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이 오브 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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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니우스K
작품등록일 :
2021.04.05 20:25
최근연재일 :
2021.05.20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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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04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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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제11장] 드워프들의 도시, 타란젠드-02

DUMMY

* * *



광석수레가 정차한 거대한 터널을 지나, 이윽고 도시의 입구를 막고 있는 문에 이르렀다. 바흐탄의 안내에 뒤따른 일행은 그 거대한 문의 위용에 약간 놀라버렸다.


무슨 금속인지는 알 수 없지만 온갖 보석과 화려한 금속으로 치장된 그것은 그야말로 예술의 극치라 할 수 있었다. 미려한 형태와 곡선을 그리는 사자의 조각, 그리고 문 전체를 휘감듯 새겨진 용의 형상은 보는 이를 압도한다.


나도 드러내진 않았지만 내심 크게 놀라고 말았다. 물론 데이스의 기억에도 있긴 하지만 내가 직접 보고 체험한 것과는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후흐흐, 벌써 놀라면 어쩌는가? 문을 보고도 이러면, 정작 안의 도시를 보면 기절하겠구먼.”


그 말에 한창 감상에 빠져 있던 기사들의 얼굴이 순간 팍 찌그러졌지만, 바흐탄은 여전히 웃으며 문 옆에 있던 개폐기 안으로 손을 손목까지 집어넣었다. 그러면서 뭔가 손으로 꾸물거리던 그가 경고했다.


“설마 해서 미리 말해두는 건데, 이 개폐기는 아무나 건들 수 없다네. 드워프처럼 섬세한 조작이 가능한 손이 아니면 조작할 수 없고, 조작이 조금이라도 틀리면 당장 칼날이 튀어나와 손목을 잘라내도록 되어 있지. 그러니 손댈 생각은 아예 하지도 않는 게 좋을 거다.”


경고하면서 의미 모를 묘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바흐탄.


‘거참, 무시무시한 장치입니다만··· 그러는 당신이 더 무서워!’


내가 내심 그렇게 외치고 있을 때, 드디어 문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그그그긍!


“자, 열린다. 너무 놀라지들 말게나.”


장치들이 맞물리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절대 움직이지 않을 것처럼 보였던 거대한 문이 천천히 벌어졌다.


“어서 오시게나. 근 300년 만에 처음으로 타란젠드에 오신 걸 환영하네.”


그그그긍!


“자, 열린다. 너무 놀라지들 말게나.”


장치들이 맞물리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절대 움직이지 않을 것처럼 보였던 거대한 문이 천천히 벌어졌다.


“어서 오시게나. 근 300년 만에 처음으로 타란젠드에 오신 걸 환영하네.”


벌어지는 문틈 앞에 선 채 양팔을 벌리며 바흐탄은 그렇게 말했다. 마치 그의 후광처럼 내비쳐지는 빛은 문틈이 더 벌어짐에 따라 점점 밝아지더니, 이윽고 하나의 세계가 모두의 눈앞에 펼쳐졌다.


그것은 어느 누구도 상상치 못했던 하나의 별세계였다.


인간의 세계에서는 건축이 불가능할 정도의 까마득한 고층의 건물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고, 그런 건물들 사이로 거대한 도로가 공중에 거미줄처럼 늘어서 있다. 심지어는 그 도로들이 교차하는 가운데에 세워진 공중 건물들도 있었다.


그리고 건물들 사이로 우거진 푸르른 녹색 나무들과 온갖 식물들이 조화롭게 고개를 내밀었고, 여기저기 온순해 보이는 동물들이 뛰놀았다.


그것은 마치 인간들이 말하는 낙원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모든 것을 기억을 통해 알고 있던 나도 또다시 넋을 잃고 말았다.


게다가 지하임이 분명하건만 이 찬란하고도 눈부신 햇빛은 도대체 무엇인지······.


그런 의문에 나는 고개를 들어 존재할 리 없는 하늘을 향했다.


그리고 놀라운 것을 보게 되었다.


“하하하, 놀랐냐? 네 녀석도 놀라는 것을 보니 내가 다 후련하군.”


“저건, 어떻게 된 겁니까?”


이것은 기억에도 없던 것이었다. 어찌 까마득한 지하에서 저 드넓은 창공이 선연히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단 말인가?


그 의문은 곧 튀어나온 능청스런 드워프 영감의 대답이 해결해주었다.


“아, 내가 근래 들어 만든 거지. 근래라고 해봤자 100여 년 정도 된 일이지만. 사실 우중충한 지하에 사는 것도 좀 그런데 마법으로 만든 인공조명에 의지해 사는 것도 솔직히 답답한 노릇이지 않나. 그래서 내가 솜씨 좀 부렸다.”


“으음······.”


보면 볼수록 놀라웠던 나는 결국 낮게 침음성을 흘리고 말았다. 어느 정도 살펴본 나는 그 원리를 파악해낼 수 있었다.


이곳은 본디 빛이 존재할 리 없는 반구 형태의 거대한 지하 돔.


허나 대다수의 생명체가 살아기기 위해선 적정 수준의 일조량이 필요한 법이다. 그런고로 마법으로 돔 상층부에 인공적인 빛을 만들어 충당해왔다.


하지만 아무리 공을 들인 마력광이라 해도 자연적인 태양빛과는 비교할 수 없는 법. 때문에 저 드워프 영감은 연구 끝에 돔 전체에 거대한 마법진을 그려 지금과 같은 기적을 연출해낸 걸로 보였다.


하나하나 세세히 살펴보자, 나도 어느 정도 그 원리의 기본은 알아볼 수 있었다.


지층 넘어 지상 위의 하늘이 갖는 모습을 그대로 돔 표면에 투영할 수 있도록 영상구현 마법 스크린을 새기고, 하늘의 햇살과 빗줄기, 대기의 흐름 등의 특정 자연요소만 그대로 지층을 통과해 도달할 수 있도록 투과마법 패스 월(Pass Wall) 마법을 첨가했음이 틀림없었다.


물론 그 외에도 자잘한 마법들이 더해졌겠지만 가장 큰 틀은 그 정도로 보였다.


이것은 역시 바흐탄이 아닌 한 7클래스 마스터라 할지라도 만들 수 없는 권역이었다. 6클래스 마스터일지라도 세월과 지식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 나로서는 도저히 따를 수 없었다.


그제야 나는 새삼스런 눈으로 늙은 드워프를 바라보았다. 그저 심술궂은 고집불통 영감에 불과해 보이는 그의 숨겨진 모습이 너무도 크게 보이는 것 같았다.


“솔직히 말해 놀랐지? 그럼, 누구 작품인데 안 놀라겠어. 내 걸작 중 하나에 꼽힐 만한 거지. 푸하하하!”


우쭐하는 것은 그리 보기 좋진 않았지만, 그럴 만한 자격이 있음은 인정하기로 했다.

다만··· 그의 인격에 대해서는 더욱더 마이너스 점수를 포함시켜야겠지. 그는 본래 잘 벌어놓은 점수를 그 엉뚱함과 경박함으로 깎아버리는 놀라운(?) 재주를 가진 자였으니까.


거리로 들어선 우리는 점점 안으로 향할수록 놀라운 것들을 보게 되었다. 도로를 달리는 기이한 형태의 물건들이 끄는 짐승도 없이 스스로 달리고 있었다.


물론 나도 마법을 응용하면 만드는 건 불가능한 게 아니지만, 도로 온 사방에 그런 물건이 널려 있으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본디 드워프에게 마법사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저 많은 물건들은 결코 마법 물품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참으로 드워프들의 놀라운 기술에 내심 감탄하고 말았다.


하지만 나보다 더한 충격을 받은 이들도 있었다.


하도 놀라다 못해 이젠 완전 넋이 나가버린 일행들. 아무래도 생각지도 못했던 문화적 충격이 너무도 컸던 모양이다.


그나마 그 중 나은 건 카마트와 레나딘 정도다. 아무래도 나와 함께하면서 놀라는 일에 많이 익숙해진 걸지도 모르지.


문득 바흐탄의 등 뒤로 레나딘이 질문을 던졌다.


“그건 그렇고··· 저희가 300년 만에 방문한 인간이 맞나요?”


“그래, 맞다.”


“그런데 다들 별 신경을 안 쓰네요. 안 보던 자들이 들어오면 경계하거나 신기해하는 게 일반적인데······.”


물론 몇몇 드워프 아이들이 힐끔거리긴 했지만, 그 외의 성인 드워프들은 마치 우리 일행이 없는 존재인 것처럼 무심히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흐흐흐, 본래 드워프들은 바쁜 종족들이야. 인간들 따위에 신경 쓸 겨를이 없지. 게다가 인간들이 이종족을 하찮게 보는 것처럼, 드워프들도 인간을 하등종족으로 취급하고 있지. 그렇기에 인정받은 이가 아니면 상대조차 안 하네.”


물론 그런 점도 있지만··· 나는 그 진실을 알고 있었다. 300년 전에도 똑같았기 때문이다.


‘휴, 다들 당신과 얽혀들기 싫어서겠지.’


바흐탄 영감의 심술과 엉뚱함, 그리고 고집은 같은 일족들조차 포기했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여서 드워프 세계와 어느 정도 연관을 맺은 자라면 알 만한 일이었다.


그렇게 나를 포함한 일행은 우여곡절 끝에 바흐탄의 거처에 닿게 되었다. 그의 거처 역시 드워프의 건축물답게 웅장하고 화려했으며, 수장답게 다른 것들보다 더욱 권위 있게 보였다. 내가 볼 때 더 커진 것 같은 게 아무래도 300년 전의 것에서 증축된 듯했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서자 보이는 정경은 황궁에서도 보지 못할 별천지였다.


거참, 역시 드워프답군. 사소한 것까지도 모두 정성 들이지 않은 것이 없어.


그렇게 감탄하며 뒤따르던 일행은 이윽고 바흐탄의 집무실에 들어섰다.


거대한 초상화가 전면에 자리한 집무실에는 손님을 접대할 수 있도록 넓은 소파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아마도 이 자리에서 타란젠드의 권위자들이 모여 도시의 향방을 논의했을 것이다.


그때, 레나딘이 정면에 걸린 거대한 초상화를 보며 의문을 떠올렸다.


“저 초상화는······?”


본능적으로 떠올린 의문을 내뱉은 것일 뿐이지만, 바흐탄은 자부심 넘치는 모습으로 설명했다.


“모론베르 님이시다. 드워프 최초의 왕국을 이루시고, 드래곤조차 범접할 수 없는 드워프들만의 세계를 창시하셨던 위대한 왕.”


그 말에 기사들과 레나딘이 놀란 표정으로 새삼스레 그 초상화를 유심히 살폈다.


하긴, 부리부리한 눈매와 타오르는 듯한 수염과 긴 머리카락. 그리고 터질 듯한 근육질의 몸매로 거대한 해머를 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모습은 드래곤이라도 때려잡을 듯 기세 넘쳐 보이겠지.


그리고 그의 말에 거짓은 없었다. 모론베르는 고대 드워프의 왕으로서 진정으로 드래곤을 압도했던 자였으니까. 그리고 그 증거는 아직도 남아 있었다.


고르디언 해머를 들어 보이며 바흐탄은 말을 이었다.


“우리는 위대한 드워프들의 왕, 모론베르 님의 후예다. 나는 그중에서도 직계후손이지. 이 고르디언 해머가 그 증표고.”


고르디언 해머.


무려 전설급의 무구로서 모론베르의 혈족만이 다룰 수 있는 권위와 혈통의 상징이었다. 모론베르가 직접 설계, 제작했다고 하는 이 무구는 제대로 사용했을 시엔 드래곤조차 감당하기 어렵다고 한다.


물론 허풍이 심한 저 영감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긴 어렵겠지만, 아마 드래곤들과 맞설 수준으로 사용자를 이끌어주긴 하겠지. 이미 신기란 명성을 얻고 있는 무구이긴 하니까.


“그렇기에 모루의 불꽃은 모론베르 님의 후손만이 이어가고 있지. 이 거처도 본디 고르디언 해머를 가진 자가 아니면 출입이 금지된 곳이다. 하나 특별히 너희들은 내 권한으로 들여보내주지. 그러니 나를 칭송하며 대대손손 영광으로 생각하도록. 푸흐흐흐.”


또다시 자아도취에 빠져 미친 듯이 웃어대는 바흐탄의 모습에 기가 질린 기사들이 고개를 내저었다.


“또 발작했군. 큰일이야. 저런 병에는 약도 없다던데······.”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어.”


“저 새로운 정신공격은 분명히 마족에게도 통용될 만한 위력을 갖추고 있어. 심사숙고해서 개발해봐야겠군.”


뭐 저런 말들이 기사들 사이에서 수군수군 들려왔지만 일절 무시했다. 겉보기에는 감당 안 되고 우스운 영감이라도 그 능력만큼은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동안 웃어대던 바흐탄이 드디어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향했다.


“이제 본론으로 넘어가지. 뭐 때문에 날 찾아온 거냐?”


“미스릴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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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제15장] 너희들에게 갈 곳은 없다-02 +1 21.05.20 125 2 15쪽
43 [제15장] 너희들에게 갈 곳은 없다-01 21.05.19 100 4 11쪽
42 [제14장]소탕작전!-03 21.05.18 97 4 12쪽
41 [제14장] 소탕작전!-02 21.05.17 100 3 13쪽
40 [제14장] 소탕작전!-01 21.05.15 120 3 12쪽
39 [제13장] 지옥으로 보내주마!-03 21.05.14 104 3 11쪽
38 [제13장] 지옥으로 보내주마!-02 21.05.13 123 3 12쪽
37 [제13장] 지옥으로 보내주마!-01 21.05.12 126 3 12쪽
36 [제12장] 검술이란 바로 이런 거다!-05 21.05.11 137 3 11쪽
35 [제12장] 검술이란 바로 이런 거다!-04 21.05.10 155 3 11쪽
34 [제12장] 검술이란 바로 이런 거다!-03 21.05.08 188 3 12쪽
33 [제12장] 검술이란 바로 이런 거다!-02 21.05.07 181 4 12쪽
32 [제12장] 검술이란 바로 이런 거다!-01 21.05.06 213 3 12쪽
31 [제11장] 드워프들의 도시, 타란젠드-03 21.05.05 226 3 11쪽
» [제11장] 드워프들의 도시, 타란젠드-02 21.05.04 209 6 11쪽
29 [제11장] 드워프들의 도시, 타란젠드-01 21.05.03 227 6 13쪽
28 [제10장] 모루의 불꽃-02 21.05.01 259 7 12쪽
27 [제10장] 모루의 불꽃-01 21.04.30 255 5 12쪽
26 [제9장] 뚫어야 캔다!?-03 21.04.29 301 7 12쪽
25 [제9장] 뚫어야 캔다!?-02 21.04.28 301 7 12쪽
24 [제9장] 뚫어야 캔다!?-01 21.04.27 318 7 12쪽
23 [제8장] 네 것이 내 것이고 내 것은 내 것이다-02 21.04.26 330 8 13쪽
22 [제8장] 네 것이 내 것이고 내 것은 내 것이다-01 21.04.24 391 7 12쪽
21 [제7장] 영지 발전 5개년 계획 21.04.23 414 11 12쪽
20 [제6장] 대항하는 자에겐 자비란 없다-02 21.04.22 449 11 11쪽
19 [제6장] 대항하는 자에겐 자비란 없다-01 21.04.21 440 13 12쪽
18 [제5장] 영지전? 어디 한번 붙자!-04 21.04.20 466 12 12쪽
17 [제5장] 영지전? 어디 한번 붙자!-03 21.04.19 454 13 12쪽
16 [제5장] 영지전? 어디 한번 붙자!-02 21.04.17 470 13 12쪽
15 [제5장] 영지전? 어디 한번 붙자!-01 21.04.16 484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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