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이 오브 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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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니우스K
작품등록일 :
2021.04.05 20:25
최근연재일 :
2021.05.20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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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12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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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거슬리는 놈은 마음 가는 대로 벤다-01

DUMMY

취임식 이후로 트로미온 영지는 많은 것이 변했다. 생각보다 취임식 때의 맹세 건은 효과가 지대했다. 확실히 약발이 잘 먹혀들어갔는지, 명이 떨어지기 무섭게 일사불란이다.


나를 바라보는 가신들과 영지민들의 눈에는 두려움과 경외가 뒤섞여 있었다. 확실히 힘에 의한 복종은 강압적이지만 그 구속력은 강력하다.


하지만 나는 그저 그들에게 공포와 두려움만 준 건 아니다. 그들에게 확실한 힘을 가진 강력한 자도자로서의 면모와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길을 보여주었다.


힘의 논리로 지배되는 현대의 세상에서 절대적인 힘을 가진 군주는 믿음과 경외의 대상인 것이다. 영주로서 지독한 착취만 하지 않는다면 그 무엇보다도 믿을 수 있는 보호막일 테니까.


그런고로 나는 보다 영지 개혁을 과감히 시도하기로 결정했다. 다소 과격하거나, 이해받기 어려운 개혁이라도 지금의 분위기라면 잘 이행될 것이다.


그래서 며칠째 집사와, 재무관, 레나딘과 함께 그 계획을 수립하는 데에 몰두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나는 손에 든 서류를 들고 작게 침음을 냈다.


“음, 손댈 곳이 한두 곳이 아니로군.”


“우선적으로 병력을 충원해야 합니다. 5,000명으로는 영지를 지키기는커녕 사실상 치안 유지하기도 부족합니다. 게다가 장비나 훈련도도 많이 부족하지요. 대충 2만 정도까지는 되어야 급한 대로 방어는 될 듯합니다.”


이어진 재무관의 말은 한 치의 틀림도 없었다.


현재 트로미온 영지의 인구는 150만에 이른다. 당연하겠지만 3대 공작 가문 중 하나이자 한때 최고라 불렸던 곳이니 이 정도야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지금은 영지의 많은 지역에 대한 통제를 잃은 터라 제대로 권역에 속한 인구는 50만 명.


이를 다 되찾고 다시 제대로 지키려면 사실 2만의 병력 가지고도 부족한 실정이다. 어디까지나 이 숫자는 최소한으로 뽑은 건지라 현실적으론 5만 정도는 필요하다.


“그러면 기사들과 마법사들에 대한 지원은?”


“현재 기사들의 총원은 200명입니다. 수련기사는 150명입니다만, 영지 규모를 보자면 많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정식 기사가 되어야 제대로 된 장비를 지급받으니 어느 정도 수련기사들을 뽑는다 해서 당장 큰 금액이 소요되진 않습니다.

그리고 마법사들은 저로서는 방도가 없군요. 새로 키우려고 해도 재능이야 타고나는 거니 찾기도 어렵고, 마법사들의 수준을 높이기도 어렵고.”


검으론 나 이상의 존재를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인 만큼, 기사들의 능력 상승은 문제 될 것 없다. 그러나 마법사들의 충원은 나로서도 어찌할 방도가 없군.


“기사들이야 내가 가르치면 될 것이고, 마법사들 또한 내가 해결하지. 다만 충원 문제는 알아서 해결하게. 기사들이야 수련기사를 더 늘리면 되겠지만, 마법사들은 외부에서 신원이 확실한 무소속 마법사나 자질이 있는 아이들을 찾는 수밖에. 아마 바즈엘에게 부탁하면 영지의 아이들의 자질을 확인할 만한 사람을 파견해줄 거네.”


“알겠습니다. 그리 처리하지요.”


그 외에도 자잘한 문제들이 언급되었지만 그리 염려될 만한 건 없었다. 몬스터들이야 이 주변에는 찾기도 어렵지만, 가끔 내가 한 번씩 쓸어버리면 될 일이고.


하나 정작 문제는 식량과 농토다.


이것은 내가 단번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 할 수 있었다. 마법사들이 5클래스만 되어도 키메라 제작 기법을 이용해 한 번쯤 농작물 개량을 시도해보겠지만 그건 무리일 거고, 내가 직접 하려고 해도 여유가 되질 않는다. 결국 생각 끝에 나는 겨우 결론을 내렸다.


“우선은 영지에서 가장 많은 수확을 하거나, 농사 경험이 풍부한 노인들을 불러 모으게. 그래서 그들의 경험이나 농사 방법을 알아내서 연구한 다음, 그 결과로 만들어진 새로운 농경법을 시행해보세. 그리고 현재 영지 내의 말 중 노쇠한 것들은 그들에게 밭을 갈거나 하는 데 일정 기간씩 빌려주도록 하고.”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런 방법이라면 돈이 그다지 들 이유가 없겠죠.”


그런 후, 나는 다음 서류에 눈을 두고는 재차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상행위 관련법을 투명하게 제정하여 불공정 행위나 탈세 등을 막게. 최대한 상업을 장려할 생각이니까. 다만 상단들이나 상인들의 정경유착은 절대적으로 차단하는 것도 잊지 말게. 그리고 상권이 형성되는 곳으로 주먹패나 건달들이 끼어들지 못하도록 항시 주의해야 하네.”


그렇게 대충 모든 계획의 진행 방향을 결정한 나는 지금까지 지켜만 보던 노집사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표정의 그에게 나는 문득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일단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려면 정보가 필요한데··· 집사, 혹시 방법이 없겠는가?”


지난번 기사와 마법사를 포섭한 사실을 신속히 알아낸 집사의 능력이라면 뭔가 방법이 있을 법도 했다. 그러나 나오는 답변은 그렇지 못했다.


“노신에게 그런 능력은 없습니다. 그저 영지 내의 사정에 밝을 뿐, 그 이상은······.”


“그렇군. 그렇다면 따로 정보단체 같은 걸 만들어야 하는가.”


기존에 있는 것을 확장하는 건 쉽지만 새로 만든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정보 단체 같은 경우는 그만한 은밀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한 법이다. 그렇기에 새로 만드는 것은 그만큼 위험이 따른다.


하나 노집사는 고개를 저으며 뜻밖의 말을 꺼냈다.


“굳이 만들 것까지는 없습니다. 현재 영지 내에도 하나 있지요. 다만 방치되고 있었지만.”


“호오, 설마 클레어보이언스(Clairvoyance, 천리안)?”


그게 아직도 존재하고 있었던가? 뜻밖이군.


300년 전, 내가 가주에 올랐을 당시에도 가문은 몰락의 위기에 처했었고, 이를 되살리기 위해 백방의 노력을 다했었다.


그 중 가장 먼저 시행한 것이 친우 크로란 벨하엘의 도움을 빌려 나 자신을 언데드로 만드는 일이었다.


크로란 녀석은 흑마법사이자 네크로맨서로서 성격은 뒤틀려 있었지만 인간의 성품은 버리지 않았던 녀석이었다.


녀석의 도움으로 가문에 내려오던 천마인령강시대법을 데스 나이트의 생성 방법과 융화시켰고, 내 몸을 죽었으나 살아 있는 듯한 언데드로 만들었다.


그 덕에 나는 보통의 마스터가 가질 수 없는 압도적인 힘과 능력을 손에 넣었고, 그 무력을 바탕으로 여러 암살 길드와 도둑 길드를 접수하여 통합해 클레어보이언스를 만들었다.


나는 그들에게 몇 가지 암살기술과 은신술 등을 가르쳐 나름대로 무력을 갖추게 만들었다. 그들은 그 힘으로 본국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의 어둠을 누비며 세계 5대 정보단체에까지 올랐었다.


덕분에 본가도 오히려 예전보다 성황을 누렸고 막대한 자산을 쌓을 수 있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가문이 이 꼴이 된 터라 그것도 무사하지 못하거나 독립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직도 남아 있다는 건 의외였다.


“예. 현재 영지 내의 사정을 파악하는 것도 다 그 친구들이지요. 다만 확장은 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그럼 그들을 이용하면 되겠군.”


기분 좋게 이어지던 나의 기분은 뒤에 이어진 노집사의 말에 급속도로 추락했다.


“하지만··· 돈이 없습니다.”


“······.”


잠시 할 말을 잃고 있던 나는 옆의 재무관을 돌아봤다. 그의 얼굴은 마치 홀로 무저갱에 빠진 듯 어둠에 싸여 있었다.


어이, 어이, 이미 죽은 사람인 내가 보기 무서울 정도라네.


그런 어둠의 기운을 풀풀 풍기는 재무관에게 나는 조심스레 물었다.


“한 푼도 없던가?”


그러자 재무관은 불퉁한 어조로 쏘아붙이듯 길게 말을 쏟아냈다.


아무래도 그동안 불만이 많았나 보이. 지켜보는 내가 다 미안하네그려.


“지난번 취임식 때 전부 소모되었습니다. 이대로라면 일주일 후에는 먹을 걸 걱정해야 합니다. 게다가 농사의 경우에는 농토를 개간하고 수로나 저수지를 정비해야 할 터이고, 상업 유치는 우선적으로 길과 도로의 정비가 필요합니다. 이것 또한 만만치 않은 자금을 필요로 하죠. 그러니 클레어보이언스 같은 정보단체를 확장하는 자금 따윈 존재할 리 없지요.”


일단 영지 사정이 이렇다고 하니 어쩔 수 없군. 그동안 열지 않았던 보고의 문을 열어야 하는가.


어쩔 수 없다고 생각되긴 하지만 아깝다는 생각에 가슴이 쓰리지 않을 수 없다.


“으음, 일단 자금은 내가 지원해주겠네.”


“예? 가주님이 말입니까? 돈이 어디서 나셨기에······.”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묻는 재무관과 그저 의문의 기색만을 띤 채 담담할 따름인 노집사.


나는 굳이 여러 말 할 것 없이 직접 보여주기로 했다.


허공을 향해 들어올리는 오른손을 따라 마나의 흐름이 뒤틀린다. 그것은 공간의 어긋남으로 이어지고, 검은 균열의 구멍을 만들어내고 말았다.


아공간, 지난번 바즈엘 앞에서 열었던 그 보고의 문이 다시금 열린 것이다.


“이, 이건!”


놀람에 찬 재무관 하시펠 사르몬드의 떨려오는 음성을 배경 삼아, 나는 손을 뻗어 보고 속에서 한 주먹의 보석을 챙겨 들었다. 그러자 볼일이 끝난 보고의 문은 다시 닫히고, 공간의 균열은 본래의 형태로 제자리를 찾았다.


나는 손에 한 움큼 되는 그것을 재무관에게 내밀고는 애써 쓰린 속을 달래며 담담히 뇌까렸다.


“드워프 중 최고 장인의 솜씨로 세공된 보석들일세. 이 정도라면 부족하진 않겠지.”


그러자 완전 180도 달라진 태도로 좋아 어쩔 줄 모르는 재무관. 이거 판이라도 벌여주면 춤이라도 출 기세다.


“그럼요. 당연히 부족하지 않지요. 이거라면 오히려 쓰고도 남습니다. 그냥 드워프의 작품도 아니고 최고장인의 솜씨라니! 이거라면 어지간한 성 몇 개를 사고도 남을 양입니다.”


“재무관이 그리 좋아하니 나도 마음이 놓이는군. 하긴 사람은 즐겁게 살아야겠지.”


하지만 재무관이 저리 난리법석을 떠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모루의 불꽃이라 불리는 드워프 최고장인의 작품은 가격이 정해지지 않을 정도로 천문학적인 것들이다. 그런 보석이 무려 십여 개나 되니, 아마 앞으로 재정 걱정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여간 그동안 줄어가는 재정을 관리하며 재무관의 속이 얼마나 타들어갔었는지 알 만하군.


그때, 지켜보던 노집사가 문득 내게 물었다.


“그런데 그 많은 재물이 어디서 나신 겁니까?”


사실 재물들의 출처는 아주 간단했다. 물론 나의 존재의 비밀을 알 수 있다면 말이다.


나는 300년 전 가문의 위기 속에서 죽음을 맞이했었다. 하지만 스스로 언데드가 되었고 몇 가지 우연과 노력으로 다시 가문을 부흥시켜 최전성기에 이르도록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시일이 흐른 후, 나는 봉인지에 잠들 당시 가문에 남는 여유 재물들 중 상당수를 거두어들였다.


만약 훗날 다시 가문이 위태로울 때 내가 깨어나게 되면 나의 판단에 따라 부흥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 양은 당시 가문이 대륙 최고라 불리던 것을 생각하면 그 재물은 가히 천문학적인 수준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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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제15장] 너희들에게 갈 곳은 없다-02 +1 21.05.20 125 2 15쪽
43 [제15장] 너희들에게 갈 곳은 없다-01 21.05.19 100 4 11쪽
42 [제14장]소탕작전!-03 21.05.18 97 4 12쪽
41 [제14장] 소탕작전!-02 21.05.17 100 3 13쪽
40 [제14장] 소탕작전!-01 21.05.15 120 3 12쪽
39 [제13장] 지옥으로 보내주마!-03 21.05.14 104 3 11쪽
38 [제13장] 지옥으로 보내주마!-02 21.05.13 123 3 12쪽
37 [제13장] 지옥으로 보내주마!-01 21.05.12 126 3 12쪽
36 [제12장] 검술이란 바로 이런 거다!-05 21.05.11 137 3 11쪽
35 [제12장] 검술이란 바로 이런 거다!-04 21.05.10 155 3 11쪽
34 [제12장] 검술이란 바로 이런 거다!-03 21.05.08 188 3 12쪽
33 [제12장] 검술이란 바로 이런 거다!-02 21.05.07 181 4 12쪽
32 [제12장] 검술이란 바로 이런 거다!-01 21.05.06 213 3 12쪽
31 [제11장] 드워프들의 도시, 타란젠드-03 21.05.05 226 3 11쪽
30 [제11장] 드워프들의 도시, 타란젠드-02 21.05.04 210 6 11쪽
29 [제11장] 드워프들의 도시, 타란젠드-01 21.05.03 227 6 13쪽
28 [제10장] 모루의 불꽃-02 21.05.01 259 7 12쪽
27 [제10장] 모루의 불꽃-01 21.04.30 255 5 12쪽
26 [제9장] 뚫어야 캔다!?-03 21.04.29 301 7 12쪽
25 [제9장] 뚫어야 캔다!?-02 21.04.28 301 7 12쪽
24 [제9장] 뚫어야 캔다!?-01 21.04.27 318 7 12쪽
23 [제8장] 네 것이 내 것이고 내 것은 내 것이다-02 21.04.26 330 8 13쪽
22 [제8장] 네 것이 내 것이고 내 것은 내 것이다-01 21.04.24 391 7 12쪽
21 [제7장] 영지 발전 5개년 계획 21.04.23 414 11 12쪽
20 [제6장] 대항하는 자에겐 자비란 없다-02 21.04.22 449 11 11쪽
19 [제6장] 대항하는 자에겐 자비란 없다-01 21.04.21 440 13 12쪽
18 [제5장] 영지전? 어디 한번 붙자!-04 21.04.20 466 12 12쪽
17 [제5장] 영지전? 어디 한번 붙자!-03 21.04.19 454 13 12쪽
16 [제5장] 영지전? 어디 한번 붙자!-02 21.04.17 470 13 12쪽
15 [제5장] 영지전? 어디 한번 붙자!-01 21.04.16 484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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