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의 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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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U백약
그림/삽화
강백약
작품등록일 :
2021.03.26 16:00
최근연재일 :
2022.07.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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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4.2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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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의 정석_86. 유비의 죽음(충성 맹세)

DUMMY

제갈량의 대답을 들은 유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는 책을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새가 죽게 되면 그 우짖음이 슬프고, 사람이 죽게 되면 그 말이 진실되다’고 들었소. 나는 역적 조비를 물리치고 한 황실을 부흥시키려 했는데, 신하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오를 공격하다 이 모양이 되고 말았소···

그러니 승상이 태자 유선을 잘 가르쳐, 그 아이가 한의 백성들을 잘 보살필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시오···”


이에 제갈량이 엎드려 절하며 말했다.


“폐하께서는 부디 옥체를 보존하십시오. 폐하께서 하셔야 할 일이 많습니다.”

“날 좀 일으켜 세워 주시구려...”


유비의 말에 제갈량이 황급히 유비를 부축해 침상에 앉혔다.


“내 곧 죽게 되었으니, 마음속에 있는 말을 하겠소.”


“말씀해 주십시오.”


“그대의 재주는 조비의 열 배이니, 반드시 대업을 완성하고 나라를 안정시킬 수 있을 것이오. 그대가 보기에 내 아들 유선이 황제의 재목이라면 잘 보좌해 주고, 부족하다 싶으면 그대가 한의 주인이 되시오..”


유비의 말에 제갈량은 등 뒤로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 내렸다. 황제가 신하에게 자신의 아들 대신 황위에 오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신은 죽는 날까지 태자를 성심껏 모셔 폐하의 은혜에 보답할 것입니다. 신을 믿어 주십시오!”


그러자 유비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한은 유씨를 위한 나라가 아닌 백성들을 위한 나라가 되어야 하오. 그러니 누구보다 백성들을 위할 수 있는 이가 다스려야 하오. 내 말을 명심하시오.”




말을 마친 유비는 신하들과 두 아들을 들어오게 하였다. 잠시 후, 유비는 두 아들을 앞으로 불러 말했다.


“내 마지막 말을 명심하거라. 너희 형제는 승상을 어버이처럼 여기고, 늘 승상과 의논하여 일을 처리해야 할 것이다.”


이에 유영과 유리가 울며 고개를 숙이자, 유비가 다시 입을 열었다.


“조운 있는가?!”

“예, 폐하”


조운이 침상 앞에 엎드리자, 유비가 그의 손을 움켜쥐었다.


“자네는 내가 보잘것없는 신세일 때부터 날 따라주었네. 그런데 나는 자네의 말을 듣지 않다가 이렇게 되고 말았구먼··· 나에게 해 주었듯이, 부디 내 아들도 잘 보살펴주길 부탁하네...”


“신, 견마지로를 다해 태자를 모시겠습니다!”


유비는 한동안 조운의 손을 잡고 있다가, 고개를 돌려 주변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 경들에게도 하나하나 뜻을 전하고 싶으나 힘이 없구려. 모두 맡은바 직분을 다하며 한의 백성들을 아껴 주시구려···”




223년 장무3년 4월, 유비가 신하들에게 유지(遺志: 살아서 이루지 못하고 남긴 뜻)를 남기고 숨을 거두니, 그의 나이 63세였다. 이에 제갈량이 신하들과 함께 유비의 영구를 운반해 성도로 돌아가니, 유선이 울면서 이를 맞이해 궁 안에 모셨다. 이후 유선이 유비가 남긴 조서를 읽으니, 그 내용이 다음과 같았다.


‘짐의 병은 처음에 하찮은 이질(설사)이었으나 다른 병들이 생겨 고칠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사람의 나이 50이면 일찍 죽었다 하지 않는데, 내 나이 60을 넘겼으니 슬퍼할 일이 아니로다.

다만 태자와 그 어린 형제들이 걱정스러울 뿐이다. 힘쓰고 또 힘쓰거라! 악이 작다고 해서 행하지 말고, 선이 작다고 하여 실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질고 덕이 있어야 사람들이 따르는데, 이 아비는 덕이 부족하여 너희가 배울 것이 없다. 부디 스스로 덕을 닦으며 서책을 두루 읽어 지혜를 얻도록 하여라!’


유비의 장례가 끝나자, 제갈량은 다른 신하들과 함께 유선을 추대하여 황제의 자리에 올렸다. 황제 유선은 연호를 건흥으로 바꾸고, 유비를 혜릉(惠陵)에 안장한 뒤 소열황제(昭烈皇帝)라는 시호를 올렸다. 또한 유비의 황후인 오씨 부인을 황태후로 높이고, 자신의 친어머니인 감 부인에게 소열 황후 시호를 드렸다.


이후 유선은 조정의 편제를 새롭게 하였는데, 제갈량을 무향후(武鄕侯)에 봉하고 익주목을 겸하게 하여 조정의 크고 작은 일을 모두 결정하게 하였다. 중도호 이엄은 도향후(都鄕侯)로 봉하고 광록훈을 더해 주었다. 진북장군 위연은 도정후(都亭侯)에 봉해주었고, 익군장군 조운은 중호군 겸 정남장군으로 임명하고, 영창정후(永昌亭侯)에 봉하였다. 또한 그 밖의 신하들도 벼슬을 올려주고 천하에 대사면령을 내렸다.




한편 유비가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위나라 조정은 축제 분위기가 되었다. 유비는 늘 조씨 일가를 역적이라 칭하며 맞서왔기 때문에, 조비 입장에서 유비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이에 조비를 비롯한 대신들이 모두 기뻐하는데, 한 사람만이 슬픈 표정을 감추지 못했으니 바로 황권이었다. 그러자 누군가 황권을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조비는 단번에 그를 꾸짖어 물리쳤다.


“상황이 어쩔 수 없어 항복을 했어도, 옛 주인의 은혜를 잊지 않는 것은 장수로서 칭찬해 줄 일이다. 그 정도 의리도 없는 자라면 가까이 두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조비는 황권을 높게 평가했지만, 황권을 놀려주면 재밌겠다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며칠 뒤, 조비는 황권의 자택으로 사람을 보내 ‘즉시 조정으로 출두하라’는 칙령을 내리고, 출두를 재촉하는 사자를 여러 차례 보냈다. 이에 황권 집안의 사람들이 다들 겁에 질렸는데, 황권만은 두려운 기색 없이 태연히 행동하였다. 그러자 조비는 황권이 배짱이 두둑하다고 생각해, 황권을 더욱 좋게 보았다.


어쨌든 유비가 죽었다는 소식에도 조비는 군대를 움직이지 않았지만, 다른 곳에서 촉을 노리는 움직임이 있었다. 손권이 남군 일대를 손에 넣은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촉의 남쪽지역까지 손을 뻗치고 있었던 것이었다. 당시 익주 남쪽에 있는 월수군, 장가군, 익주군, 영창군 등 남중 4군은 이민족이 많이 사는 지역으로, 전한 때부터 익주자사가 관리를 파견해 다스리고 있었다. 손권은 이곳을 손에 넣어 익주 전체를 흔들어 볼 요량으로, 익주군의 최고 실력자인 호족 옹개(雍闓)에게 밀사를 보내 반란을 사주하였다.


그러자 옹개는 반란을 일으켜 익주태수 정앙(正昂)을 죽이고, 후임으로 부임한 장예(張裔)를 생포해 오의 손권에게 보내 버렸다. 하지만 옹개가 원래 한족(漢族)인 이유로 이민족들이 적극적으로 호응하지 않았는데, 옹개는 이민족들의 지지를 받고 있던 맹획(孟獲)을 포섭해 세력을 넓히기 시작했다.


이렇게 옹개의 반란군이 위세를 떨치자, 월수군의 이민족 왕인 고정(高定)도 옹개에게 호응해 반란을 일으켰다. 또한 장가(牂牁)태수 주포(朱褒)도 반란에 가담할 계획을 세웠는데, 낌새를 눈치 챈 익주종사 상방(常房)이 주포의 수하를 잡아서 고문을 하다가 죽이고 말았다. 이에 분노한 주포는 군대를 움직여 상방을 죽이고, 한의 조정에는 상방이 모반을 했다고 거짓보고를 하였다.




그러자 주포의 보고를 받은 제갈량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정황상으로 볼 때, 옹개의 반란에 주포가 동참하려다 발각된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옹개, 주포를 토벌할 여력이 없다. 훈련도 제대로 못 받은 신병들을 보냈다가 패하기라도 한다면, 적이 성도까지 진격해 올지도 모른다···’


고민하던 제갈량은 결국 주포를 회유하기로 하였다. 제갈량은 상방이 반란을 도모하다가 죽었다고 발표하고, 주포를 달래는 서신을 보냈다. 하지만 주포는 제갈량의 계산과는 다르게 움직였다.


‘역시 유비가 죽으니 촉은 그 수명이 다했어. 나를 회유하려는 걸 보니, 반란을 토벌할 군대도 없는 것이 분명하다!’


제갈량의 서신에 자신감을 얻은 주포는 옹개의 반란군에 가담해 버렸다. 이렇게 되자 남중 4군 중에 3군이 반란군의 손에 들어갔고, 영창군은 익주와의 연결이 끊어진 채 반란군의 세력에 포위되고 말았다. 옹개는 영창군도 손에 넣으려 했지만, 오관연공조 여개(呂凱)와 부승 왕항(王伉)이 굳게 수비를 하여 이를 막아내었다.


자신의 회유에도 불구하고 주포가 반란에 가담하자, 제갈량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지만 참을 수 밖에 없었다.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안 된다. 지금은 국력을 회복시키는 것이 먼저다. 그리고 안정적으로 국력을 회복하려면 오와 다시 손을 잡아야 한다···’


한은 형주를 잃고 이릉 전투에서 대패해 약소국이 되었기 때문에, 다른 나라와의 동맹이 절실했다. 그런데 한의 국가적 사명은 ‘역적 조씨의 위 나라를 멸하고 한 황실을 부흥시킨다’ 였기 때문에, 동맹이 가능한 것은 오나라 뿐이었다.


앞서 조비가 세 갈래 길로 오를 침공할 때, 다행히 손권이 태중대부 정천(鄭泉)을 백제성으로 보내 정전협상을 맺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손권은 유비가 오를 다시 공격할 것이 염려되어 화해를 청했을 뿐, 실제로 한과 오의 관계가 회복된 것은 아니었다.


제갈량은 오에 사신을 보내 굳건한 동맹을 맺고 싶었지만, 사신으로 보낼 마땅한 인물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때 한은 바람 앞의 등불 같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오가 위와의 관계를 끊고 한과 동맹을 맺도록 설득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과거 외교관으로 활약했던 간옹, 손건, 마량 등은 모두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고, 승상인 제갈량이 성도를 비우고 직접 오로 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렇게 제갈량이 고민을 하던 어느 날, 상서 등지가 제갈량을 찾아왔다.


“상서가 무슨 일로 날 찾아왔소?”


“승상께 건의드릴 것이 있어서 찾아 뵈었습니다.”


“거리낌 없이 말해보시오.”


“폐하께서 아직 어리시고 즉위 하신지 오래되지 않았으니, 주변국과 우호관계를 체결해 외부의 근심을 없애고 내실을 다져야 할 것입니다. 신속히 오나라로 사신을 보내 굳건한 동맹을 맺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등지의 말에 제갈량이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내가 이 문제를 오랫동안 생각해왔는데, 적당한 인물을 찾지 못해 실행에 옮기지 못했을 뿐이오. 이제 적임자를 찾았으니 오로 사신을 보내겠소.”


“승상께서는 누구를 염두에 두고 계십니까?”


“바로 자네일세. 내일 황제께 아뢰어 자네를 사신으로 보내겠네. 지금 손권은 둘 중 누구와 손을 잡을 지 주판알을 튕기고 있을 것이니, 잘 설득해야 하네!”


“네, 반드시 손권을 설득하겠습니다!”

86. 유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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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60 악지유
    작성일
    22.04.22 14:06
    No. 1

    모자란다는 유선이 황제가 되는군요.
    차라리 제갈량 자신이 즉위하지. ^^
    하지만 보는 눈들이 많아 쉬운 문제 일은 아닐겁니다. ㅉ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 강U백약
    작성일
    22.04.24 18:50
    No. 2

    제갈량 즉위했음 다들 들고 일어났겠죠. 아들교육을 못시킨 유비 잘못입니다ㅋ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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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삼국지의 정석_87. 원한을 잊고 오와 동맹을 맺는 한(마술사 서성)(下) +2 22.05.06 34 1 10쪽
51 삼국지의 정석_87. 원한을 잊고 오와 동맹을 맺는 한(마술사 서성)(上) +2 22.05.03 31 1 10쪽
» 삼국지의 정석_86. 유비의 죽음(충성 맹세) +2 22.04.22 52 1 11쪽
49 삼국지의 정석_85. 백전노장 조인의 패배(다윗과 골리앗) +2 22.04.19 41 1 11쪽
48 삼국지의 정석_84. 촉을 배신한 오, 오를 배신한 위(손권의 오리발)(下) +2 22.04.15 66 1 10쪽
47 삼국지의 정석_84. 촉을 배신한 오, 오를 배신한 위(손권의 오리발)(上) +2 22.04.12 47 1 13쪽
46 삼국지의 정석_68. 유비와 손권의 갈등(정상회담)(下) +2 22.01.04 51 1 10쪽
45 삼국지의 정석_68. 유비와 손권의 갈등(정상회담)(上) +2 21.12.31 59 1 11쪽
44 삼국지의 정석_66. 유장의 항복(무소유)(下) +2 21.12.28 38 1 11쪽
43 삼국지의 정석_66. 유장의 항복(무소유)(上) +2 21.12.24 43 1 10쪽
42 삼국지의 정석_65. 돌아온 마초(복수혈전)(下) +2 21.12.21 45 1 10쪽
41 삼국지의 정석_65. 돌아온 마초(복수혈전)(上) +4 21.12.17 52 1 11쪽
40 삼국지의 정석_64. 낙성에서 떨어진 봉추(대성통곡)(下) +3 21.12.14 44 1 11쪽
39 삼국지의 정석_64. 낙성에서 떨어진 봉추(대성통곡)(上) +2 21.12.10 51 1 10쪽
38 삼국지의 정석_63. 유비의 익주공략(적반하장) +2 21.12.07 60 1 10쪽
37 삼국지의 정석_62. 적벽의 복수에 나서는 조조(토사구팽) +2 21.11.25 42 1 11쪽
36 삼국지의 정석_48. 유비, 누워있던 용을 만나다(특별 채용)(下) +3 21.09.15 60 2 9쪽
35 삼국지의 정석_48. 유비, 누워있던 용을 만나다(특별 채용)(中) +4 21.09.13 51 1 10쪽
34 삼국지의 정석_48. 유비, 누워있던 용을 만나다(특별 채용)(上) +2 21.09.10 63 1 9쪽
33 삼국지의 정석_47. 공손 씨에게 목이 잘리는 원 씨 형제(조조의 관심법)(下) +2 21.09.08 46 1 9쪽
32 삼국지의 정석_47. 공손 씨에게 목이 잘리는 원 씨 형제(조조의 관심법)(上) +2 21.09.06 40 1 8쪽
31 삼국지의 정석_46. 첫째는 죽고, 둘째, 셋째는 이민족의 땅으로(네 자신을 알라) +2 21.09.03 47 2 12쪽
30 삼국지의 정석_45. 원 씨를 위해 목숨을 버리는 심배(경국지색)(下) +2 21.09.01 43 2 12쪽
29 삼국지의 정석_45. 원 씨를 위해 목숨을 버리는 심배(경국지색)(上) +2 21.08.30 4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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