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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망겜 생활 [수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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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학도C
작품등록일 :
2021.04.06 10:37
최근연재일 :
2021.06.0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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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9,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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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13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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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어차피 게임 스토리 2 (2)

DUMMY

그 순간, 선택지 두 개가 반투명한 상자에 담겨 내 눈 앞에 들이밀어졌다.


마치 내가 이 둘의 운명을 결정하라는 듯이.


[수락한다] [거절한다]


뭐야.

이런 상황에서 선택지라니.


하면 되는 거 아냐?

키스!


나는 그대로 수락한다고 적혀진 반투명 창에 손을 대려고 했다.


그 순간.


[······.]


‘부들부들.’


어?


‘부들부들부들.’


어어?


[그쪽이 아냐.]


잠시만?!


[···미안. 지금은 내 말을 따라줘.]


······.


[그쪽이 아냐. 다른 쪽이야.]


나는 그 말에 머뭇거리다가 [거절한다]를 눌렀다.


[미안. 오늘은··· 도저히 못 하겠어.]

[······.]


아.


나는 깨달았다.

이 전에 나왔던 로버트의 회상.


커피잔에 떠올랐던 그 문장들.


······그것 때문이었냐.


[알았어. 오늘은 하지 않을게.]


케일리는 ‘로버트’의 말을 듣고 조금 놀란 듯 보였으나, 곧바로 미소를 짓고는 로버트에게 말했다.

···그 미소가 억지 미소인 건 나도 알 것 같았다.



[대신.]


의자에서 일어난 케일리는, 로버트(나)를 일으켜 세우더니, 천천히 발걸음을 떼어 로버트의 품에 안겼다.


[너를 안게 해줘.]


···나는 몸을 빌려줄 뿐이다.

단지 외부자에 불과한 나에게도 느껴지는 고독.

끊어지는 아픔.

아쉬움.


그러나 그것들을 다 집어삼키는 애정.


둘 다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그들은 별축제 밤이 깊을 때까지 울고, 서로의 눈물을 닦아주고, 또 안았다.


그들의 시간은 아마 그때, 영원히 멈춰버렸을 것이다.


카페테라스 구석에 처음부터 그쪽에 있었던 것처럼, 워프 기계가 소리를 내며 작동하기 시작했다.




*




[헬로? 미로 잘 풀고 있었어?]


“······.”


[오오? 반 정도 지났네? 좋아, 좋아. 사실 초반도 지나지 못했을 거라 생각했는데···]


“···니가 여기 왜 있냐?”


[왜? 내가 있으면 안 돼?]


“···가라. 나에게 처맞고 싶지 않으면.”

[어머~ 무서워라. 하지만 어쩌나? 여기서는 에너지탄이 안 통하는데~ 그러니까 안 돼. 너는 지금 여기서 날 쓰러뜨릴 수 없어.]

‘저 자식이······.’


[아! 내가 네 동생 소식 들고 왔는데 알고 싶지 않아?

바이오 리본으로 그 박사 놈이랑 조수랑은 통신할 수 있지만, 너와 피오의 통신은 불가능하잖아?]

“······.”


[네 동생. 지금 미로 여기저기 부수고 다니고 있어.]

“뭐?”

[스피드 엄청 빠르던데? 너희들이 말하는 박사 놈이랑 조수를 빨리 구하고 싶다면서, 우리 부하 무기 빼앗아서 다 부수더라.]

“야, 그런 게 가능해?”

[아. 그거 우리 무기로는 그 미로를 부수는 게 가능하거든. 그걸 보자마자, 바로 미로를 돌파해 나가던데?

우리가 그 녀석 미로에는 랩글을 좀 더 많이 배치해 놨거든.]

“내 동생에게만?”


[그래. 그놈은 우리 랩글 차원에서 경계하고 있거든.]

“불공평하다고 느끼는 건 나뿐이야? 어?”


[뭐, 난이도 조절했다고 생각해. 그 애는 하드모드고, 너에게 준 미로는 이지모드.

그렇게 느끼는 게 낫지 않아?]


“······.”


[근데, 넌 그런 이지모드를 너-무-나 늦게 깬다는 거지!]

[내가 여기 밖에서 봤는데, 너, 그 미로의 스토리에 너무 몰입한 거 아냐?]

[처음에 말했던 그 마음가짐은 어디 가고, 게임을 게임으로 받아들이기는커녕 점차 현실로 끌고 와버렸네?]


“······.”


[너 게임 하는 거 아니었어? 뭘 그렇게 몰입하고 있어?]


“······.”


[이야기는 이야기라고. 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잖아? 마음 속으로 이미 그렇게 되내이고 있는 거 다 알아.]

[그러니까, 그냥 빨리빨리 가자고!]


“······.”

“그래··· 내가 그렇게 말했다. 게임은 게임일 뿐이라고.”


[그렇지?]


“···근데 이젠 그거 안 되겠다.”


[어머.]



“···어떻게 참아보려고 했는데, 도저히 안 되겠어.”


[······.]


“그래서 이젠 내 방식대로 간다. 참지 않고 그냥 그대로 푹 빠지련다.”

“그냥, 지금부터는 내가 느끼는 대로 느끼고 행동하고, 그럴 거야. 뭐, 지금도 그래왔긴 했지만.”


[······.]

[······.]


[그래. 그게 네 방식이란 말이지?]




[····너, 안 바뀌었구나. 다행이다.]


“???”


[너라면 네 동생과는 다른 답을 끌어낼 수 있겠는데?]

“···그게 무슨 말이야,”



‘······.’

[아무것도 아냐! 아무것도! 이만 나는 가보지.

즐거운 게임생활 지내!]



“······.”

“···대체 뭐였던 거야? 저 사람은.”




- - - - -



별축제의 밤이 지나간 이후.

케일리는 힘없는 모습으로 프리즘 타운을 배회하는 때가 많아졌다.


별축제의 밤이 지나간 이후, 가끔 케일리의 앞에 나타나서 주변을 맴돌며 케일리를 지켜보는 르네와 에이미, 그리고 마을회관의 선생님. 케일리의 엄마와 아빠.


케일리는 자신 주변을 지키는 사람들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걸었다.

앞만 보고 멍하니, 그저 쉴 새 없이 걸었다.


그녀는 마치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걷고, 때로는 공부하고, 먹고, 엄마와 포옹하고, 아빠에게 꾸지람을 듣고, 르네, 에이미와 서로 손찌검을 날리며 큰 소리로 싸웠다.


그리고, 별안간 멈춰 섰다.


케일리의 뒤에서 걸어가고 있던 나는 그때 처음으로 그녀의 눈동자를 볼 수 있었다.

내가 본 그녀의 눈동자엔, 아무것도 비치지 않았다. 아무것도 비치지 않아서, 오히려 내 모습이 비칠 정도였다.

얼음장으로 만든 거울처럼.


······.


내가 케일리를 따라 발을 멈춰 선 곳은 무지개 간판이 서 있는 그곳.

이제는 조금 익숙해진 그 풍경.


우뚝 솟아있는 무지개 간판 주위에 펜 터치가 거친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눈물을 훔치는 사람, 침을 튀겨가며 여기 하루만 더 있어주면 안되냐고 말하는 사람, 아쉽지만 그 사람을 보내줘야 한다면서 달래는 사람.

차마 쳐다보기가 힘들어서 전자파 무늬가 물결치는 나무 뒤에 숨어 우는 사람.

케일리는 그 사람들 사이에 껴서 산송장처럼 서 있었다.


[어이, 케일리.]


멍- 하니 앞만 보고 있던 케일리를 르네가 불러보지만, 케일리는 대답하지 못했다.


지금 케일리는 나를 보고 있었다.

아니, 내 안에 있는 로버트를 보고 있었다.


프리즘 타운의 무지개 간판 너머에 있는 로버트(나)는, 자기의 가방을 메고, 푹신한 빵모자를 눌러 쓰고 있었다.

등에는 날개 달린 붓이 그려준 무거워 보이는 종이 가방.


헉. 뭐야, 언제 또 복장이 바뀐 거야.


로버트(나)는 자기 바로 앞에 선 케일리를 보고 있었다. 케일리의 텅 비어버린 눈에 긴장되어 보이는 한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케일리?]

[···어? 아······ 응.]

[괜찮냐? 너, 상당히 위험해 보이는데? 제대로 작별 인사할 수 있겠어?]

[···괜찮아. 괜찮아······. 작별인사, 잘 말할 수 있을 거야. 괜찮아.]


케일리의 옆에서 그녀를 지키고 있던 르네가 그 어깨에 손을 올리고서는 케일리의 눈을 훔쳐보고는 끌끌, 혀를 찼다.


[괜찮은 거 맞아? 입이나 제대로 뻥끗하면 뭐 그래도 낫지. 너무 긴장해서 로버트 이름 틀릴 것 같은데.]


곁에서 비웃는 듯한, 하지만 왠지 쓰라린 듯한 웃음을 짓는 르네를 보고 케일리는 약간 눈에 빛이 돌아오는 듯 보였다.


[괘, 괜찮다니까? 내 로버트에게 그런 말 한마디도 못 할 것 같냐?]


케일리는 그런 르네의 등을 힘 있게 치고는 앞으로 나아갔고, 르네는 그런 케일리의 뒷모습을 걱정스럽게 쳐다보고 있었다.


마치 건너편 횡단보도를 처음으로 혼자 걷는 아이를 보는 듯.


[로버트? 너도 케일리에게 갔다 와··· 해야 할 말이 있잖아.]

[어서 말하고 와. 끝나고 나면 잘했다고 안아줄게.]

[응······.]


로버트(나)를 뒤에서 바라보고 있던 로버트의 엄마와 아빠가,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를 인형으로 삼은 로버트는 자신의 엄마 아빠를 바라보면서 긴장된 표정을 조금은 풀었다. 그리고 바로 앞에 다가오는 케일리를 향해 나아갔다.


[···로버트.

[케일리 케이트.]


로버트는 웃지 않았다.

케일리는 그래도 웃었다.


[뭐야. 갑자기 통성명을 하고.]


[케일리 케이트.]

[···왜 그러는데? 로버트··· 버크셔.]


케일리의 눈에는 아무것도 비치치 않았다.

순식간에 눈 가장자리가 붉어진 자기의 남자친구만이 비치고 있었다.


케일리는 요 며칠 사이에 너무나도 커버린, 그러나 아직도 귀여운 티가 남아있는 그의 볼에 손을 대었다.


······.

로버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그렇게 울지 않겠다고 약속했건만. 결국, 그 약속을 지키진 못했다.


[바보. 떠나가는 쪽이 그렇게 눈물 흘리면 안 되지. 너, 어제도 그랬잖아? 울지 않겠다고.]

[······. 나는 걸 어떡하라고. 나는 걸.]

[아. 그래, 그래. 그래.]


케일리는 초점이 없는 눈으로 한 남자를 쳐다보았다. 그 남자는 케일리의 손을 잡지도 못한 채 기다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잘 가.]

[···응.]

[행복하고.]

[···응.]

[먼 길 가는데 조심하고, 건강하고.]

[···응.]


[걸어서 5일 걸린댔지? 이참에 약간 불었던 몸무게 좀 빼고.]

[···응.]


순간.

케일리의 몸에서 검은 오라가 나는 것 같았지만, 그 오라는 점차 사그라졌다.


[그만 가 봐.]


로버트를 등지고 손을 흔드는 케일리를 보고 로버트는 혼신의 힘을 다해서 외쳤다,


아마 세상에 둘만 남겨진 기분이 들었겠지.


로버트는.


[케일리 케이트!]


[왜?]


···케일리 케이트가 로버트 버크셔를 보며 뒤돌아선다.


[내가 일곱 살 때부터 너를 좋아했잖아?]

[······그게 왜? 이제 와서 그 얘길 왜 꺼내 들어?]


로버트는 아까 손으로 눈물을 닦은 자리에 또다시 새로운 눈물이 나는 것을 느꼈다.


[거짓말.]

[···어?]


[거짓말이야.]

[뭐?]


[······으윽···!]


빠드득 소리가 내 입에서 났다.

아니 정확히는··· 로버트의 입에서.


[사실! 그다지 널 좋아하지 않았어! 알아?!]

[······.]

[일곱 살 때부터! 넌, 고집불통에, 욕심쟁이에, 어떨 때 보면 남자친구보다 그림에 더 미친 것 같고, 바보에, 잘 안 씻고!]

[······.]


[그리고··· 그리고! 입술이 보기 안 좋게 튀어있고, 광대도 툭 튀어나와 있고! 솔직히 넌 내 이상형은 아니었어!]

[······.]



[그러니까, 내 말은!]


···그렇게 눈물범벅으로 그런 소리치면 내가 진짠 줄 알았어?

케일리의 한숨 섞인 소리가 들렸다.


[난 처음부터 네가 싫었어!]


케일리는 그 말을 듣고는 완전히 돌아서서는 로버트를 향하여 다시 한번 손을 흔들고, 프리즘타운의 주민들의 검은 그림자 무리에 다시 들어갔다.

나를 인형으로 삼은 로버트의 가슴속에서 펑, 뭔가가 터져버리는 감각을 곱씹으며, 나는 그 자리에 계속 서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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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주사위 게임 (2) 21.05.24 6 0 13쪽
67 주사위 게임 (1) 21.05.23 11 0 12쪽
66 Endless 21.05.22 9 0 15쪽
65 슈퍼 셰이킹 울트라 디럭스 봄버 (2) 21.05.21 9 0 13쪽
64 슈퍼 셰이킹 울트라 디럭스 봄버 (1) 21.05.20 9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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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어차피 게임 스토리...? (2) 21.05.15 11 0 11쪽
58 어차피 게임 스토리...? (1) 21.05.14 14 0 14쪽
57 버그? (2) 21.05.13 13 0 12쪽
56 버그? (1) 21.05.12 15 0 12쪽
55 스케치북 21.05.11 13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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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유토피아 (1) 21.05.10 1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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