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이 오브 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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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니우스K
작품등록일 :
2021.04.05 20:25
최근연재일 :
2021.05.20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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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2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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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영지전? 어디 한번 붙자!-04

DUMMY

“이제 끝내겠네. 잘 가게나.”


알아낼 것도 충분히 알아냈고, 더 이상 끌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마무리를 짓기 위해 검을 드는 순간.


“이대로 죽어줄 순 없지.”


금발의 사내는 결연한 표정으로 자신의 소매에서 뭔가를 꺼냈다. 그러고는 내가 어찌할 틈도 없이 그것을 금세 삼키고 있었다.


“그 빌어먹을 녀석이 준 이걸 쓰고 싶진 않았지만, 어쩔 수 없군.”


청발의 사내도 마찬가지로 꺼낸 정체불명의 그것을 입 안에 털어 넣었다.


그것은 일종의 작은 환약이었다. 아니, 환약과도 비슷했지만 표면에 기하학적인 도형들이 그려진 것이 심상치 않았다. 게다가 그것에서 풍겨온 기운은 심히 불길하기 그지없는 것.


나는 가늘게 눈을 뜨며 물었다.


“뭐냐?”


“크크크! 네놈을 찢어 죽일 힘을 선사해줄 마약이다! 이걸 먹은 이상 우리도 멀쩡할 순 없겠지만 반드시 네놈만은 죽여주마!”


뭐, 저런 식으로 최후에 먹는 약들은 여러 가지가 있다. 생명력과 마나를 태워 한계 이상의 힘을 내게 만드는 버서커 포션이나, 신체에 외계의 존재를 강령시켜 초월적인 힘을 제한된 시간 동안 발휘케 하는 포션 등 금지된 약들은 존재한다.


아무나 사용할 수는 있지만 반드시 목숨을 잃게 되기에 어느 누구도 사용하길 꺼려하는 금지 품목.


하지만 그 정도로 나를 감당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웃기는군. 약물을 빌린 힘 정도로 날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차갑게 비웃는 나에게 그들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괴기스럽게 변해가기 시작했다.


“보면 달라지겠지. 이제 나는 본래의 나로 되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그 대신 하늘을 부술 힘을 얻었지. 이걸로 네놈과 네 가문을 파멸시키마!”


구오오오오!


공간이 흔들렸다. 흐릿하게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것처럼 대기가 흔들리고, 부정한 에너지가 사방을 뒤덮었다. 그것은 분명히 느껴지는 깊은 지저의 무저갱 속에서나 존재할 법한 힘! 지저계[Under Ground Inferno], 흔히 말해 마계라 불리는 곳에서 시작된다는 언홀리 파워(Unholy Power)다!


그리고 그 기운의 중심에 바로 두 마스터가 서 있다. 아마도 저들이 삼킨 약이 이 괴현상의 원인이겠지.


검게 변해가는 피부, 날카롭게 돋아나는 손톱과 송곳니, 그리고 동공이 사라져갔다. 변화를 마무리한 검게 부풀어 오른 동체에서 가공할 기운이 폭출하기 시작했다. 그 사악한 기운에 사방이 황폐화되고 땅은 오염되어 부분 마계화되어갔다.


아마도 이를 정화하지 않는 한 이 주변은 생명이 살기 어려울 것이다.


그제야 병사들과 귀족들은 그 정체를 깨닫고는 혼비백산했다.


“괴, 괴물이다! 사람이 괴물로 변한다!”


“저, 저건··· 마··· 족?”


마족이란 인간에게 있어 네거티브 플레인의 존재와 더불어 최악의 존재. 사람이 갖는 감정 중 마이너스적 에너지를 섭취하여 성장하기에 가히 천적이라 할 만했다.


그렇기에 민간에서는 마족을 거의 악마, 혹은 사신과 동급으로 취급할 정도.


물론 마족은 강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두려워할 만한 상대도 아니지.


지금 눈앞에 있는 두 녀석이 마족화되어 제법 강해졌다고는 하지만 상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성룡과 맞먹는 상급 마족이라면 나도 위험할지 모르지만.


하지만 내게 있어 정작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마족을 인간의 신체에 강령시킬 수도 있던가.”


이것은 300년 전에도 존재하지 않았던 수법이다. 인간의 신체란 그 균형이 오묘해서 자칫 잘못하다간 붕괴되기 쉽다. 그렇기에 타계의 존재를 강령시키는 건 특히나 어렵고, 마계와 같이 생령과 극을 달리는 곳의 존재의 힘은 신체에 극독과도 같기에 더더욱 어려운 일.


비록 목숨을 담보로 한다지만 이것이 가능해졌다 함은 인간을 재료로 수많은 실험이 자행되었다는 의미다. 세상에 들키지 않고 그 정도의 연구 재료를 충당하려면 국가급 지원이 아닌 한 불가능한 법이지.


그렇다면 나의 가문을 몰락시키려 한 배경은 최소한 국가급이라는 말이다. 본국인 알크리온일 수도 있고, 본가의 존재를 껄끄러워한 외국일 수도 있겠지.


“으음, 대충 중급 마족 정도의 수준은 되겠군. 마법 처리가 된 약물을 통해 자신의 몸에 마족을 강령시키다니. 새로운 흑마법이군.”


내게는 크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하나, 그 위력은 경계할 정도. 최소한 소드 마스터급이 아닌 한 목숨을 부지하기도 어렵다. 하급 마족이라면 익스퍼트급 기사들도 상대할 수 있지만, 중급 마족이라면 진 마스터급의 위력을 발휘할 정도니 아마 6클래스급 마도사가 아니면 상대할 자가 없을 거다.


완전히 비인(非人)의 길로 접어든 두 녀석은 변화를 마치고는 내 앞에 오연히 서 있었다. 가공할 언홀리 파워가 나를 압박해왔지만 담담히 이를 받아내며 나는 검을 굳세게 움켜쥐었다.


그것을 본 두 녀석 중 청발의 마족이 붉은 눈동자를 희번덕거리며 묘한 어조를 쏟아냈다.


“키키키··· 인간, 강하구나. 아니군. 인간이 아니야. 묘하게 조화가 되어 있어. 인간인 듯하면서도 네거티브의 시체들과 흡사해. 하지만 더 강력하군. 재미있어. 키득키득.”


“역시 오랜만에 세상에 나오니 신기한 것들이 많아. 이래서 중간계에 나오고 싶어하지. 하여간 숙주의 기억으로 볼 때 눈앞의 인간도 상당히 강하던데. 나오자마자 즐길 거리가 생겼어.”


그제야 난 저들의 상태를 알게 되었다. 이미 인간으로서 갖고 있던 이성은 사라졌다. 지금 남은 건 인간이었던 자들의 기억을 흡수한 마족만이 오롯이 자리하고 있을 뿐이다.


“흠, 완전히 마족으로서 영혼까지 바뀐 건가? 과연······.”


확실히 그 방법이 아니라면 중간계에서 이만한 힘을 발휘하긴 어렵지. 인간이란 매개를 숙주로 삼았기에 제약이 많은 이곳에서 무리 없이 언홀리 파워를 발현할 수 있는 거다.


인간이란 모든 속성을 내포한 혼돈의 존재니까.


나는 그들을 차분히 응시하며 제안했다.


“나를 적대할 생각인가? 그대들이 나를 적대하지 않는다면 나 또한 그대들을 치지 않겠네.”


마족이라 해서 무조건 적대할 생각은 없다.


본디 나 또한 인간이 아닌 존재. 내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막을 의무나 용건 따윈 없지. 어차피 추악한 인간들이 만들어낸 업보의 결과물이다. 그것은 고스란히 인간들이 스스로 책임져야 할 일이지.


하지만 나의 제의는 무참히 부정당했다.


“케케, 어쩔 수 없지. 이렇게 인간의 몸을 빌려 강령한 이상 이 육신이 마지막으로 품었던 원은 반드시 이뤄줘야 하거든. 하필 그게 너의 죽음이야.”


“그렇지. 인간이 아니라는 게 조금 신기하긴 하지만, 소멸되어 줘야겠다네. 켈켈켈.”


가소롭군. 그야말로 주제를 넘는 소리다. 오래간만에 마족을 봤기에 큰맘을 먹고 차선의 길을 마련해줬거늘. 그것을 부정했으니, 이제 남은 것을 소멸뿐이다.


나는 마음껏 살의를 담아 비웃어줬다.


어리석은 이 두 마족을 위해. 아니, 인간과 뒤섞였으니 마족이라 부르기도 부끄럽겠군.


“클클클··· 고작 인간이 배설하는 마이너스 에너지의 부산물을 먹고 생존하는 기생충 따위가 나를? 웃기는군. 그게 가능하리라 생각하나?”


나의 검이 웅웅 울어댔다. 마치 피를 탐하듯, 살육을 바라듯, 검의 울음은 나의 살의를 활활 태워갔다. 그리고 내면의 오러는 그에 발맞춰 살육의 내음을 맡은 건지 야수처럼 날뛰며 외부로 뛰쳐나가려고 요동친다.


나는 그것들을 태연히 즐기며 입가에 섬연한 미소를 그렸다. 그 싸늘함에 대기가 떨고, 사방의 인간들이 몸을 사린다.


그만큼 나의 기세와 살의는 가공 그 자체.


“아무리 주인의 명에 따라 짖어대는 개라 해도 사람을 보고 짖어야 하는 법. 상대를 알아보는 눈깔을 갖지 못했다면 그저 버려진 개처럼 죽어갈 뿐이지.”


그러나 확실히 마족은 마족인지 그 기세를 받아내며 웃었다.


“케케케··· 네가 제법 강하다는 건 안다. 요즘에 보기 드문 진정한 마스터란 것도. 하지만 우리 둘을 상대한다는 것은 무리지.”


“켈켈. 무리야, 무리.”


정말이지··· 마족이란 다 저렇게 웃는가? 분수를 모르는 것은 둘째 치고 경박한 것이 귀에 거슬린단 말이지.


“과연··· 그럴까?”


이윽고 나는 몸 안의 야수를 개방했다. 저 겁 없는 마족들의 질린 모습을 보기 위해서, 그리고 저들을 비참할 정도로, 무력할 정도로 찢어 죽이기 위해서 말이다.


구오오오오!


전신에서 피어오르는 검푸른 오러가 마치 흑룡처럼 사납게 울부짖는다. 마치 하늘을 뒤덮고 대지를 뒤흔들 듯한 그 모습에 마족들마저 일순 질린 듯 쳐다보고 있었다.


그래, 좋은 표정이야. 마족에게도 두려움과 공포란 감정이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는군.


후후후, 부정의 감정을 먹고 사는 네놈들에게 생애 최악의 경험을 하게 해주마.


“케··· 네··· 네놈!”


“왜, 이젠 더 웃지 못하나?”


나는 차게 비웃으며 검을 들고 다가섰다. 그러자 두 마족은 일제히 움찔 놀라며 자세를 취했다.


후, 무슨 전투 종족이니 악의 무리니 하는 마족치고는 겁이 많구먼.


그러니 내 손에 죽는 거다.


쿠오오오오!


검을 타고 솟아오르는 강대한 오러의 빛이 격렬히 소용돌이친다. 이것은 오러의 폭풍, 아니 오러의 끝없는 포효다!


“크학!”

“케엑!”


간신히 실드를 펼쳐 막아내는 두 마족. 제법이긴 하지만 내 공격은 이제 시작이야.


간신히 실드 안에서 오러 블레이드를 버티며 흉측한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있는 마족을 향해 나는 왼손을 뻗었다.


“가까이서 보니 더 못생겼군. 자, 튕겨져라!”


쾅!


보이지 않는 힘이 그들을 강타하여 멀리 날려 보냈다. 현대에 와서는 어느 누구도 사용치 못하는 에어리얼 오러(장풍)의 위력!


하지만 명색이 마족이 이 정도로 타격을 입을 리는 없겠지. 나도 그저 거리를 두기 위해 밀어낸 것일 뿐.


진짜는 바로 이거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오러가 곧은 형상을 취한다. 그것은 곧게 날을 세우고 천지를 벨 듯한 기세로 가다듬어졌다. 그리고 그대로 내리 베어졌다.



자이스란 검법(삼절검(三節劍))

제2장. 아이언 컷(Iron Cut, 단강斷鋼).



이미 가문에서는 실전되어버린 자이스란 검법의 쇠도 끊어낸다는 아이언 컷.


그것이 다시 나의 손안에서 재래한다.


천지를 양분하는 거대한 두 개의 반월형 오러! 그것이 검 끝을 떠나 마족들을 가르기 위해 공간을 날았다.


어찌 보면 블랭크와 비슷하지만 그것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그 크기도 그렇지만 이를 정련하여 첨예한 날을 세워 쏘아낸 그것은 가히 블랭크 수십과 맞먹는 것.


“크아아앙!”


나의 연이은 공격에 자존심이 상한 걸까? 실드를 풀고 괴성을 지르며 몸을 날려오는 두 마족이 시야에 잡혔다. 그들의 손에는 마나가 응축된 유형화된 광풍이 맴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정도로 내 공격을 당할 것 같으냐!


써걱!


마치 푸딩이 갈라지듯, 놈들의 내지른 주먹째로 팔이 두 갈래로 쩌억 쪼개졌다. 마찬가지로 반월형 오러도 녀석들의 응축된 마나의 위력에 상쇄되어 소실되었다.


“끄아아아!”


이어진 찢어지는 듯한 괴성에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귀에 거슬리는군. 거슬려!


“감히 내 팔을! 용서하지 않겠다!”


분노한 청발 녀석의 손이 공간을 뒤틀었다. 그러자 거대한 화염이 용솟음치며 공간을 뚫고 튀어나온다.


아마도 저것은 마계에서 소환된 꺼지지 않는 화염이겠지. 하지만 그 대가인 듯, 쪼개졌던 팔은 완전히 소실되어 사라졌다.


나 또한 이를 가만히 쳐다만 보고 있지 않았다. 오래도록 갈고 닦아온 무기는 검술 하나만이 아니다.


심장의 마나가 격하게 요동하며 회전한다. 그에 호응하듯 환희하며 공진하는 대기!


금세 주변의 마나가 재배열되면서 새로운 형태로 가공되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시공을 관통하는 절대빙결의 에너지, 프리징 스피어(Freezing Sp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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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제15장] 너희들에게 갈 곳은 없다-02 +1 21.05.20 125 2 15쪽
43 [제15장] 너희들에게 갈 곳은 없다-01 21.05.19 100 4 11쪽
42 [제14장]소탕작전!-03 21.05.18 97 4 12쪽
41 [제14장] 소탕작전!-02 21.05.17 100 3 13쪽
40 [제14장] 소탕작전!-01 21.05.15 120 3 12쪽
39 [제13장] 지옥으로 보내주마!-03 21.05.14 104 3 11쪽
38 [제13장] 지옥으로 보내주마!-02 21.05.13 123 3 12쪽
37 [제13장] 지옥으로 보내주마!-01 21.05.12 126 3 12쪽
36 [제12장] 검술이란 바로 이런 거다!-05 21.05.11 137 3 11쪽
35 [제12장] 검술이란 바로 이런 거다!-04 21.05.10 155 3 11쪽
34 [제12장] 검술이란 바로 이런 거다!-03 21.05.08 188 3 12쪽
33 [제12장] 검술이란 바로 이런 거다!-02 21.05.07 181 4 12쪽
32 [제12장] 검술이란 바로 이런 거다!-01 21.05.06 213 3 12쪽
31 [제11장] 드워프들의 도시, 타란젠드-03 21.05.05 226 3 11쪽
30 [제11장] 드워프들의 도시, 타란젠드-02 21.05.04 210 6 11쪽
29 [제11장] 드워프들의 도시, 타란젠드-01 21.05.03 227 6 13쪽
28 [제10장] 모루의 불꽃-02 21.05.01 259 7 12쪽
27 [제10장] 모루의 불꽃-01 21.04.30 255 5 12쪽
26 [제9장] 뚫어야 캔다!?-03 21.04.29 301 7 12쪽
25 [제9장] 뚫어야 캔다!?-02 21.04.28 301 7 12쪽
24 [제9장] 뚫어야 캔다!?-01 21.04.27 318 7 12쪽
23 [제8장] 네 것이 내 것이고 내 것은 내 것이다-02 21.04.26 330 8 13쪽
22 [제8장] 네 것이 내 것이고 내 것은 내 것이다-01 21.04.24 391 7 12쪽
21 [제7장] 영지 발전 5개년 계획 21.04.23 414 11 12쪽
20 [제6장] 대항하는 자에겐 자비란 없다-02 21.04.22 449 11 11쪽
19 [제6장] 대항하는 자에겐 자비란 없다-01 21.04.21 440 13 12쪽
» [제5장] 영지전? 어디 한번 붙자!-04 21.04.20 467 12 12쪽
17 [제5장] 영지전? 어디 한번 붙자!-03 21.04.19 454 13 12쪽
16 [제5장] 영지전? 어디 한번 붙자!-02 21.04.17 470 13 12쪽
15 [제5장] 영지전? 어디 한번 붙자!-01 21.04.16 484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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