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떠오르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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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더스
작품등록일 :
2021.03.31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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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31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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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 서원 철폐

DUMMY

[9화 - 서원 철폐]


'대화도 통하지 않으며, 오직 자기들의 넉넉한 곳간만 생각하는 것들, 오 주님, 이들을 불쌍히 여겨주시옵소서' - 엘리엇 총독의 일기장 중 -


"서원이 어떤 곳입니까?"


총독은 정 승지와의 순행 일정 계획을 짜던 중, 불과 3개월이 지나지 않은 지금 상소문을 수십 개를 보내는 것에 귀찮음을 느껴, 정 승지와 옆에 그를 돕던 조선인 청년한테 물어보았다.


하지만 정 승지는 서원이 없던 섬마을 출신이었기에 잘 모르는 형편이었기에, 그를 돕던 거제 출신 양반이었던 청년에게 다시 되물었다.


"서원은 성현(聖賢)에 대한 제사를 지내고 인재를 교육하는 곳입니다. 하지만 이들에게 조선에서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았고, 지역민들을 수탈하는 곳입니다."


정 승지는 청년에게 이 말을 듣고 즉시 통역하여 총독에게 보고하였고, 총독은 이에 상소에 대한 답을 하지 않고 순시 일정에 서원 방문을 넣어 그들과 대화를 하고자 하였다.



반곡서원은 본래 송시열이 거제 지역에 유배를 왔을 때 거제 지역의 유림들에게 강학하였고, 이를 계기로 송시열을 모시는 서원으로 숙종 시절에 개설되었으며, 이후 김진규와 김창집을 추가로 배양하여 모시는 거제 지역의 유일한 서원이었다. 이들이 공부만 했으면 총독부에서는 신경을 쓰지 않았겠지만, 계속해서 상소문을 올리며, 주변의 대량의 농경지를 소유하며, 민중들을 수탈하고, 최근에는 영국인들과 같이 들어온 성공회 선교사를 욕되게 하는 일까지 발생하게 되었다. 그 결과, 총독의 순시 일정의 제일 첫 번째는 서원 방문이었다.


총독부로 쓰던 거제 관아에서 반곡서원까지는 불과 걸어서 10분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불과 5분이 지나자마자, 서원으로 영국인들이 다가오고 있음을 인지한 유생들은 총독 일행을 향해 냉큼 걸어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곳은 서원의 소유지로 통행을 하려면 유생들만 가능합니다."


이 말을 들은 정 승지가 총독에게 보고하였고, 예의 없는 모습을 본 총독이 화를 내며 단호하게 말하였다.


"나는 조선 정부가 떠난 거제 지역에 새롭게 부임한 총독이오. 누가 나의 통행권을 가로막으며, 이미 법률이 통과되어 모든 거제 지역의 토지는 여왕 폐하의 것임을 선언하였소. 책임자는 어디에 있소?"


유생들에게 이를 알리자 유생들의 얼굴 표정이 싹 바뀌며 부리나케 서원의 대표를 부르러 뛰어갔고, 총독 일행도 서원으로 다시 길을 재촉하여 떠나 곧 도착하였다.


"총독님, 안녕하십니까?"


총독은 서원의 대표자로 보이는 웃어른이 인사를 하자 덩달아 예의 바르게 인사를 표하였고, 웃어른과 대화하고자 하였다.


"반갑소, 나는 조선 정부와의 협의 이후, 영국 정부를 대신하여 이 지역을 통치하기 위해 온 찰스 엘리엇 총독이라 하오. 여기에 온 것은 자네들이 보낸 수많은 상소문과 좋지 않은 소문들 때문이오."


승지가 이 말을 통역하자, 대표자로 보이는 사람과 그 주변의 사람들의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하였고, 총독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


"먼저, 상소문의 내용은 잘 봤소. 우리 영국은 본래 현지인의 생활 풍습에 큰 관여를 하지 않는다오. 하지만 그대들의 악행이 섬 전 지역에 소문이 났고, 우리가 반포한 법령을 지키지 않는 모습을 보아, 여기까지 오게 되었소."


"어떤 법령을 지키지 않았소? 우리는 법령이란 법령은 다 지키며 유교의 뜻인 삼강오륜(三綱五倫)을 지키며 새롭게 온 총독의 취임식에도 참여하며 법도를 지키고자 노력하였소. 하지만 양이들은 이를 준수하지 않고 함부로 서교를 전파하며, 이 지역에 위협을 가하였소."


"그 외에도 흉악한 소문은 많소. 농민들을 교화한다는 명목으로 농사지은 쌀을 함부로 뺏어가며 세금을 내라 하였거늘 세금을 내지 않아 주위에 물어봤더니, 원래 그대들은 세금을 내지 않고 토산물들을 뺏어 다 호위호식 하는데 쓴다 하오. 도대체 이런 모습으로 어찌 도덕을 논하고, 어찌 규칙을 지키지 않는다 할 수 있겠소?"


"그곳은 우리의 소유지요, 농사를 짓는 이는 우리의 땅에 농사를 짓는 소작농일 뿐입니다. 주인이 소작농이 지은 농산물의 일부를 가져가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우리는 무지몽매한 그들에게 세상의 도리를 지키며 살도록 교화하는 역할을 할 뿐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타 지역과 다르게 나라에서 아무것도 받지 않으니 우리는 잘못한 것이 없습니다."


엘리엇 총독과 서원의 웃어른, 그리고 유생들은 대화를 계속해서 이어갔고, 엘리엇 총독은 과거 중국에 있으면서 그들의 문화와 풍습을 배우며 유교사상에 대한 이해도가 충분히 있었기에 능히 그들의 주장을 반박해 낼 수 있었다.


"우리는 그대들이 모시는 상국인 중국의 정전법(井田法)과 균전법(均田法)에 의거한 땅은 농사를 짓는 사람만이 농지를 소유할 수 있는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에 따라 모든 땅은 영국 여왕의 토지이며, 땅을 쓰기 위해서는 그에 해당하는 합당한 권리인 돈이나 토산물을 내야 하도록 선언하였소. 하지만 그대들은 이를 준수하지 않고 우리에게 돌아가야 할 토산물들을 갈취하여 그대 사리사욕을 배부르게 하는 것에만 쓰고 있었소. 그리고 우리는 그대들이 말하는 서교(가톨릭)를 믿지 아니하오. 우리는 공회(公會, 영국 성공회)를 믿으며 합당한 도덕을 준수하며, 우리의 도덕에 반하는 노예제는 이미 대영 제국 전역에 폐지되었소. 그대들은 어찌 소작농이 재배한 미곡을 자신들의 곳간에 함부로 넣을 수 있음을 주장하며, 사람을 함부로 노비로 부릴 수 있소?"


이쯤 되면 돌아가겠지 라며 생각하고 있던 유생들과 서원의 많은 사람들은 총독이라 칭하는 양이가 전혀 모를 것만 같았던 그들의 상국이었던 중국과 유교의 이야기를 들어 주장을 펼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다른 이유를 들어 총독의 말을 맞받아쳤다.


"어쨌든 우리는 그들에게 지식과 도리를 가르쳐주는 대가로, 농산물을 받은 것이오. 그리고 우리는 원래 한성으로 나가 벼슬을 하기 위해 공부하며 준비하던 기관이었소. 하지만 그대들이 통치하며 벼슬할 길이 없어졌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오?"


유생들은 영국의 통치에 대하여 불만이 매우 많았다. 비록, 한성에서 세도정치가 본격화되며 벼슬길이 줄어들었지만, 지도부가 완전히 바뀌어 벼슬을 볼 기회가 사라지고, 양이들의 지배하에 놓였다는 것은 그들에게 크나큰 수치였다. 하지만 관리 선발 시험을 시행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던 총독은 이들이 내놓은 말이 너무나도 가소로워 보였다.


"우리도 중국과 같이 과거를 통하여 문관과 무관을 선발하오. 하지만, 우리가 보는 시험은 당신들이 보는 시험과는 차원이 다르오. 당신들은 실제 삶에 필요 없는 사서오경과 같은 경전들과 시와 같은 문예 창작 능력으로 시험을 봐왔기에 그것만을 준비하였지만, 우리는 실생활에 당장 필요한 지식과 의사소통 능력을 보오. 우리는 영어를 하는 사람이기에 영어가 필요하지만, 하급 관리들은 단순히 의사소통만 된다면 충분히 붙을 수 있는 시험이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이 시험을 볼 수 있소. 하지만 당신들같이 이 핑계, 저 핑계 들어가며 기본적인 도리를 지키지 않는다면 우리는 당신들을 채용할 수 없소."


총독은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는 시험을 준비하고 있고 그렇다 하자, 주변의 이 광경을 보고 있던 수많은 농민들은 어안이 벙벙하기도 하며, 환호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유생들은 얼굴이 완전히 붉어졌고 화난 목소리로 반박하였다.


"우리의 지식을 무시하는 것이오? 그리고 어찌 도리도 지키지 않는 작자들이 시험을 보고 관리가 될 수 있다고 하오? 그리고 순라군들은 왜 다 조선인들이 아니며 양이들로만 구성되어있소? 우리를 신뢰하지 못한다는 것이오?"


"저들은 임시로 있는 자들이며, 시험을 보고 훈련을 거쳐 인력이 충원되면 그들은 원래 고향으로 떠날 것이오. 그리고 모든 이들의 도리를 지키지 않고 신민들을 괴롭히며, 과실만을 탐하는 카인과 같은 족속들은 이 땅에 필요가 없소. 싫다면 이 땅을 떠나 바다 건너 조선으로 떠나도 좋소. 하지만 이 땅에 남는다면 당신들은 우리들의 법규를 따라야만 하오."


유생들이 인도 출신 시크교도로만 이루어진 순라군들에 대해 뭐라고 말하자, 총독은 뽑을 계획이 있으며 조선인으로 충원되는 대로 그들은 떠날 것이다라는 말에 강조하였고, 계속 법규를 지키지 않는다면 떠나도 좋지만 법대로 할 것이라는 것을 명심하며 지켜야 할 사항을 말하였다.


"우리는 단순히 이런 기본적인 도리들만 준수한다면, 서원을 그대로 존속하게 할 것이오. 만약 지키지 않겠다 하면, 우리는 규칙을 지키지 않음에 따라 서원을 없애버릴 것이오."


"첫 번째로, 거제 총독부의 법령에 따라 서원이 가진 모든 토지는 영국 여왕과 그를 대표하는 거제 총독부에 있음을 명심하십시오. 서원 또한 포함입니다. 비록 지어진 건물이기에 99년의 기한을 보장하나 엄밀히 모든 땅은 서원의 땅이오. 내가 살고 있는 관사 또한 그렇소. 두 번째, 농민들을 괴롭히지 마십시오. 농사 짓는 사람만이 이 땅을 쓸 수 있고 오직 총독부 만이 이들에게 땅의 가치에 맞는 합당한 세금을 요구할 수 있소. 그대들이 먹을 양식은 그대들이 스스로 경작하길 바라오. 세 번째로, 우리가 데려온 공회와 순리회(循理會, 감리회) 선교사들을 괴롭히지 않길 바라오. 우리는 그대들의 풍습을 존중하여 그대들이 제사를 지내던 다른 신을 모시던 상관하지 않소. 하지만 모든 이들은 거제 총독부의 법과 영국의 국왕의 칙령에 따라 보호받을 권리가 있소..."


말이 이어지던 중간에 서원의 유생 중 하나가 그들에게 홧김에 조선낫을 던졌다. 비록 아무도 맞진 않았지만 공격상황이라는 것을 인지한 순라군이 그들에게 총을 쏘았고, 평화롭게 대화가 이어지던 현장이 단숨에 싸움터로 변하였다.


"총독님 냉큼 피하십시오."


총독과 부관들은 이 싸움에서 잠시 몸을 피했지만, 순라군들은 전부 총을 가진 전문 인력이었기에 싸움을 할 능력도, 기술도 가지지 않고 울분과 화로만 가득 찼던 유생들은 금새 진압되어 순라군에 의해 포박되었다.


"아 분하다 분해, 저런 괴력난신에게 제압당하다니..."


포박당한 유생이 울부짖으며 통곡하였지만 듣지도 않고 총독은 서원 철폐를 선언하였다.


"이들은 도리를 지키지 않고 막 나가는 짐승과 같은 놈들이다. 이들이 우리의 규정을 어겼으니, 우리도 이들을 존중해야 할 이유가 없으며, 이제 이 서원은 공식적으로 철폐할 것이다."


총독이 싸움이 잠잠해지자 공식적으로 서원의 모든 것이 총독부의 소유며 이제 반곡서원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음을 선언하였고 재무사에게는 서원 건물의 존속 여부와 계획, 그리고 금위사에게는 반란을 일으키려 했던 유생들과 대표자를 가두고 이후 법관이 도착하는 대로 재판을 하여 감옥에 넣어야 함을 역설하였다.


그리고 다음 날, 총독은 서원과 그 주위를 둘러보고 서원 뒷산을 가리켜 저기를 개발하여 주택단지로 개발해야 한다고 재무사한테 말을 했으며 재무사도 이에 동의하였다. 그곳은 원래 역사에서는 조선시대의 마지막 성곽인 옥산성이 들어설 곳이었으나, 들어서지 않았고 현재는 풀밭과 나무가 위치해 있는 땅이었다. 또한 관아의 바로 뒤 편에 있는 언덕은 개발하지 않고 영국인들을 위한 공원 지역으로 보존해야 한다 생각하였으며, 이는 이후 제정되는 거제 개발 계획에 수립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또한, 거제 주변 각 마을들에 법령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거제 주변 마을들 어귀에 거제 총독부의 법령과 서원 철폐에 대한 내용을 승지와 그를 돕던 이들에게 번역하여 게시할 것을 명령하였다. 그리고 총독은 토지 국유화에 대하여 서원의 반발을 보고 반발이 있을 것을 염두에 두었지만, 더 큰 반발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오히려 주변 지역으로 서원 철폐에 대한 소문이 퍼져 총독부에 대한 신뢰도가 급상승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통치에 보다 많은 이들이 순응하게 되었다.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된 다음, 드디어 총독과 부관들은 순시를 떠날 준비를 하게 되었다. 우선 한산도와 견내량, 진남 반도 일대를 둘러 본 후 다시 거제로 돌아와 기술자들과 합세, 다시 순시를 떠나 사등과 연초, 하청, 장승포를 지나 거제도 일대를 한 바퀴 둘러보는 일정이었다. 마침내 9월, 총독이 이끄는 배는 한산도로 뱃머리를 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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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화 – 거제 발전 계획 +2 21.04.20 203 7 11쪽
21 21화 – 주춧돌 세우기 +2 21.04.19 218 6 12쪽
20 20화 – 주춧돌 세우기 +4 21.04.18 170 6 11쪽
19 19화 – 주춧돌 세우기 +3 21.04.16 192 6 12쪽
18 18화 – 2대 총독 21.04.15 181 5 12쪽
17 17화 – 2대 총독 +2 21.04.13 258 6 12쪽
16 16화 - 외설리 학원(巍說裡學院, Wesley School)] 21.04.12 219 7 12쪽
15 15화 – 울릉 탐사 +2 21.04.08 220 6 11쪽
14 14회 – 1844년 21.04.07 215 8 11쪽
13 13화 - 1844년 +3 21.04.06 261 6 12쪽
12 12화 - 거제 순행 3 +2 21.04.05 217 7 11쪽
11 11화 - 거제 순행 2 +1 21.04.01 226 6 13쪽
10 10화 - 거제 순행 1 +1 21.03.31 235 7 13쪽
» 9화 - 서원 철폐 21.03.31 265 5 13쪽
8 8화 – 승지 임명 21.03.31 234 5 12쪽
7 7화 - 거제 총독부 21.03.31 252 5 13쪽
6 6화 - 마산포 조약 21.03.31 269 7 10쪽
5 5화 - 아편 전쟁 2 21.03.31 302 6 12쪽
4 4화 - 아편 전쟁 1 21.03.31 311 6 10쪽
3 3화 - 포트 해밀턴 개척 21.03.31 618 9 11쪽
2 2화 - 정착 +1 21.03.31 646 14 11쪽
1 1화 - 꽃봉오리 +2 21.03.31 917 1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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