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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망겜 생활 [수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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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학도C
작품등록일 :
2021.04.06 10:37
최근연재일 :
2021.06.0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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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9,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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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15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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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환각 타르트 (1)

DUMMY

눈을 한번 감았다 뜨면, 랩글 연구소의 연구실 입구.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화이트보드에 그려져 있는 랩글의 눈.


랩글의 붉은 눈.


······어우 씨, 깜짝이야. 욕 나올 뻔했네.


“다녀왔습니다.”

[어서 와. 다친 덴 없지?]


곧이어 피오에게 연구소 특제 분홍색 라테를 주고 있는 메리가 보였다.

···메리가 주는 앙증맞은 토끼 귀 달린 컵을 보고는 두 귀가 빨개지는 피오도 보였다.


우와···

그렇게 좋냐? 메리가?


“네. 없어요. 고작 수하랩글 뿐이었는데요. 좀 많기는 했지만.”

[엄청난 양이였다면서?]


나는 인벤토리에 랩글코인을 넣고 피오가 있는 침대 옆에 같이 앉았다. 피오는 메리의 말에 혀를 내두르며 온갖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말도 마세요. 새까맸다니까요? 그걸 보고는 형도 놀라고, 저도 마음속으로 놀라고, 나무도 놀라고 떠 있는 구름도 놀라고 지나가는 참새도 놀랐을 거에요. 약 800명 정도였으니까.”


뭐냐. 이 대사량은.


[그렇게 수하랩글은 많았는데 두목 랩글이 한 녀석도 없었다고?]

“그렇다니까요? 뭐, 그런 편이 우리에게는 좋기야 하지만.”


“아니, 난 그래도 두목랩글이 나와 주는 게 더 좋단 말이야. 쟤들은 너무 재미없단 말이야. 공격 패턴도 환청 공격밖에 없고.”


좀 더 재밌게 전투했으면 좋았을 텐데··· 스킬 쓰면서 몰살시키는 건 꽤 재밌었지만.

피오는 그때의 손맛을 잊을 수 없는지, 자기의 손을 바라보았다.


[뭐. 그럴 수도 있지. 확실히 아무 공격도 못 하는 상대보다는, 그편이 더 성취감도 있고 말이네. 게임이니 말일세.]

[······어휴, 게임이라고 하지 말라니까.]


박사는 피오의 말에 약간 웃어 보이며 말했다.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는데??’


···잠시만.

이게 무슨 소리냐? 환청?


아니면

······.

나는 문득 그 길가에서 주운 랩글코인을 인벤토리에서 꺼내려고 했다.


‘만지지 마!’


순간, 내 머릿속에 환청이 들리기 시작했다.

응?

나는 놀라서, 순간 피오와 같이 앉아 있던 침대에서 펄쩍 뛰어나가서는 연구실 안을 요리조리 휘젓기 시작했다.


[랩글? 거기 랩글 있어?]

[지오 군? 왜 그러나?]


“잠시만. 여기는 안전하잖아. 랩글이 들어올 리가 없는데.”


나를 제외한 연구소 식구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아, 아니··· 여기 제가 가져온 래···”

‘말하지 마! 제발 말하지 마!’


흠칫했다.

주머니에 있는 랩글코인으로부터 무엇인가 진동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뭐야. 이 랩글코인, 진동도 할 수 있어?


‘말하지 마! 바보가!’


잠시만

그럼 지금 이렇게 나에게 말을 걸고 있는 것은 그 랩글코인이라는 거잖아.


“······.”

[잠시만 지오 군? 뭐, 래? 혹시 랩글을 말하는 건가?]

“네. 그런데 이 랩···”

‘더 이상 말하지 마라 했지? 이 하얀 귀신아! 다 보고 있으니까 말하지 마!’


머릿속에 천둥 같은 소리가 퍼진다.

무슨 랩글코인이 이렇게 목소리가 크냐?

그리고 난 귀신이 아니라고. 빡치게 하네.


[지오 군. 뭐야? 랩글이 뭐 있어?]

“······.”


아.


“끊어버리고만 싶어 이거 다. 그만 놔버리고 싶어 모두 다. 엄마는 바코드 찍을 때 무슨 기분인지 묻고 싶은데 알고 나면 내가 다칠까.”


[······.]

[······.]

“······.”


“···이, 랩 어때요?”


이런 미친.

시베리아 벌판 같은 이 게임에서 무슨 랩 한 마당을 하는 거냐.


물론 나 이 랩 좋아하긴 한다만.


[···오 멋지긴 멋지다- 랩글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이야기지만~~]

[···자네 이런 쿨한 랩도 할 줄 아는구먼! 내 맘에 들었다!]


메리는 영혼도 없는 리액션을 보냈고, 박사는 왠지 더 눈을 반짝거리며 나에게 다가왔다.(왜지?)

그리고 피오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뭐 그렇겠지. 피오는 이런 랩을 별로 안 듣는 것 같으니까.

그저 창문만을 보며 씩 웃을 뿐이었다.


흠흠.

···부끄러워 죽겠네.


이름 모를 랩글코인, 나중에 보자.

때가 되면 우선 망치질로 표면 좀 다듬고, 즉석 복권 몇백 개씩 사서 동전 옆면이 마르고 닳도록 긁어줄 테다.


[암튼 오늘은 정말 수고했네. 그 엄청난 수의 랩글을 처치하다니. 유언을 연구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바이오 리본에는 수하랩글의 환청 공격도 기록이 되니, 연구가 꽤 진전되겠군.]


바이오 리본에게 그런 것도 기록이 되구나.


[그리고 랩글 경험치가 만 오천을 넘어가면 또 바이오 리본의 강화가 있으니까 그때까지 힘을 내도록 해.]


메리가 박사의 말을 받으며 말했다. 나와 피오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 다음 그대로 침대에 누웠다.


“후아아아- 이제야 쉴 수 있겠네.”

“오늘은 좀 많이 힘들었어. 바이오 리본 강화 안 했으면 어떻게 버텼을지 몰라.”


박사와 메리는 기분 좋게 침대에 눕는 우리를 보며 웃음 짓고, 다시 자기들의 책상으로 돌아갔을 때, 현관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가려는 박사를 저지하고, 메리가 현관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곧이어 메리의 우렁찬 ‘네~ 갑니다.’ 소리와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어보면 거기엔 오랜만에 보는 큐비츠의 얼굴.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어뜨릴 것 같은 두 개의 눈망울이 거기 있었다.


[박사님!]

[어머, 큐비츠? 무슨 일이야?]


[우리 아빠가, 아빠가! 이상해요! 마약 같은 이상한 거 하신 것 같아요. 오셔서 한번 봐주세요!]


하아?

동시에, 박사와 책상에서 뭐, 어떻게 된 건가?! 라는 고함이 들려왔다.


[의자에 앉아 있다가 갑자기 부들부들 떠시면서 돌아가신 우리 엄마의 이름을 몇 번이나 부르시면서 우셔요!

도와주세요!]




*




“행복이란 무엇일까. 것은 어디에도 없으며 동시에 어디에나 있구나.

우린 앞만 보고 살도록 배웠으니까 주위에 남아있던 행복을 놓쳐 빛나지 못하는 거라.”


피오의 입에서 나온 그 가사에 나는 위화감을 느끼면서 걸었다.

같이 걸어가는 일행들도 그런 피오의 위화감에 조금은 신경 쓰이는 제 이쪽을 가끔 보기도 했다.

쟤 왜이러냐.


[지오. 피오 왜 저래?]

“글쎄 긴장 풀려고 하는 것 같기도···”

[어··· 그건 아닌 것 같은데.]

“그건 그렇고, 큐비츠. 어떻게 하다가 큐앤에이 씨가 이상해졌나?”


큐비츠는 급격하게 표정을 어둡게 바꾸고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큐앤에이 씨는 요즘 새로운 타르트를 연구하고 있었다.

저번에 블루베리 파이를 만들고 박사에게 그 열매엔 아무런 해가 되는 성분이 없다고 들은 직후, 큐앤에이 씨는 그 블루베리로 타르트와 파이를 만들어 보려고 열심이었다.


[나는 그런 어디에서 본 적도 없는 열매를 유통하는 건 좀 뭐해서, 말리려고 했거든요. 근데 아빠는 기어코 그 파이를 만들어서 시중에 파시기 시작한 거에요!]

“왜 큐앤에이 씨는 그걸 굳이 파려고 하셨지?”

[글세?

다만 내가 아는 건, 우리 아빠는 그 후드 쓴 녀석을 벤저민 오빠와 겹쳐보는 것 같아.]


큐비츠는 조금 분한 듯한 얼굴을 하고 말했다. 큐비츠의 말에 박사와 메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이 턱을 문질러대었다.


[······역시 그 일은 큐앤에이 씨에 있어서 잊히지 않을 상처로 남았군.]

[누구도 모르게 후유증을 감췄겠죠··· 아마.]


큐비츠는 계속 말했다.


이상한 증상이 일어난 것은 오늘 아침, 블루베리 타르트와 파이가 시중에 나돈 지 3일째.

밀가루를 하청하고 있던 업자가 밀가루 봉지들을 배달한 그다음에 일어났다고 했다.


밀가루 업자가 다녀간 뒤에 큐비츠는 아빠가 그 밀가루를 사용해 만든 블루베리 타르트를 시험 삼아 먹는 걸 보았고 그때부터 아빠는 조금씩 이상해졌다고 한다.


“한번 봐 봐요. 정말 이상하다니까요?”


큐비츠는 어느샌가 도착한 밀브랫의 문을 열고, 상점 내에 있는 소파에 아직도 떨고 있는 큐앤에이 씨의 곁으로 우리를 인도했다.

밀브랫의 문에는 어두운 보라색의 ‘쉬는 중’이라 적힌 간판이 걸려있었다.


“큐앤에이 씨? 큐앤에이 씨? 큐앤에이 씨!”


큐앤에이 씨는 이름을 부르는 박사에게는 아랑곳하지 않고 덜덜덜 떨면서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가끔 하늘을 보면서 웃기도 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 우리는 모를 이름을 부르면서 손을 뻗기도 했다.


[큐앤비. 화내지 마. 응? 큐앤비! 용서해줘- 용서해저어- 큐앤비? 머? 어쩔 수 없다고? 미아내. 내가, 내가 벤저미늘······.]


[큐앤비? 큐앤비라···]

“박사님. 큐앤비라 하면···”

[큐앤에이 씨의 아내였네. 지금은 병사했지만.]


그 말을 하는 박사의 눈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다.


[큐애비이- 한 번만 용서해줘! 아아아아. 큐애비! 보고 싶었어어어 큐앤비이이— 날 안아져-]


마치 어린아이가 된 것 같은 그런 목소리를 내는 큐앤에이씨를 보며 박사는 큐비츠에게 말을 걸었다.


······상태가 심각하군. 그나저나 저렇게 찾는 거 보니까 큐앤에이 씨, 큐앤비 님 엄청 사랑했나봐.


잠시만.

현실에서, 블루베리 타르트라는 것이 저렇게 환각을 볼 수 있는 것인가?

아니면 이 게임 자체에서 ‘블루베리’가 그런 기능이 있는 거야?


“박사님.”

[뭔가? 지오 군?]

“혹시, 여기 블루베리, 무슨 환각 능력 같은 거 있어요?”

[으음? 그런 건 없다만.]


흠.

그렇담 이상한데.

···누군가가 무슨 수작을 해 놓은 게 틀림없어.


[큐비츠, 혹시 저기 주방에 있던 블루베리 타르트를 먹고 나자마자 증상이 나타난 건가?]

[아니에요. 먹은 다음에 그저 멍하니 굳어 있다가, 갑자기 소파로 가더니 부들부들 떨기 시작하더라고요.]


박사는 약간 마약 증세하고 좀 비슷하군, 이라고 중얼거리고는 다시 한번 큐비츠를 보고는 강한 목소리로 말했다.


[큐비츠. 우선 우리가 더 이상의 피해를 막아볼 테니 오늘은 저기 있는 큐앤에이 씨를 잘 돌봐드려.

그리고 오늘은 큐앤에이 씨에게 가게를 열지 못하게 해주게. 알겠나?]


큐비츠는 약간 동요하는 눈빛을 감추지 못했지만 그래도 박사에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네. 알겠어요!]

[안심하게. 조금 있으면 평소의 상냥한 아빠를 볼 수 있을 테니.]

[믿고 있을게요!]


그때, 주방에서 큐앤에이 씨가 먹었던 블루베리 타르트를 조사하고 있던 메리가 박사를 부르는 소리가 났다.


[박사님. 이 타르트를 봐주세요.]


메리는 박사 앞으로 큐앤에이가 한입 베어 물었던 타르트를 가져왔다.

박사는 눈을 일자로 뜨고 그것을 보고는, 그 타르트에 약간 묻어있던 노란 가루를 손가락에 묻혀보고는 눈을 찌푸렸다.


[이 노란 가루··· 이건···]

[네. 아마도, 그때의 그 녀석인 것 같네요.]


작가의말


삽입곡 : 하온&빈첸 바코드 (고등래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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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your best friend 21.06.02 5 0 13쪽
74 스크린 속의 그 녀석 21.06.01 5 0 7쪽
73 가능성의 세계 21.05.31 7 0 14쪽
72 나와 함께, 영원히. 21.05.28 8 0 5쪽
71 ETERNAL (2) 21.05.27 10 0 15쪽
70 ETERNAL (1) 21.05.26 19 0 14쪽
69 주사위 게임 (3) 21.05.25 7 0 14쪽
68 주사위 게임 (2) 21.05.24 6 0 13쪽
67 주사위 게임 (1) 21.05.23 11 0 12쪽
66 Endless 21.05.22 9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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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슈퍼 셰이킹 울트라 디럭스 봄버 (1) 21.05.20 9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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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어차피 게임 스토리...? (2) 21.05.15 11 0 11쪽
58 어차피 게임 스토리...? (1) 21.05.14 14 0 14쪽
57 버그? (2) 21.05.13 13 0 12쪽
56 버그? (1) 21.05.12 15 0 12쪽
55 스케치북 21.05.11 13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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