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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망겜 생활 [수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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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학도C
작품등록일 :
2021.04.06 10:37
최근연재일 :
2021.06.08 10:30
연재수 :
8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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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수 :
449,834

작성
21.04.14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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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소녀, 랩글 3 (2)

DUMMY

.







[그 아이는 이미 죽었어.]


[······.]


르네의 입술 언저리가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나는 보았다.


[점점 사라져 가는 동료들. 점점 휑하게 변하는 프리즘 타운의 거리를 보고 절망했어.

자신은 왜 어브 타운에 갈 수 없냐고, 수입이 많지 않은 부모님을 원망했지.]


[······.]


[없는 사람 취급당해서 슬펐겠네~? 언제나 곁에 있어준 너도, 에이미도,

그래! 싹 다 잊어버렸지! 케일리는. 어리석게도!]


[···그렇게 만든 사람이 누군데? 그렇게 되도록 한 사람이 누군데? 바로 너 아냐? 네가 케일리를 부추긴 것은 아니야? 네가 그 이상한 코인을 걔에게 넣은 거잖아!]


[언니···.]


르네는 눈을 크게 뜨면서 말했다.

에이미가 그런 르네를 뒤에서 지켜보며 덜덜 떨고 있었고, 오드아이 유령은 계속 입가를 씰룩거리며 말했다.


[어라? 말했잖아~? 숙명이라고.

곧 네 앞에도 찾아올 숙명.]


······.

아, 못 참겠다.


[체력 : 15 ▷ 12]

[에너지탄의 최대 출력이 두 배로 증가합니다!]


나는 목에 걸고 있던 유리 큐브 목걸이의 빨간 태엽을 돌렸다.

안에 들어있던 블랙 코인이 뱅글뱅글 돌아가며 빛을 뿜어냈다.

하얀빛과 보호막이 사라지는 것과 동시에, 나는 서둘러 빛의 야구공을 만들어 유령을 향해 던졌다.

그러나 그 야구공은 그 미로에 있던 유령을 맞추지 못하고, 애꿎은 벽만 꿰뚫었다.


···칫.


[어? 나에겐 그거 안 통해요~? 알고 있잖아?

간부 랩글인 나에겐 그거 안 통한다고 말했는데~]


“······.”


···저 녀석이, 진짜!


[···이 녀석! 어딜 보고 얘기하는 거야? 케일리, 나야! 이 그림 바보! 멍청이! 들리는 데 못 들리는 척하는 멍텅구리!]

[···친구, 너도 참 끈질기구나··· 안 들린 데도 그러네.]


오드아이 유령은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는 르네의 주변을 빙빙 돌다가, 뒤에 멍하니 몸을 떨고 있는 에이미를 발견했다.


[너!]

[히익···!]


[그 녀석 잘 들고 가. 이번만은 살려줄 거니까, 알겠나?]


[아, 네!]

[그럼, 랩글 3. 우리는 가자.]


오드아이 유령은, 여전히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린 채로 사라지려 했다.

하지만, 순식간에 다가온 르네가 그녀의 바지 끄트머리를 잡고, 그 오드아이 유령을 노려보고 있었다.


[언니! 하지 마. 언니? 언니! 그러면 언니가 다쳐! 하지 마!]


[가, 가지 마. 이 녀석··· 끌고 가지 마.

그리고 유령 놈, 언젠가 묵사발로 만들어버릴 거야. 내가 너 용서 안 해. 아니, 너, 이 자리에서 죽일 거야.]


자기를 노려보는 그 눈빛에, 오드아이 유령은 미소를 지었다.


[···그 끈질김에는 나도 찬사를 보내지.]


그리고 아직도 몸이 부들거리는 르네의 눈에 자기의 오드아이를 맞추며 말했다.


[친구, 잘 기억해두라고. 내 이름은 피아, 피아야. 저기 벽 너머의 인간에게는 모르겠는데, 내가 너에게는 이름으로 불리고 싶어서라.]

[······부를 것 같냐?]

[하하! 뭐, 부르던 안 부르던 네 자유야.]


이제는 완전히 랩글 3이 되어버린 케일리가 날개 달린 붓으로 문을 그렸다.


[또 만나자고. 친구. 이번엔 적이 아니라 아군으로서.]

[···갈 것 같냐고!]

[그건 아무도 모르지. 그렇지 않아?]


오드아이를 가진 유령 놈은 르네를 보며 비웃더니, 랩글 3이 만든 문으로 들어가 버렸다.

들어가면서, 그 유령 놈이 저 친구를 잘 부탁해, 라는 말을 누군가에게 던지는 듯 했다.


···누구에게?


[케일리? 케일리? 케일리!]


르네는 그 자리에서 에이미에게 붙잡혀 가며 랩글 3···를 목 놓아 부르는 것 같았고, 에이미는 그 큰 눈에 습기를 품은 상태로 르네를 잡고 미로 안의 세계를 걸어 나갔다.


나는, 랩글 3이 사라진 자리를 멍하니 바라봤다.


“······.”


가야겠지.

나는 그 둘이 사라진 쪽으로 미로를 걸어갔다.


나는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로버트가 그려진 오른쪽 벽을 보며 걸었다.

로버트는 이러한 난장판을 보지 못했는지, 태연하게 잘 걸어가고 있었다. 뒤에서 따라오는 친구들도, 상냥한 부모님도 계속 로버트를 따라오고 있었다.

노란색의 따뜻함을 빨아들이는 로버트는 왠지 조금 여윈 것 같았지만, 그래도 행복한지, 웃고 있었다.

식은땀을 흘리면서.


너는 괜찮아 보이네. 뭔가 여윈 것 같지만.


나는 조금 안도감을 곱씹으면서 다시 왼쪽의 벽에 눈을 돌렸다.


아직, 에이미의 팔에 붙잡혀서 날뛰는 르네와 그걸 말리는 에이미였다. 르네의 팔에 감겨있던 그 검은 원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놔. 에이미. 에이미!]

[언니, 진정하세요. 이미 그놈은 사라졌어요. 랩글 3 언니도 사라졌구요.]

[뭐? 랩글 3? 나에게 그 녀석은 영원히 케일리야! 응?]

[···알았어요. 언니.]


에이미는 그런 르네를 보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언니. 이제 우리 어떻게 해야 되죠?]

[글쎄다. 나는 저기 있는 녀석을 쫓을 거다.]

[그래요?]

[그 유령 놈을 꼭 찾아내서, 케일리를 원래대로 되돌려 놓을 거야. 내 목숨과 바꿔서라도.]

[···언니의 목숨을 바꿔서라도요?]

[그래.]


[······.]


[···걔랑 살아온 시간이 얼만데··· 포기할 수는 없지.]


르네는 에이미에게 끌려가며 그녀를 보고 웃었다. 그리고 걔가 돌아오면, 여느 때처럼 말싸움할 거다. 르네의 힘 있는 목소리가 미로를 울렸다.


[진짜요?]

[응. 아. 너는··· 혹시 따라올 거야? 강요할 생각은 없는데··· 네 맘대로 해!]

[언니, 그거라면 저에게 좋은 생각이 있는데요.]



[응? 무슨 방법?]


에이미는 자기 팔에 있는 르네의 허리를 붙잡은 채로, 손으로 검은 사슬을 꺼내서 르네의 다리를 묶었다.


어?


[??!!! 에이미? 너······ 에이미?]

[······직접, 랩글이 되어보는 거죠.]


그리고 그 검은 오라 흘러넘치는 코인을 르네의 허리에 박아 넣었다.


[···! 에이미······!]




에이미라 불린 그 자식은 이제 앳된 소녀, 에이미의 모습을 하지 않았다.

보이는 것은, 한쪽 눈을 가린 머리를 한 앳된 소년.


······.

제이드였다.


[풋, 푸훗! 푸푸푸푸푸푸푸!]


[···아, 아아아아아······ 너······]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너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제이드는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호탕하게 웃으며 르네에게 말했다.

르네는 순식간에 검은 오라에 침식되어가면서도 제이드로 변한 에이미를 노려보았다.


붉게 물들어가는 눈이, 마치 속으로 피눈물을 삼키는 것처럼 보였다.


[어휴······ 정말, 웃겨 죽을 뻔했네. 참느라 나도 고생했다. 고마워! 덕분에 그 발버둥 쇼 참~~ 잘 봤어!]

[너··· 너어어어···!!! 에이미는 어디 가고 왜 네가 있어?!!]


[에이미? 에이미란 녀석은 원래부터 없어~ 그 녀석은 내가 변장한 녀석이야!]


제이드는 검은 잉크에 침식되어가는 르네의 턱을 손으로 잡아끌었다.


[여기 사는 녀석들은 정말 멍청이야. 진짜. 자기에게 애정과 사랑, 신뢰를 보여주기만 하면 홀까닥 넘어가버린다니까? 속이기 너무 쉬워.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거지만. 그래서 내 친구로 안성맞춤인 거지만!]


[이, 이 녀석···!!]


살결 보드라운 그 손가락에, 르네를 완전히 둘러싼 검은 잉크가 묻으려고 했다. 제이드는 그것을 보고 서둘러 손을 떼었다.


[특별히 너에게는 어둠의 힘이 가득 들어간 코인을 준비했어. 넌 프리즘 타운 주민들 가운데서도 꽤 특별한 존재니까.

아마 그 엄청난 끈기도, 정의감도 순식간에 사라지게 될걸? 기대해!]

[······미친놈···.]

[어머! 나에게는 칭찬이야♥ 고마워!]


제이드는 전신을 검은 잉크로 물들인 르네를 공주님 안기로 들고서 아까 랩글 3이 그려놓았던 문으로 다시 들어가려 했다.


[흠··· 역시 잘 안 되네. 몸속에서 저항이 너무 많이 일어나고 있어. 이거 랩글로 변하는데 좀 걸리겠는걸? 뭐, 좀 기다리는 수밖에 없나?]


나는, 그 광경을 내 눈으로 전부 다 보고 있었다.


[어이- 벽 너머 쪽의 손놈? 뭐하냐? 왜 안 가고 있어?]


“···죽일 놈.”

[어머. 아니 내가 처음 말 걸었는데 왜 이렇게 신경질이셔.]

“···죽일 놈.”

[아, 네네. 알겠으니까 가던 길 가셔.]


나에게 이빨을 다 드러내며 얼굴을 들이댄 그 녀석을 노려봤다. 죽일 놈, 죽일 놈. 한 머릿속에서 백 번은 되뇌었을 말이었다.

제이드는 속으로 뜨거운 불을 삼키는 나를 보며 갑자기, 여기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야, 근데 이번에도 네가 나를 공격했다면, 너는 애꿎은 미로만 공격했겠지? 근데 너 이번엔 공격 안 하더라?]

“···얼굴 치워라.”


[아니, 성장했다 싶어서. 너 이제 겨우 미로 밖과 미로 안을 구분한 것 같아서 말이야.]

“···치워라.”


[아, 미안. 이야기가 길어졌네? 이만 난 갈게! 또 어딘가에서 보자? 이번엔 좀 더 네 처지를 똑바로 보고 오길 바라~ 아무 데서나 나대지 말고. 알았지?]


제이드는 문 속으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웃음을 잃지 않고 나에게 손까지 흔들어 주었다.

저놈이 진짜.


······.

나는 한숨을 내쉬고, 지금 내가 구해야 할 박사와 메리, ‘현재’의 프리즘 타운 주민들의 얼굴을 생각하며 하얀 미로를 걸어 나갔다.


그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점차 다가올 일에 마음 상하지 않도록 단단히 철벽을 쌓으면서 가던 중에, 나는 보았다.

저 멀리 보이는 미로의 끝. 아무 꿈도, 희망도 없는 미로답지 않게 저기에 하얀빛이 비치고 있었다.


하아···.

드디어 끝이 보인다.

저기 끝에 가면 나는 지금 내 손에 쥔 모든 것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빛이 비치는 곳을 향하여 앞으로 계속 걷기만 했다.


순간 내 오른쪽에서 사람들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로버트를 부르는 목소리였다.


[로버트 죽고 싶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너 나을 수 있어. 나을 수 있다고! 아주 희미한 확률이지만··· 그래도, 살 수 있는 확률이 존재한다고.]


오른쪽에 돌아보니, 병원의 병실로 보이는 방에 약간 살이 빠진 로버트가 누워있었고, 그 옆을 로버트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지키고 있었다.


······.

어?


[그만해. 엄마. 이미 치료 시기도 끝났고, 앞으로 더 안 좋아질 일만 남았잖아··· 함부로 돈 쓰지 마.]

[야! 이게 무슨 함부로 돈 쓰는 거야···. 제발 우리랑 같이 살아줘··· 살아서, 건강해져서, 다음에는 아빠도 휴가 내어서 같이 어디 가자. 응?]

[로버트, 어쩌다가······. 우리 로버트······. 엄마아빠가 돈 다 대줄 테니까, 살자. 응? 네가 좋아하는 그림, 다시 해야지.]


옆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자신의 어머니, 아버지를 보면서 정말 쓰라린 웃음을 짓고 있는 로버트였다.


[···이미 알고 있으면서, 내가 얼마 못 산다는 거.]


그 말에, 로버트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어느샌가 너무 야위어버린 아들의 몸을 껴안고 울부짖고 있었다.


나는 그 병원 병실의 모습을 우두커니 지켜보고 있었다. 하얀 벽지, 하얀 커튼. 병원의 마크가 새겨진 침대 시트.

침대 아래쪽에 달린 풋 보드에는 아직 어울리지 않은 그의 이름이 적힌 환자의 이름표와 자세한 병명이 적혀있었다.


[만성 골수 백혈병.]


······.

그것이, 그의 발에 달린 족쇄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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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your best friend 21.06.02 5 0 13쪽
74 스크린 속의 그 녀석 21.06.01 6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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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ETERNAL (2) 21.05.27 10 0 15쪽
70 ETERNAL (1) 21.05.26 19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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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주사위 게임 (1) 21.05.23 1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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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슈퍼 셰이킹 울트라 디럭스 봄버 (2) 21.05.21 10 0 13쪽
64 슈퍼 셰이킹 울트라 디럭스 봄버 (1) 21.05.20 9 0 13쪽
63 윤지오는 죽지 못해 살았다. 21.05.19 8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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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어차피 게임 스토리...? (2) 21.05.15 11 0 11쪽
58 어차피 게임 스토리...? (1) 21.05.14 14 0 14쪽
57 버그? (2) 21.05.13 13 0 12쪽
56 버그? (1) 21.05.12 17 0 12쪽
55 스케치북 21.05.11 13 0 9쪽
54 유토피아 (2) 21.05.11 13 0 12쪽
53 유토피아 (1) 21.05.10 1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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