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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망겜 생활 [수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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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학도C
작품등록일 :
2021.04.06 10:37
최근연재일 :
2021.06.0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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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49,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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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22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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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너는 누구? (2)

DUMMY

# # # # #




거실이었다.

평소와 다르지 않은 우리 집 거실.

마른 벽지가 삐걱대고, 뻐꾸기시계가 시끄러운 그런 날.


난 아빠에게 호출당했다.


“지오야.”

“응?”

“난 지금 이 화를 누를 수 없다.”

“무슨 일?”

“넌 모르겠지만, 난 모든 걸 알고 있다.”

“그러니까 무슨 일?”


“네 엄마에 관한 얘기다.”


······.


“우리 엄마?”

“그래. 너하고 피오 엄마.”

“엄마가 왜?”


“너. L을 아냐?”

“···응.”

“난 그 작자하고 네 엄마가 얼마나 자주 만나는지를 안다.”


······.

무언가가 다시 투툭, 끊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뭐? 그 아저씨를 안다고?”

“그래. 친구라고 들었어. 그것도 아주 오래된.”

“그, 그~렇긴 해.”


한순간에 멍해지는 기분.

줄곧 바라보고 있었던 따뜻한 설원이, 차광커튼에 의해서 가려지는 느낌이었다.


······아무것도 안 보여.


“너도 그 L이란 작자하고 엄마하고 멀리 여행한 적이 있지?”


아빠는 이상하게 말끝을 내리면서 나에게 말했다.

···나도 간 적이 있는 여행.

그때 그 여행은 엄청나게 재미있었던 나의 추억으로 남겨져 있었다.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응···.”

“너 엄마하고 그 사람하고 그렇게 가까운 줄 알고 간 거냐?”


나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

나는 정말 그 아저씨와 엄마가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라고만 생각했다.


“아니, 아니.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그렇지?”


아빠는 갑자기 나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낮은 목소리로, 마치 나에게 동의를 구하듯이.


“있지.”

“응?”


“넌 내 편이지? 넌, 내 마음을 이해해 줄 거지?”


아빠의 눈이 떨리고 있었다.

아빠 눈에 어느샌가 생긴 그 소용돌이가, 한순간에 몰아쳐 눈동자에 있던 단 하나의 빛을 삼켰다.


“······.”


나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난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야 난 둘 사이에 생긴 감정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 모르니까.

어렴풋이 알고는 있지만. 그 진정한 내막은 그 둘밖에 모르니까.

나는 그냥 가만히 있었다.


“넌 누구 편도 안 들 거야?”

“······.”

“상관없어. 그거는 너만의 생각이니까.”


아빠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살짝 실망한 눈치였다. 나는 그 눈빛에 무엇도 대답할 수 없었다. 그저 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썩은 커피를 머금은 나무 바닥의 틈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아, 벌써 썩고 있어. 조금 있으면 구멍 나겠네.


“지오야.”

“왜.”


“아빠는 엄마만 좋다면 가정을 계속 꾸려나가도 좋다고 생각해. 지금까지 내가 모은 증거, 그리고 사진들도 폐기하고 (사진들도 찍었어?) 그저 묻어두고 살고 싶다.

난 저쪽이 허락만 해준다면 가정을 이대로 유지하면서 살아도 괜찮다고 생각해.”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난 그렇게 아빠와 좋은 감정을 함께 나눈 적이 없다. 나를 즐겁게 만들어주었던 것은 언제나 엄마와의 추억뿐.

아빠와는 좋은 추억 한 페이지도 없었다.


···아빠는 제멋대로였다.

아빠는 엄마의 인사도 건성으로 대답했다.

아빠는 엄마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아빠는 엄마에게 무관심했다.


아빠는 엄마의 생일도 몰랐다.


그저 할 줄 아는 것은 엄마가 어디에 가 있는지 감시하는 것뿐.

저녁 시간에 어김없이 울리는 학교 종처럼, 바로 전화를 해서 밥을 해달라고 했다. 엄마가 여행하거나 무슨 약속이 있어서 어디에 다녀온다고 해도.


말 안 듣는 애처럼 그저, 따르릉.

···폰으로 전화를 거는 그 눈에서 아빠가 엄마를 그렇게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읽기는 쉬웠다.


맨날 봐온 것이 그런 풍경인데. 내가 어떻게 아빠에게 호감을 느낄 수 있을까.

지금 엄마를 만든 건 아빠의 그 무관심 때문인데.


···어떻게 내가 아빠를 좋게 볼 수 있을까.


하지만 난 삼켰다.

지금도 끓어오르는 용암을 안으로 삼켰다.


“그래?”


“난 어떻게 돼도 상관없어. 이대로 이혼해도, 아니면 이혼하지 않고 서로 남남처럼 살아도. 너와 피오만 행복하다면 말이야.”


아빠의 그 말은 진심인 것 같았다.


나는 아빠에게서 눈을 돌려, 베란다 앞 펼쳐진 아파트 숲을 바라보았다. 정말로 아무 개성도 없는 옆 동네 아파트들이 그 큰 몸집을 부풀려 우리를 덮치는 것 같았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다 비슷한데,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던 어느 옛날 문호가 우리를 주시한다.


계속.


아빠와 대화가 끝난 후 방에 들어갔다.


“형?”


방에서 자고 있던 동생이 눈을 비비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

내 눈에 그제야 소리 없는 눈물이 흘러 넘쳐왔다.




# # # # #



프리즘 타운의 거리.


“오오~ 너 이름이 르네야?”

‘······?? 뭐야? 너 내 목소리가 들리는 거냐?’


내 손바닥을 가볍게 치는 녀석과 그런 녀석을 보고 눈을 반짝거리며 르네의 시뻘건 테두리를 손가락으로 만지려는 피오가 아침부터 시끄럽다.


‘악! 만지려고 하지 마. 간지럽다고.’

“······오오··· 기존의 랩글 코인과는 달라! 원래는 그렇지 않은데, 이 코인 테두리는 꽃줄기가 그려져 있어!”


진짜?


나는 피오의 들뜬 목소리를 따라서 르네의 테두리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자세히 보니 피오의 말대로 기본 랩글 코인하고는 조금 다른 테두리 모양을 하고 있었다.

마치 테두리에 꽃 핀 줄기가 테두리를 덮는 듯한 모양이었다.


“못 보던 모양이네.”

“그렇지? 예쁘지? 이거 여기 미술 박물관 있었다면 너무 예뻐서 딱 소장감인데.”


‘어이. 난 그런 박물관에 갇히는 거는 딱 질색이야.’

‘탁탁탁! 탁탁탁! 탁탁탁!’


“야, 아파. 아프다고.”


피오의 장난 어린 말에 르네는 기겁하며 나의 손바닥을 세게 두드렸다. 약간 화가 난 것 같았다.


그렇다고 해서 내 손바닥을 그렇게 세게 치는 건 좀.


···히유. 내가 르네하고 말하는 것을 들키지만 않았어도.


“반가워. 난 윤피오라고 해! 너를 주운 주인의 동생이야.”

‘피오?’

“그래. 피오!”


‘르네다. 아마도.’


“아마도?”

“생전 기억을 잊어버린 것 같거든.”


피오는 그런 나의 말에 의문을 느꼈는지, 눈썹을 찌푸리며 나에게 말했다.


“근데 그 코인의 이름을 왜 형이 알고 있는데?”

“응? 너 모르는 거야?”

“뭘?”

“우리가 무슨··· 좀 이상한 무덤가에 갔었잖아,”

“응. 맞지.”

“그 무덤으로 가는 미로에서 얘 만나지 않았어?”


피오는 나의 이야기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냐며 반문했다.


“난 그런 사람 본 적 없어.”

에?

나는 그런 녀석의 대답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했다. 이상하다. 얘도 미로를 통과했으면 르네의 정체를 알거 아냐? 왜 모르는 거지?


“난 미로에서 얘를 만난 적이 없거든. 랩글들만 엄청 많이 나왔지.”

“아······.”


맞다.

얘가 간 미로에는 랩글만 많이 나왔다는 얘기를 들었지.


잊어버렸다.


“그나저나 얘 어떻게 말을 할 수 있는 거야?”

“몰라. 나도. 한밤중에 갑자기 말을 걸어와서 말이지.”

‘나도 내가 왜 여기 있는진 몰라! 그냥 정신을 차려보니 여기 있었어.’


“그럼 너도 그걸 모른다는 거네?”

‘그걸 알면 내가 여기 있겠냐? 그거 알면 아마 내 기억 빼앗은 장본인에게 곧장 달려갔겠지.’


피오는 르네의 표면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르네의 그 화려한 테두리가 어두운 빨강에서 진분홍으로 바뀌고 있었다. 녀석, 그렇게 쓰다듬으면 홍조를 띠는 건가.


랩글 연구소의 의뢰를 받아 두목 랩글과 수하 랩글들을 무찌르러 가는 길.


마운티 씨와 거나 씨는 밀브랫의 명물인 분홍 타르트와 짤막한 자필 편지, 그리고 초코우유를 봉지에 넣어 집마다 돌리고 있는 큐앤에이 씨를 도와주고 있었다.

상황을 보니 큐비츠는 밀브랫을 지키고 있는 것 같다. 아까 밀브랫 부근을 지나니까 큐비츠의 소리도 들렸으니.


큐앤에이 씨는 집마다 돌아다니며 큰 목소리로 죄송합니다를 연발하고 있었고, 큰 바구니를 든 마운티 씨는 큐앤에이가 준비한 것들을 프리즘 타운 주민들에게 나눠주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까딱하면 베렛사 씨의 댁에 민폐를 끼칠 뻔했네요.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

“아니에요! 고개 드세요, 큐앤에이 씨. 어쨌든 피해는 없었으니까. 앞으로 조심하면 되죠.”


되려 팔자 눈썹을 만들고, 큐앤에이 씨의 표정을 살피는 프리즘 마트의 그 점장을 보니, 역시 큐앤에이 씨의 인망은 프리즘 타운에서 꽤 두터운 듯했다.

큐앤에이 씨의 선물을 받고 좋아하는 베렛사 씨를 보며 큐앤에이 씨와 마운티 씨, 그리고 거나 씨는 활짝 웃었다.


다행이다.

큐앤에이 씨가 마음을 다잡은 것 같아서.



‘큐앤에이 씨, 정말 열심히 하시는구나.’

“뭐, 그렇지. 그러니 프리즘 타운에서 신뢰도도 높지.”

‘그렇긴 하지. 내가 그래서 큐앤에이 씨를 엄청나게 좋아했잖아.’


그렇게 르네와 큐엔에이 씨와 그 가족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피오가 갑자기 옆에서 뛰어오르며 말했다.


“형!”

“응?”

“이번에 랩글 잡으면 말이지, 박사님께서 바이오 리본 업글 시켜준다고 했지?”

“뭐. 그랬지.”


또 다른 업그레이드.

박사는 이번에 랩글을 잡아 오면 바이오 리본의 업그레이드를 약속했다.


랩글 경험치가 만을 넘고, 에너지탄을 아크로바틱하게 사용하는 너희들이라면 이 힘을 사용해도 될 거라며 박사는 말했다.

아마 그 제이드나 피아에게도 꽤 상당한 데미지를 줄 수 있다고 박사는 확신했고, 메리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전에 더 랩글을 처치해라는 박사의 의뢰가 있었다. 나와 피오가 더 강해지려면 바이오 리본 안쪽에 입력되는 환청 공격의 데이터가 더 필요하다고 했다.

그걸 더 모으면 우리도 그 랩글의 무리처럼 환청 공격과 같은 원리를 가진 공격을 얻게 된다고 말했다.


아마 박사의 머릿속엔 그 공격을 시전하기 위한 공식이 꽉 차 있겠지.


“우리도 이제 바이오 리본을 업글하면 그 랩글처럼 환청 공격 같은 걸 사용할 수 있게 된단 말이네?”

“응. 또, 에너지탄을 여덟 개 사용할 수 있게 된다고 하더라.”

“오? 그럼 그 기술을 더 멋지게 쓸 수 있겠는데?”

“무슨 기술?”


“그 있잖아. 커브가 사용하는 해머 기술.”

“아. 다다다 대왕이 전수해준 거?”

“응. 그거. 그거.”


달의 커브가 사용하는 해머 기술. 해머 풀문 크래시.

다다다 대왕이 사용했던 그 해머로 공을 적에게 날려 공과 적을 동시에 납작하게 만든 후에, 보름달로 변이한 공을 적과 함께 깨뜨리는 기술.


피오는 그걸 어제저녁에 내가 잘 때 연습했다고 했다.


“잠시만? 왜 나는 안 깨우는데?”

“형 깨우려고 했지. 근데 깨워도 안 깨어나든데?”

“야, 그럴 땐 따귀를 때려서라도 깨워야지. 안 그래?”

“눈물을 흘리면서 자고 있었어, 형. 그런 형을 내가 어떻게 기술 연습하자고 깨우겠어?

깨워도 잘 못 할 것 같은데. 기술 연습.”

“진짜? 나 울고 있었어?”

“응. 진짜.”


진짜냐.

난 어제 어떤 꿈을 꾼 지도 모르겠는데, 그러면 진작 깨워주지.

어제라면, 아. 아빠가 내 꿈에 나왔던 기억이.


······.

나는 조금 어두운 기분이 들어서 피오가 커브에 대해서 떠드는 거를 귀로 흘려들으며 앞만을 보며 걸었다.


아, 진짜. 너만 재미 보고. 그런 꿈을 꾸고 있더라도 상관없이 깨워주라고!


나도 하고 싶었단 말야!


‘달의 커브? 그게 뭐야?

···먹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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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SOS (1) 21.06.05 6 0 12쪽
77 파장 21.06.04 6 0 7쪽
76 YOUR BEST FRIEND 21.06.03 5 0 11쪽
75 your best friend 21.06.02 5 0 13쪽
74 스크린 속의 그 녀석 21.06.01 5 0 7쪽
73 가능성의 세계 21.05.31 7 0 14쪽
72 나와 함께, 영원히. 21.05.28 8 0 5쪽
71 ETERNAL (2) 21.05.27 10 0 15쪽
70 ETERNAL (1) 21.05.26 19 0 14쪽
69 주사위 게임 (3) 21.05.25 7 0 14쪽
68 주사위 게임 (2) 21.05.24 6 0 13쪽
67 주사위 게임 (1) 21.05.23 11 0 12쪽
66 Endless 21.05.22 9 0 15쪽
65 슈퍼 셰이킹 울트라 디럭스 봄버 (2) 21.05.21 9 0 13쪽
64 슈퍼 셰이킹 울트라 디럭스 봄버 (1) 21.05.20 9 0 13쪽
63 윤지오는 죽지 못해 살았다. 21.05.19 8 0 7쪽
62 어차피 게임 스토리...? (5) 21.05.18 12 0 11쪽
61 어차피 게임 스토리...? (4) 21.05.17 12 0 13쪽
60 어차피 게임 스토리...? (3) 21.05.16 12 0 13쪽
59 어차피 게임 스토리...? (2) 21.05.15 11 0 11쪽
58 어차피 게임 스토리...? (1) 21.05.14 14 0 14쪽
57 버그? (2) 21.05.13 13 0 12쪽
56 버그? (1) 21.05.12 15 0 12쪽
55 스케치북 21.05.11 13 0 9쪽
54 유토피아 (2) 21.05.11 12 0 12쪽
53 유토피아 (1) 21.05.10 1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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