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의 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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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U백약
그림/삽화
강백약
작품등록일 :
2021.03.26 16:00
최근연재일 :
2022.07.15 10:00
연재수 :
5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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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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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
글자수 :
261,898

작성
21.05.2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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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삼국지의 정석_22. 목숨을 걸고 장안을 탈출하는 황제(산전수전)(中)

DUMMY

생각을 정리한 이각은 황제의 거처를 보다 깊숙한 곳으로 옮기고 대신들의 출입을 통제하면서, 황제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황제가 감금 생활을 하게 되자, 황제를 따르는 사람들은 제대로 음식을 제공받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자 대신들이 굶주림에 지쳐 몰골이 말이 아니었는데, 이를 안타깝게 여긴 황제가 이각에게 쌀 다섯 말, 소뼈 다섯 덩이를 요청하였다. 하지만 이런 사소한 요청에도 이각은 심통을 부릴 뿐이었다.


“아침 저녁으로 밥을 주는데 무엇이 부족해 또 달라고 한단 말이냐?! 그래도 황제가 달라고 하니 보내주긴 해야지..”


잠시 후, 황제 유협은 이각이 보낸 소고기 상자를 열어보다가 그만 땅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상자 안의 소고기와 소뼈는 상한지 오래되어 구더기가 들끓고 있었고, 유협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소리를 질렀다.


“역적놈이 어찌 이리도 짐을 모욕하느냐!!! 지금 당장 이각을 불러오너라. 내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그러자 시중 양기가 황급히 나서서 말했다.

“폐하, 참으시옵소서. 지금 이각은 의도적으로 폐하를 모욕하는 것 같은데, 폐하께서 질책하시면 이각이 무슨 짓을 저지를 지 모릅니다. 참고 때를 기다리십시오!”


“···알겠다, 경의 말에 따르겠네.”


양기의 간절한 만류에 황제는 이각을 호출하라는 명을 거두었지만, 마음속에 치미는 분노를 쉽게 잠재울 수는 없었다.

‘관동의 군대를 불러들여 이각, 곽사 두 놈을 없애야 한다! 헌데 감시가 이리 심하니 무슨 수로 조서를 보낸단 말인가?

일단 두 놈을 화해시키자. 그러면 놈들이 방심하여 나에 대한 감시를 소홀히 할 것이야!’


생각을 정리한 황제는 이각과 곽사의 화해를 명하는 조서를 작성하여 알자복야(謁者僕射 : 의식을 거행하는 관리들의 수장) 황보력(皇甫酈)에게 주었다. 이에 황보력이 곽사를 찾아가 조서를 전하자, 곽사는 순순히 황제의 명에 따르겠다고 답하였다. 그러자 황보력이 기쁜 마음으로 이각을 찾아갔지만, 이각의 반응은 곽사와 사뭇 달랐다.


“곽아다는 천한 말도둑 출신 주제에 나와 맞먹으려 들었네. 군략(軍略)이나 병사 수에서 내가 압도적으로 우세하니, 반드시 그 놈을 죽일 것이네!

게다가 곽아다는 대신들을 인질로 잡는 못된 짓을 하고 있는데, 자네는 어찌 그 놈을 도와 화해를 권한단 말인가?!”


그러자 황보력이 정색을 하고 말했다.

“지금 곽사는 대신들을 인질로 잡고 있고, 장군께서는 황제를 겁박하고 있으니 어찌 죄의 가볍고 무거움을 따지겠습니까?”


“뭐라고?! 황제가 날 모욕하라고 네놈을 보냈느냐?! 썩 꺼지거라!!”


분노한 이각은 황보력을 내쫓은 다음, 호분(虎賁) 왕창(王昌)을 불러 황보력을 쫓아가 죽이라고 명했다. 하지만 왕창은 양심이 있는 인물로 황보력이 충신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황보력을 쫓는 시늉만 한 뒤 놓쳤다고 거짓 보고를 했다.



이렇게 이각과 곽사를 화해시키는 일이 실패로 끝나자, 황제는 또 다른 계책을 꺼내 들었다. 황제는 대사마 벼슬을 내려 이각을 방심하게 하였고, 이에 이각은 크게 기뻐하며 주변에 말했다.


“내 대사마의 자리에 오르다니! 그동안 무당들을 시켜 열심히 기도를 드린 보람이 있구나!”


이각은 주변의 무당들에게 큰 상을 내리면서, 오랫동안 자신을 따른 장수들에겐 아무런 포상도 해주지 않았다. 그러자 앞서 이각의 목숨을 구했던 양봉이 크게 분노하여 동료 장수인 송과에게 말했다.


“내 지난번 목숨을 걸고 싸워 이각의 목숨을 구해 주었는데, 그 공이 천한 무당들보다도 못하단 말인가?! 우리 이각을 죽이고 황제폐하를 구해 드리세!”


“좋습니다. 이각은 결국 동탁처럼 비참하게 죽고 말 겁니다!”


이렇게 양봉과 송과는 이각을 죽일 것을 모의하였는데, 그만 이각에게 들통이 나고 말았다. 이각은 곧바로 송과를 잡아 죽였고, 양봉이 반란을 일으켰지만 이각의 대군을 당해내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싸움에서 패한 양봉은 멀리 달아날 수 밖에 없었다.

이후 이각과 곽사는 여러 달 동안 전투를 벌였는데, 양측의 병력소모만 심할 뿐 승부를 가릴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각은 뜻밖의 보고를 받게 된다.


“섬현의 장제가 많은 군사를 거느리고 이곳으로 오고 있습니다. 장제는 대사마와 곽사를 화해시키러 왔다고 하면서, 화해를 거부하면 반대쪽과 합심해 공격하겠다고 떠들고 있습니다!”


“뭐라?! 장제가 대군을 거느리고 왔다고?!!”


앞서 장안을 떠났던 장제는 홍농에서 차분히 세력을 키우고 있었는데, 수도 장안이 지옥으로 변했다는 소식에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각과 곽사가 싸움을 벌여 전사자가 만 명이 넘는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장제는 때가 왔다고 판단해 군대를 움직인 것이었다.

이처럼 장제가 막강한 군세를 자랑하며 돌아오자, 서로 다투느라 쇠약해진 이각과 곽사는 장제의 요구를 거부할 수 없었다. 이렇게 이각과 곽사의 싸움을 중단시킨 장제는 황제에게 표문을 하나 올렸는데, 표문을 읽은 황제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제 보니 장제가 충신이구려! 낙양으로 수도를 옮기자고 하다니! 짐은 동도(東道)인 낙양을 그리워 한지 오래요!!”


장제는 수도를 옮기자는 서신을 이각에게도 보냈는데, 이를 받아본 이각은 쓴 입맛을 다셨다.

‘장제 이 음흉한 녀석! 이러려고 홍농으로 갔던 것이냐?! 하지만 지금은 따를 수 밖에···두고보자!’


이각은 어쩔 수 없이 낙양으로의 천도를 허락했고, 어림군 수백 명을 보내 황제의 어가를 낙양까지 호위하게 하였다. 그러자 여러 장수들이 황제의 호위에 동참하겠다고 나섰는데, 그 구성은 다음과 같았다.

제일 먼저 곽사가 앞장 섰고, 앞서 이각에게 반란을 일으켰던 양정과 양봉도 황제의 호위를 자청하고 나섰다. 마지막으로 우보의 수하장수였던 동승(董承)이 나섰는데, 그는 황제의 장인 신분이었다(동승의 딸이 황제의 후궁이었다).


이렇게 황제의 어가를 호위할 장수들이 결정되자, 황제는 이들의 벼슬을 높여 격려해 주었다. 곽사는 거기장군(車騎將軍), 양정은 후장군(後將軍), 양봉은 흥의장군(興義將軍), 동승(董承)은 안집장군(安集將軍)으로 관직이 높아졌고, 낙양 천도에 결정적인 공헌을 한 장제에게는 표기장군(驃騎將軍) 벼슬이 내려졌다.



195년 흥평2년 7월, 마침내 황제 일행이 낙양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어가를 모시던 곽사는 마음이 복잡했다.

‘지금 내가 데리고 온 병사는 수백 명에 불과하니, 양정 등이 딴 마음을 품으면 황제를 빼앗기는 것 아닌가?! 설사 낙양에 무사히 도착한다 해도, 관동의 장수들에게 황제를 빼앗길지 모른다.

그 뿐만이 아니다. 낙양에 자리잡은 황제가 나에 대한 토벌령을 내릴지도 모르지...”


위기의식을 느낀 곽사는 황제를 다시 장안으로 데려가기로 결심하고, 다른 장수들에게 말했다.

“지금 낙양은 폐허가 되어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이네. 우리가 낙양으로 가면 관동의 반란 군들이 얼씨구나 하고 쳐들어올 것인데, 허허벌판에서 적을 막아낼 수 있겠는가?! 큰 화가 닥치기 전에 황제를 모시고 장안으로 돌아가세.”


그러자 양봉이 반발하고 나섰다.

“우리는 황제폐하의 큰 은혜를 입어 높은 관직에 올랐습니다. 황제께서 낙양으로 돌아가길 간절히 원하고 계신데, 어찌 이를 뒤집자 하십니까?! 관동의 장수들이 쳐들어 오면 죽기로 싸워 황제를 지켜드리면 됩니다!”


양봉뿐 아니라 양정, 동승 등의 장수들도 곽사의 제안에 격렬히 반대했는데, 이는 황제를 낙양으로 모신 자신들의 공적이 날아갈까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불안해진 곽사는 심복 부하들만 거느리고 밤을 틈타 달아나 버렸다.

하지만 장안으로 돌아온 곽사는 황제를 되찾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며칠 뒤, 곽사는 수하장수 양습(伍習)을 파견해 한밤 중에 황제의 군영을 습격하게 하였다. 양습은 영채 곳곳에 불을 질러 소란을 일으키며 황제를 납치하려 했지만, 양봉 등이 힘껏 싸워 물리쳐 버렸다.

16. 황제 낙양 귀환 경로.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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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60 악지유
    작성일
    21.05.28 17:32
    No. 1

    정사 삼국지.
    이 좋은 작품을 알아보는 이가 적어 실로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 없네요.
    낭중지추 처럼 언젠가는 그 진가가 드러나리라
    생각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 강U백약
    작성일
    21.05.30 22:00
    No. 2

    그래도 약지유님의 댓글 응원 덕분에 힘내세 연재하고 있습니다. 늘 감사드립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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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삼국지의 정석_22. 목숨을 걸고 장안을 탈출하는 황제(산전수전)(下) +2 21.05.31 53 1 11쪽
» 삼국지의 정석_22. 목숨을 걸고 장안을 탈출하는 황제(산전수전)(中) +2 21.05.28 63 1 9쪽
14 삼국지의 정석_22. 목숨을 걸고 장안을 탈출하는 황제(산전수전)(上) +4 21.05.26 80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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