저 친근하게 말을 거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원래 그런 성격이라 자신에게 그렇게 스스럼없이 대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꼭 그래서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았다.


‘나한테 뭘 바라는 게 있나?’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봐도 자신에게 친하게 굴어서 그녀가 얻을 수 있는 건 딱히 없었다.


‘이성으로서 좋아할 가능성은?’


이것도 가능성이 없었다. 어딜 가도 못생겼다는 말은 들을 일 없는 외모이긴 했지만 객관적으로 연예인급인 김태형이나 박찬성 정도의 미남이 아니고서야 몇 번 보지도 않은 자신의 얼굴만으로 이성적인 감정이 생겼다고 여기기에는 비약이 너무 심했다.


지훈이 옆에서 걷고 있는 아나스타샤를 쳐다봤다.


‘얜 왜 나한테 이러는 거지.’


”왜에~?“


그런 지훈의 시선을 느낀 아나스타샤가 한결 더 과장된 표정을 지으며 예쁜 척을 했다.


”으음. 아무것도 아냐.“


그렇게 지훈과 아나스타샤가 남들이 보기에 꽁냥거리는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가운데.


옆에서 나란히 걷고 있던 리샤오란은 오랜만에 느끼는 생소한 감정에 스스로에게 놀라고 있는 중이었다.


‘이 남자. 정말 나한테 아무 관심이 없군.’


그녀에게 남자의 관심이란 숨 쉬듯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적어도 그녀가 이성이라는 개념을 알게 된 이후부터 자신을 보고도 관심을 표시하지 않은 남자는 아무도 없었다.


주변을 맴돌거나 별 영양가 없는 대화를 걸어온다거나 하는 소극적인 접근에서부터 갑자기 선물을 주거나 짓궂은 장난을 치는 적극적인 접근까지.


그 방식은 여러가지였지만 결국 목적은 하나였다.


그녀의 관심을 끌기 위해. 혹은 그녀와 친해지기 위해서.


예외는 없었다. 부잣집 아들이든 가난한 집 아들이든, 잘생겼든 못생겼든, 늙든 젊든.


그녀가 중국에서 권세가 대단한 집안의 아가씨로 태어나 다행이었지 그녀를 지켜줄 힘이 없는 집안에 태어났다면 지금쯤 어느 권력자의 첩으로 팔려가 비참하게 살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녀의 미모란 그 정도로 매력적인 것이었다.


‘지긋지긋하다고 생각했는데···.’


나이가 차고 미모에 물이 오른 터라 근래에는 없던 남성 혐오증까지 생길 지경이었는데 또 막상 자신에게는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고 다른 여자와 노닥거리는 지훈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묘한 기분이 드는 것이었다.


리샤오란이 아나스타샤의 외모를 빠르게 스캔했다.


‘흥. 내가 더 예쁜데?’


몸매는 아나스타샤 쪽이 조금 더, 아니 사실 조금 많이 볼륨감이 있긴 했지만 그녀 또한 크게 꿀리지는 않는다고 생각했다.


놀랍게도 그녀는 미약하게나마 질투심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지. 내가 왜 질투를 해. 정신 차려. 리샤오란.’


물론 순간의 감정이었던 것만큼 그 감정에서 벗어나는 것 또한 빨랐다.


그렇게 아직은 어색한 네 명이 학교를 나와 어느 식당에 도착했다. 김샛별이 강력하게 추천해서 오게 된 곳이었다.


”여기야?“


”응. 인도네시아 왕실 요리 전문점이야. 여기 셰프님이 요리를 진짜 잘하셔.“


오는 길에 넷 다 말을 편하게 놓기로 한 상태였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고풍스럽게 꾸며진 내부가 이들을 반겼다.


”예약하셨···. 아. 아가씨. 식사하러 오셨어요?“


카운터에 앉아 있던 매니저가 누군가를 알아보고 인사를 건넸다.


”네. 네 명인데. 지금 밥 먹을 수 있죠?“


매니저는 이 상황이 익숙한지 아무렇지 않게 예약 현황을 확인했다.


”마침 지금 6번 룸 예약하신 손님이 못 온다고 연락 주셔서 비어있네요. 제가 아가씨 이름으로 지금 예약해 놓을게요.“


”고마워요~“


그리고 익숙한 듯 앞장서서 걸어가는 김샛별을 따라 6번 룸으로 향했다.


지훈이 새삼 신기한 것을 보는 듯한 눈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응? 왜?“


”아니. 너도 아가씨였구나 싶어서.“


누가 봐도 ‘나 아가씨예요.’라고 광고하는 듯한 화려한 외모의 아나스타샤나 리샤오란과 달리 그녀의 외모는 수수하기 그지없었기 때문에 내심 자신과 비슷한 처지일거라 생각한 지훈이었다.


”아아···.“


그녀가 피식하고 웃었다.


6번 룸에 들어간 지훈과 일행이 각자 자리에 앉았다.


메뉴는 레스토랑에 익숙한 김샛별이 알아서 주문했다.


”나 궁금한 거 있는데 물어봐도 돼?“


주문을 마친 김샛별이 지훈에게 말을 걸어왔다.


”뭔데?“


”배치 고사 등수 몇 등이야?“


누군가에겐 민감하게 들릴 수도 있는 질문이었다.


”93등.“


물론 그에겐 아니었지만.


그리고 그런 그의 옆자리에 앉아 물을 홀짝홀짝 마시고 있던 아나스타샤가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항의했다.


”뭐야! 나한텐 그냥 안 알려줬으면서!“


”어. 둘은 이미 알아?“


”어. 수업 시간에 서로 확인해서 보여줬거든. 쟤는 8등이야.“


지훈이 내친김에 아나스타샤의 등수까지 공개했다.


”지후우우운···!“


아나스타샤가 귀엽게 으르렁거렸다.


”아. 나는 79등이야. 어···. 혹시···.“


잽싸게 자신의 등수를 밝힌 김샛별이 조심스러운 얼굴로 리샤오란을 바라봤다. 붙임성이 좋은 그녀였지만 아직은 도도하기만 한 리샤오란이 조금 어렵게 느껴지는 모양이었다.


”2등.“


하지만 그런 도도한 표정과는 상관없이 리샤오란도 별말 없이 자신의 등수를 알려주었다.


김샛별이 감탄했다.


”와···. 우리 팀에 진짜 랭커들만 모였네···.“


리샤오란의 등수까지 확인한 지훈이 문득 떠오른 생각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그럼 김태형이 1등이려나.“


”그럴 거야! 우리 태형옵ㅃ···. 아. 아니 태형씨가 입학생 대표를 맡을 정도로 우수하기도 하니까···.“


순간 열정적으로 입을 연 김샛별이었지만 뒤로 갈수록 목소리가 확연하게 작아졌다.


뒤늦게 본인의 모습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비추어지는지 자각한 듯한 모양.


‘김태형 팬클럽 맞군.’


지훈이 속으로 생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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