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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망겜 생활 [수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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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학도C
작품등록일 :
2021.04.06 10:37
최근연재일 :
2021.06.08 10:30
연재수 :
8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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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7
글자수 :
449,834

작성
21.04.14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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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눈 뜬 꿈

DUMMY

.




[[유언 획득 – 3 : 다들 어디 가는 거야]]

[[유언 획득 - 7 : 나도 이제는···]]

[[player.go, 현재까지 누적 랩글 경험치는 2,610입니다]]


미로의 주인들이 사라지고 있다.

미로의 주인들이 사라짐에 따라, 무덤가도 점점 색을 잃어갔다.


점점 하얗게 변해가는 하늘과 그렇게도 많았던 비석.

마치 모두 다 지우개로 지워버리고 새하얀 스케치북으로 탈바꿈하는 것 같았다.


[[획득 : 랩글 3의 ‘날개 달린 펜‘]]


[[서브 퀘스트 진행 조건 달성 : 랩글 3의 날개 달린 펜 1개 이상 소지]]

[[당신은 서브 퀘스트 ‘랩글 15’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뭐··· 뭐지?


퀘스트?

잠시만 이거 보상 있는 거였어?


그것보다, 이 게임에 퀘스트라는게 있었어?

처음 듣는 소린데······.



귀에 익숙한 바이오 리본의 시스템 보이스를 마지막으로 내 시야는 완전히 하얗게 변해버렸다.




# # # # #




눈을 떴을 때 보이는 것은 평소대로 돌아온 랩글 연구소의 천장. 느끼는 것은 누군가가 덮어준 이불의 감촉.


“······.”


내 옆에서는 검은 후드의 피오가 먼저 일어난 채로 나를 보고 있었다.


“오. 일어났네.”

“피오.”


나를 내려다보는 피오의 검은 후드에는 이젠 그 시뻘건 오라가 없었다.

다행이다.


“돌아왔네.”

“응, 돌아왔네···.”

“다행이다.”

“···응. 정말로.”


하얀 미로는 그때 이후로 완전히 사라진 것 같았다.

제일 먼저 보였던 연구소 천장도 나무색으로 보였고, 창문으로 보이는 프리즘 타운 주민들도 다행히 알록달록 무지개로 보이니까.


역시 이게 좋아.

알록달록 무지개가.


“그러고 보니, 괜찮? 너 아무렇지도 않지?”

“응? 내가 뭐? 이상해진 적이 있었어?”

“기억 안 나냐? 미로 빠져나간 직후, 너 난폭해진 거. 검은 후드에 붉은 오라 막 생겼었는데.”

“···내가 그랬어? 기억 안 나.”


에···


“진짜 기억 안 나냐? 너답지 않게 짜증도 많이 부리고.”

“어? 진짜? 내가 그랬어?”


진짜 기억이 안 나냐.

나는 마음속으로 혀를 차고는, 그 푹신한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앉았다,


“뭐, 기억이 안 난다면··· 어쩔 수 없지.”

“······.”


피오는 진짜 기억이 안 난다는 듯이, 머리를 한번 간질이고 배시시 웃기만 했다. 미안. 진짜 기억이 안 나서.

어, 그렇게까지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는데.


[어? 둘 다 일어났네? 카페 돌아오고 나서 돌연히 쓰러졌을 때는 걱정했었는데.]


멍하니 피오를 바라보는 내 뒤로 벌컥, 문 여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는 둘 다 화들짝 놀라서 문이 열리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당연하게도 박사와 메리였다.


피오는 침대를 박차고 일어나서 박사와 메리의 품에 안겼다. 키가 작아서 다리에 엉겨 붙은 꼴이 되었지만. 그래도 피오는 달라붙어서 둘 사이를 떨어지지 않으려고 했다.

나도 피오 뒤에 바싹 붙어서 그 셋을 보고 있었다.


안는 건 솔직히 부끄럽고, 서서 눈물 찔끔했다.


[피오, 잠시만······. 왜 이러는 겐가?]

[무슨 일 있었어? 왜 그렇게 눈물이 그렁한 눈으로 날 보는 거야? 정말 뭔가 있었어?]


박사와 메리가 정말 걱정스러운 눈으로 우리를 바라본다. 그리고 서로의 눈을 맞추며 고개를 갸우뚱한다.

아무래도 하얀 미로의 사건은 박사와 메리의 기억에서는 완전히 잊힌 모양이었다.


“···지금은 이렇게 있게 해줘요. 저 정말 무서웠단 말이에요.”


피오가 아직도 떨리는 목소리로 메리와 박사에게 말했다. 메리는 그런 피오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알았어. 근데, 지금은 이 다리를 놔줄래? 저기 주방에 가서 맛있는 거 가져올게.]

[뭔가 이상한 일이 일어난 것 같은데··· 지오 군. 그동안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를 해주지 않겠나?]

“네. 알겠어요.”


그나저나, 내가 생각해도 이 게임에 너무 이입한 것 같은데?

내가 이렇게 NPC를 상대로 눈물 펑펑 까진 아니지만 그래도 눈물 찔끔을 끌어내다니.


······부끄럽네.


나와 피오는 얌전히 메리와 박사의 말대로 연구소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

박사는 잠시 메리를 따라 주방으로 가더니, 잠시 후, 두 사람분의 초코 타르트와 초코우유를 들고 소파 앞 티 테이블에 두었다.


[역시 기분을 진정시킬 때는 단 게 최고이지 싶네. 자. 안 흘리게 조심하게.]

“감사합니다.”


박사는 타르트와 우유를 보고 금세 기분이 좋아진 우리를 보고는, 흐뭇해하며 말했다.


[자, 그럼 그동안에 어떤 일을 너희가 보고 겪었는지 말해줄 수 있겠나? 특히 너희가 보았다던 그 미로 말일세.]


박사의 눈이 반짝였다. 박사의 머릿속 무언가가 시동을 건 것처럼 보였다.

연구 바보의 그 무언가가.


우리는 정말 그동안의 일을 토씨 하나 안 틀리고 그대로 전했다.

랩글 3과 랩글 7, 케일리와 로버트. 르네. 랩글 15. 한쪽은 다른 사람의 인생을 거슬러 올라가는 미로. 한쪽은 수하랩글이 그득그득했던 미로.

그리고 도착한 기점에 있었던 어느 한 무덤가.

마흔하나의 십자가 묘비가 세워져 있던 그 쓸쓸한 풍경.


박사는 이 모든 것을 듣더니, 이마를 찌푸리며 제법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네들이 말하는 것이 맞다면, 아마 모든 랩글은 자네들이 본 랩글 3, 7과 같이 각자 어떤 고민을 안고 죽은 뒤에 랩글이 된 것일 수도 모르겠군.

···특히, 피해대상은 그 옛날 친구들을 떠나보내야만 했던 프리즘 타운의 아이들과 강제로 어브타운에 가야만 했던 아이들.]

“···그렇겠죠? 아마도.”


입 안은 초코우유와 타르트로 엄청나게 달콤했지만, 가슴 속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가슴 쪽으로 넘어온 달콤함이 입에 쓴 에스프레소로 변하는 것 같았다. 박사도 그런 기분을 느끼는지 표정을 굳게 했다.


[마음에 걸리는 건 그 랩글 15네요.]


메리가 주방에서 돌아와서 말을 건넸다.


[그렇군. 지오 군, 아직 랩글 15를 만나지는 못했나?]

[네. 하지만 그 녀석에 관한 서브 퀘스트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어요. 랩글 3에게 이 붓을 받았으니까요.]


나는 바이오 리본을 눌러 인벤토리를 펼치고, 미로를 탈출하고 어느샌가 받아버린 날개 달린 펜을 보여주었다.


[이것이 랩글 3의 주 무기였나?]

“네··· 아, 그러고 보니 이번에 내가 만났던 애들은 별로 공격성이 없었네··· 왜지?”

[아마, 특수성이 있어서 그렇겠지. 그들이 그 기억을 랩글이 되어서도 소중히 간직했기 때문일 거야. 그만큼 그 기억이 너무나 선명했던 것이고.]

“그렇군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피오는 완전히 지친 얼굴을 하고는 드디어 입을 열기 시작했다.


“나는 그러지 않았는데. 완전 날뛰던데.”

[오? 그래?]

“그렇다니까요? 엄청 날뛰었어요! 제가 수하 랩글 50마리를 잡았는데, 걔들이 얼마나 힘이 세든지, 자기가 두목 랩글도 아닌데 완전 무기 가지고 날뛰더라고요?”


피오는 그 상황을 상상하고는 치가 떨리는지 온몸을 떨었다.

약간 검은 후드에 붉은 오라가 둘리는 것 같았지만, 그 오라는 잠시 안가 사라졌다.


[흐음. 그래? 정반대의 미로 성향이군.]

“그렇죠? 지오 형과는 다르게 완전 다르다니까요?”

[미로의 양면성······.]


박사는 그 말을 곱씹어보며 가슴에 손을 얹었다가 다시 턱으로 손을 가져갔다. 그리고 우리들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알겠네. 내 이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연구해보지. 지오 군이 설명 중 언급했던 큐앤에이 씨에게도 찾아가봐야겠군.

자네들은 이제 그만 쉬게. 수고했네. 미로에서 둘 다 고생 많았네.]


박사는 그렇게 말하고는 우리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따뜻한 감촉.

마치 어렸을 때 누군가가 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던 감촉과 닮아있었다.


‘오? 너 치고는 꽤 멀리까지 나갔네?? 평생 100점 언저리일 줄 알았는데.’

‘···헤헤헤. 나도 생각은 못 했는데, 여기까지 와버렸다...!!’

‘나도 머리 쓰다듬해줘! 나도! 형에게 머리 쓰다듬 받고 싶다고!’


‘으휴- 징그러. 넌 평소에 많이 받잖?’


‘왈칵.’


어.

나 왜 우는 거지?


[저저? 지오 군? 뭔가 아픈 곳이 있나?]

“아, 아니 그, 그런 건 아닌데··· 하하······ 이게 왜.”


“이야. 우리 형, 갬성 없는 줄로만 알았는데 그래도 눈물은 나나봐~? 요즘 그렇게 많이 운 적도 없었잖아?”


······.


부끄러워진 나는 옆에 있는 피오의 초코 묻은 볼을 보고는 슬쩍 눌러보았다.(에잉. 벌이다.) 그러자 피오도 나를 보고는 한번 얼굴을 찡그렸다.


뭐야. 자기도 더럽게 묻혀서 먹으면서.


피오는 슬쩍 웃으며, 손을 내 볼에 가져가서는 한번 꼬집고는(아야야야@$%^) 물티슈를 가지고 조심스럽게 내 입에 묻은 초코를 닦아주었다.

내가 봐도 꽤 많은 양을 묻혔다고 생각했다. 나도 피오를 보며 참 멋쩍게 소리를 내어 웃었다,


아. 부끄러워, 부끄러워.


# # # # # # #


그날 오후, 다 떨어진 큐앤에이 씨의 타르트를 사러 밀브랫으로 장을 봐오던 중이었다.

원래대로 돌아온 무지개색의 파티플래너, 결코 똑같은 색이 없는 건물들.

볼 때마다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한, 전자파 무늬 나무들. 그 샛길을 걸어 다니는 프리즘 타운의 주민들. 여러 가지 빛깔의 그 옷들.


음음.

평화롭군.


큐앤에이 씨의 밀브랫도 원상 복귀가 되어있었다. 아니, 원래부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듯했다.

원래부터 먹고 싶었던 노란색 타르트를 사고, 분홍색과 초코를 섞어서 계산을 했다.

계산하면서 큐앤에이 씨에게 미로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고 했지만, 큐앤에이 씨도 박사와 메리처럼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아.

랩글이 펼친 미로나 특수한 공격들은 프리즘 타운 주민들에게 기억되지 못하는 건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거니까, 뭐 어쩔 수 없겠지?


그렇게 장을 다 보고 랩글 연구소의 문을 열려고 할 때쯤이였다.


[[플레이어 지오]]


흠칫.

내 바이오 리본 시스템 보이스와 똑같은 목소리를 나는 들었다.


“누구?”


나는 깜짝 놀라서 바이오 리본을 눌러도 보고 후드를 뒤집어썼다, 벗기도 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어이. 플레이어 지오. 연구소 뒤쪽이야]]


나는 목소리를 따라, 연구소 뒤쪽, 전자파 무늬가 새겨진 가로수로 가보았다.

그러자 나와 닮은 얼굴을 한 어린 소년이 내 눈앞에 서 있었다.

양손에 어떤 책을 든 채로.


지금 나는 눈 뜬 꿈을 꾸는 중인가?


[[반가워. 플레이어 지오.]]

“그 목소리는······ 바이오 리본?”


[[맞아. 잘 아네. 정확히는 바이오 리본의 사념, 이라고 해야 하나?]]


나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그를 바라보았다.


[[시간이 없으니까 하나만 말할게.]]


“뭔데?”


[[플레이어 피오, 네가 끔찍이 여기는 그 녀석을 조심해.]]


하?

나는 입이 벌어진 채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내 오른손에 간당간당하게 걸려있던 타르트 봉지가 툭, 소리를 내며 지면으로 떨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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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your best friend 21.06.02 5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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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가능성의 세계 21.05.31 7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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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ETERNAL (2) 21.05.27 10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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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주사위 게임 (2) 21.05.24 6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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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슈퍼 셰이킹 울트라 디럭스 봄버 (1) 21.05.20 9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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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어차피 게임 스토리...? (2) 21.05.15 11 0 11쪽
58 어차피 게임 스토리...? (1) 21.05.14 14 0 14쪽
57 버그? (2) 21.05.13 13 0 12쪽
56 버그? (1) 21.05.12 17 0 12쪽
55 스케치북 21.05.11 13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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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유토피아 (1) 21.05.10 1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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