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인데 용병이었습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도수갑
그림/삽화
멜떡
작품등록일 :
2021.03.21 22:11
최근연재일 :
2021.05.06 19:01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18,587
추천수 :
302
글자수 :
205,289

작성
21.04.08 18:55
조회
475
추천
8
글자
12쪽

신선인데 용병이었습니다 19화

DUMMY

19화


리샤오란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왕산산이 귀여운 동생을 보는 듯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남자 친구요?”


“아니. 그냥 연기라니까.”


“어머, 어머.”


왕산산이 거실에서 차를 마시던 지훈의 모습을 떠올렸다.


‘얼굴은···. 뭐, 잘생긴 건 아니지만 괜찮은 편이었고···. 딱 봐도 열심히 단련한 몸에다···. 눈도 괜찮았지.’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어 속내를 알 수 없는 눈이긴 했지만 좋은 의미로 나이에 맞지 않는 그윽한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전 찬성이에요. 아가씨.”


밑도 끝도 없는 그녀의 반응에 리샤오란이 작게 소리쳤다.


“찬성은 무슨 찬성이야! 어떻게 하면 좋을지나 이야기해달라니까.”


그런 그녀의 모습이 귀엽다는 듯 왕산산이 호호하고 웃었다.


“그런데 오늘 처음 만나셨다면서요. 왜 갑자기 그런 이야기를 하신 건데요?”


“몰라. 도재욱 그 인간이 너무 귀찮게 굴어서 짜증났나보지.”


“그 지훈이라는 사람이 마음에 드신 건 아니고요?”


“아냐. 오늘 처음 만났는데 마음에 들고 안 들고가 어딨어.”


“호호. 첫눈에 반한다는 이야기도 있잖아요. 로맨틱하네요.”


“언니!”


항상 어른스럽기만 했던 그녀가 보여주는 소녀다운 반응에 왕산산의 입가에도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호호. 그럼 그냥 이렇게 하는 건 어떨까요?”


***


한편 집에 초대해놓고도 어딜 갔는지 얼굴을 비추지 않는 리샤오란을 기다리던 지훈은 어느 순간 나타난 새까만 털을 가진 고양이 한 마리를 데리고 놀고 있었다.


아마도 리샤오란이 키우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 검은 고양이는 고양이인지 강아지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친화력을 자랑했는데 차를 마시던 지훈의 무릎에 앉더니 얼굴을 비비며 당최 떠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먀옹~”


연신 갸릉거리며 주인이라도 만난 듯 보여주는 폭풍 애교는 덤이었다.


그렇게 품에 안긴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애니멀 테라피를 하고 있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왕산산이 리샤오란과 함께 거실로 돌아왔다.


자연스럽게 지훈의 맞은편에 앉은 리샤오란은 그의 품에 안겨서 갸릉거리고 있는 자신의 애완묘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까망이?”


그도 그럴 것이 그녀의 애완묘인 까망이는 외계 행성종인 아지누스 고양이의 교잡종으로 아주 어릴 때부터 함께 생활한 주인이나 가족을 제외하곤 결코 다가오지 않을 정도로 경계심이 강한 종이기 때문이었다.


“아. 네가 키우는 고양이야?”


“어? 응···.”


지훈이 앞에 앉은 리샤오란을 쳐다보느라 손으로 쓰다듬는 것을 멈추자 까망이가 계속 쓰다듬어 달라며 머리를 부비적거렸다.


갸르릉


“그래. 알았어, 알았어.”


새끼일 때부터 10년이 넘게 함께 지내온 까망이의 낯선 모습에 그녀는 잠시 혼란에 빠졌다.


‘아니. 매일 밥 챙겨주는 언니도 못 만지게 하는 애가···.’


왕산산과 함께 지낸 지 어언 5년이 지났음에도 가끔 그녀에게 하악질을 하는 까망이였다.


그런데 저 모습은 뭐란 말인가.


“얘는 원래 이렇게 사람을 잘 따라? 무릎냥이가 따로 없네.”


골골골


“아니···. 원래 경계심이 강한 편이라 잘 안 따르는데···.”


하지만 저렇게 품에 안겨 골골송을 부르는 모습을 보니 더 이야기하기도 뭣해 그냥 입을 닫고 말았다.


왕산산이 간식과 함께 다시 따뜻하게 데워진 차를 내어왔다.


“할 이야기 있어서 부른 거 아니었어?”


자리에 앉은 그녀가 차만 홀짝대기에 어쩔 수 없이 지훈이 먼저 말을 걸었다.


“아. 일단 사과부터 할게. 귀찮게 만들어서. 미안해.”


“괜찮아. 어차피 나도 그 사람은 별로 마음에 안 들었거든.”


그의 대답에 리샤오란의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그런데 계획은 있지? 어떻게 할 생각인지나 좀 들어보고 싶은데.”


‘설마 아무 생각 없이 지른 건 아니겠지.’


지훈이 생각했다.


“당연하지.”


속으론 뜨끔한 리샤오란이었지만 왕산산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감을 되찾았기 때문에 그녀의 대답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그래? 어떻게 할 생각인데?”


“일단은···.”


그녀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언제 어떻게 만나서 사귀게 되었는지에 대한 배경이나 호칭 같은 사소한 설정에서부터 언제까지 가짜 연인 행세를 지속할지 기간에 대한 것까지.


다소 길었던 설명이 끝나고.


“우리가 같은 팀인 이상 연인 사이인 척 연기한다고 해도 서로 불편할 건 없겠지만 이번 건은 네가 날 도와주는 거니까 나도 네 부탁을 하나 들어줄게. 어때?”


“좋아. 나쁘지 않네. 생각해보니 네가 도와주면 좋을 것 같은 일이 하나 있긴 하거든.”


얼떨결에 얽히게 됐지만 그 대가로 그녀가 자신의 부탁을 하나 들어준다니 나쁘지 않은 거래였다.


“나한테? 어떤 건데?”


“아. 지금 당장은 아니고. 나중에 조금 정리되고 나서 이야기할게.”


“좋아. 필요할 때 편하게 얘기해.”


그렇게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그녀와 헤어진 지훈은 학교로 돌아가 트레이닝 센터에서 미뤄두었던 훈련을 끝마쳤다.


시간을 확인해 보니 벌써 저녁 여덟 시가 훌쩍 지나있었다.


“후우. 좀 늦었군.”


학교에 다니게 된 이상 오늘처럼 갑작스럽게 시간을 뺏길 일이 빈번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훈련을 빼먹을 수 없지. 매일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니까···.”


숙소로 돌아오니 박하나가 그를 살갑게 반겨주었다.


“아! 다녀오셨어요.”


웹서핑을 하던 중이었는지 모니터에는 이런저런 문서들이 여럿 펼쳐져 있었다.


“응. 저녁은 먹었어?”


“아뇨. 돌아오시면 같이 먹으려고 아직 안 먹었어요.”


“이런. 왜 그랬어. 배고프면 혼자 먹지.”


그가 박하나를 신경 쓰지 않고 늦게 돌아온 데에는 그녀가 언제든지 편하게 꺼내 먹을 수 있도록 숙소에 간편식과 에너지 큐브들을 충분히 구비해 놓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같이 식사하기 위해 굶은 채로 기다렸다니.


“헤헤. 혼자 먹는 거보다 같이 먹는 게 더 좋아서요.”


맑게 웃는 그녀의 모습에 가슴이 짠해졌다.


“나도 아직 식사 전이긴 한데.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그냥 집에 있는 거 먹으면 돼요.”


지훈이 그녀와 나란히 앉아 밥을 먹으며 물었다.


“하나야.”


“네?”


“넌 자유롭게 다닐 수 있으면 뭘 하고 싶어?”


“우움···. 저는 공부를 하고 싶어요.”


“어떤 공부?”


“아무거나요.”


오물거리며 식사를 하는 그녀를 바라보는 지훈의 생각이 복잡해졌다.


처음엔 그녀를 경찰서 같은 곳으로 인도해 집이나 찾아주려는 가벼운 마음이었는데 이렇게 일이 커질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그가 지닌 무력이 상당하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행정상 존재하지 않는 사람인 박하나의 새로운 신분을 만들어낸다든가 중국에 근거지를 둔 정체 모를 세력을 상대하며 그녀를 안전하게 지켜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가능하다면 그녀의 신분도 새롭게 만들어 줄 수 있고 금전적으로 지원도 해줄 수 있는 양지의 세력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았는데 아쉽게도 그는 그런 쪽으론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원래는 독자적으로 조사해본 뒤 바로 캐서린에게 부탁해볼 생각이었으나 오늘 또 다른 선택지가 생긴 덕분에 좀 더 신중하게 알아본 다음 그녀를 보낼 계획이었다.


어찌 됐든 그녀를 계속 여기서 살게 놔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


‘흠···. 일단 그 고용된 용병이라는 사람들을 한 번 잡아봐야 하나···.’


지훈이 머릿속으로 몇 가지 계획을 떠올렸다.


‘위험하긴 하겠지만···. 찾아보고 다른 방법이 없으면 그렇게 해야겠군.’


***


중국 모처의 한 실험실.


“실험체 회수는 아직인가?”


음울한 목소리의 중년인이 모니터 속의 인영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저희가 안전가옥을 습격했을 때에는 이미 집안이 비어있는 상태였습니다. 혹시 몰라 인원을 남겨 감시하게 해두긴 했지만 아무래도 다른 곳으로 이동한 것 같아 현재 수색 중입니다.”


이마에 사선 형태의 상처가 크게 번져 있는 남자가 화면 안에서 대답했다.


“시간은 얼마나 더 필요하지?”


“3일 정도면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실험체가 특수한 은신 마법을 각성한 것 같더군요. 지금 대원들이 흔적을 찾아서 뒤를 쫓고 있습니다.”


“좋다. 3일까지는 내가 한국 경찰을 막아주겠다. 하지만 3일이 지나도 회수하지 못한다면 일단 본토로 복귀하는 게 좋을 게야. 한국 경찰은 우수하니 너희도 뒤를 잡히면 빠져나오기 어려울 테니.”


“알겠습니다.”


통화를 끝내고 방문을 나선 음울한 중년인이 이번에는 은회색 벽면의 통로들을 지나 실험이 한창 진행 중인 어느 실험실에 도착했다.


7~8세 정도의 어린아이들이 실험대에 누운 채로 숨겨져 있어야 할 뇌나 장기들을 훤히 드러내놓고 있었다.


눈살을 절로 찌푸릴만한 잔인한 광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중년인은 관심 없다는 듯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실험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지? 초월 반응을 보이는 표본은 있었나?”


“8번 실험체와 17번 실험체에서 초월 반응을 발견했습니다만 두 실험체 다 초월 반응 직후 붕괴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붕괴 직전 마나 농도는 어느 정도였지?”


“각각 6%, 7%였습니다. 해당 실험을 기록한 데이터입니다.”


연구원이 무언가를 두드리자 중년인의 눈앞에 데이터 홀로그램이 띄워졌다.


“흠.”


중년인이 불만족스럽다는 듯 그 데이터를 살피며 침음했다.


“새로운 변이체가 발생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탈출한 M-OV 실험체 수준의 변이체 획득 확률은 현재 데이터로만 계산하면 0.00000006% 미만입니다.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고 M-TS 수준의 변이체는 좀 더 데이터가 쌓여 봐야 알겠지만 0.5% 정도까지는 끌어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중년인 또한 성과를 내야만 하는 입장이었기에 M-OV 변이체만 고집할 수는 없었다.


“그래? 그럼 M-OV 연구는 일단 관두고 M-TS 쪽만 집중하지.”


“알겠습니다.”


연구원이 공손한 자세로 대답했다. 중년인 또한 중앙의 지시를 받는 입장이긴 했지만 그가 이 실험실의 최종 책임자였기에 연구원 입장에선 그의 눈에 띄어야 떨어지는 콩고물이라도 받아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3년 내로 성과를 낼 수 있겠는가?”


“충분한 실험체만 확보된다면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좋아. 3년 안에 성과만 내준다면 자네에게 섭섭지 않은 보상을 약속하지.”


“옛!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소장님.”


“좋아. 조금만 더 수고해주게. 표본은 충분히 지원해주지.”


연구소장인 ‘리커젠’이 연구원을 격려한 뒤 다시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그 꼬마만 회수하면···. 당 중앙 위원회에 들어가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테지···.”


리커젠의 음울한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신선인데 용병이었습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중단 공지입니다. +1 21.05.10 196 0 -
공지 후원 감사합니다. 21.03.25 543 0 -
37 신선인데 용병이었습니다 36화 21.05.06 340 8 13쪽
36 신선인데 용병이었습니다 35화 21.05.04 281 9 12쪽
35 신선인데 용병이었습니다 34화 21.05.01 312 7 13쪽
34 신선인데 용병이었습니다 33화 21.04.28 364 7 12쪽
33 신선인데 용병이었습니다 32화 21.04.27 350 6 13쪽
32 신선인데 용병이었습니다 31화 21.04.26 366 8 12쪽
31 신선인데 용병이었습니다 30화 21.04.24 368 6 12쪽
30 신선인데 용병이었습니다 29화 21.04.22 384 5 13쪽
29 신선인데 용병이었습니다 28화 21.04.21 366 7 13쪽
28 신선인데 용병이었습니다 27화 21.04.20 390 7 12쪽
27 신선인데 용병이었습니다 26화 +1 21.04.19 393 8 13쪽
26 신선인데 용병이었습니다 25화 +2 21.04.17 388 8 13쪽
25 신선인데 용병이었습니다 24화 +1 21.04.15 414 7 13쪽
24 신선인데 용병이었습니다 23화 21.04.14 430 8 12쪽
23 신선인데 용병이었습니다 22화 21.04.13 395 6 13쪽
22 신선인데 용병이었습니다 21화 +1 21.04.12 410 8 13쪽
21 신선인데 용병이었습니다 20화 21.04.10 487 8 12쪽
» 신선인데 용병이었습니다 19화 +3 21.04.08 476 8 12쪽
19 신선인데 용병이었습니다 18화 21.04.07 459 7 14쪽
18 신선인데 용병이었습니다 17화 +1 21.04.06 494 9 13쪽
17 신선인데 용병이었습니다 16화 +1 21.04.05 447 8 13쪽
16 신선인데 용병이었습니다 15화 +1 21.04.03 461 6 12쪽
15 신선인데 용병이었습니다 14화 21.04.02 476 8 13쪽
14 신선인데 용병이었습니다 13화 21.04.01 484 8 12쪽
13 신선인데 용병이었습니다 12화 21.03.31 512 9 13쪽
12 신선인데 용병이었습니다 11화 21.03.31 492 8 13쪽
11 신선인데 용병이었습니다 10화 21.03.30 541 8 12쪽
10 신선인데 용병이었습니다 9화 21.03.29 553 8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