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슬기로운 망겜 생활 [수정판]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현대판타지

연재 주기
학도C
작품등록일 :
2021.04.06 10:37
최근연재일 :
2021.06.08 10:30
연재수 :
81 회
조회수 :
1,820
추천수 :
7
글자수 :
449,834

작성
21.04.14 12:24
조회
29
추천
0
글자
11쪽

소녀, 랩글 3 (3)

DUMMY

.








[만성 골수 백혈병.]


흠칫.

언제 여기에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펜 터치가 평소보다 거친 오드아이의 유령이 내가 서 있는 하얀 미로에 나타났다.


[뭐, 지금도 충분히 위협적인 질병이지만, 약물 치료로 얼마든지 호전이 가능한 병이지.]


······.

그나저나 넌 이 미로의 벽 안에서 매일 다녔던 건 아니었나?


[하지만 로버트가 살았던 시대에는 걸렸다 치면 가망이 없던 질병이야. 만성이라 해도, 백혈병인데다가, 조기 증상도 거의 없었으니까.]


내 곁에서 부유하고 있었던 유령은, 슬픈 눈으로 나를 보고는, 로버트가 있던 병실의 그림에 들어가 버렸다.

그가 누워있는 병실에는 마침 주치의가 그의 어머니, 아버지를 불러내고 로버트 혼자만이 있었던 상황이었다.


“······.”


[······.]

“왜 말을 안 하는 거야?”


[···있잖아.]


“······??”


유령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내가 너를 왜 여기 왜 불렀을까.]

“······.”

[너는 이 상황을 삼킬 수 있어?]


“······.”

[받아들일 수 있어?]


로버트의 병실에 침투한 유령은 말했다.

미로가 약간 어두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견딜 수 있냐고.]


유령은 하얀 소매 끝으로 검은 오라가 소용돌이치는 코인을 들고 있었다.

나는 그 유령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조심스럽게 말하기 시작했다.


“······몰라.”


[···뭐 그렇겠지. 이게 너에게 일어났다고 해···] “난 지금은 그런 거 몰라. 다만 지금, 내가 지켜야 할 것을 지킬 뿐이야.”


나는 피아에게 말했다. 더 말하려는 것을 끊고. 일부러 크게 목소리를 높였다.


[······오.]


유령은 나의 그 대답을 듣더니 쿡쿡, 웃음소리를 내었다.


“웃어? 지금? 너··· 이 상황을 보고 웃음이 나와?”

[너, 진짜 내 마음에 든다.]


“뭐?”

[적이 아니었다면 친구가 되었을지도.]


······.

하?


“너하고 내가?”


나는 그 소리에 치를 떨었다.

어이! 여기는 너 때문에 현재진행형으로 생고생 중이라고!

덕분에 이 일 하고 상관없는 사람들까지 말려들었잖아?


유령은 나의 경멸하는 눈동자를 보았는지 다시 한번 웃고는, 후드의 하얀 소매를 두 팔 벌리듯이 벌리고 말했다.


[자! 조금만 더 가면 네가 그렇게 가고 싶어 하던 미로의 끝이야. 이제 쭉 전진해! 여기에는 눈길 주지 말고.]





이제 진짜 얼마 안 남았구나, 나는 그 말을 듣고 마음속에 있는 긴장의 끈이 풀어지는 것을 느꼈다.

나는 미로의 끝 가는 하얀 빛 무더기를 바라보았다.


저기를 지나면 이제···


빛이라는 것이 장시간 바라볼 수 없는 것이라지만, 왠지 저 미로 밖에서 새어 나오는 그 빛은 계속 바라봐도 눈이 편안했다.


[그럼 나중에 끝에서 보자.]


유령은 마지막까지 장난기 넘치는, 그러나 나에겐 보고만 있어도 빡치는 웃음을 입에서 놓지 않으며 다시 로버트 곁으로 가버렸다.

난 너 다시 보고 싶지는 않은데.


나는 미로의 그림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로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유령이 로버트를 랩글로 만들고, 자신들의 세계로 인도하고, 가족들은 로버트를 찾다가 절망하고.

시간이 흐르고.

검은 오라는 흘러. 어브 타운도, 프리즘 타운도 검게 물이 들고, 두 개의 타운을 잇는 길은 검은 후드를 쓴 랩글로 넘쳐나게 되고.


나는 그 모든 과정을 그린 그림에서 눈을 돌리지 않았다.

설령 마음에 틈이 생겨 검은 오라가 생겨날지라도 상관없었다.


그걸 보는 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일이라 생각해서였다.


로버트의 랩글은 그 미로 사이에서 나를 바라보고는 반가운지 손을 흔들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지? 나를 보고 인사하는 랩글은 또 처음이네. 오랜 시간 내 마음과 같이 공명했던 덕일까? 그 랩글은 날 알아보는 듯했다.


그 랩글이 가는 곳을 따라, 페허를 지나, 벽 한구석이 누군가에 의해 지워진 어브 타운의 학교를 지나, 아무도 오질 않는 백화점을 지나, 로버트의 새집이었던 곳을 지나.


검게 칠해진 길가를 지나, 검게 칠해진 프리즘 타운 광장을 지나.


사람들이 쓰러진 큐앤에이 씨의 밀브랫 상점을 지나, 이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울음소리가 비어버린 주택가를 지나니, 어느새 밝은 그 빛이 내 눈앞에 대기하고 있었다.


빛을 향해서 한 발 내딛으려 할 때, 갑자기 미로의 벽 끝에 선 로버트의 랩글이 다가왔다. 그놈은 손쉽게 벽을 통과하더니 내 손을 잡는 거였다.


“···어이?”


로버트의 랩글은 나의 손을 잡은 채로 그저 그대로 있었다.

그놈의 손은 왜인지 위화감이 들지 않았다.


랩글인데 분명히 랩글일 터인데, 따뜻했다.


생전에 웃고 있던 로버트의 온기가 거기 있었다.


로버트의 랩글에 이끌려 하얀빛 너머로 빠져나가는 동시에 하얀 미로가 소리를 내며 와르르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빛이 더욱더 거대해지며 내 눈을 덮어버리는 것이었다.


무엇일까?


약간의 시간을 둔 뒤에, 빛이 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

보이는 것은 너른 풀밭이었다.

초록의 풀밭에 꽂혀있는 41개의 십자가 묘비. 그리고 이따금 날아다니는 검은 까마귀와 휜 비둘기. 묘지마다 놓여있는 종이 꽃다발.


···여기 어디지? 이 게임에 이런 곳이 있었나?


“형. 늦었잖아! 응? 빨리 안 오고 뭐 했어?”


엉?

옆을 돌아보니, 검은 후드를 붉은 오라로 감싸고 있는 피오가 나를 보고 있었다.


“그 빨간 건 뭐냐?”

“그냥 수하랩글들하고 치고받고 싸웠더니 저절로 이렇게 되던데?”

“···수하랩글 몇 명이랑?”

“좀, 많았긴 많았지. 랩글들이 산처럼 쌓여있는 스테이지들도 있었으니까···.”


······?!


“랩글 많이 쓰러뜨린다고 보통 저렇게 오라···가 나오나?”


“그런 건 아닌 것 같은데 그··· 내가 생각해보기는 자동 강화··· 같은 게 아닐까? 우리 강화 아이템 먹었잖아?”


아.

혹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 목걸이하고 팔찌 때문인가?


그럼 나도 랩글을 동시에 많이 쓰러뜨리면 피오처럼 저런 오라가 생기는 건가.

목에 걸린 목걸이와 그 목걸이 속에 있는 코인을 번갈아 보며 나는 생각했다.


“근데, 형. 왜 형이 저 랩글하고 손을 잡은 거야?”

“어? 어, 아. 그냥···”


“그냥이 아니잖아. 지금 형은 RPG 게임의 일반 몬스터와 손을 잡은 거라고? 말해봐. 거기서 뭐가 있었던 거야? 무슨 이벤트를 하면 어떻게 랩글과 손을 잡는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지?”


피오는 나에게 따져 묻듯이 나에게 다가왔다.

······응. 이건 나 같아도 오해하긴 하겠네. 일개 RPG 게임의 일반 몬스터가 플레이어와 손을 잡는다는 시츄레이션은 잘 없는 경우니까.


“···아, 아니지. 응. 아니야. 왜 내가 굳이 랩글 편을 들어야 하는데. 이건 이벤트일 뿐이야.”


나는 로버트의 랩글과 잡고 있던 손을 조심스레 떼고 피오에게 말했다. 오해하지 마. 이건 게임의 한 컷일 뿐이야, 너도 내가 봤던 스토리 보면 조금 이해가 될걸?

나를 이상한 눈으로 보고 있는 피오를 필사적으로 설득시키려고 애썼다


그 때.


[어서 와! 우리들의 놀이터에!]


내 등 뒤에서 불현듯 소리가 나더니, 언제 왔는지, 오드아이 유령이 내 주위를 빙글빙글 돌고 있었고, 랩글 3이 로버트의 랩글을 알아보고는 손을 잡았다.


“야, 그렇게 주위 돌지 말아줄래? 안 그래도 형 주위엔 좀 이상한 녀석들이 많이 꼬이는 것 같던데. 그만하지?”


[싫은데? 더 해버릴까~?]

“어이. 하지 말라면 하지 말라고. 미친놈아. 말귀 못 알아먹냐?”

[으앙~~~ 알았어! 안할게! 안할 거니까~ 그 가시공 좀 치워줄래? 무서워어~]


······.

누구냐, 넌.

도대체 미로에서 무슨 일이 있었기에 피오가 저런 성격이 돼서 나온 거냐.


검은 후드에 빨간 오라를 두른 피오는 평소의 피오와는 약간 달라 보였다.


‘고마워.’


피오의 모습을 보고 혀를 차고 있을 때, 약간 울먹이는 목소리가 나에게 직접적으로 대화를 걸어왔다.


“누구···?”


‘나야. 로버트.’


소리는 작았지만, 나는 확실히 들었다.

따뜻한 목소리였다.


“형, 누구야? 서, 설마··· 저 랩글이 환청으로 공격해 온 거야?”

“아냐, 아냐. 진정해, 피오. 그럴 일은 없어.”


나는 피오에게 손을 들어 환청 공격이 아니라는 것을 알렸다.

실제로 환청을 건 건 맞지만, 나를 공격하기 위해서 건 것도 아니고.


“진짜 아냐? 쟤들 저러다 형 공격하는 거 아냐?”

“아냐. 조금만 기다려봐. 내 추측이 맞다면····”


지금 케일리도 나를 보러왔겠지.


‘고마워. 우리 이야기 들어줘서.’


봐, 왔잖아?


“······? 형?? 한 놈 더 왔는데?”


“너희들이 미로의 주인이야?”

“미로의 주, 주인?”


피오는 아직도 상황을 모르겠다는 듯이 물음표 백만 개를 머리에 띄우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응. 맞아.’

“···역시.”


‘그··· 미, 미안. 이럴 건 아, 아니었는데 그냥 우리 이야기 들어주었으면 해서 이 미로를 만들었는데···.’


“만들었는데?”

‘···우리가 정신을 차려보니 프리즘 타운 사람들도 다 하얗게 물들어있고, 우리는 랩글이라는 몸에 들어가 있고······.’


“그래?”

‘저, 정말 이럴 건 아니었어! 그저 우리 이야기 들어주는 사람을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이해해 주는 사람이 생겼다고 기뻤는데······. 이렇게 되어버려서.’


“그렇다고 여기 사람들을 휘말리게 하면 안 되잖아. 그렇지 않아?”


그들은 자기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듯,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응. 그건 정말 미안하게 생각해.’

‘그래. 우리가 정말로 부끄러운 짓을 한 건 사실이니까···’

“알았으면 됐어.”


그들은 내 말을 듣고는 가슴이 후련해진 것처럼 둘이서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미로 클리어, 축하해. ‘지오’ 너에게는 정말로 감사하고 있어. 네 덕분에 겨우 앞으로 나갈 수 있게 된 것 같아서··· 하늘에 가서도 난 너를 잊지 못할 거야.’

‘···‘지오’. 진짜 고마웠어. 여러모로 후련해진 기분이야. 이제야 위쪽으로 갈 수 있어. ······혹시 만약에 혹시··· 르네를 보거든 안부 좀 전해줘······.’


케일리의 랩글과 로버트의 랩글은 동시에 나를 향해 팔을 뻗고는 나를 돌아보았다.


나는 그들에게 한 발자국 나가서, 양손으로 하얀 에너지탄을 박아넣었다.

동그란, 아주 기초적인 에너지탄.


“잘 가.”


그들은 공격을 받자마자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


[[유언 획득 – 3 : 다들 어디 가는 거야]]

[[유언 획득 - 7 : 나도 이제는···]]

[[player.go, 현재까지 누적 랩글 경험치는 2,610입니다]]


작가의말


 * 현재 플레이어의 랩글 경험치 & 모은 유언


player.go 랩글 경험치 2,610

player.po 랩글 경험치 2,650  


/


3 : 다들 어디 가는 거야

4 : 예전처럼 지낼 수 없는 걸까

5 : 해치고 싶지 않았어

6 : 아무것도 잃고 싶지 않아. 아무것도

7 : 나도 이제는··

9 : 이렇게 끝내긴 싫어!

17 : 영원은 없어

20 : 너만 힘든 건 아냐. 다들 힘들어. 그러니 넌 참아야 돼. 계속

21 : 하지만 여기 있으면, 안전해

22 : 용서받고 싶었어.

25 : 난 여기에 있어.

29 : 내가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30 :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31 : 너만 슬픈 줄 알아?


기억 랩글 40 : 가족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슬기로운 망겜 생활 [수정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 gopo 형제의 스테이터스&현재까지 모은 유언들 21.05.24 17 0 -
81 전하는 말 21.06.08 2 0 15쪽
80 찰나 21.06.07 3 0 7쪽
79 SOS (2) 21.06.06 6 0 12쪽
78 SOS (1) 21.06.05 6 0 12쪽
77 파장 21.06.04 6 0 7쪽
76 YOUR BEST FRIEND 21.06.03 5 0 11쪽
75 your best friend 21.06.02 5 0 13쪽
74 스크린 속의 그 녀석 21.06.01 5 0 7쪽
73 가능성의 세계 21.05.31 7 0 14쪽
72 나와 함께, 영원히. 21.05.28 8 0 5쪽
71 ETERNAL (2) 21.05.27 10 0 15쪽
70 ETERNAL (1) 21.05.26 19 0 14쪽
69 주사위 게임 (3) 21.05.25 7 0 14쪽
68 주사위 게임 (2) 21.05.24 6 0 13쪽
67 주사위 게임 (1) 21.05.23 11 0 12쪽
66 Endless 21.05.22 9 0 15쪽
65 슈퍼 셰이킹 울트라 디럭스 봄버 (2) 21.05.21 9 0 13쪽
64 슈퍼 셰이킹 울트라 디럭스 봄버 (1) 21.05.20 9 0 13쪽
63 윤지오는 죽지 못해 살았다. 21.05.19 8 0 7쪽
62 어차피 게임 스토리...? (5) 21.05.18 12 0 11쪽
61 어차피 게임 스토리...? (4) 21.05.17 12 0 13쪽
60 어차피 게임 스토리...? (3) 21.05.16 12 0 13쪽
59 어차피 게임 스토리...? (2) 21.05.15 11 0 11쪽
58 어차피 게임 스토리...? (1) 21.05.14 14 0 14쪽
57 버그? (2) 21.05.13 13 0 12쪽
56 버그? (1) 21.05.12 15 0 12쪽
55 스케치북 21.05.11 13 0 9쪽
54 유토피아 (2) 21.05.11 12 0 12쪽
53 유토피아 (1) 21.05.10 12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학도C'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