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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망겜 생활 [수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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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학도C
작품등록일 :
2021.04.06 10:37
최근연재일 :
2021.06.0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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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49,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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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1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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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소녀, 케일리 (2)

DUMMY

.





졸지에 로버트가 된 나는 케일리의 손에 이끌려서 어디론가 끌려가고 있었다.


마을회관에 걸린 프리즘타운 어린이 사생대회의 현수막.

중후하게 깔리는 촌장님의 말씀을 뒤로 하고 나는 케일리를 따라 길을 걸었다. 처음에만 해도 하얀 도화지 같던 미로가, 이젠 물 잔뜩 먹은 수채화로 변해갔다.


미로는 시끄러웠다.

아이들의 웃음소리. 어른들의 웃음소리. 큐앤에이씨의 타르트 파는 소리. ㅡ왜 여기에 큐앤에이씨가 있지?ㅡ 마을회관의 구석 스피커에서 들리는 박자 빠른 음악소리.


아··· 적응 안 돼.

나는 평소보다 사람들이 세 배는 많을 것 같은 옛날의 프리즘 타운을 둘러봤다.


둘러 보다가 내 눈에 무엇인가 워프 기계처럼 보이는 것이 보였다.

투명한 유리로 된 원통 안에서 빛나는 붉은 기운. 원통의 바닥에는 파란색으로 도색된 지지대가 붙어있었고 출입구는 굳게 닫혀있었다.

그리고 투명한 유리에 크게 적혀있는 ‘WARP’라는 단어.


아.

아마 여기가 그 오드아이 유령이 말한 워프 포인트인 것 같았다.


어느새 케일리는 캔버스에 프리즘타운의 풍경을 그리고 있었고, 그 옆에 언제 왔는지 모를 랩글들이 자신의 그림들을 평가하며 떠들고 있었다.


······.

너희들이 거기서 왜 나오냐? 의문도 들었지만 이건 그녀석이 만든 미로니까 그려려니 했다.


[로버트!]


케일리가 나를 향해 말을 걸어왔다. 아이는 나에게 자신 있는 듯이 자기가 그리고 있는 그림을 나에게 보여줬다.

광장에서 축제를 하는 모습, 하늘 높이 걸린 파티플래너가 바람에 나부끼는 모습. 열린 마을회관의 창문 사이로 아이들이 글을 배우는 모습. 큐앤에이 씨가 광장에서 분홍색 타르트 시식행사를 하는 모습.


그림에 생기가 팍팍 느껴져서, 나는 케일리가 그린 큐앤에이 씨의 분홍색 타르트를 하마타면 먹을 뻔했다!


[어때? 이 정도면 나 일등할 것 같아?]


나는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케일리를 보았다. 아이가 나를 보고는 멋들어진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 순간, 케일리의 눈이 반짝 빛나며, 내 앞에 선택지 두 개가 나타났다.


검은색 바탕에 흰색 글자.


나는 이 선택지를 잘 생각해야만 저기 있는 워프 기계를 사용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응. 너 1등할 것 같다!] [아니. 별론데?]


어···.

케일리가 보여준 그림은 정말 예뻤다.

까닥하면 케일리가 그린 큐앤에이 씨의 타르트를 먹어버릴 뻔도 했으니까.

나는 더 생각해볼 필요도 없이 ‘응. 너 1등할 것 같다!’를 누르려고 했다.


하지만.

그 선택지를 누르려고 하는 순간 갑자기 검으로 종이를 찢어버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손가락이 저절로 ‘아니. 별론데?’를 눌러버리고 말았다.



어.


아.


난 죽었다.

이거 이제, 돌이킬 수는 없는 거지?


“아니, 별론데?”


정신을 차려보니 내 입술이 의지와는 상관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내 표정도 내 의지와는 상관 없이 썩소를 짓고 있었다.


···와아아아아. 난 죽었다. 와아아아아.


심장이 빨라지고, 어깨가 들썩인다. 호흡을 재대로 할 수가 없다.


내가 원한 건 이런 게 아닌데, 내가 원한 건 이런 게 아니라고, 내가 원한 건 이게 아니야.


정말 이렇게 할 건 아니었다고!

으아아아.


두려운 눈으로 나는 케일리를 바라보았다. 지금 내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케일리가 엄청 약오를만한 표정을 하고 있겠지.


[뭐? 너 또 이럴 거야?]

[왜~ 난 사실을 말한 것뿐이야.]


[저번까지는 내 그림 예쁘다고 잘 말해줬으면서 요즘은 또 왜 그러는데?]

[그야, 정말 별로니까.]


[뭐, 뭐가 문제야? 로버트! 다른 사람들은 다 예쁘다고 해 준다고~]


눈앞에 있는 케일리는 볼을 부풀리면서 약간 삐친 목소리로 말했다.


[그야, 네 그림보다 네가 더 예쁘니까.]


······네에?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그러니까, 이 로버트라는 자와 케일리는 엄청나게 러브러브한 커플이었다는 건가.



어어···············.


케일리는 나의 버터 바른 이 발언을 듣자마자 곧바로 볼이 붉어지더니 나에게 엉겨 붙어서는 주먹으로 나를 때리곤 했다.


“몰라몰라몰라. 이 로버트 버크셔 바보 같으니라고! 이런 사랑밖에 모르는 바보! 예술은 요맨치도 모르는 바보!”


나(지금은, 로버트)에게 안기려고 하지만 사실은 투명 벽에 가로막힌 케일리는, 나를 올려다보면서 말했다.

애교가 무진장 많이 들어간 목소리로.


[진짜? 이 그림보다 내가 예뻐? 어제 내 집에 와서 뭐 깨부쉈어? 솔직히 말해.]

[왜. 난 사실대로 말했을 뿐이야~ 내 눈에는 네가 제일 예쁘다고. 물론 네 그림은 세계 최고지만, 너에게 비길 건 안 돼지!]


[그래?]


케일리는 양손을 배배 꼬면서 부끄러워했다. 하늘에서 따뜻한 바람이 불어와 케일리의 짧은 앞머리를 흐트러뜨렸다.



······.

(하하 깨 쏟아지네. 누구는 모쏠인데.)


[그나저나 로버트, 네가 그린 그림도 보여줘.]

[내 그림? 네가 그린 그림하고 비교도 안 될 건데.]

[그래도 보여줘 봐! 나 보고 싶단 말이야!]


[뭐, 케일리가 원한다면야.]


내가.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로버트 버크셔가 그린 그림은 마을 회관의 아이들이 선생님에게 글을 배우고 있는 그림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이 로버트의 그림도 끝내주게 잘 그렸다. 외부자인 내가 봐도 구도나 색감, 인물들의 특징이 잘 들어난 수작이었다.


[음······.]

[어때?]

[구도나 뭐, 색감도 좋긴 한데. 난 개인적으로 이 그림 그렇게 막 끌리진 않는다. 미안.]


[뭐. 그렇겠지. 난 너보다 그렇게 그림을 잘 그리진 않으니까.]


나, 아니 나의 몸을 빌린 로버트는 조금 풀이 죽은 듯이 말했다. 그런 로버트를 보며 케일리는 미소를 지으며 미로 벽에다 손을 대고는 말했다.

위치로 봐서는 아마 내 볼을 만지려고 했겠지.

그리고 그녀는 다시 한 번 더 볼을 붉히며 말했다.


“난, 네가 더 끌리는데?”


듣고 있는 내가 더 부끄러워지는 말이 케일리의 입술에서 굴러 떨어졌다.


······.


(으아아아아아아아아!!!)


우와. 여러모로 대단하네. 이 커플은.

정말 상상이상으로 잘 어울리는 커플이야. 하하하. 하하하. 하하하.


그 버터 농도가 둘 다 굉장해서, 이 바보 커플 사이에 끼어버리게 된 내 뇌가 다 오그라드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왠지, 보고 있으면 뭔가 따듯한 둘의 기류가 나를 감싸고 돌아 나까지 흐뭇한 느낌이 들었다.


···뭐 이런 달달한 사랑도 나쁘진 않겠지. (먼산)



결국 그날의 사생대회는 케일리와 로버트가 사이좋게 1, 2등을 둘이서 독식하며 대회가 끝이 났다.


[축하해! 케일리, 로버트! 너희들이 해낼 줄 알았어! 역시 해냈네?]

[부럽다. 상금 얼마였지? 꽤 됐던 걸로 기억하는데?]

[둘 다 한턱 쏴! 저기 큐앤에이 씨가 파는 분홍색 타르트 좀 사주라. 응?]


어디선가, 미로에 다시 날개 달린 붓이 등장하더니 현수막이 걸린 마을 회관이 그려진 벽 앞에 시상대를 그렸다.

곧이어 타운의 장로님이 프리즘타운 어린이 사생대회의 시상을 했다.


[상장. 제30회 프리즘타운 어린이 사생대회, 대상. 케일리 케이트.

위 사람은 푸른 내음 가득한 『제30회 프리즘타운 어린이 사생대회』에서 위와 같은 우수한 성적을 내었기에 이 상장을 드립니다.]


이하 동문, 로버트 버크셔.

이하 동문 르네 스위프트.

장로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울려 퍼지며 사람들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어째서인지 친구 역할을 맡은 랩글이 케일리와 로버트를 축하해 주었다. 케일리는 그런 상황이 신경이 안 쓰이는 듯, 그저 친구들의 축하를 받고 환한 미소로 답해주고 있을 뿐이었다.


랩글이 만든 환상이라서 그런 건가?


[수고했어! 로버트.]

[너야말로. 케일리.]


[로버트, 케일리. 너희들도 수고했어. 역시 나로서는 너희 둘에겐 이기지 못하는구나.

근데 왜 케일리가 로버트보다 등수가 높은 거냐? 나는 아무리 봐도 케일리보다는 로버트가 더 잘 그리는 것 같은데~]


3등을 수상한 주근깨 여자아이, 르네가 약간 심술을 부리듯 말했다.

그에 답하듯 케일리도 약간 목소리를 깔았다.


[헤에~ 부럽지? 부럽지? 상금도 많이 받았지롱. 3등하고는 그 격이 다르지롱.]

[그래. 그래. 격이 다르네. 하지만 두고 봐. 오늘은 운! 이 좋아서 네가 1등을 했지만, 다음엔 내가 너희들을 넘어주지.]

[넘어와 봐. 너에겐 무리겠지만. 죽어도 무리겠지만!]


케일리가 르네에게 메롱을 먹이며 말했다.

그 때의 케일리의 표정은 다른 사람이 보면 한 대 때려주고 싶은 표정이었다.


내가 봐도 저, 저건 화나겠다.


[야, 케일리. 아놔. 너, 진짜···! 내가 1등하면 여기 시상대에 세워서 내가 너보다 잘나고 예쁘다고 인정하게 할 거야!]


[콜.

난 다음에 사생대회 1위하면 너에게 ‘나는 케일리를 이길 수 없는 바보입니다.’를 엉덩이로 쓰게 할 거다.

그것도 마을 광장에, 다른 사람들 다 보는 앞에서.]


[뭐? 내가 그렇게 엉덩이로 글자를 쓰게 될 것 같아?]

[나에게는 지금 네가 훌륭히 엉덩이로 글자를 쓴 후에 너무 쪽팔려서 저기 있는 프리즘 타운의 무지개 간판이 되는 모습이 눈에 선하거든?]

[정말 해보자는 거냐?!]

[그래. 드루와, 드루와. 박살을 내줄테니까.]


1, 3위 시상대에서 서로 으르렁대고 있는 케일리와 르네를 나(로버트)와 장로가 보고 있었다.

마치 긴 장편 드라마 속에 나오는 으르렁거리는 단짝을 바라보는 것처럼.


[너희들, 만날 때마다 정말······ 질리지도 않냐?]

[허허허. 청춘이구먼. 보기 좋아. 저런 단짝.]



······.

단짝···?


단짝.

···예전에, 나도 저렇게 서로 놀려 먹을 수 있는 애가 한 명 있었던 것 같은데.


[다음에는 정말 각오해두라고! 내가 다른 사생대회에서 1등을 먹으면 큐앤에이씨의 분홍색 타르트를 있는 대로 사서, 너 보는 눈앞에서 먹어 치울 거니까!]

[어디 봐서 해보시지? 내가 그 사생대회에서 1등을 해서, 네 보는 앞에서 분홍색 우유 거품라떼를 백 잔은 마실 거니까!]


케일리와 르네의 말 싸움이 끝남과 동시에 내가 서있던 2등 시상대가 붉게 빛나며, 동시에 벽에 붙어있던 워프기계에서도 빛이 나기 시작했다.


[[워프기계가 작동을 시작했습니다]]


나는 시상대를 내려와서 바로 옆에 있는 워프기계로 재빨리 이동했다.

케일리와 르네도 시상대를 내려와서 아직도 서로의 볼을 잡아당기며 나의 뒤를 밟았고, 뒤따라서 랩글 친구들도 나와 케일리, 르네를 따라서 워프기로 이동했다.


에휴.

아직도 저러고 싸우냐.


나는 둘을 향해 가볍게 발길질을 한 후에 다음 구간으로 워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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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파장 21.06.04 6 0 7쪽
76 YOUR BEST FRIEND 21.06.03 5 0 11쪽
75 your best friend 21.06.02 5 0 13쪽
74 스크린 속의 그 녀석 21.06.01 5 0 7쪽
73 가능성의 세계 21.05.31 7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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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ETERNAL (2) 21.05.27 10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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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주사위 게임 (1) 21.05.23 1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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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슈퍼 셰이킹 울트라 디럭스 봄버 (2) 21.05.21 9 0 13쪽
64 슈퍼 셰이킹 울트라 디럭스 봄버 (1) 21.05.20 9 0 13쪽
63 윤지오는 죽지 못해 살았다. 21.05.19 8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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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어차피 게임 스토리...? (3) 21.05.16 12 0 13쪽
59 어차피 게임 스토리...? (2) 21.05.15 11 0 11쪽
58 어차피 게임 스토리...? (1) 21.05.14 14 0 14쪽
57 버그? (2) 21.05.13 13 0 12쪽
56 버그? (1) 21.05.12 15 0 12쪽
55 스케치북 21.05.11 13 0 9쪽
54 유토피아 (2) 21.05.11 12 0 12쪽
53 유토피아 (1) 21.05.10 1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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