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괴사신(奇怪邪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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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rk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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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25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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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20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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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검증: 무봉 적소빈

DUMMY

무영과 무봉 적소빈의 대결은 적소빈의 선공으로 시작되었다. 그녀는 몸을 날리는 동시에 왼쪽 손으로 검을 뽑는 자세를 취했다.


적가의 무공인 파를 익힌 그녀였지만 파는 기공의 일환, 기본적으로 익히고 있는 무공은 따로 있었다.


그것은 무림에서 보기 드문 좌수검법이었다. 발검을 이용한 쾌(快)와 그로부터 이어지는 변(變)의 무리를 중시한 이 검법은 월견화영검(月見花影劍)이라 칭해졌다.


달을 보는 꽃의 그림자와 같다는 이름을 가진 이 검은 마치 부드러운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과도 같은 유려한 움직임이 특징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 무영의 눈앞에 펼쳐졌다.


번쩍!


그녀를 닮은 연한 홍색(紅色) 위강(僞强)이 검에 담겼다.


‘시작은 속검인가. 한번 살펴봐야겠군.’


“하압! 삭월참화(朔月斬花)”


월견화영검의 일초식이자 초승달보다 날카로운 달의 시작을 상징하는 것처럼 빠른 곡선이 무영에게로 휘둘러졌다.


쾌의 무리를 섞긴 했지만 월견화영검은 기본적으로 변의 무리를 중시했다. 말 그대로 첫 일격이 가장 빠르고 그 이후는 유려한 것이 특징, 하지만 적소빈이 사용하는 것은 조금 달랐다.


그녀의 모든 검을 빨랐다. 단순히 빠른 속검을 사용하는 것이 아닌 유려한 동시에 빠른 것이었다.


적소빈의 손에서 순식간에 수십 번의 검격이 발휘되었다. 일초식은 본래 한 번의 발검으로 끝낼 기술 하지만 그녀는 이것을 좀 더 개량시켜 연속적인 검격으로 만들었다.


겨우 약관도 안 된 나이에 개량한 무공이었지만 그것을 그녀의 검술을 지도해주는 낭왕조차 인정할 정도로 만드는데 성공한 적소빈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적소빈은 그녀가 사용하는 검법에 자신이 있었다. 지금까지는 말이다.


‘닿지 않았어.’


일초식을 사용하며 그녀가 휘두른 검격의 횟수는 쉰 번, 그것도 단 세 호흡의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검을 받는 적양대주는 그 모든 공격을 흘려내었다.


서있는 자리에서 모든 검들을 한치 앞에서 피하는 그는 검을 피하기 위하여 다른 무언가를 하지도 않았다. 단순히 검을 모두 읽어냈기 때문에 가능한 모습이었다.


적소빈은 그 사실을 인정했다.


“단순한 검이 아니었는데 모두 읽으시다니. 과연 할아버님이 당신을 쓰러트린 사람에게 소천주 자리를 준다고 말할만하군요.”


그 말을 듣고 있는 무영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는 방금 휘둘러진 검격들을 생각했다. 그녀가 사용한 검격들은 날카로웠다. 하지만 그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변의 무리가 담긴 검들에게 날카로움은 그렇게까지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었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기 마련 본래 검은 어떤지 좀 더 확인을 해야 하겠네.’


적소빈의 모든 검격을 본 것은 아니지만 방금 검만으로 그녀를 평가하자면 그다지 좋은 평가를 해줄 수는 없었다. 무영은 그렇게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이봐 공녀, 일격에 적을 죽일 생각이 아닌 이상, 한 초식에 그렇게까지 힘을 쓰지마. 좋지 않은 습관이야.”


“네?”


급작스러운 무영의 조언에 적소빈이 황당하다는 듯이 외쳤다. 하지만 이내 자신의 검이 부정당한 것을 깨닫고 선 눈매가 날카로워지기 시작했다.


“일초식만으로 절 판단하진 말아주시겠어요? 다음 번 검부턴 다를 겁니다!”


하압!


그렇게 소리쳐 외친 적소빈은 곧장 다음 초식 신월개화(新月開花)를 사용하였다. 신월(新月)이란 말이 왜 붙었는지 알려주는 것처럼 초승달처럼 보이는 검로(劍路)가 그녀의 손에서 펼쳐졌다.


갈 지(之)자로 이어진 검이 무영의 상체를 향하여 흐르는 물처럼 이어서 휘둘러지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연격인가.’


적소빈의 검법은 연격이 특징인 듯, 검영들이 무영의 시야를 수놓고 있었다. 검을 지긋이 본 무영이 자세를 잡았다.


후우.....


오른손을 상체 앞으로 세우고 왼손을 뒤로 빼며 양다리에 힘을 준 모습, 그 기수식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적소빈도 잘 알았다.


“겨우 패룡권으로 절 상대하겠다고요?!”


패룡권(覇龍拳), 일전에 무영이 십일령을 상대할 때 사용한 박투술의 이름이었다. 패룡권은 대단한 이름과는 달리 그다지 뛰어난 무공은 아니었다. 사사천에 들어온 무인이라면 누구나 배울 수 있는 사사천의 기본 무공.


언호철이 사용하는 굉뢰권(轟雷拳)보다도 한참 밑의 겨우 육합권(六合拳)보다 조금 나은 정도의 무공이었다.


“공녀, 지금의 공녀에겐 내가 사용하는 패룡권만으로도 벅찰 거야.”


그녀의 초식을 본 무영의 평가는 박했다. 아니 공녀 자체에 대한 무영의 평가가 박해졌다는 것이 맞을 것이었다.


‘조급함을 숨기지 조차 못하다니.’


그렇게 생각한 무영의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공녀의 검이 더욱 강렬해졌다. 자신을 두 번이나 부정한 무영에게 화가 났기 때문이었다.


“조급함은 독이야 공녀.”


무영은 적소빈이 사용하는 검로의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적에게 거리를 주지 않는 방식, 검수를 상대하는 권사들의 방식이었다.


‘안 돼 거리를 줄 순 없어!’


“삭월참화(朔月斬花)!


일전에 서용환은 이 거리를 역수로 검을 쥐는 것으로 해결했으나 아직 전투경험이 부족한 적소빈은 이것을 뒤로 물러나며 검을 휘두르는 것으로 해결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실수였다. 적소빈은 두 가지 실수를 하였다. 하나는 앞서 말한 것처럼 뒤로 물러난다는 선택과 또 다른 하나는 이미 보여준 검격을 또 다시 사용했다는 것.


“이번에도 충고하나 더 해주지. 이미 사용한 초식을 불리할 때 사용하는 것은 적에게 의도를 읽힐 가능성이 높아.”


무영은 그렇게 말하며 그녀가 휘두르는 검격을 피해내며 검을 휘두르는 왼손을 가볍게 주먹으로 끊어 쳤다.


패룡권의 가장 기본초식인 단룡촌격(短龍寸擊)이었다. 단룡촌격은 다른 무언가 없이 짧게 끊어치는 일권으로 주로 근접상황에서 적에게 최대한의 피해를 주기 위하여 사용되는 초식이었다.


부상을 입히지 않기 위해 내공을 배재한 주먹이었지만 무영의 육신은 녹림왕에 비견 될 정도. 적소빈은 왼손에서 느껴지는 격통에 화들짝 놀라며 오른팔로 왼손을 움켜지며 신법을 펼쳤다.


무영은 그녀가 뒤로 빠지는 것을 보고만 있었다. 그의 눈은 뒤로 빼는 공녀가 무엇을 하는가가 아닌 그녀의 왼손에 집중되어있었다.


‘검을 떨어트리지 않은 것은 합격.’


그가 쓴 단룡촌격은 내공은 담겨져 있지 않을지언정 일반적인 사람의 뼈를 부수기엔 충분했다. 방금 방심한 사이에 맞은 일격은 내공으로 보호한 몸의 뼈를 부수지는 못했지만 금을 가게는 했을 것이었다.


헌데 공녀는 그 충격에도 검을 놓지 않았다. 표정에 고통은 담겨져 있었지만 그녀는 결코 그것을 입 밖으로 드러내지는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검을 놓치지 않은 것은 좋은 선택이야. 검수가 검을 놓친다는 것은 죽음을 뜻하니 잘 알아두길 바래.”


무영은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적소빈에게 말해주었다. 벌써 네 번째 들은 충고, 적소빈은 그제야 인정했는지 눈빛을 달리하며 무영을 향하여 말하였다.


“왼손이 금이 가고 나서야 깨닫다니. 저도 아직 멀었군요. 당신이 그렇게까지 충고한 게 이해가 되요.”


고통에 화가 날 법도 한데 그녀는 순식간에 자신의 상황을 이해하고 표정을 달리하였다.


‘흠.... 이러니 부창이놈에게 정(情) 기(氣) 신(身)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건가?


일반적으로 후기지수들은 침착함이 부족했다. 그것은 정사를 막론하고 그러한 모습들을 자주 보여주었다. 일전의 오대세가의 후기지수들도, 이번에 소천주 후보가 된 이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적소빈은 위기상황에 처하니 오히려 침착해졌다. 무영은 이런 모습이 괴의 곽부창이 정기신 모두를 갖추었다고 평가한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자, 그럼 한번 더 가도록 하지.”


무영은 한번 더 적소빈을 평가하기 위하여 몸을 날렸다. 그런 무영의 모습에 적소빈이 곧장 검을 휘둘렀다.


통증이 있을 법도 한데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검을 휘두르는 모습은 그녀가 어째서 단 한번의 무공을 드러냈는데 삼봉 중 하나가 될 수 있었는지 보여주는 듯 했다.


하지만 표정과 달리 그녀의 심중엔 여러 가지 고민이 오갔다. 당장 들어오는 무영에 대한 대처가 마땅히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무슨 선택을 해야 하지!’


단순히 검을 휘둘러서는 무영에겐 통하지 않았다. 월견화영검이 단순한 검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일 이초식이 그에게 통하지 않는 것은 확실했다.


월견화영검은 총 다섯 초식으로 이루어진 검법, 하지만 일이초식과 달리 반월(半月)부터 망(望)까지는 이어지는 삼초식부터 오초식까지는 범위가 넓어지는 초식이었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선 맞지 않았다.


..........!


무영이 시야로 다시 들어올 무렵, 그녀의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하나 있었다.


급작스럽게 스친 생각이었지만, 변수로선 확실하게 사용가능할 것 같았다.


‘다른 방법이 없으니 당장 해봐야겠어!’


그녀는 월견화영검의 마지막 초식인 망월화영(望月花影)을 사용하였다. 본래 이 초식은 검기를 몸을 따라 사선으로 휘둘러 전방위로 날리는 초식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 초식을 사선이 아닌 위에서 아래로 휘두르는 것으로 사용했다.


“태산압정(泰山壓頂)?”


무영은 자신에게 휘둘러지는 검을 보며 중얼거렸다. 적소빈이 사용한 검은 마치 태산압정과 같았다. 하지만 다른 것이 하나 있었다. 검을 휘두른 그녀의 몸까지 함께 돌았기 때문이었다.


‘한번이 아니었군!’


공녀의 몸이 여러 번 돌면서 검무(劍舞)를 추듯이 유려하게 움직였다.


검을 따라 나오는 검기가 무영에게로 날아왔다. 그 검기들을 보며 무영은 이번 싸움에서 처음으로 신법인 월영암보(月影暗步)를 사용하였다.


무영의 몸이 흐릿해지며 검기 사이로 빠져나가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적소빈이 한번 더 몸을 틀며 이번엔 직선으로 검을 쏘아 보냈다.


“지금!”


무영에 자신에게로 오며 검을 피하는 것 그것까지는 모두 적소빈의 노림수대로였다. 그리고 그것을 정확하게 사용한 무영이 그녀의 정면에 왔을 때 기습적으로 일 수를 가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것은 실현되지 않았다. 그녀가 무영인 줄 알고 찌른 곳엔 무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


적소빈은 자신의 뒤에서 느껴지는 기척을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기척을 확인할 순 없었다. 이미 뒤에서 나타난 무영이 수도로 그녀를 기절시켰기 때문이었다.


털썩


소리와 함께 쓰러지는 적소빈을 무영이 잡았다. 무영은 기절한 그녀를 보면서 흡족한 듯 말하였다.


“제법이었어. 공녀. 내가 귀보(鬼步)까지 사용하게 하다니.”


귀보, 무영이 사용하는 사술 중 하나인 기운 날리기였다. 적소빈이 무영이라고 착각하고 검을 끝까지 찌른 것은 이것을 무영이라고 착각했기 때문이었다.


마지막 적소빈의 한수는 확실하게 무영의 의표를 찔렀다. 무영의 이마에서 작게 흐르는 피가 바로 그 증거였다. 한번 피식 웃은 무영은 자신의 이마에서 난 상처를 한번 만지며 말했다.


“일단 맘에 들었어.”


‘삼 할의 힘을 사용했는데 상처를 냈다. 그것도 파(波)조차 사용하지 않고 말이지.’


적소빈을 보면서 흡족스럽다 생각한 무영은 크게 소리쳤다.


“어이 거기 보는 사람 있지? 와서 공녀님 챙겨가라!”


그렇게 그가 확인해야할 두 후보 중 첫 번째의 검증이 끝이 났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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