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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망겜 생활 [수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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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학도C
작품등록일 :
2021.04.06 10:37
최근연재일 :
2021.06.0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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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수 :
449,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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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15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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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사랑과 폭업

DUMMY

“다녀왔습니다.”


연구실의 문을 열면, 언제나 들려오는 박사와 메리의 소리.


[어서 오게.]

[응~ 어서 와~]


책상에 시장에서 사 온 물품들이 들어간 꽃무늬 장바구니를 올려놓았다.

···다 좋은데, 왜 시장 장바구니의 무늬가 하필이면 꽃무늬인지는 모르겠지만.


[뭐 사왔어? 맛있는 거 사왔어?]


“그럼요. 내가 좋아하는 것들만 사 왔어요.”


메리는 이 대답을 듣자마자 나에게 질린 듯이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듯한, 축 처진 표정을 짓고서 나에게 말을 내던졌다.

뭐, 왜, 뭐.

“원래 내 입에 맞는 게 제일 맛있는 거잖아요? 안 그래요?”

[···하하. 그래 맘대로 해라···]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메리에게 말했다.




[하아. 금방 저녁 준비할 테니까 기다려.]

“네에에.”

[아, 잠시만. 박사. 지금 타르트 먹으려고? 안 돼. 이건 나중에 먹을 거란 말야.]


어라.

지금 메리가 박사에게 반말했지? 박사가 메리에게 반말하는 건 봤어도 메리가 박사에게 반말하는 건 처음 보는데.

나는 투닥거리며 주방으로 같이 그 두 사람의 그림자를 신기하게 쳐다보면서 피오와 내가 사용하는 침대에 도착했다.


오늘의 저녁은 스테이크와 색이 검은 라테.

전에 피오가 큐엔에이 씨의 시식용 파이를 가져왔을 때 함께 가져왔었던 것.


처음에 봤었을 때는 별로 맛이 없었을 것 같았는데 웬걸, 의외로 부드러운 믹스커피 같아서 놀랐지? 아마.


아, 그리고 음식 색깔 없어지는 건 익숙하니까.

말할 필요도 없다.


그렇게 저녁을 먹고 잠깐 연구실 구석에 자리 잡은 침대에 앉아 아무 생각 없이 넋 놓고 있으니, 피오도 박사가 준 빨간 책자를 가져와 침대에 같이 앉고는 조용히 책을 읽기 시작했다.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페이지 넘기는 소리와 먹먹한 종이 냄새.

······좋다.


“형.”

“왜?”


시간이 약간 지났을 때, 피오가 문득 나에게 한 말.


“형은 요즘 신경 쓰이는 사람 있어?”

“음?”


어.

피오가 이 화제를 물고 온건 처음인데.


“왜? 뭐. 누구 있어? 너는?”


“······응. 맞아. 프리즘 타운에···.”


아니. 안 물어 왔는데.

그렇게 정직하게 다 말해버리면···


···잠만.

뭐라고?


“헐.”


피오가 얼굴을 덮고 있던 빨간 책자에서 얼굴을 빼꼼 내밀고는 말했다.


“그래?”

“···어, 응···.”


“오오오~~”

“···지금 나 바보 취급하는 건 아니지···?”


“그런 건 아닌데.”

“···그래?”

“난 상관없다고 봐.”


뭐. 그것도 사랑이니까.

그리고 뭔가, 여기 게임의 NPC. 진짜 사람 같으니까.


실제로 그랬다. 다른 게임들의 논 플레이어 캐릭터(NPC)는 그래도 뭔가 현실의 사람과는 조금 위화감이 있었다.

하지만 여기의 NPC들은 달랐다.

여기의 NPC들은 정말로 살아있는 듯 움직였고 웃고 떠들고 선전하고, 소통했다. 마치 가공의 인물이 아닌 ‘지구와는 또 다른 세계’의 주민 같았다.

여기서 ‘위화감’이 있다면 우리 쪽이겠지.


“그래서 그 사람. 무슨 점에 확 끌렸는데?”


내가 묻자 피오는 순식간에 눈을 반짝거리며 말했다.


“엄청 눈이 예뻐!”


엥?


“그것뿐?”

“그것뿐이 아니지! 그것뿐이! 눈이 엄청 예뻐! 완전! 난 알 수 있어!

선글라스 속에 감춰진 그녀의 눈, 엄청 예뻐! 마치 반들반들 잘 닦은 유리구슬 같아! 완전 유리구술 속에 갇힌 마르살라 바다!”


···그, NPC라는게 메리였나···.

너무 흥분해서 맞춤법도, 어휘력도 들쭉날쭉 변하는 피오를 나는 게슴츠레 바라봤다.


아니, 그 전에.

너 메리가 선글라스 벗은 얼굴을 볼 수 있어?


“······.”

“언제 어디서나 당당하고! 박사님하고도 사이좋고! 돌아다닐 때 보면 그 마르살라 머리칼에서도 좋은 향기가 나고! 완벽한 여자야!”


피오는 그렇게 주체 못 할 사랑의 감정을 분출시키다가 갑자기 멈추고는, 가만히 있던 나를 넘어뜨리고 자신도 침대에 드러누웠다.


“···너 뭐하는 거야?!”

“하하하~ 그냥 해봤어!”


하아? 잠, 잠시만.

장난으로 그렇게 하지 말아줄래?


“그리고 있잖아··· 왠지 그녀만 보면 가슴이 미어진단 말이지.”

“······와아. 그거 꽤 중상인데?”


나는 그 말을 듣고는 상체를 일으키며 피오에게 말했다.


“···그렇지? 그런데 있잖아. 진짜 어릴 적에, 한 번 만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뭐 내 망상이지만.”

“네가 말하는 그 사람, 게임 속 캐릭터잖아.”

“뭐, 그래. 내 착각··· 이겠지?”


피오는 웃으며 또 내 쪽으로 몸을 돌려 말했다.


“형은 그런 적 없어?”

“무슨 적.”

“아니 있잖아! 그 뭔가, 좀, 응. 좀, 마음 드는, 응! 뭔가 신경 쓰이는 그런 사람.”

“아.”


······.


“···말 안 할 거다.”

“응?”

“말 안 할 거라고.”

“왜? 말을 안 해? 나는 이렇게 부끄러움을 참으면서까지 다 얘기했는데 왜?”

“말해줘 봤자 네가 모르는 사람이니까.”

“피이- 난 다 말했는데.”


피오는 입을 비쭉 내민 채로 나에게 등을 돌렸다. 그리고 뭔가를 구시렁거렸다.

아마 구시렁대는 것은 나에 대한 불만이겠지.


···사실,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은 있지만.

이게 사랑인지, 아니면 그냥 호감인지 어떻게 알아.


그렇게 피오에게는 말하지 않은 채 나의 마음은 점점 부풀어진 상태로 밤은 오늘도 흘러갔다.



. . . . . .



낮.

파란색은 어느샌가 씻겨가고, 하얀색 눈밭이 하늘에 펼쳐지는 우리들의 낮.


우글우글 끓는 도화지 가마 위에 검은 랩글이 소리를 내며 끓고 있었다.


우와.

내가 여기 와서 가장 많은 수의 수하랩글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거. 프리즘 타운과 적의 본거지를 잇는 검은 융단이여, 뭐여.


“많다···.”

“형. 멘탈 잡아. 저거 별거 아냐. 우리가 이길 수 있어.”


피오는, 양 이빨을 부딪치며 떨고 있는 나를 보며 찡그린 웃음을 지었다.


“그, 그런 거 아니거든? 응? 조금 한기에 몸이··· 으슬으슬할 뿐이야. 응. 나는 추울 뿐이야.”

“형?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데? 괜찮아?”

“괘, 괜찮아··· 괜찮아.”

“뭐 이 정도로 그래? 딱 어림잡아서 팔백 마리 정도 돼 보이는데, 예전에 이 정도 되는 랩글들 우리 다 잡아봤잖아?”

“그래도, 이건 좀 너무하잖아. 우리가 오백 마리 정도 같이 잡은 적은 있지만 이건.”

“괜찮아. 괜찮아. 거기서 삼백 마리만 더하면 되잖아? 응?

거기다 이게 다 어쩌면··· 프리즘 타운에서 사라져간 아이들의 비명이라고 생각하면 죽어도 이걸 다 청소해야 하지 않겠어?”


피오는 또 빨간 오라를 두른 채로 말을 꾹꾹 눌러서 나에게 전하고 있었다.

저 오라를 보니 피오는 이미 적지 않은 흥분상태인 듯했다.


그래.

너, 다해라···.


“그러니까 빨리 저것들 없애버리자. 저것들 다 없애버려야 게임도 진행이 될 거 아냐?”

“그건 그렇지···”


양 주먹을 부딪고는 피오는 그 수하랩글들의 무리 속으로 파고들어 그 자리에서 검은 에너지탄으로 랩글 몇 마리를 날려버렸다.

나도 할 수 없이 한숨을 쉬고는 하얀 에너지탄을 만들어서 아무 감정도 없이 저 랩글들에게 뛰어들었다.


‘싫어!’

‘살려줘! 난 여길 떠나고 싶지 않아’

‘떼어내지 말아줘. 날 버리지 말아줘.’


나는 두 손과 두 발에 흰색과 검은색이 섞인 에너지탄을 만들고는 그것을 길고 뾰족한 가시 형태로 깎았다. 그리고 한순간에 뛰어들어서 수하랩글을 처치하기 시작했다.


너희들이 힘들어하는 거 다 알아.

그러니 너희들은 이제 좀 쉬어도 돼.


그런 마음으로 하나하나 랩글을 처리해 나갔다.


‘누군가, 나를 도와줘! 왜 누구도 날 도와주지 않는 거야?’

‘아냐. 이건 누구에게도 말해선 안 돼. 다들 슬퍼할 거야. 우리 엄마도 아빠도 위험해진다구.’

‘야, 그래도 내 마음은 어떡해? 내가 그렇게 꾹꾹 참아버린다면 결국엔 다들 파멸의 길을 걸어!’

‘아. 다 죽어버리면 좋겠어. 전부 다. 전부 다 없어지면 그렇게 싸울 필요도, 없었을 텐데.’


피오는 손을 총 모양으로 만들어서는, 랩글들 한 명 한 명에게 날리고 있었다. 아직도 빨간 오라를 두르고서는 입에 상주하고 있는 웃음은 어딘가 위험해 보였다.


“다들 그냥 없어져 버려! 그게 나아! 그런 생각 따윈 없어져 버려! 쓸데없는 생각이야. 그런 생각일랑 하지 말고 그냥 구석탱이에 처박혀있어!”


피오···.

진짜 게임에 와서 스트레스 많이 받았나?


두 개의 컵 인간이 카지노 빚을 갚으러 그 카지노의 다른 빚쟁이들을 턴다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빡친다면 이런 모습일까?

손가락권총도 그 주인공들의 무기니까.


피오는 그 다음에 또 두 발로 에너지탄을 만들고 그 두 개를 합쳐 커다란 드릴로 만들었다.

그리고 뛰어올라서 손가락권총과 드릴을 동시에 회전시켜 랩글을 갈라버렸다.


하얀 눈밭을 질주하는 커다란 드릴.

드릴이 회전할수록 더욱더 하얗게 피어나는 눈보라의 파도.

그리고 매서운 그 드릴에도 아랑곳하고 달려드는 랩글을 꿰뚫는 흑수정 같은 에너지탄 총알.


남은 건 랩글의 비명 꼬리와 희미한 검은 연기뿐.

우리는 다 합쳐서 팔백 명 넘는 랩글을 어떻게든 물리치고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player.go, 현재까지 누적 랩글 경험치는 10,950입니다]]

[[player.po, 현재까지 누적 랩글 경험치는 11,290입니다]]


“수고했어. 피오.”

“수고수고~”


우리는 손바닥 하이파이브를 한 다음 하얗고 검은 얼룩을 잔뜩 묻힌 주위를 둘러보았다.


“에너지탄 연마 잘하나 보네. 그런 드릴도 낼 줄 알고.”

“그치? 내가 말이지, 몰래 밤에 나가서 연습하거든. 아무도 모르게!”

“내가 잘 때?”

“뭐 그렇지. 박사님도 메리도 다 잘 때 몰래 나왔었지.”


“······깨우지.”

“형은 요즘 엄청나게 불편한 표정을 하고서 잠이 드는걸. 내가 깨우면 어떤 말을 들을지 몰라서··· 마막, 그 이빨로 물 것 같단 말이지?”

“음?”


···나 그렇게까지 불편한 표정하고 자나?


피오는 그렇게 말하면서 웃어보았다.

피오의 검은 후드는 아직도 빨간 오라가 강렬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뭐지? 아직도?


“어쨌든 빨리 가자. 박사님도 메리도 걱정하시겠다. 응?”

“알았어. 빨리 가서 쉬고 싶다.”


나는 바이오 리본의 하트장식을 눌러서, 피오는 리본의 끝을 잡아당기는 것으로 인벤토리를 열어 연구소 귀환 스위치를 누르려고 했다.


근데 내가 귀환 스위치를 누르려고 하는 순간.


“어?”


내가 쓸어버린 부분의 제일 처음 부분에 무언가가 놓여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피오를 먼저 연구소로 돌려보내고, 서둘러 하얀 길의 처음 부분으로 가보았다.

그곳에 놓여있는 것은 랩글코인이었다. 검은색에 붉은 기가 뭔가 이상야릇한 그것.


어?

원래 랩글코인이라는 것은 손에 쥐는 순간 뭔가 싸한 느낌이 나는데, 이 코인은 그런 게 없었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그 코인을 인벤토리에 넣고 재빨리 연구소 귀환 스위치를 눌렀다.

왜 여기에 이런 코인이 있어?

여기엔 수하랩글이 우글우글했는데?


내가 여태껏 본 코인은 수하랩글만 있을 때는 없었는데.


나는 그 랩글코인을 다시 인벤토리에서 꺼내고는 눈을 게슴츠레 떴다. 하지만 코인을 자세히 볼려고 할 때, 그때 귀환 스위치의 빛이 나를 감싸기 시작했다.


응?

뭐야? 지금?

···타이밍 오지네.


작가의말


-


 * 현재 플레이어의 랩글 경험치 & 모은 유언


player.go 랩글 경험치 10,950

player.po 랩글 경험치 11,290  


/


3 : 다들 어디 가는 거야

4 : 예전처럼 지낼 수 없는 걸까

5 : 해치고 싶지 않았어

6 : 아무것도 잃고 싶지 않아. 아무것도

7 : 나도 이제는··

9 : 이렇게 끝내긴 싫어!

17 : 영원은 없어

20 : 너만 힘든 건 아냐. 다들 힘들어. 그러니 넌 참아야 돼. 계속

21 : 하지만 여기 있으면, 안전해

22 : 용서받고 싶었어.

25 : 난 여기에 있어.

29 : 내가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30 :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31 : 너만 슬픈 줄 알아?


기억 랩글 40 : 가족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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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 gopo 형제의 스테이터스&현재까지 모은 유언들 21.05.24 17 0 -
81 전하는 말 21.06.08 2 0 15쪽
80 찰나 21.06.07 3 0 7쪽
79 SOS (2) 21.06.06 6 0 12쪽
78 SOS (1) 21.06.05 6 0 12쪽
77 파장 21.06.04 6 0 7쪽
76 YOUR BEST FRIEND 21.06.03 5 0 11쪽
75 your best friend 21.06.02 5 0 13쪽
74 스크린 속의 그 녀석 21.06.01 5 0 7쪽
73 가능성의 세계 21.05.31 7 0 14쪽
72 나와 함께, 영원히. 21.05.28 8 0 5쪽
71 ETERNAL (2) 21.05.27 10 0 15쪽
70 ETERNAL (1) 21.05.26 19 0 14쪽
69 주사위 게임 (3) 21.05.25 7 0 14쪽
68 주사위 게임 (2) 21.05.24 6 0 13쪽
67 주사위 게임 (1) 21.05.23 11 0 12쪽
66 Endless 21.05.22 9 0 15쪽
65 슈퍼 셰이킹 울트라 디럭스 봄버 (2) 21.05.21 9 0 13쪽
64 슈퍼 셰이킹 울트라 디럭스 봄버 (1) 21.05.20 9 0 13쪽
63 윤지오는 죽지 못해 살았다. 21.05.19 8 0 7쪽
62 어차피 게임 스토리...? (5) 21.05.18 12 0 11쪽
61 어차피 게임 스토리...? (4) 21.05.17 12 0 13쪽
60 어차피 게임 스토리...? (3) 21.05.16 12 0 13쪽
59 어차피 게임 스토리...? (2) 21.05.15 11 0 11쪽
58 어차피 게임 스토리...? (1) 21.05.14 14 0 14쪽
57 버그? (2) 21.05.13 13 0 12쪽
56 버그? (1) 21.05.12 15 0 12쪽
55 스케치북 21.05.11 13 0 9쪽
54 유토피아 (2) 21.05.11 12 0 12쪽
53 유토피아 (1) 21.05.10 1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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