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독점 천재 개발자 재벌되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연재 주기
푸달
작품등록일 :
2021.03.22 12:55
최근연재일 :
2021.05.07 12:05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1,053,216
추천수 :
24,341
글자수 :
300,365

작성
21.05.04 12:05
조회
16,571
추천
551
글자
17쪽

042 : 상승 기류

DUMMY

5월 마지막 주, 월간 제품 종합 회의


“개발팀은 플래시 신제품 개발과 원가 절감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습니다. 5월 현재 A사향 64MB 플래시는 계획대로 진행 중이며, 원가 절감은 5% 실적을 보이고 있습니다.”

“계획대로라고요? 그걸 말이라고 합니까? 대체 TF는 뭘 하고 있는 겁니까?”

오세진 영업 팀장은 정경태 팀장의 발표에 딴죽을 걸었다. 마치 정 팀장의 직속상사인양 질책하는 그의 말투는 허용 범주를 훌쩍 넘고 있었다.


정 팀장은 이미 각종 임원 회의나 경영 회의에서도 매번 당해온 터라, 잠시 영혼을 안드로메다로 떠나보기로 했다.


‘노 차장이 운 좋으면 회의 전까지 데이터가 나온다고 했는데... 결국 못 오는 군.’

정 팀장은 속으로 한숨을 푹 내쉬며, 오늘도 열심히 깨져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오세진 팀장의 말이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 그뿐이었지만, 발표 초반부터 한성욱 사장이 눈살을 잔뜩 찌푸린 채 쏘아보고 있었기에 마음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솔직히 오늘 제품 회의에서 칩 적층 기술을 오픈할 수 있기를 바랐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아직 품질 검증 데이터가 확보되지 않았다.

반도체 품질 검증 항목엔 1000시간 연속동작도 끼어 있기에, 5월말까지 모든 일을 마무리하기엔 물리적으로 힘들었을 것이다.


“원가 절감 5%면 나름 TF는 성과를 내고 있다고 봐야합니다.”

“답답합니다. 답답해요. 없는 인원들 뽑아다 TF까지 만들어줬는데 기껏 내세울 게 그것 밖에 없습니까? 신화 전자는 곧 64MB를 양산한다고 매스컴에서 빵빵 터뜨리고 있는데, 개발팀은 뭐합니까?”

“일단은 계획대로 진행하는 것이...”

“그놈의 계획! 신화 전자가 저리 앞서가면 계획도 수정해야지요. 대체 개발팀은 개발을 제때 하길 하나, 원가를 맞추길 하나, 대체 고객에게 뭘 어필하란 말입니까?”

오 팀장은 가슴까지 텅텅 쳐가며 정 팀장을 몰아세웠다.

기획팀 감 이사조차 심하다고 여겼는지 오 팀장에게 대충하라는 눈짓을 했지만 그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정 팀장은 오 팀장의 말을 적당히 받아 넘기며 가드를 치기고 마음먹었다.


“오 팀장님, 말씀이 좀 지나치십니다. 개발팀은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우리 FAB에도 신화 전자처럼 최신 포토장비만 있었다면 당장 64MB 플래시를 찍어냈을 겁니다.”

“이런, 이런! 어떻게 대한 반도체 팀장님이 시골 동사무소 과장 같은 말씀을 하십니까? 다 갖춰진데서 남과 똑같이 하는 거야 누가 못합니까? 열악한 환경에서 경쟁사를 이겨야 그게 비로소 혁신이고! 그게 대한다운 겁니다!”

“열악한 정도가 아니라 64MB를 개발할 기본적인 포토 설비가 없다는 말씀입니다.”

“아니, 지금 제품 개발팀이 FAB쪽 투자를 핑계 대는 겁니까? 예에?”

오 팀장은 옳거니하며 말꼬리를 잡았다.


“핑계라니요. 기본적인 투자가 있어야 한다는...”

“정말이지 개발팀은 제품이든 FAB 공정이든 절박함이 없어요! 절박함이!”

“오 팀장님! 절박함이 없다니요. 우리 회사에 설비 투자가 멈추지 벌써 3년쨉니다. 그런 설비로 각 개발팀들이 죽자 살자 공정 개선하며 견뎌왔는데 절박함이 없다니요! 알고나 하시는 말씀입니까?”

정경태 팀장은 살짝 뚜껑이 열려버렸다.

오세진 팀장은 기회다 싶었던지 더욱 얼굴을 붉혔다. 거세게 몰아붙여 결국 이 일에서 손 뗄 떼니 영업팀장이 TF를 맡든 알아서하라는 감정적인 말이 나오도록 만들어야 했다.


그 말이 튀어나오기만 하면 TF부터 쓸어 담고, 일을 더 엉망으로 만들면서 개발팀 인원을 싹싹 잘라낼 생각이었다.


“그 정도 마인드가 우리 회사 개발팀의 현 주소입니다. 세상 물정 모르는 겁니다.”

“세상물정을 모른다니요.”

오 팀장은 인신공격도 서슴치 않았다.


“우리가 어찌 영업하는지 아십니까? 신화 전자 영업맨들이 호텔에 투숙하면서 컨벤션 홀 빌려서 고객들 만날 때, 우리 영업맨들은 공항에서 새우잠 자고 고객 미팅룸 빌려서 영업합니다. 출장비 한 푼이라도 아껴서 적자 좀 면해보려고 말입니다. 영업팀 절반만 닮으세요. 절반만!”

“아니, 우리 개발자들은 출장이라도 마음대로 갑니까? 영업팀이 출장 티오도 독차지 하지 않았습니까!”


쾅.

“그만하게! 팀장들끼리 뭔 추태인가.”

결국 한성욱 사장이 책상을 내리쳤다.

그제야 회의실의 소란이 가라앉았고, 진원지였던 오 팀장마저 으르렁 대던 표정을 지우고 정자세를 잡았다. 그는 분위기 만드는 악역은 다했다는 듯, 한성욱 사장에게 보일 듯 말 듯 묵례를 했다.


“송구합니다. 사장님.”

회의 준비를 총괄하는 감 이사가 그제야 입을 열었다. 언제나 차분한 그도 식은땀을 흘렸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런 과격한 분위기는 대한 반도체가 대한 그룹에서 떨어져 나오던 때를 제외하곤 처음이었다.

분위기가 지난 달과 다른 정도가 아니라, 과하게 심각하게 흘러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감 이사, 요즘 개발팀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가? 개발 라인도 투자해주고 TF도 모아줬으면, 성과를 내야 할 것 아닌가?”

“사장님, 그 일을 지시하신지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았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면 분명히 성과가 날 것입니다.”

“내 말은 싹수가 노랗지 않나... 하는 거네. 이번에도 신화 전자에 큰 고객을 뺏기면 벼랑 끝까지 몰리는 것인데, 뼈를 깎는 뭔가는 나와야 정상 아니가? 어째 변명만 하는가 이 말일세.”

한 사장마저 감 이사를 깨는 듯하며 개발팀을 싸잡아 깨기 시작했다.


‘뭐... 뭐지? 뼈를 깎는 뭔가라니? 설마, 이걸 빌미로 구조조정이라도 하려는 건가?’

감 이사는 순간 어질어질했다.

사장급 정도면 말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쉽게 주워 담을 수도 없다.

한 사장이 그걸 모를 리가 없었다.


“차기 회의까지 이 난국을 해쳐나갈 성과를 가져오겠습니다. 기회를 주십시오.”

“개발팀이 64MB 플래시는 어렵다고 스스로 단언하는데 무슨 성과를 기대하겠나? 그게 한 달을 더 준다고 해결되겠나?”

한성욱 사장은 실망도 이런 실망이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위험해! 말을 막아야 해!’

감 이사는 뒤통수가 어질어질 할 지경이었다.

한 사장이 무슨 말을 할지 뻔했기 때문이었다.


‘남은 일은 인적 쇄신 밖에 없다.’라는 말이 떨어지면 큰일이었다.


“사장님, 한 달만 말미를 주십시오. 무슨 수를 써서라도 A사에 납품해서 이 난국을 타개해 나가겠습니다.”

감 이사는 급했다.

일단 한 사장의 말을 여기서 봉합하고 다른 화제로 넘어가야 했다.

그리고 한 달이라는 시간동안 관련 부서를 조율하면 사내 분위기도 차분해질 것이고, 적자를 감수하고서라도 A사에 밀어넣기식 납품을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오세진... 빌어먹을 놈. 영업팀장 주제에 한 사장 칼잡이 노릇을 해? 누구 덕에 여태 먹고 살았는지 잊은 건가?’

감 이사 또한 뚜껑이 살짝 열렸다.

영업팀은 기획, 설계, 개발, 구매팀 등등 회사의 거의 모든 팀이 도와줘야 비로소 성과를 내는 곳이다.

영업팀을 달리 회사의 꽃이라고 부르는 게 아니다. 회사의 역량이 모두 모여 영업으로 표출되는 건데, 이따위 행태를 보이다니.

오 팀장은 이런 팀워크를 깨다 못해 회사를 좀먹는 행위를 하고 있었다.


“됐네. 더 이상 내게 보여줄 게 없다면...”


똑.똑.똑.

착 가라앉은 회의실에 들려오는 노크소리.

마치 일부러 한성욱 사장의 말을 방해하려는 듯 리드미컬하게 두드리는 소리였다.


“저건 또 뭔가?”

노크 소리와 함께 회의실 문이 열리자 모두들 의아해했다.

슬며시 입이 귀에 걸리는 정 팀장만 빼고 말이다.


***


“들어가자. 정 팀장님 더 괴롭히지 말고.”

“옙!”


똑.똑.똑.

노 차장의 말에 최 과장이 크게 문을 두드렸다. 이미 안에서 어디까지 말이 나오는지 뻔히 듣고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치고 들어가는 거다.


최 과장이 무대 연출가처럼 그의 뒤를 따랐고, 나를 포함한 TF 사원 따까리들이 연극 무대에 필요한 소품을 들고 따라 들어갔다.


“실례하겠습니다. 개발팀 노원빈 차장입니다.”

역시 노 차장은 정치적인 인물이다.

배짱도 두둑해서 최정점에서 성과를 인정받고자 연극도 마다하지 않았다.


“아니, 이곳이 시장바닥도 아니고 노 차장이 여길 왜 오나?”

오 팀장이 발끈했다.

뭔가 불길한 촉을 느꼈던 모양이다.


“제가 준비되면 오라고 했습니다. 다행히 시간을 맞췄나보군요. 뭐하나, 노 차장! 어서 사장님께 긴급 보고를 드리지 않고.”

“예. 팀장님.”

정 팀장의 표정이 180도로 달라졌다.


“긴급 보고라니! 무슨 말인가?”

한성욱 사장이 자세를 가다듬었다.


“긴급 보고 드립니다. 방금 전 64MB 플래시 개발이 완료되었습니다. 64MB SD카드가 아니라, 64MB 단품 개발입니다.”

“허헉! 그게 정말인가?”

한성욱 사장은 어찌나 깜짝 놀랐던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최종 보고에 앞서 TF를 도와주셨던 각 부문 팀장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노 차장은 사방으로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하하, 드디어 우리 품질팀 데이터가 취합되었나보군요.”

“아이고, 고생 많았습니다. 전 언제 사장님께 보고를 드리나 걱정 많았습니다.”

“기획팀장께선 한 달 더 기다리실 요량이신 것 같던데, 오늘이라니 참 다행입니다.”

팀장들이 노 차장의 인사를 받더니, 한마디씩 점잖은 공치사를 내뱉는 것이 예사롭지 않았다.


“사장님께 일전에 보고 드린 대로, TF에서 64MB 플래시 퀄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오늘부로 최종 완료되었기에 종합 보고를 드리고자 합니다.”

노 차장이 절도 있게 팔을 화면으로 뻗었다.

은근슬쩍 일전에 보고했다는 말을 끼워 넣으면서 말이다.


파팟!

승우가 노 차장의 움직임에 맞춰 3D로 채색을 마친 플래시 도면을 화면에 띄웠다.

회의 간사는 순순히 승우에게 자리를 내줬다.

우르르 몰려와 노트북을 세팅하는 기세에 눌려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헉!”

한 사장은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토했다.

칩을 십자가처럼 쌓아 와이어로 연결하는 3D 설계도는 누가 봐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대한의 64MB 플래시는 세계 최초로 칩 스택 솔루션을 채택한 제품입니다. 이로서 우리 회사는 64MB SD 카드, 128MB SD카드의 라인업을 갖췄다고 할 것입니다.”

“옳거니!”

“어디서 뻥을 치고 있나? 그따위 제품이 신뢰성이 있겠어? 툭 건들면 부러질 장난감을 어찌 A사에 들이밀어!”

한성욱 사장의 탄성과 오세진 팀장의 딴죽이 교차했다. 이미 회의장 분위기는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오 팀장님, 뭘 알고 하는 말씀입니까? 품질팀에서 검증한바 레벨 2를 패스하고, 충격 테스트 결과 1등급입니다. 1000시간 연속 동작만 남았었는데, 그 결과는 어땠나요, 노 차장?”

“예, 품질팀장님. 168개 시험 샘플 모두 1000시간 연속동작 테스트를 패스했음을 지금 막 품질팀에서 공식 확인했습니다.”

노 차장은 말에 품질팀장은 정 팀장과 호의적인 눈빛을 교환했다. 우린 같은 편! 하며 눈썹을 씰룩거리면서 말이다.


“신뢰성이야 기본이죠. 양산성은요? 원가 구성은요? 보나마나 비싼 소재로 떡칠 했겠지요. 정경태 팀장님, 아닙니까!”

“훗, 입만 열면 막말을 하시는 군요. 집에 무슨 안 좋은 일 있으십니까?”

“이익... 정 팀장님!”

“어허, 양산성은 제조팀장님께 여쭤야죠. 얼마나 고생을 하셨는데요.”

정 팀장은 공을 슬쩍 제조팀장에게 넘겼다.

오 팀장을 살짝 놀릴 정도로 심적인 여유를 완전히 되찾았다.


“한 달을 풀로 돌려봤는데 수율 98.7%입니다. 극히 높은 수준이죠. 그렇게 셋업한다고 저희들도 고생 꽤나 했습니다. 허허허.”

“여기 각 공정별 샘플과 공정 수율 검증 자료입니다. 1라인에서 검증했습니다.”

무근대 반장이 각 자리에 샘플과 자료를 얹어놓았다. 공정별 샘플과 백만개짜리 수율 데이터를 올려놓으니 양산 준비가 미흡하다는 소리는 하려야 할 수 없었다.


“오 팀장이 원가도 이슈 했는데, 재무팀에서 한 말씀하셔야죠.”

“저희들이야 뭐 한 게 있나요. 자잘하게 원가 전략 짚어드렸고, 경비 조기 지출해드렸고, 개발라인 셋업 경비로 A사 초도 양산까지 쳐내는 아이디어로 경비 절감을 10억 정도 했다는 거... 뭐 그게 전부죠. 허허.”

“재무팀 원가 전략입니다. GL전기를 비롯해 주요 협력업체와 전략적 파트너 협약을 맺었습니다. 타사 납품가 대비 무조건 5% 깎는 조건입니다.”

구진주 씨가 재무팀장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협약서를 주르르 돌렸다.

금빛 인장이 반짝이는 협약서를 받아들자 한성욱 사장마저 흐뭇하게 웃을 정도였다.

A사의 물량을 몰아주겠다는데 전략적 파트너십을 거절할 협력업체가 어디 있겠나.


“이게 뭔 작당입니까! 고객이 우리 물량을 받겠다는 소리도 안했는데 이따위로 일처리를 하면 재고는! 재고는 누가 감당합니까!”

오 팀장은 좌우를 마구 두리번거리며 으르렁거렸다. 감히 영업팀의 업무 영역까지 넘본 건 아니겠지? 하면서 말이다.


내가 나설 차례다.


“그에 대해서 A사의 전언이 있었습니다.”

“넌 뭐야! 여기가 어느 안전이라고!”

내 얼굴을 알고 있던 오 팀장은 아주 거칠게 손짓을 했다. 당장 단상에서 꺼지라고 말이다.

나는 그러거나 말거나 내 노트북에 비디오 CD를 삽입했다.


파팟!

<안녕하십니까? 대한 반도체 임직원 여러분. A사 운영팀 최고 매니저 팀 쿡입니다.>

“헉!”

비디오를 통해 팀 쿡이 직접 출연하자 한성욱 사장이 깜짝 놀랐다.

그의 등 뒤로 A사 로고가 선명한 유리벽이 있었고, 그 너머로 수많은 백인들이 지나가고 있으니 조작이라고 할 수가 없는 화면이었다.


<대한 반도체 임직원 여러분의 적극적인 서포트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제품 납기를 2개월 이상 당긴 것도 놀라운데 6개월 물량을 한꺼번에 납품한다는 대담한 계획에 감탄할 따름입니다... (중략)... 부디 A사의 전략적 파트너로서 줄곧 함께하길 기원하겠습니다. 무엇보다 미스터 박의 열정에 경의를 표합니다. 고맙습니다.>

나는 화면 옆에서 더빙하는 성우처럼 실시간 통역을 해줬다.


‘또 네놈이냐? 팀 쿡을 구워삶았어? CS 레터가 우연이 아니었다는 거냐?’

오세진 팀장은 나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눈빛만으로 생각을 읽을 수 있을 정도였다.

상관없다. 감히 회귀자에게 맞서면 어떤 꼴을 당하는지 알려주면 그뿐이다.


“우오오오!”

“와아아아!”

짝.짝.짝.짝.

통역이 끝남과 동시에 각 팀장들이 서로 하이파이브를 하며 자축했다.

고객이 대한 반도체를 전략적 파트너로 삼겠다니! 영업팀이 최종 납품가를 논의하긴 해야겠지만 형식적인 만남에 불과 할 테고, 계약은 따 놓은 당상이나 다름없었다.


“일전에 주간보고로 말씀드렸던 것처럼, 고객대응도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습니다.”

“하하하, 그렇지. 일전에 보고받긴 했지! 주간 보고에선 성과가 미미하다고 하더니 웬걸! 이만한 대박이 어디 있나! 대박 중의 대박일세.”

한 사장으로선 일전에 보고했다는 정 팀장의 말에 껄껄 웃어버렸다.

정 팀장이 내부 간첩을 우려해 정보를 숨겼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넘어간 것이다.


그는 회색인. 검지도 희지도 않았다.

회사를 회생시키든, 구조조정 후에 헐값에 회사를 넘기든, 자신이 사장직만 유지할 수 있다면 그게 베스트였다.

정 팀장에게 방금 전까지와는 180도 다른 표정을 짓는 것 따윈 문제도 아니었다.


“워낙 어려운 기술이라, 저도 한 달은 족히 걸릴 거라 여겼습니다. 조만간 성공할 거라 믿었지만, 그게 오늘 일 줄이야. 하하하.”

감 이사가 쑥하고 나서며 숟가락을 얹었다.


“사장님께서 호령하시고, 감 이사님이 용기를 주셔서 부족한 저희들이 간신히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관련부서들도 정말 열심히 했고 말입니다. 저야 이래저래 감사할 따름입니다.”

정 팀장이 적당히 공을 돌렸다.

회사에선 이런 공을 혼자서 꿀꺽하다간 단번에 탈이 난다.


“하하하, 오늘 기쁜 날이구만! 기쁜 날이야!”

한 사장은 회전의자를 반쯤 돌려 오 팀장에게 등을 보이고, 정 팀장 쪽을 향했다.


“사장님, 이대로 끝내시면 안 됩니다. 하하하.”

“이를 말인가. 감 이사. TF 핵심 참여자들에게 인사 가점 부여하고 격려금도 주시게. 아! 보아하니 밤샘도 밥 먹듯 한 것 같은데, 휴가도 주시고.”

“예, 감사합니다.”

감 이사는 자신이 TF 전체를 대표하듯 감사 인사를 했다.


정 팀장은 은근슬쩍 숟가락을 얹는 감 이사에게 정중하게 묵례를 했다.

여태 감 이사에게 진행 사항을 보고하지 않은 것과 맞바꾸기 하기엔 딱이었다.

팀장끼리 담합해서 선행 생산을 한 것은 엄연히 사내 규정을 벗어난 행동이니, 임원인 감 이사가 최종 결재자로 행세해야 아무 문제가 없는 거다.


‘헛. 상식아. 상식아.’

간사 자리에 있던 승우가 날 잡아당겼다.

영상 플레이를 멈춘 내 노트북 화면 하단에 메일 알림이 반짝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S.S. Park : Meeting appointment request」

귀인의 방문이다.


작가의말

읽어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레일리안님께서 후원금을 보내주셨습니다. 너무 감사드리며, 더욱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9

  • 작성자
    Lv.74 무영소소
    작성일
    21.05.04 12:06
    No. 1
  • 작성자
    Lv.55 마마존
    작성일
    21.05.04 12:24
    No. 2

    기획팀이면 모를까 영업팀이 저렇게 큰소리치면서 어그로를 끈다는게 이해가 안가는군요.
    사장도 갈대같은 인간이라서 사장빽이 안정적인 것도 아닌데 뭘로 다른 부서의 어그로를 끌어모으는건지.

    찬성: 10 | 반대: 0

  • 작성자
    Lv.54 n5886_fh..
    작성일
    21.05.04 12:24
    No. 3

    유치원생 수습하느라 고생이 많네요 이제 안볼듯 유치원생같은 모습..보다 못한 모습만 계속 나오니까요 게다가 패턴도 원패턴뿐이고..

    찬성: 12 | 반대: 3

  • 작성자
    Lv.67 아아안
    작성일
    21.05.04 12:46
    No. 4

    실제 업계가 개판인건 현실고증이겠지만 윗사람 마인드가 글러먹었네요 사장자리까지 기어올라간 사람이 우유부단에다 판단력도 떨어지고 귀까지 얇다니

    찬성: 5 | 반대: 2

  • 작성자
    Lv.69 woo4455
    작성일
    21.05.04 13:05
    No. 5

    ㅋㅋㅋㅋㅋ 영업팀장 꿀먹은 벙어리 되는거 보니까 너무 재밌네요 이런 카타르시스를 위해 같이 데리고 가면 안되나 생각이 들 정도로요 ㅋㅋ 현실적으론 어렵겠죠 ㅎㅎ

    하여간 이런 사이다를 위해 세밀하게 복선을 깔아놓으신 작가님께 존경을 표합니다. 스티브 잡스가 왜 돈에 연연하지 않고 혁신적인 제품을 내려고 사력을 다했는지 알겠네요.
    자신이 계획한대로 흘러갔을 때의 짜릿함과 자신에게 열광해주는 사람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꼴보기 싫은 경쟁자의 데꿀멍까지....
    가히 나라에서 허락된 유일한 회사원만의 마약이 아닌가 싶네요 ㅎㅎㅎㅎ
    앞으로도 이렇게 재밌는 회사원만의 이야기를 잘 풀어주시길 바라면서 이만 마칩니다. ㅎㅎ

    찬성: 8 | 반대: 2

  • 작성자
    Lv.49 배추한포기
    작성일
    21.05.04 13:23
    No. 6

    작가님 쟤 언제 치우실거에요. 나올때마다 꽥꽥꽥 무슨 오리도아니고 시끄러워 한대 패주고 싶음.

    찬성: 5 | 반대: 0

  • 작성자
    Lv.68 lonewulf
    작성일
    21.05.04 13:23
    No. 7

    현실에는 저런 사장 팀장 보다 더한 인간들 많습니다. ㅜㅜ

    찬성: 7 | 반대: 2

  • 작성자
    Lv.52 나나나요
    작성일
    21.05.04 13:30
    No. 8

    저런 사람들은 자리보존도 힘든 사람들인데 빨리 치워버리죠. 윗사람 있는데서 포커페이스 안되는 사람들은 오래 못 감.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푸른평원
    작성일
    21.05.04 14:23
    No. 9

    잘 보고 갑니다.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9 원형군
    작성일
    21.05.04 14:39
    No. 10

    얼른 치워주세요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6 ajfdkffk
    작성일
    21.05.04 15:00
    No. 11

    무능력한 영업팀장 언제까지 데꼬가나여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김연아
    작성일
    21.05.04 15:32
    No. 12

    팀쿡까지 만날수 있는 능력자 회귀자가 말단 사원으로 계속 가는 이유가 대체 뭔지...

    찬성: 3 | 반대: 0

  • 작성자
    Lv.99 물물방울
    작성일
    21.05.04 16:56
    No. 13

    특허권은 어떻게하고? 그리고 수고하셨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2 흑돌이
    작성일
    21.05.04 17:07
    No. 14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6 자굴산
    작성일
    21.05.04 17:25
    No. 15

    사향->사양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2 蜀山
    작성일
    21.05.04 18:08
    No. 16

    3류 고구마 좀 빨리 치워주세요.
    고난극복이 아니라 그냥 똥칠입니다.

    찬성: 1 | 반대: 3

  • 작성자
    Lv.76 Scoundre..
    작성일
    21.05.04 18:57
    No. 17

    근데 이정도 반도체 실력이면, 그냥 미국가서 회사설립하고 특허장사만 해도 되는거 아님?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69 허무무상검
    작성일
    21.05.04 20:15
    No. 18

    소꼽장난하는거 같네요. 그래서 긴장감이 떨어짐

    찬성: 2 | 반대: 3

  • 작성자
    Lv.30 cafepaul..
    작성일
    21.05.04 23:24
    No. 19

    작가님 영업부장 해결하는게.. 이거보다 다른작품 찾아서 보고왔는데 ..영업부장같은 케릭터가 있던데 ..숨막혀 죽는줄알았음..분명히 스토리상 제거되야하는데 더 강하고 더 짜증나게 나타나는데 못읽겠어서 포기ㅜㅜ 스토리는 계속 보고싶은데 중간에 고구마가 내 의지를 막아버렸네요..이번작품은 좀 시원하게 흘러갔으면 하는 바램이네요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72 설앙군
    작성일
    21.05.05 00:23
    No. 20

    이제 오팀장 치워줘야하구요 드라마틱한 전개라고 연출하신 위의 상황은 전혀 드라마틱하지 않습니다.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57 devy77
    작성일
    21.05.05 00:38
    No. 21

    지금까지 고구마 실컷 먹여놓고 사이다는 고작 영업팀장 꿀먹은 벙어리 만들기? 그리고 전개상황을 보면 암만 봐도 자기 발을 묶은 사슬이 금사슬이라고 자랑하는 노예인데??? 재벌이 된다고?

    찬성: 3 | 반대: 1

  • 작성자
    Lv.86 rlqtms
    작성일
    21.05.05 01:26
    No. 22

    오오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2 Quitryne
    작성일
    21.05.05 07:02
    No. 23

    아니 안정적으로 돈벌거면 석재 팔아먹을때부터 그냥 반도체 특허스택 쌓고 팀쿡이랑 친분 이용해서 아이폰 패드 디자인
    이랑 스펙 떡밥 주며 투자자 생활하면 될텐데

    찬성: 1 | 반대: 3

  • 작성자
    Lv.40 Judi
    작성일
    21.05.05 09:27
    No. 24

    오팀장이 왜 저렇게 나대는지는 충분히 설명이 된 거 같은데요.

    대한 반도체가 신화전자처럼 기술진이 뛰어나서 선도하는 회사가 아니라, 1등 쫒아가는 2류기업이죠. 심지어 주인공이 입사하기 전에는 플래시 메모리 개발중에 심각한 오류가 생겨서 문제 해결도 못하고 프로젝트가 망하는 그림이었고. 그런데, 반도체 시장 폭망하면서 2류 기업은 도산 위기까지 몰려서 법정관리 상태이구요. 이 상황에서 기업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데, 남들에게 욕먹어가면서 칼잡이짓 하는게 말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오 팀장은 그걸 잘해서 한 사장과 채권단의 마음을 산 상태이구요.

    언행이 너무 가볍고, 찌질해서 꼴보기 싫은 건 맞는데 개연성이 없는 건 아닙니다. 되려 너무 현실적이죠.

    찬성: 4 | 반대: 0

  • 작성자
    Lv.81 풍뇌설
    작성일
    21.05.05 18:21
    No. 25

    회사 내부 개지랄 사실적 ..근데 걍 애플 가버리자..아 애플은 아직 반도체 쪽 손 안댈땐가..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52 k8284_cj..
    작성일
    21.05.06 03:49
    No. 26

    정말 상황들이 너무 재밌어여.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0 추운검
    작성일
    21.05.06 11:44
    No. 27

    멈추지 벌써 >>> 멈춘 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난의향기
    작성일
    21.05.07 03:00
    No. 28

    감상 잘하고 감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레인Rain
    작성일
    21.05.07 07:38
    No. 29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재 개발자 재벌되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목 변경 : 천재 개발자 재벌되다 (구:만렙 신입은 회귀자) +3 21.04.26 2,262 0 -
공지 주 6회 연재 공지 +1 21.04.18 1,572 0 -
공지 시작하기 전에 +4 21.03.22 33,675 0 -
45 045 : 시스템 대 직관 +30 21.05.07 11,156 506 14쪽
44 044 : 용병의 자세 +14 21.05.06 14,486 466 15쪽
43 043 : 돈이 굴러오는 소리 +23 21.05.05 15,852 507 16쪽
» 042 : 상승 기류 +29 21.05.04 16,572 551 17쪽
41 041 : 첫 번째 날갯짓(2) +22 21.05.03 17,144 537 14쪽
40 040 : 첫 번째 날갯짓 +14 21.05.02 17,536 488 15쪽
39 039 : 이제는 달릴 때 +30 21.04.30 19,611 572 16쪽
38 038 : 마중물 +22 21.04.29 19,655 484 13쪽
37 037 : 스타트 업 +26 21.04.28 20,363 542 15쪽
36 036 : 조직도 +17 21.04.27 19,660 481 15쪽
35 035 : 최적 타이밍 +20 21.04.26 20,034 510 15쪽
34 034 : 범접 못할 분 +13 21.04.25 20,788 548 14쪽
33 033 : 하늘로 통하는 길 +12 21.04.23 21,577 554 14쪽
32 032 : 회심의 한방 +24 21.04.22 21,167 614 18쪽
31 031 : 전초전에서 전면전으로 +26 21.04.21 21,024 571 15쪽
30 030 : 데뷔 +13 21.04.20 21,469 517 15쪽
29 029 : TF 멤버가 되다 +15 21.04.19 21,340 523 15쪽
28 028 : 내 손 안의 CS 레터 +15 21.04.17 21,806 508 16쪽
27 027 : 조용한 금의환향 +20 21.04.16 21,848 546 14쪽
26 026 : 첫번째 프로젝트 (4) +24 21.04.15 21,816 539 16쪽
25 025 : 첫번째 프로젝트 (3) +17 21.04.14 21,623 547 15쪽
24 024 : 첫번째 프로젝트 (2) +16 21.04.13 21,896 506 16쪽
23 023 : 첫번째 프로젝트 +17 21.04.12 22,682 536 15쪽
22 022 : 될 놈은 엎어져도 금가락지 +18 21.04.11 22,867 559 15쪽
21 021 : 되면 좋고 안되면 더 좋고? +14 21.04.10 23,814 515 15쪽
20 020 : 업무협조전 +22 21.04.09 24,510 534 16쪽
19 019 : 불나방과 신선 +16 21.04.08 24,598 558 1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푸달'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