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괴사신(奇怪邪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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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rkon
작품등록일 :
2021.03.25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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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03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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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23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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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영의 후보정리

DUMMY

패황(覇皇)과 구사(九邪)들이 모여서 상황을 듣고 있는 군영,


“공녀님께서 패하셨습니다!”


그곳을 향해서 적소빈의 패배 소식이 들어가는 것은 채 일각의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패황의 명에 따라 무영이 모든 후보들을 상대해야 한다는 소식이 들려갔으며 그 때문에 다른 삼천대(三天隊)의 무인들을 살펴보던 십이무객(十二武客)들이 전원 무영의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말을 들은 후보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말은 안하더라도 그들 모두 내심 무봉(武鳳)이 적양대주를 이기면 어쩌지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패황의 시험에서 보여준 무봉의 모습은 그런 생각을 가지게 할 정도였다.


하지만 동시에 적양대주가 이겼다는 사실에 모두들 얼굴을 굳히며, 자신들의 차례가 늦게 결정되길 바라고 있었다.


적소빈의 패배소식을 들은 패왕성주(霸王城主) 적연강의 표정이 굳어졌다. 상세하게 전투에 관한 보고가 이뤄지자 적연강은 자신도 모르게 이를 갈았다.


뿌드득


‘내 딸이 겨우 상처 하나 남기고 패배했단 말인가! 이 무슨.....’


지금 소패왕(小霸王)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크게 드러내진 않았지만 적연강은 자신의 딸을 꽤 흡족하게 생각하는 아버지였다. 자신의 딸은 적연강 그와 다르게 패황에게도 인정받는 재능이 있었다.


물론 적양대주를 상대로 이기리라 생각지는 않았다. 그는 폄하 당할지언정 패황의 곁에서 20년을 함께해온 자, 결코 쉽게 볼 인물이 아니란 소리였다.


하지만 그것을 인지하고 있는 자는 얼마 되지 않았다. 구사들 중에서도 그에 대하여 제대로 알지 못하는 자가 있을 정도였다.


“후......”


적연강은 그렇게 조용히 분노를 삭였다.


다른 구사들의 표정은 밝아졌다. 가장 처음 호기롭게 나선 것치곤 무봉이 보여준 결과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무봉 정도면 적양대주를 상대로 충분히 할만하다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무봉이 약했던 것인가 아니면 적양대주가 강했던 것인가.’


몇몇의 머릿속에 이와 비슷한 생각들이 스쳐갔다.


이것은 기회라고 볼 수 있었다. 다른 이들과 정치적인 경쟁이나 안전하지 않은 수작을 부릴 필요도 없이 그 즉시 패황에게 인증 받을 수 있는 자리, 다신 오지 않을 기회였다.


아직 순서가 정해지지 않았으나, 늦은 순번이면 순번일수록 좋은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적양대주의 이름을 생각하면 최소한 두 세 번은 더 버틸 터, 모두가 자신들의 후보가 조금이라도 더 가능성 있는 순서가 되기를 바랐다.


“자 다음은 어느 후보가 출발할겁니까?”


이전까지 화를 내고 있던 적연강이 어느새 평정심을 찾고선 다른 구사들에게 말하였다.


그가 구사들에게 직접 말한 이유는 후보들이 직접 나서서 자신이 나서겠다 말하려고 하여도, 지금 앉은 자리에서 그들을 쳐다보는 구사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이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물음에도 구사들은 말없이 서로를 볼 뿐이었다.


‘누가 나설 거냐.’


‘조금이라도 가능성을 높이려면 너무 늦어도 안 돼. 하지만..... 적양대주가 접전도 아닌 상처 하나만 입고 무봉을 제압할 정도라면 두 번째도 위험하다.’


‘곧장 두 번째 순번은 위험해 자식 놈을 위해서라도 그건 피해야 돼.’


무봉의 패배소식에 표정이 밝아졌던 그들이었지만, 그들이 내세운 후보들과 무봉의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곧장 나서질 못하는 그들이었다.


“무작위로 뽑아라.”


턱을 괸 채로 유유하게 앉아있던 패황이 입을 열었다. 그는 적양대주가 무봉을 이겼다는 소식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가 구사들이 머뭇거리는 모습에 입을 연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그 말을 들은 적연강이 고개를 한번 숙이고, 그의 앞에 대기 중이던 이에게 말을 전했다.


“가볍게 저들이 뽑을 용지를 준비하게.”


그로부터 반각, 무영과 싸울 후보들의 순서가 정해졌다. 두 번째 순서로 뽑힌 것은 흑선살(黑扇殺) 금가연, 세 번째부터 광투견(狂鬪犬), 수룡(水龍), 환백도(幻魄刀), 광룡(光龍), 소패왕(小霸王) 순으로 정해졌다.


빠른 순서로 뽑힌 이들의 표정은 굳어졌고, 늦은 순서로 뽑힌 이들은 눈을 빛냈다. 그것은 구사뿐만 아니라 후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두 번째로 뽑힌 흑선살 금가연은 조금 달랐다. 베일로 얼굴을 반쯤 가린 그녀는 가볍게 뒤로 묶은 머리를 풀며 구사들의 앞으로 나섰다. 정확히는 그녀는 패황을 보며 말했다.


“기습을 해도 상관없나요. 천주(天主)님?”


패황이 졸렬한 일을 싫어하는 것은 모두가 아는 자명한 일, 그런 그에게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은 심기를 건들 수도 있는 문제였다. 하지만 금가연은 살수들의 문파인 백귀곡(百鬼谷)의 수장인 귀왕(鬼王)의 딸, 그녀가 익힌 무공의 대부분이 살수공인만큼 기습은 그녀의 가장 큰 특기였다.


패황 역시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기습도 상관없다. 네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사용해라. 이것은 다른 후보들 역시 마찬가지다. 네 녀석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라.”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이길 수도 있겠네요.”


금가연은 그렇게 말하며 패황에게 인사를 남긴 뒤 무영이 있는 사원으로 향했다. 가볍게 휘날리는 머릿결과 함께 기척을 지우며 사라지는 그녀의 모습은 그 모습을 보는 이들에게 혹시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로부터 한 시진 후.


“제기랄....”


녹림왕(綠林王)이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남제(南帝)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을 내세웠던 구사들의 얼굴에 절망적인 음영이 새겨졌다. 남은 순서인 광룡과 소패왕을 제외한 모두가 적양대주에게 패배했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전부다 단 일격에 패배,


살수 무공을 익힌 흑선살(黑扇殺) 금가연은 기습으로 우위에 서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내 그녀가 선법을 펼치기도 전에 기습을 눈치 챈 적양대주에게 발각되며 기습을 피한 그에게 그대로 턱을 맞고 패배.


광투견(狂鬪犬) 장효원은 자신의 도끼를 꺼내기도 전에 다가온 적양대주를 뿌리치지 못하고 그대로 팔뚝에 목을 맞은 채로 벽에 쳐 박혀 실신.


수룡(水龍) 위효준은 호리병 하나치의 물을 들고 선 수공을 펼치며 적양대주를 압박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으나 이내 적양대주의 사술인 귀보로 인하여 오판을 하여 옆으로 온 적양대주를 못보고 그대로 배를 걷어차이며 패배.


환백도(幻魄刀) 하건형은 도를 뽑기도 전에 손목을 제압당해 목을 잡힌 채로 땅에 쳐 박히며 패배했다.


이상이 지난 한 시진동안 벌어진 일이었다.


빠른 순서로 잡혀 처음부터 표정이 안 좋았던 귀왕이나 뒷 순서로 뽑혀 크게 미소를 짓고 있었으나 지금은 귀왕과 다를바 없는 표정으로 앉아있는 도마(刀魔)까지.


그들을 바라보며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앉아있던 남제가 입을 열었다.


“과연 임무를 실패한 적 없는 자답군요. 설마하니, 각 세력의 후보들을 기본공조차 사용하지 않고 모두를 일격에 패배시키다니.”


구사들에게 뼈아픈 사실을 상기시키는 남제, 그의 말처럼 무영은 다른 후보들을 상대할 때 무공을 사용하지 않았다. 다른 것 없이 단순한 행동 한 두 개로 모두를 제압한 것이었다.


으드득


“광룡에게도 좋은 결과가 있길 바라겠소. 남제.”


“그대는 다르길 빌어주겠소.”


그 말을 들은 녹림왕과 도마가 이를 갈며 남제에게 말했다. 차마 그에게 욕설을 할 수 없던 그들은 최대한 사나운 표정을 지으며 남제를 향하여 도발했다. 하지만 남제는 그런 그들을 가볍게 무시하며 또 다시 말했다. 광룡 영호중의 모습이 누구에게서 온 것인지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자 다음은 우리의 차례구나. 중아야.”


그는 자신의 제자를 쳐다보았다. 그의 백안(白眼)이 빛나는 것처럼 보였다. 영호중은 그런 스승을 보면서 고개를 숙이며 깊게 포권을 했다. 제자와 스승이라기보다는 마치 주인을 모시는 무사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런 모습을 신경 쓰는 이는 없었다. 남제는 교주였고, 영호중은 제자이긴 했지만 동시에 신도였다. 저런 모습은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모습이었다.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영호중은 다른 말을 하지 않고 인사를 한 후, 길을 나섰다.


‘이런 기회는 더 이상 없다고 봐야한다. 내 다음은 소패왕..... 다른 생각은 하면 안 된다. 부상을 당하더라도 전력으로 간다!’


하지만 말을 하지 않았다고 심중이 복잡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지금 기회는 이인자였던 남천교가 다음 세대의 정점이 될 수 있는 기회였다.


사사천이 만들어지고 현재까지 이십년, 이전에 패황의 시절까지 합치면 무려 한 갑자(60년)에 달하는 세월동안 사도무림의 제 이의 세력이라고 불린 남천교(南天敎)였다.


사도제이세(邪道第二勢), 라는 말도 안 되는 호칭으로 불렸던 날들은 이제 끝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영호중은 자신이 싸워야 할 무영이 있는 사원을 향하여 들어갔다.


***

무봉(武鳳) 적소빈이 패한 이후 자신에게 오는 모든 후보들을 단 한수에 이겨버린 무영은 이제는 오는 자를 기다리지 않고 아예 드러누워 있었다.


벅 벅


“아이 참 애들하고 노는 건 피곤해.”


후보들에겐 자신들의 미래가 걸린 중요한 대결이었지만, 무영에겐 패황이 시킨 귀찮은 일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런 자세는 후보들을 상대할 때도 잘 드러났다.


사실 무영에 후보들을 전부 검증할 것이었다면 그들이 전력을 발휘할 때까지 기다려 줄 수 있었다. 하지만 그에겐 그것조차 신경 쓸 거리는 못 되었다.


다음 대 천주가 누구가 되었든 무영은 패황이 떠나면 함께 떠날 사람, 지금까지 사사천에 있는 이유도 천주에게 배운 것이 커 있을 뿐 사사천이라는 세력 자체엔 관심이 없는 무영이었다.


‘그나마 우리 적양대(赤陽隊) 애들이나 신경 쓰이지 다른 놈들은 뭐.... 사도 잡종 놈들인데 내 알바인가.’


“......왔네.”


슬슬 지겨워질 무렵, 기다렸다는 듯이 다음 사람의 기척이 느껴졌다. 일전에 느껴본 적 있는 이 기척의 주인은 분명 남천교(南天敎)에서 봤던 영호중일 것이었다.


광룡(光龍) 영호중, 남제(南帝)가 직접 기른 그의 후계이자 남천교의 대공자,


그가 광룡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었다.


첫째, 그가 익히고 있는 신공인 천일휘광공(天日輝光功)이 그 이유 중 하나였다. 천일휘광공은 남제가 교도들에게 선전할 때 일으킨 희미한 서광이 바로 천일휘광공을 사용할 때 나타나는 빛이었다.


그것은 각기 익히는 자의 특성에 따라 빛의 크기나 밝기를 달리하였는데, 남제의 경우에는 희미하지만 상서로운 서광이 흘렀고, 남천교의 부교주로 알려진 자는 푸른 불꽃과도 같은 색을 띄었다. 마지막으로 광룡 영호중은 말 그대로 커다란 빛덩이와 같았다.


두 번째 이유는 광룡이 쓰러트린 자들의 면면 때문이었다. 영호중은 지금으로부터 7년 전 갓 약관을 넘어설 무렵부터 사사천과 정도의 전쟁에 참여한 전적이 있는 자였다.


그는 그 와중에 이름 난 초절정 고수들을 여럿 쓰러트렸는데, 개중엔 현 주작대의 부대주와 지금은 용의 칭호를 잃어버렸지만 당시엔 권룡(拳龍)이라고 불렸던 언가의 소가주도 포함되어있었다.


그렇게 이름 난 고수들을 연달아 쓰러트린 그는 사도의 후기지수들 중에선 유일하게 소패왕(小霸王)과 비견될 자라고 불렸다.


‘뭐 나를 포함해서도 소패왕 아니면 저 녀석이 소천주가 될 거라 예상했으니깐. 물론 지금은 적당히 봐줄 생각은 없지.’


그 영호중이 사원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무영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영호중을 보면서 한쪽 입고리를 올렸다.


“확실히 다르긴 하군.”


영호중은 문을 열자마자 적양대주에게서 들려오는 말에 미간을 찌푸리며 그에게 물었다.


“무엇이 다르다는 거지?”


“네 녀석, 들어올 때부터 단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잖아?”


이미 흑선살이 패했을 때부터 패한 모든 이들이 무영의 선제공격에 대비하면서 사원을 찾아왔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대비였을 뿐이었다.


영호중은 조금 달랐다. 그는 단순한 대비 수준이 아닌 무영이 선제공격을 할 시 전력으로 맞받아치기 위하여 모든 공력을 끌어올리고 있는 상태였다. 이는 그가 겪은 경험이 다른 후보들보다 많아서였다.


“너 말이야. 여기서도 보일 정도로 몸에 힘이 들어가 있다.”


무영의 말대로, 현재 영호중의 몸은 당장이라도 전력싸움이 가능할 정도로 달아올라있었다. 하지만 무영에게서 말을 듣는 순간 영호중은 마치 주변의 공기가 싸늘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무영이 누워있는 상태에서 슬며시 몸을 일으켜 세웠다.


움찔


무영이 움직이는 느낌이 들자 영호중은 자신도 모르게 왼쪽으로 몸을 틀며 뒤로 이동했다.


“야, 뭐하냐?”


갑자기 몸을 빼는 영호중의 모습에 무영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영호중 역시 크게 놀란 상태였다. 그가 생각을 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반응했기 때문이었다.


‘이 무슨 반응인가. 마치 스승님과 부교주와 대련 할 때와 같은 반응이지 않은가.’


영호중은 놀란 눈으로 무영을 쳐다보았다. 지금 이 자리엔 그를 제외하곤 다른 이는 없었다. 먼 곳에서 그와 무영을 살피고 있을 십이무객이 있겠지만, 당장 그의 몸에 경종을 울린 것은 적양대주가 맞을 것이었다.


이런 반응은 벽을 넘은 고수인 스승과 부교주와 대련을 할 때를 제외하곤 처음이었다.


‘내가 저 자에게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 말도 안 된다. 저자는 겨우 번견이야!’


영호중은 자신의 몸에서 보인 반응을 믿을 수 없었다. 이내 고개를 한 두번 저은 그는 무영에게 말했다.


“적양대주, 지금 패배를 인정한다면 몸 성히 사원을 나갈 수 있을 것이오.”


영호중은 마치 선심 쓴다는 듯이 무영 스스로 패배를 자인하라고 말하였다. 그런 그의 태도에 무영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들어오는 후보들과 다른 모습을 보이기에 칭찬해줬더니 곧바로 오만해졌다. 갑자기 오만해진 태도는 무영의 심기를 건드리기에 충분했다. 무영은 비웃음을 일발 장전하며 영호중을 보면서 대소를 터트렸다.


“크하하하하 어이 대공자, 뭔 자신감이야 그건?”


영호중은 무영이 지금 자신을 비웃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지만 고개를 저으며, 마치 자신이 자비라도 베푸는 것처럼 말을 꺼냈다.


“자신감? 아니 이건 마지막으로 베푼 선심 같은 것이오. 나도 내 전력을 감당하진 못하거든.”


영호중은 그 말을 끝으로 자세를 잡았다. 왼손을 앞으로 내밀며 몸을 낮추고 양 다리에 힘을 주며 마보와 비슷하지만 한쪽 다리가 앞으로 나오는 자세를 취했다. 영호중의 양손을 따라 백색의 빛, 초절정의 상징인 위강(僞强)이 뭉쳤다.


이것은 그가 익힌 천일휘광공과 가장 잘 어울리는 무공인 섬화칠격(閃火七擊)의 기수식이었다. 섬화칠격은 무림에서 상당히 유명한 무공이었다.


이는 전 무림에서 가장 빠른 무공이라는 칭호 때문이었는데, 실제로 많은 이들이 자신들의 무공이 섬화칠격보다 빠르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그 때문에 섬화칠격은 아직도 전 무림에서 가장 빠른 속공으로 유명했다.


‘녀석이 믿는 것도 섬화칠격의 속공 때문이겠지.’


영호중은 이 섬화칠격 중 일격만으로 주작대의 부대주와 권룡을 이겼다. 마냥 쓸데없는 자신감은 아닌 것이었다. 기수식을 취하던 영호중의 자세가 더욱 낮아졌다.


“간다! 일광섬(日光閃)”


영호중이 사라졌다. 서있던 자리 그대로 그가 발휘할 수 있는 최고속으로 가속한 그의 몸은 번쩍이듯 사라지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확실히 빠르긴 하군.’


광룡이라는 칭호답게 빠른 일격을 보는 무영의 표정은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그에게 무시무시한 속도로 쏘아지듯 오는 영호중이 있었지만 그 속도라는 것도 상대적인 것, 영호중의 속도는 벽을 넘은 자에게 까지 위협적인 것은 아니었다.


“가볍게 가볼까.”


무영은 쏘아져오는 일광섬을 옆으로 몸을 트는 것으로 피했다. 그리고 영호중이 그의 옆을 스쳐가는 순간, 무영의 주먹이 영호중의 관자놀이를 노렸다.


타앙!



“칫!”


가볍게 뻗은 주먹이었지만 무영의 몸이 워낙 천생거한이라 단순한 주먹만으로 위협적이었다. 영호중은 자신에게 날아오는 주먹을 눈치 채고 날아가던 도중에 몸을 낮추며 한번 더 가속하여 무영의 주먹을 피했다. 영호중은 무영의 주먹을 피한 뒤에도 오장 여를 더 가고선 멈춰 섰다.


“오~ 제법인데? 몸을 낮춘다는 것과 가속한다는 선택지는 정답이었어.”


무영은 주먹이 날아오는 그 상황에서 머리를 향하여 날아오는 주먹을 피하기 위하여 낮은 자세를 한다는 것과 한번 더 가속을 한다는 영호중의 판단을 칭찬했다. 그러나 영호중은 그것을 모욕으로 받아드린 듯 피가 날 정도로 입술을 깨물었다.


‘나를 얼마나 우습게 보는 건가!’


무영은 방금 무공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가 다른 후보들을 상대할 때도 무공을 사용하지 않은 것을 알고 있는 영호중이었지만 애당초 그들과 자신은 다르다고 생각하는 영호중이기에 이것은 크게 모욕적으로 다가왔다.


“나에게 그런 말을 한 것을 후회하게 해주지.”


영호중의 자세가 변하였다. 다리에 힘을 준 것은 이전과 같지만 상체는 일광섬의 자세와 달리 양손을 뒤로 당기며 팔꿈치를 등 뒤까지 올린 상태였다.


방금 보여준 것은 일격인 일광섬, 지금 그가 보여줄 것은 이격인 섬화난격(閃火亂擊)이었다. 섬화칠격 중 일격이 최속으로 뿜어져 적에게 공격을 가하는 최속의 일격이었다면 섬화난격은 이름 그대로 상대에게 근접하여 펼치는 빠른 연격이었다.


“흡!! 섬화난격(閃火亂擊)!!”


영호중의 몸이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더니 무영의 머리위쪽 조금 위에서 나타나 무영에게 팔꿈치로 내려찍는 자세를 선보였다. 섬화난격의 첫수는 상대의 머리를 찍는 자세였다.


슈아아악


단순히 팔꿈치에서 나는 소리라곤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소리가 들려왔다. 영호중은 이 일격이 무영에게 확실하게 들어갈 것이라고 확신했다.


‘제대로 들어갔다.’


텅!!


그러나 영호중의 팔꿈치가 찍은 것은 무영의 머리가 아닌 무영의 손바닥이었다. 무영이 왼손을 들어 올려 손바닥으로 영호중의 팔꿈치를 튕겨낸 것이었다. 확신과 다른 결과 하지만 영호중은 공중에서 몸을 한번 더 틀어 그대로 오른 다리로 빠르게 발차기를 시전 했다.


“거참 너도 연격을 좋아하는 거냐?”


무영은 심드렁한 말을 꺼내며 영호중의 발차기를 피했다. 그리고 그의 발을 그대로 왼쪽 겨드랑이 사이에 끼며 오른 주먹으로 영호중의 얼굴을 치려고 했다. 영호중은 자신에게로 오는 주먹을 바라보며 이를 꽉 깨물었다.


쾅!!



그리고선 그대로 무영의 주먹을 맞았다. 영호중의 머리에서 피가 튀기며 크게 흔들렸다. 하지만 영호중은 다른 후보들과 달리 일격에 쓰러지지 않았다. 오히려 왼다리를 땅에 박더니 오른 다리 채로 무영을 들어 올려 날려버렸다.


“하아아압!! 꺼져라 번견!!”


머리에 피가 나는 것에 자존심이 상한 영호중은 무영에게 보여주던 최소한의 가면조차 벗어던지며 무영에게 소리쳤다.


‘제법인데, 덩치 값은 하는 녀석이었네.’


영호중의 몸은 상당한 거한, 무영과 비교될 정도니 그의 몸만 두고 본다면 현 후기지수들 중에선 제일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 정도로 뛰어난 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충분한 강점이었다.


“다리 힘이 제법이야. 대공자, 자 다시 덤벼봐.”


“이미 덤비고 있다! 뒈져라 번견!!”


날아가던 무영은 가볍게 다리를 내리는 것으로 자세를 바로 잡고선 말했다. 하지만 무영이 말하던 그때 이미 영호중의 몸이 쏘아진 후였다. 영호중이 무영의 주먹을 맞은 것도 이 이유 때문이었다.


영호중은 무영의 주먹을 피할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그는 승부에서 이기기 위하여 무영의 주먹을 맞는 선택을 하였다.


‘오! 나에게 일부러 맞은 뒤 그 다음 생길 틈을 노린 것이군!’


무영이 보여준 찰나의 틈을 찌르기 위해 벌인 일이었다. 영호중은 무영이 보인 틈을 보자마자 그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술이자 그에게 가장 많은 승리를 가져다준 일격 일광섬을 펼쳤다.


‘저 놈의 반응이 늦었다. 내 승리야!!’


최속의 속공은 이럴 때 더욱 큰 효과를 발휘하는 법이었다. 영호중은 지금의 일격이 이번에도 자신에게 승리를 가져다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상황은 처음 일광섬을 펼쳤을 때와 동일했다. 무영은 가볍게 몸을 틀며 피했고 주먹을 날렸다.


영호중은 아까와 같은 상황에 또 다시 몸을 낮추며 가속했다. 다만 다른 점이 하나있었다. 무영이 패룡권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패룡권의 두 번째 초식 승룡출두(乘龍出頭), 이전에 십일령의 턱을 후려쳤던 초식이었다.


“너도 좋은 느낌이다. 영호중.”


“뭔 ㄱ.......”


영호중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무영의 주먹이 낮게 내려온 그의 명치를 올려쳤다. 다행이 내기가 담기지 않은 일격이어서 영호중은 기절하는 것으로 끝맺음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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