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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철학 전쟁: The Philosophy...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권타마
작품등록일 :
2021.03.25 13:04
최근연재일 :
2021.04.02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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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25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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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이상기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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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성경과 불경이 한편이다.


예수가 십자가를 땅에 꽂자 하늘에서 그 위로 부처의 손바닥이 운석처럼 무서운 속도로 강하한다.


그 사이로 무함마드가 118m의 날개를 펼치고 벼락처럼 달려든다. 그의 손엔 코란이 들려 있다. 지면을 산산조각 내는 사상력의 파동은 핵이 떨어진 듯 짙은 검은색의 버섯구름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소크라테스가 한 마디에 모든 먼지와 버섯구름 그리고 힘의 파동은 정적 속에 사라지고 거대한 돌기둥 수 천 개가 땅 위의 한 점을 향해 쏘아진다. 그에겐 성서가 없다.


공자는 수억의 군대를 소환해 그 점을 향해 돌진한다. 논어는 만인을 충성시켰다.


그 점에는 거인과 용이 뒤엉켜 있다. 용은 백색과 흑색이 교차된 무늬를 가지고 있다. 용의 브레스는 거인의 손에 너무도 손쉽게 사라지고 이내 거인에게 목덜미가 붙잡혔다.


거인과 용의 아래에는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사상력을 무력화하며 맞붙는 두 사내가 있다.


한 사내는 흑색 머리를 하고 빛의 힘을 내뿜고 있다. 그의 손에 회색 책이 들려 있다.


다른 한 사내는 백색 머리를 하고 검은 힘을 두르고 있다. 그는 투명한 책을 들고 있다.


그러나 두 사내에게서는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


둘은 지금 ‘비판의 공’ 안에 있다.


둘은 전력으로 서로의 사상을 비판하고 반박하고 있다.


두 사내 중 승리자가 위대한 사상이 되어, 이후의 천 년을 지배할 것이다.


세계 5대 성인들은 여전히 거인과 용에게 무참한 사상공격을 퍼붓고 있다.


마침내 용이 먼저 쓰러졌다.


거인이 홀로 남아 성인들을 바라보고 있다.


성인들의 공격이 이어졌다.


거인 역시 무너졌다.


성인들은 곧바로 강하해 두 사내를 둘러 싼 이(異)차원의 공 속으로 뛰어 들었다.


비판의 공 안에 일곱 사람이 섰다.


모두는 정신적으로 벌거벗고 있었다.


예수가 부처의 존재 지위를 부정한다.


부처가 수만은 신적인 것들을 들어 예수를 부정한다.


무함마드가 자신의 존재로 예수를 부정한다.


소크라테스가 무함마드를 ‘비롯된 것’으로 부정한다.


공자가 하늘을 들어 소크라테스를 부정한다.


검은 머리 니체가 그 모든 논의를 허무로 돌리고 자신을 세운다.


하얀 머리 사내가 그 모두를 자신의 자아로 포함한다.


비판의 공은 사라졌다.


새로운 신이 탄생하였다.


신은 누구인가.


그들은 모두 ‘자신’이라고 말한다.


위대한 사상이 나타났다.


그가 새로운 사상을 선택했다.


인류의 다음 천 년은 새로운 사상이 지배하게 되었다.


도대체 신은 누구인가.


그 대답을 담은 이야기는 처음에서 시작한다.






“넌 왜 그런 책을 읽니?”


그가 집에서 책을 읽고 있노라면 그의 어머니가 노상 하는 말이다.


그는 크게 두 부류의 책들을 읽었는데, 하나는 무거운 하드커버가 덮인 철학책들이고 다른 하나는 적들을 물리치는 판타지 소설이다.


“으악! 들어오지 말라니까요, 엄마!”


그는 엄마에게 퉁명스럽게 말하고는 다시 책을 읽는다. 그의 책상에 널부러진 <순수이성비판1>이라는 이름을 통해 보건데, 아마 그가 읽고 있는 것은 그 책의 2권인 것 같다.


“얘, 책도 좋지만 나가서 친구들도 좀 만나렴. 여자친구도 좀 사귀고.”


크흡,


문을 닫으며 엄마가 그에게 건네는 말에, 그는 더는 참지 못하고 책을 덮어 버렸다.


엄마는 잠시 그의 눈치를 보더니 이내 방문을 닫았다.


‘친구는 무슨. 나는 철학 변태가 될 거야... 돈은 판타지소설로 벌어야지!’


그는 어머니의 우려에도 혀를 낼름거리며 책을 읽을 뿐이었다.


“스읍~하. 이 두꺼운 양판지의 냄새...”


그는 변태같이 철학책의 냄새를 맡으며 이번에는 노트 한 권을 꺼내 들었다. 책장에 꽂혀 있는 수많은 노트들 중 그가 꺼내든 노트만은 특별했다.


‘나와 잘 맞는 타인을 찾는 것은 사실 자기를 찾는 것이다. 그러므로 친구란 결국 자아의 자기애다.’


그는 엄마와의 짧은 대화에서 느낀 그의 생각을 노트에 써내려갔다.


그 노트에는 그간 철학책들을 읽으며 구상한 자신의 사상이 쓰여 있었다.


그가 탐독한 수많은 철학을 나름대로 비판하고 계승한 자신의 사상은, 적어도 그에게 있어서만은 완벽했다.


“좋아,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완성이다!”


엄마와의 대화에서 난 신경질은 오히려 그의 정신을 더욱 번뜩이게 했다.


이윽고 그의 정신은 한동안 막혀 있었던 마지막 부분을 써내려 갈 실마리를 잡았다.


장장 4년 간 써내려 간 노트는 그의 일기이자 그의 정신 자체 즉, 뇌였다. 이제 곧 그의 뇌가 완성되는 것이다.


‘아침이에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


그러나 그의 소망은 조금 나중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휴대폰에서 알람이 울렸기 때문이다.


‘벌써 아침이네...’


어제 저녁 엄마와의 대화를 나눈 후 사상을 마무리하는 데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그는 밤을 꼴딱 새워버렸다.


“다녀오겠습니다!”


그는 대충 가방에 소설책들을 우겨 넣고 집을 나섰다. 밤을 새웠으니 조금 피곤할 법도 하지만 그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학교에 가면 또 뭘 하나...’


그가 학교로 향하는 시각, 4월의 아침은 유독 어두웠고 날씨는 유달리 차가웠다. 몇 해 전, 춘천에는 4월임에도 눈이 내렸다는 기사가 생각나는 날이었다.


그러나 이 추위는 벚꽃과 눈이 함께 있는 아름다움이라기보다는, 온갖 오물들이 얼어버릴 듯한 추위에 가까운 불쾌한 느낌이었다. 그러고 보니 먹구름조차 불길하게만 느껴졌다.


“날씨 드럽게 춥네. 이런 게 이상기후인가? 이런 날 학교 가서 뭐 하냐 진짜.”


“뭐 하긴 뭐 해, 철학 좀 핥다가 소설 냄새 맡아야지... 헤헤헤”


그는 오랜 기간 단련된 듯, 익숙한 혼잣말을 하며 학교로 항햐고 있었다.


"으악! 깜짝이야!"


그러나 몇 걸음 가지도 못하고 하수구에서 쥐 한 마리가 뛰쳐나와 그의 발치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냥 쥐라면 이리 혐오스럽지는 않았겠지만, 온갖 때꾸정물을 다 묻히고 자신의 발에 다가와 냄새를 맡고 있는 쥐의 모습은 정말로 참기 어려웠다.


그때 또 때마침 주변에서 소란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그가 학교에 갈 때면 으레 있는 일이다.


“쟤가 걔야. 왜 그 이상한 애 있잖아. 맨날 이상한 책만 보고.”


“아, 걔야? 성격 개차반 찐따새끼?”


“말도 완전 막 한다니까. 웬만하면 무시하고 사는 게 편해.”


“얼굴은 제법 반반한데 성격이 도대체 왜 저 모양일까... 저럴 거면 그냥 나랑 얼굴 바꾸지.”


평범한 학생들이 그에게 하는 이야기들 같았다. 수수한 외모에 제법 튼튼한 근육이 있는 그는, 여느 학생들처럼 꾸미거나 사교적으로 행동하기보다는 그냥 생긴 대로 사는 게 편했다.


그런 성격이 하루 이틀 쌓이고 나니 어느새 그는 알게 모르게 친구들한테 따돌림을 받고 있었다.


“남이사, 뭐 저리 할 말이 많은지... 따귀 한 대 처맞고도 똑같이 말하려나?”


그는 일부러 그 학생들이 들리게 혼잣말을 했다. 그 말에 학생들은 그에게서 황급히 멀리 떨어졌지만 수군거리기는 멈추지 않았다.


“어휴, 진짜 싸우자고 할까봐 엄청 쫄았네...”


몇 달 전 1학년이 끝나갈 무렵, 이 비슷한 일이 있었다. 그때도 그는 그 학생들에게 이번처럼 위협적으로 말했다.


그런데 주도적으로 그에게 시비를 걸던 한 남학생은 그가 괜한 허세를 부리는 줄 알았는지 어디 한 번 때려 보라고 그에게 다가왔다.


그 학생은 엄청난 거구였는데 그때 느꼈던 공포는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촤악, 촤악, 내가 생각해도 그때 제법 멋있게 맞았지. 음, 그래.’


사실 그 학생도 진짜로 그를 때릴 생각은 없었지만, 면전에서 ‘뭘 꼴아 보는데, 돼지새끼야?’라는 말을 듣고도 주먹을 휘두르지 않을 순 없었다.



재밌는 것은, 엄청난 거구와 맞서는 그의 주먹질이 그리 뛰어나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반쯤 죽일 듯이 상대에게 달려드는 탓에 또 무작정 맞기만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야, 권태양!”


그때 그의 뒤에서 그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 저 새끼도 패는 맛이 있었지...’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어깨를 돌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누군가 그의 어깨에 손을 짚었다.


빠각,


그와 동시에 수박 터지는 듯한 소리가 거리에 울려 퍼졌다.


뒤돌아서며 팔꿈치로 상대를 가격하는 기술, 이른 바 백스핀 엘보우가 그의 어깨를 짚은 남학생의 두개골에 작렬했다.


아주 익숙한 듯, 벌써 수 십 번은 해본 듯한 몸놀림이었다.


“뗶!!!뜗!뗿!!흛헓,!!읅!뷝벍.흐윽헥..”


그와 동시에 남학생이 도무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말 걸지 말아 달라니까? 누가 보면 친구인 줄 알잖아. 난 혼자 다닐 거야.”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멀어지는 그를 향해 남학생이 뭐라고 하는 것 같기도 했지만, 그는 그저 귓구멍을 후빌 뿐이었다.


‘이름으로 부르지 말라니까 멍청한 새끼가, 그랬으면 때리진 않았을 텐데.’


지금 태양의 뒤에서 말을 건 학생은 유독 태양에게 말을 걸어 왔다. 태양은 자신을 일종의 ‘이상기종’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싶었는데 자꾸만 그가 친한 척을 해대자 짜증이 났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폭력을 휘둘렀던 것은 아니었지만 거의 매일 등하교 때마다 자신에게 말을 걸어 왔기 때문에 점점 폭력을 휘두르다가 결국에는 백스핀 엘보우라는 경지까지 수위가 높아진 것이다.


그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사이. 어느새 그는 학교에 도착했다.


“좋은 아침이다, 친구들!”


그가 교실에 도착하자 때마침 그의 담임 선생님이 앞문을 열고 들어 왔다.


“태양아! 오늘 끝나고 남아라!”


교실로 들어오자마자 담임은 특유의 호쾌한 목소리로 태양에게 말했다. 2m는 될 듯한 큰 키와 넓은 어깨 그리고 호탕한 인상은 흔히 말하는 조선시대 장군 같았다.


“네? 저 왜요?”


“남으라면 남을 것이지, 말이 많아. 누가 너 좀 보자고 하신다. 높은 분이신 거 같은데 예의 바르게 행동해야 한다!”


담임은 자기 할 말만 그에게 한 후 급한 일이 있는 듯 빠르게 교실을 떠났다.


‘뭐야, 왜 자기 할 말만 하고...’


바람처럼 사라지는 담임을 보며 짧게 감상을 내뱉은 후, 태양은 자리에 앉아 가방에 있던 책을 꺼내 들었다.


전자 매체가 더 익숙한 요즘 아이들과는 달리, 태양은 늘 종이책을 고수하였다. 책을 넘길 때마다 느껴지는 감촉과 묵직한 무게감이 그의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태양은 유독 수업시간에 많이 불려 나갔다.


“자, 태양아, 나와서 풀어 보렴.”


물론, 오늘도 마찬가지다.


‘하...’


스윽, 슥, 탁.


별다른 풀이는 없었다. 태양은 칠판에 대충 몇 가지를 끄적인 후 답을 적었다.


맨 앞자리에 앉은 학생들의 표정이 얼빵해졌다.


“너...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정말 학원 안 다니는 거 맞지?”


수학 선생은 감탄이 섞인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네, 학원 갈 돈 없어요.”


태양은 별다른 반응도 없이 다시 자리로 돌아 왔다.


태양에게 수학이란 그리 어렵지 않은 과목이다. 모든 조건을 조합하면 결국 답은 하나뿐이기 때문이다.


반면 철학은 조건이란 조건은 죄다 두루뭉술하고 정확한 답이랄 것은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 위대하다는 플라톤도, 데카르트도, 칸트도, 헤겔도 결국 현대에 와서는 모두 이론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런 것들에 비하면 고등학교 수학은 그냥 애들 장난수준이었다. 태양은 고작해야 이런 것들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을 보면 내심 무시하는 마음이 들었다.


“선생님, 질문 있습니다!”


그때 맨 앞자리에 앉은 남학생 하나가 번쩍 손을 들고 말했다.


“그래, 강민아. 말해 보렴.”


“지금 권태양 학생이 쓴 풀이는 교과 범위 바깥의 내용입니다. 저 풀이는 수학교수님이신 저희 아버님께서 어젯밤에 보여주신 풀이와 동일합니다. 그런 것들을 마음대로 수업 시간에 사용해도 되는 건가요?”


남학생은 똑 부러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 쟤는 진짜 오늘 일기장에 빨간 글씨로 이름 써야겠다.’


남학생의 말에 태양은 무자비한 복수를 다짐했다.


“그래, 사실 선생님도 태양이 풀이가 잘 이해가 안 가거든. 자세히 쓰여 있진 않지만 말야...태양아, 설명해 줄 수 있겠니?”


씨익,


남학생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가 보기에 태양은 분명히 아주 뛰어난 실력의 강사에게 과외를 받고 있음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설명하면 오늘 수업 시간 다 잡아 먹을 텐데 괜찮으시겠어요?”


태양은 강민을 한 번 째려본 후 차분한 목소리로 선생님께 물었다.


“음, 그건 좀 곤란하긴 하지만 선생님도 너무 궁금하구나. 한 번 부탁해도 되겠니?”


태양은 그저 고개를 한 번 끄덕인 후 다시 칠판 앞에 섰다.


스윽, 탁


태양은 우선 칠판을 모두 지운 후 좌측 상단에서부터 천천히 풀이를 써내려갔다. 풀이는 길었지만 단순했고 단순하지만 치밀했다. 자리에 앉은 학생들 모두 그의 풀이를 손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한편, 강민의 얼굴은 점점 울그락불그락 터질 듯 달아올랐다.


장내엔 태양이 칠판을 분필로 끄적이는 소리만이 가득했다.


탁.


20여 분이 지난 후 그는 분필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강민을 똑바로 처다 보며 말했다.


“멍청해서 아득바득 사람 깎아 내리고 싶은 건 알겠는데, 주제를 알았으면 좋겠다. 아니면 가서 또 니네 아빠한테 꼰지르거나.”


"태양아! 그런 말을 친구한테 하면 안 돼! 그나저나, 이런 것도 네가 읽는 그 이상한 책에 나오는 거니?"


선생님이 태양을 제지하며 물었다.


"이상한 책이 아니라, 철학책이에요. 임마누엘 칸트가 쓴."


"칸트? 그게 누구니? 선생님은 수학 외엔 잘 몰라서..."


선생님의 말에 태양은 잠시 머뭇거렸다. 곰곰 생각해 보면, 태양 자신도 철학이 무엇인지 안다고 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잠시 태양이 말을 고르는 사이, 때마침 수업 종료를 알리는 종이 울렸다.


한 순간에 분위기가 어수선해지자 선생님도 결국 별말 없이 짐을 챙겨 교실을 떠났다.


강민은 이 수치를 더는 못 견디겠다는 듯 교실을 뛰처 나갔다.


태양도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자리에 앉은 그에게 태양의 친구가 다가 왔다.


“어쩌려고 그랬어! 쟤 물불 안 가리는 앤데.”


“안 가리면 어쩔 건데?”


“쟤 저번에 옆 반 여자애도 뺨 때린 거 몰라? 너도 그렇게 되면 어쩌려고 그래!”


“손목 아래가 톱으로 썰려도 뺨 때릴 수 있나 봐야지, 뭐.”


“너 진짜...”


“됐어, 그만해. 그런 애 한 두 번 보는 줄 아냐. 나 책 읽을 거야, 저리 꺼져. 그리고 말 걸지 마.”


“넌 꼭 말을...”


“그러게 나한테 말 걸지 말랬잖아. 물론 친한 척도 곤란하고.”


태양은 쉬는 시간이 되자마자 자신에게 다가 와 또 친한 척을 해대는 아침의 그 친구에게 까칠하게 대답했다.


“용혁아, 그냥 냅둬. 저 찐따 새끼 뭐가 좋다고 매번 말 걸어 주냐. 책에 작가도 없는 거 보면 뭔 이상한 변태 같은 책이겠지.”


그때 다른 친구가 용혁에게 말했다.


그 말에 태양이 못 참고 그를 쏘아 보며 말했다.


"뭔 개소리야. 작가 다 있고. 임마누엘 칸트가 쓴 책이다. 그리고 난 그냥 변태가 아니라 철학 변태다."


"칸트? 그게 누군데?"


"야, 넌..."


그는 귀찮다는 듯 손을 내 저으며 입으로는 훠이훠이 소리를 냈다. 그 모습에 친구도 더는 할 말이 없다는 듯 용혁을 데리고 태양에게서 멀어졌다.


‘고2나 됐으면 읽어본 적은 없어도 칸트가 누구인지 정도는 알아야지...’


태양은 짧게 생각한 후 다시 책을 읽었다. 전날 밤 읽던 <순수이성비판2>를 읽다가, 너무 머리가 아프면 판타지 소설을 읽었다.


그러다 보니 좀 전의 사건은 잊히고 어느덧 시간은 흘러 벌써 종례까지도 끝나 버렸다.


“자, 이상이다. 끝으로 태양이는 바로 교장실로 가보도록 해. 자, 내일 보자, 친구들!”


왜인지 항상 으하하 소리와 함께 말하는 듯한 담임이었다.


태양은 좀 전의 생각에 여념이 없어, 대꾸도 없이 주섬주섬 가방을 챙겨 교장실로 향했다. 그러나 막상 교장실이 다가오자 그는 걸음을 멈췄다.


태양은 내적 갈등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대로 교장실에 들어서면 뭔가 굉장히 귀찮은 일이 생길 것만 같았다.


‘아니, 오란다고 내가 꼭 가야 해? 용건 있는 사람이 찾아오는 게 맞지 않아?’


‘쨀까?’


‘쨀 수 있나?’


‘째도 될까?’


‘째야겠다. 짼다. 간다, 집으로. 가자. 가자.’


그렇게 그는 동방예의지국의 유구한 역사는 옆집 똥개나 줘버릴 생각으로 교장실 바로 앞에서 뒤돌아섰다.


드르륵


그러나 하필 그때 교장실 문이 열렸다.


“아, 권태양 학생. 어서 와요.”


문 안쪽 먼 곳에서 교장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할 수 없이 태양이 뒤돌아서며 90도 폴더 인사를 박았다.


“안녕하십니까, 선생님. 2학년 1반 권태...”




으윽!


태양의 인사는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문 앞에 한 남자와 부딪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딪힌 부위가 좋지 못했다.


문 앞에 선 남자의 큰 키 때문에 하필 그가 머리로 박아버린 것은 그의 낭심이었기 때문이다.


그 말로는 온전히 묘사할 수 없는 고통이 태양에게도 전해지는 것 같았다.


“엑!! 괜찮으세요? 죄송합니다, 괜찮으세요?!”


그가 다급히 남자에게 다가가 물었다.


“아... 네가 태양이구나. 이야긴 많이 들었다. 교장 선생님께 볼일이 있나 보구나.”


남자가 허리를 툭툭 치며 말했다. 표정이 일그러진 것이 아직은 고통이 남아 있는 듯했다.


“네, 교장선생님께서 부르셔서요. 그나저나 정말 괜찮으세요?”


그가 재차 남자에게 물었다.


“이젠 정말 괜찮다. 그나저나 강민이한테 들었을 땐 좀 더 앙칼진 학생일 줄 알았는데, 직접 보니 훨씬 상냥하구나.”


“네?”


“아, 내가 강민이 아비 되는 사람이다.”


‘!!!’


“아아, 프로페서 조, 바쁘실 텐데 어서 가보세요.”


그때 안에서 교장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남자는 아, 네, 하고 작게 대답하고는 그에게서 멀어졌다.


태양은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어깨부터 무릎까지 오는 검은 코트에 검정 양복을 입고 그보다 짙은 검은색으로 물든 머리를 한 남자다. 그러나 그에게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너무나도 따듯하고 밝았다.


“권태양 학생, 어서 들어오세요.”


태양의 상념은 다시 한 번 들리는 교장 선생님의 목소리 때문에 지속되지 못했다.


태양은 다급히 교장실로 들어갔다. 안에는 머리를 길게 기르고 파마를 해서인지, 호리호리한 체구에 듣기 좋은 미성이어서인지,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기 어려운 사람이 앉아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선생님. 2학년 1반 권태양입니다!”


태양은 좀 전에 마무리하지 못했던 인사를 올렸다.


“그래요, 그래요 권태양 학생. 반가워요. 오늘 부른 건 장학사께서 권태양 학생을 좀 보고 싶어 해서에요.”


“네, 저를요?”


“도서관에 있는 작가 없는 책들을 모두 읽었다죠?”


“아, 유명하지 않은 건 맞기는 합니다만 작가는...”


“듣자 하니 판타지 소설도 다 읽었구요.”


“네, 우선 그건 맞습니다만 그건 왜...”


“권태양 학생이 쓴 독후감이 이번에 교육감 상을 받게 되었어요. 학생 수준이라고 보기 어려운 정말로 수준 높은 글이었어요. 이 선생님은, 정말 너무나 감동 했다구요!”


“아...네, 말씀 감사합니다.”


“우리 장학사님께서도 권태양 학생의 독후감을 아주 인상 깊게 읽으셨나 봐요. 꼭 직접 만나보고 싶다더군요. 상장과 상금은 덤이구요. 아마 상금은 천 만 원일 거에요.”


!!!


그는 상금을 듣고 어버버 어버버 말을 더듬었다. 천 만 원이라니! 그는 이 순간 교장실 문을 열어준 강민이 아버님께 감사했다.


‘오, 신이시여! 앞으로 토요일은 절에, 일요일은 교회에 꼬박꼬박 다니겠나이다!’


그는 느닷없이 차오르는 신앙심을 느꼈다.


‘물론 헌금은 현금영수증 해주시겠죠?’


신앙과 현실은 엄격히 다른 법. 필요하다면 십일조 정도야 과감히 전복하는 진보주의자가 바로 태양이었다.


터벅터벅


태양이 전율하는 동안 누군가 교장실로 다가오고 있었다.


태양은 마치 천 만 원이 다가오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만면에 웃음꽃을 피우고는 뒤돌아섰다.


교장 선생님 역시 구둣발소리를 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정작 그 사내가 교장실로 들어 왔을 때에는 좀 전의 밝은 분위기는 씻은 듯이 사라지고 불행의 전주곡만이 울려 퍼지는 듯했다.


교장실에는 오늘 아침에 느꼈던 그 오물을 얼린 듯한 추위와 사악한 먹구름이 공간을 서서히 좀먹고 들어왔다.


태양은 뒤돌아보는 짧은 사이에 점점 오소소 소름이 돋는 듯하더니 어느새 교장실에는 짙게 서리가 내려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는 이 모든 상황이 분명히 단순한 이상기후로는 치부할 수 없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어느새 열려 있는 교장실 문틈으로 수 천 마리의 쥐떼가 그들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진정으로 절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이 더러운 추위도, 쥐떼도 아니라, 지금 쥐떼를 몰고 나타난 한 사람 때문이다.


녹빛 머리에 보랏빛 눈동자, 평균 정도 키에 와인색 양복, 교장실에 들어 온 것은 영화 속 조커를 닮은 사내였다. 그는 평범했던 학교를 음울한 신비함으로 채우고 있었다.


이제 이것은 이상기후가 아니라 이상징후였다. 무언가 비현실적인 일들이 그들에게 벌어지고 말 것이라는 불행의 징후였다.


두 사람은 사내의 등장 이후 갑자기 숨이 턱 조여 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장내에서 두 사람은 사라지고 오직 고요와 조커를 닮은 사내만 서 있는 것 같았다.


그때 동굴에서 울려 퍼지는 듯한 목소리가 침묵을 깼다.


<정언 명령으로 말한다.>


사내의 목소리는 주문처럼 교장실을 장악했다. 마법을 영창하듯 일대에 퍼지는 목소리는 칠흑의 빛과 함께 공간을 가득 채웠다.


빛이 사라질 즈음엔 그의 뒤편에서 지옥을 연상시키는 문이 열리며 쇠사슬이 뿜어져 나왔다.


촤라락


빠르게 날아 온 쇠사슬은 굳어 버린 두 사람을 속박했다.


꼼짝할 수 없이 묶여 버린 쇠사슬을, 두 사람은 나름대로 풀어내려 발버둥 쳤지만 그럴수록 쇠사슬은 더 강하게 그들을 옥죄었다.


공포.


저항의 끝에 그들의 가슴에서 서서히 자라나는 것은 공포였다.


저벅저벅


쇠사슬에 묶인 그들을 향해 사내는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불행을 알리는 구둣발소리! 사내가 만들어내는 모든 소리에는 죽음의 냄새가 물씬 배어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의 코앞에 사내가 도착했을 때, 그들은 부디 지금 이 자리에서는 듣지 않길 바랐던 한 마디를 듣고 말았다.



<죽어라.>


이상하리만치 추웠던 4월의 하루는, 한 학생의 마지막 봄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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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전쟁: The Philosophy War.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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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Episode. 묘한 관계(1) 21.04.02 8 0 11쪽
13 Episode. 아들 21.04.01 11 0 12쪽
12 Episode. 뜻 밖의 적. 21.03.30 13 0 7쪽
11 Episode. 수색 21.03.30 13 0 10쪽
10 Episode. 비밀. 21.03.29 10 0 9쪽
9 Episode. 반 년 후. 21.03.27 11 0 14쪽
8 Episode. 학계. 21.03.26 12 0 17쪽
7 Episode. 한국 야사 21.03.25 12 0 13쪽
6 Episode. 운명 21.03.25 10 0 9쪽
5 Episode.2 신살(神殺)의 시간 21.03.25 11 0 10쪽
4 Episode. 천 번째 대사상가(完) 21.03.25 10 0 13쪽
3 Episode. 천 번째 대사상가(2) 21.03.25 11 0 13쪽
2 Episode. 천 번째 대사상가(1) 21.03.25 20 0 13쪽
» Episode. 이상기후 21.03.25 62 0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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