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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망겜 생활 [수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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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학도C
작품등록일 :
2021.04.06 10:37
최근연재일 :
2021.06.0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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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03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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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








“뭐···?”


“못 들었어? 신경 쓰지 말라고. 난 괜찮으니까 네가 나에게 관심 가질 필요는 없어. ”


어···

전혀 괜찮지 않은 것 같은데.

지오는 그 말만 남기고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교실을 나가버렸다.

무덤덤한 그 표정 그대로.


···그 모습은 마치 지금 나와 한 대화를 기억 못 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나는 자리에 앉아서, 멀어져가는 지오의 모습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곧바로 입꼬리를 올리고, 깍지 낀 두 손을 머리에 올렸다.


“뭐, 지오가 괜찮다면 상관없나-”


모른 척, 괜찮은 척, 관심 없는 척.

나는 그저 이 일과는 무관한 사람처럼 그렇게 대답했다.


그날의 하굣길.

나는 이제 지오의 뒤를 쫓아가지 않는다.

나는 이제 지오의 말을 주워 담지 않는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어디에도 없으며 동시에 어디에나 있구나. 우린 앞만 보고 살도록 배웠으니까. 주위에 남아있던 행복을 놓쳐 빛나지 못하는 거라···.”


지금은 귀에 이어폰을 꽂고 지오에 대한 관심을 닫아버린 척하며 그 길을 걷고만 있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망상.


이대로 지오가 내 옆에 나타나서.

···아까 말했던 건 실수로 그런 거라면서, 계속 미안하다고 하는 걸 내가 어찌어찌해서 말리고.

지금 내가 듣고 있는 음악이 예전에 지오가 자주 흥얼거리던 음악이라면서 가까워지고······.

그대로 음악 얘기나 달의 커브 얘기로 넘어가서 더 친해지고.


그리고, 그리고, 여차여차해서 사랑에 빠지면.


언, 언젠가는···.


······.

지금 상황에서 그것이 퍽이나 잘 이루어지겠다.


안 되겠다. 생각하면 할수록 우울해지네.


가는 길에 초코 롤빵과 초코우유 두 개를 사서 걸었다. 빨리 집에 가서 좀 쉬고, 지오에 대한 건··· 오늘은 깊게 생각하지 말고.


그저 지오가 괜찮아질 때까지 가만히 있자.

지금, 지오를 만지면 폭발할 것 같으니까.

지켜만 봐야지.


편의점에서 사 온 초코우유 중, 한 개에 빨대를 꽂아서 마시며 나는 길을 걸어갔다. 길을 걸어가는데, 저 멀리 반대편에서 누군가가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지오의 집에서 여기로 오는 것 같았다. 멀리서 봐도 윤기 나는 머리카락에 야무지게 파란 리본으로 꽉 묶은 머리.

누구지?


이윽고 그 사람은, 내 앞으로 점점 다가오더니 나를 보고는 조금 놀란 듯이 말을 걸어왔다.


“너!”

“네··· 네?”


“매일 지오 뒤에서 오는 여자아이지? 맞지?”


헉.

드··· 들켰···나?


“네··· 맞는데요. 사실 지오··· 집이랑 우리 집이랑 도중까지 같은 길이라서···”

“아~ 그래서 그렇게 보인 거구나? 하긴, 여기 주택가니까! 그렇지?”


그 파란 리본 언니(?)는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고 나도 그 사람을 바라보며 어색하게 웃음 지었다,


“근데 혹시 누구세요? 지오네 집에서 나왔으니까, 지오의 누나신가요?”


그 말을 듣고서, 그 사람은 조금 얼굴이 붉어지더니,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지오 누나? 어머, 내가 그렇게 어리게 보였어?”

“······? 아니 엄청 젊어 보이시던데요?”

“아이고, 아니야.”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나를 보고 인사를 하며 말하기 시작했다.


“나, 지오 엄마야~ 반가워.”


“···네? 에··· 네? 진짜요? 진짜 어머니?”


“응! 내가 지오 엄마야. 소피아라고 해. 반가워!”

“아··· 반갑습니다······.”


···정말 지오 어머니였어?

이렇게 젊게 보이는데? 얼마나 동안이라는 거지···


“에? 진짜 동안이시네요! 딱 봤을 때 이십 대 초반으로 보았는데, 진짜···”

“내가 이십 대 초반으로 보였다고? 그건 좀 너무한 거 아니야? 너무 어리게 봤어.

난 사십 대 초반이라고?”


정말, 이런 얼굴이 어떻게 사십 대 초반일 수 있지?


“아, 맞다. 너, 지오하고 혹시 한 반이야?”

“네? 네···.”

“너, 혹시 지오가 요즘 이상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니? 아니면, 뭔가 이상한 낌새라던가.”


아.

소피아 아주머니도 역시 지오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 건가?


“아··· 그럼 지오가, 집에서도 조금 이상하다는 건가요?”


소피아 아주머니는 손을 턱에 괸 채로 생각에 잠긴 것 같았다.


“좀 많이 이상하지···. 평소에는 게임 일러스트라든지, 만화 일러스트라든지, 그런 그림들을 그리는데 요즘엔 그저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고 있는 때가 많아.

그리고, 평소에 말만 하면 게임 이야기나 그런 걸 나에게 말하던 애가 갑자기 말을 뚝 끊어버려서는, 이젠 나에게 말도 안 해 준다니까? ······둘 다.”


“둘 다요?

“응? 응. 사실은, 지오 동생도 그렇거든. 피오라고 하는 애인데, 평소에는 자기 형이나 나에게나 말을 많이 하던 애였어.”


······지오 동생! 예전에, 지오가 말한 적이 있던가?

소피아 아주머니는 그 피오라는 애의 웃는 얼굴을 떠올리듯, 말없이 하늘만을 바라보았다.


“지오하고는 나이 차가 어떻게 돼요?”

“다섯 살. 걔도 게임을 무진장 좋아해. 게임을 좋아하기도 하고, 또 게임을 잘하기도 하고! 예전에는 그런 대회에 나가서 상을 받아온 적도 있었지 않았나 싶어!”


“그런 피오가··· 어떻게 되었는데요?”


“지오와 똑같아. 걔도 멍해. 걔도 학교에서 돌아오면, 말수도 적어지고 그저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거나 음악을 듣는다니까?”


“말 그대로 지오의 동생도 같은 증상이 있다는 거죠?”

“한 번은 진짜 병원에라도 데려갈까 했지만, 그래도 조금 있으면 점차 나아지겠지···라고 기대하고 있어. 그래도 그렇게 심한 건 아니니까···

···역시, 그 일이 원인이었나 싶기도 하고.”


응?


“잠시만요? 그, 그 일이라뇨? 혹시 원인이 되는 일이 있었어요?”

“···아니, 뭐. 요새 지오에게 여러 일이 있어서 말이지. 뭐··· 그런 게 있어.”


“아··· 네. 더 안 물어볼게요.”


나는 소피아 아주머니에게 웃어 보이면서 말했다. 아마 이 이상 넘어가는 것은 안 되는 것 같다.

알게 된 것은 지오에게 피오라는 동생이 있다는 것과 요새 지오에게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

나에게 그거면 충분하다.


“학교에서의 지오 상태는 어떠니? 집에서 지내는 거 하고 똑같아?”



나는 그 말을 듣고는 머릿속을 정리해 말을 할 걸 고른 다음 입을 떼었다.


“음··· 그러네요. 학교에서도 집이랑 하는 행동이 똑같아요. 계속 넋 놓고 있고, 예전부터 하는 행동들을 안 하기도 하고.

말을 걸면 가시 돋친 것처럼 행동해요.”


“그래? 집에서 하는 것이랑 똑같구나.”

“뭐······. 그렇죠.”


집에서도 그러는구나.


그 이후, 나는 지오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소피아 아주머니에게 다 말했다. 소피아 아주머니는 내 말에 시종일관 슬픈 얼굴을 하고 듣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지오의 옆자리 짝꿍인 것을 밝히자 아주머니의 얼굴이 조금 풀어지는 것 같았다.


“그래도 다행이네. 지오가 이런 짝꿍을 둬서!”


아니에요. 아주머니.

나는 지오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는데요, 뭐······.


“그래. 우리 지오가 너에게 폐를 많이 끼쳤구나. 대신 사과하마.”

“아니에요! 이 정도는 괜찮아요!”


나는 손을 흔들었다.

저 지오에게 아무 일도 안 당했는데. 괜찮아요! 아주머니.


“사실, 요 근래 지오에게 조금 힘든 일이 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해.”

“그래요?”

“맞아. 가정적으로 조금, 좀, 그런 일이 생겨서. 자세히는 말할 수는 없지만. 많이 힘들었을 거로 생각해. 그 애, 엄청 많이 참았을 거로 생각하니까.”

“참았다니요?”


“그 어려운 일이 있고 나서 지오는 집에서 힘든 티를 별로 안냈어. 그냥 나에게는 그저 웃고, 말도 들어주고, 피오와 이따금씩 놀아주는 좋은 아들, 좋은 형으로 있었어.

···많이 힘들었을 텐데도.”


소피아 아주머니의 말을 듣고 나는 시간이 멈춘 듯 멍하니 서 있기만 했다.

눈앞에는 누군가의 환영이 어른거려서, 발도 꿈쩍할 수 없었다.


살랑살랑 바람이 불어왔다.



아.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구나.


“아, 너무 말을 많이 했네? 그럼 시간이 되었으니까 이만 가봐야겠다.”

“소피아 아주머니도 조심하셔야 해요?”

“그래. 너도 조심하렴! 지오가 너에게 차갑게 굴더라도 ···이해해줘. 당분간은··· 내가 이렇게 부탁할게.”

“괜찮아요! 아주머니는 아무런 걱정 안 하셔도 돼요!”


나는 소피아 아주머니에게 내 힘을 다해서 팔을 흔들어 주었다. 그리고는 계속 한 자리에서 덩그러니 서 있었다.


얼마쯤 시간을 흘려보냈을까.


나는 겨우 정신을 차리고, 손에 들려있는 초코우유의 빨대에 입을 대어 한입 빨아 먹어보았다.

달달하면서도 뭔가 텁텁한 맛이 났다.



가자.


나는 그대로 방향을 돌려 아까 향했던 편의점으로 가기 시작했다.

아까와는 전혀 다른 풍경.


나무들은 이리저리 휘어지고, 구름의 모양은 마치 불타오르듯이 바뀌고.

무엇보다 내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하늘이 점점 붉은 빛으로 바뀌고 있는 것을 느꼈다.


마음속에 있던 그것이 미쳐 날뛰는 기분이 들었다. 참을 수 없어! 참을 수 없어! 이제는 날 여기서 내 보내줘.


나는 그것에게 말했다.


아니야. 지금 나오면 안 돼. 지금 나오면 너는 세상에 일주일도 못 버티고 죽어버릴 거야. 나는 썩어 문드러질 대로 문드러진 손으로 그 녀석을 억눌렀다.


편의점의 도어벨 소리가 청량하다. 나는 곧바로 과자 코너로 갔다.


여기에는 그 녀석이 좋아하는 것이 많이 있다.


하굣길이 어쩌다 보니까 똑같았던 지라, 나는 편의점에서 지오가 사 오는 것들은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다. 물론 완전히는 아니고.

아주 완벽히 알고 있었다면 그건 완전히 스토커 레벨이지 않은가. 아니면 기억력이 조금 특출하다거나.


나는 대충 눈대중으로 지오가 좋아할 만한 것을 골랐다.


지오가 좋아할 만한 초코 미니 타르트.

위에 아몬드 잘게 부순 것이 뿌려져 있고, 타르트의 반죽 부분은 조금 바삭하게 가공되어있는 것.


좋아.

이거라면 그 녀석의 입에는 맞겠지. 학교에서도 이런 종류의 타르트를 아침마다 먹는 걸 봐왔기도 하고.


나는 그거 하나를 사서 편의점을 나왔다. 단돈 천 원에 산 미니 타르트를 교복 호주머니에 집어넣고, 이제는 집으로 되돌아가려고 했다.


아직 하늘은 붉은색.

건물에 불이 옮겨붙어서 아수라장.

나무도 이에 질세라 스스로 타기 시작한 현황.


······.

나는 내일 그 녀석에게 타르트를 건네주면서 할 말을 생각해보았다.


저기, 너 괜찮아?

네가 어떻게 생각해도 나는 네가 눈에 밟혀서. 진짜 너 무슨 일 있었어? 네가 예전 같지 않아서.

너 진짜, 많이 참았구나?

물론 나는 모르지만, 네가 어떤 상황에 부닥쳐있었는지는 몰라. 하지만 네가 많이 힘들었다는 건 알고 있어.

이런 식으로 하면 될까?


가지 쭉쭉 뻗어있는 나무들, 네모난 창문이 듬성듬성 나있는 아파트들, 키 작고 아담한 단독주택들이 드디어 녹기 시작했다.


난 그걸 무시하고 걸었다.

지금 내 멘탈이 어떻든, 그게 무슨 상관이야.


지금 지오가··· 저 상황인데.

지오와 하굣길이 겹치는 곳을 지나서 우리 집으로 곧장 가려고 했다.


터벅터벅. 잘 포장된 인도를 지나, 나의 아파트가 보이기 시작했을 때쯤, 무언가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났다.


“어이!”


응?

뭐지?

나는 흠칫 어깨를 털고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여기야. 여기! 바로 네 앞에!”


타일을 끼워 만든 길의 제일 끝자락에 그가 서 있었다.


상어 이빨에, 눈 색깔이 다르고, 약간 특이한 옷차림. 머리에는 검은 페도라 같은 모자를 썼다.

그리고 무엇보다, 피부색이 스케치북 종이처럼 새하얀 사람이었다.


“안녕?”


모든 것이 녹아내리는 이 세상에서, 그 녀석만이 선명하게 보였다.


“난 제이드. 만나서 반가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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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전하는 말 21.06.08 2 0 15쪽
80 찰나 21.06.07 3 0 7쪽
79 SOS (2) 21.06.06 6 0 12쪽
78 SOS (1) 21.06.05 6 0 12쪽
77 파장 21.06.04 6 0 7쪽
76 YOUR BEST FRIEND 21.06.03 5 0 11쪽
75 your best friend 21.06.02 5 0 13쪽
74 스크린 속의 그 녀석 21.06.01 5 0 7쪽
73 가능성의 세계 21.05.31 7 0 14쪽
72 나와 함께, 영원히. 21.05.28 8 0 5쪽
71 ETERNAL (2) 21.05.27 10 0 15쪽
70 ETERNAL (1) 21.05.26 19 0 14쪽
69 주사위 게임 (3) 21.05.25 7 0 14쪽
68 주사위 게임 (2) 21.05.24 6 0 13쪽
67 주사위 게임 (1) 21.05.23 11 0 12쪽
66 Endless 21.05.22 9 0 15쪽
65 슈퍼 셰이킹 울트라 디럭스 봄버 (2) 21.05.21 9 0 13쪽
64 슈퍼 셰이킹 울트라 디럭스 봄버 (1) 21.05.20 9 0 13쪽
63 윤지오는 죽지 못해 살았다. 21.05.19 8 0 7쪽
62 어차피 게임 스토리...? (5) 21.05.18 12 0 11쪽
61 어차피 게임 스토리...? (4) 21.05.17 12 0 13쪽
60 어차피 게임 스토리...? (3) 21.05.16 12 0 13쪽
59 어차피 게임 스토리...? (2) 21.05.15 11 0 11쪽
58 어차피 게임 스토리...? (1) 21.05.14 14 0 14쪽
57 버그? (2) 21.05.13 13 0 12쪽
56 버그? (1) 21.05.12 15 0 12쪽
55 스케치북 21.05.11 13 0 9쪽
54 유토피아 (2) 21.05.11 12 0 12쪽
53 유토피아 (1) 21.05.10 1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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