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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망겜 생활 [수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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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학도C
작품등록일 :
2021.04.06 10:37
최근연재일 :
2021.06.0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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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04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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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열 (3)

DUMMY

“래, 래, 래······. 랩글이다!”

“랩글?”

“랩글이다! 랩글이다!”


······잠시만?

잠시만, 랩글?


나는 황급히 눈을 아래로 돌려 나의 몸을 훑어보았다.


위에 입고 있는 건 검은색 후드.

아래에 입고 있는 것은 노란색, 아니 겨자색에 더 가까운 바지.

이게, 랩글의 모습? 내가 보기엔 평범한 고등학생의 사복 복장인데.


나를 랩글이라 인식한 마을 사람들은 나를 보고는 전부 도망가기 시작했다.

신발이 벗겨지던 말든, 자기가 가장 예뻐하던 곰 인형이 떨어지던 말든, 흉포한 랩글을 피해서 어디론가 달려가기 시작했다.


잠시만.

얘들아. 나 해치지 않는다고?


그때였다.


벌컥!

굳게 닫혀 있던 하얀 연구소의 문이 벌컥 열리면서 나와 비슷한 나이대의 어린 애 2명이 나온 것은.


아이들은 하얀색, 검은색의 후드를 입고 나를 노려보고 있었고, 그들의 목 주변에는 하얗고 검은 리본들이 달려있었다.


“형! 아무래도 이 녀석인 것 같은데?”

“그럴 듯? 아마 이 녀석 때문에 사람들이 그렇게 소리를 질렀나 봐.”

“겉모습만 봐서는 보통의 두목랩글인데?”

“···그래도, 이런 애라고 해서 방심하면 안 돼. 만화 설정에 보면 평범하게 생겼는데 최강자. 같은 설정도 있잖아.”

“아. 그거? 가끔 있긴 하지!”


형제는 뭔가 대화를 나누다가 바로 쏜살같이 나에게 달려와서 무언가를 날리기 시작했다.


···잠시만! 좀 기달···!


나는 검은 후드가 날린 검은 무언가를 겨우겨우 막아내고, 하얀 후드가 휘두르는 하얀 검을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헉헉헉···.

우와 얘들 너무 강해!


랩글 취급받는 것도 억울한데! 내가 이런 것까지 맞아야 한다니.

내가 처해있는 상황에 조금 눈물이 나려 했지만, 꾹 참았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귀찮아.’


응···? 이건 뭐야? 난 이런 거 생각하지도 않았다고?


‘귀찮아. 귀찮아, 귀찮아 죽겠어. 왜, 너희들이랑 나랑 싸워야 하는 거야? 너희들은 어차피 내 상대도 안 될 텐데.’


잠시만, 이게 아니야! 이게 아니라고!

난 이런 걸 생각하지도 않았어!


“형. 나 저 녀석 죽여도 되지?”

“피오. 도발에 넘어가지 마. 그러다 네 체력만 더 많이 쓴다?”

“···아니야. 나 저 녀석 죽일래. 왠지 재수 없어.”


어이? 다가오지 마! 다가오지 말라고 했다!

아직 여기서 죽을 수는 없단 말이야.


······뭣도 시작하지 못한 채로 죽을 수는 없어···.


‘넌 참 귀찮은 생물이구나?’


그러나, 이런 내 처절한 절규와는 반대로, 순식간에 검은 후드에 붉은 오라를 두른 그 녀석은 손목에 있는 붉은 팔찌의 태엽을 감고는 나에게 돌진해왔다.


[체력 : 20 ▷ 15]

[에너지탄의 최대 출력이 세 배로 증가합니다!]


“하앗--!”


그의 손에서 발사되는 검은 에너지 구체.


발사된 구체는 아주 큰 탄환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보고는 아무것도 안하고, 그저 어디에서 꺼냈는지 모를 노란 방어막을 치고는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내가 아닌 또 다른 누군가인가.


그 큰 탄환은 내 방어막에 닿는 순간 에너지포로 바뀌어서 나를 날려버리려고 했다. 마치 어릴 적 자주 보던 마법 소녀 이야기에서 주인공이 발사하던 그 반짝반짝한 에너지 포처럼.

하지만 그런 멋진 공격도 내 방어막 앞에서는 무력했다.


이걸로 봐서 이 랩글···에는 검은 후드의 에너지포 공격을 막는 힘이 충분히 있는 것 같았다.


“잔말 말고 빨리 죽어! 응? 너 같은 놈은 죽는 것이 나아!”

“피오, 조심해! 응?”


피오라고 불린 검은 후드의 주변에 검은 구체들이 생기고, 그 동그란 것에게서 작은 가시들이 계속해서 나오기 시작했다.


주인 말을 듣지도 않는 불편한 몸은 그 가시를 무슨 무술의 달인처럼 요리조리 피했다.


몸을 숙여서 피하고.

옆으로 이동하면서 피하고.

텀블링해서 피하고.


종국에는 노란 방어막으로, 가시들을 다 튕겨서 피오에게 다시 돌아가게 했다.


수많은 검은 가시들이 검은 후드를 향해 아주 빠른 속도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죽일 기세였다.


······잠시만! 안 돼! 그 녀석을 죽이지 마!

그 녀석, 어쩌면, 어쩌면!


‘안 돼! 죽이지 마!’


[체력 : 20 ▷ 15]

[에너지탄의 최대 출력이 세 배로 증가합니다!]


그때 옆에서 태엽 돌리는 소리가 나더니, 하얀 후드가 휘날렸다.

그리고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하얀 후드의 소년이 피오를 지키려 하얀 방어막을 편 손을 하늘로 올리고 있었다.


“지오··· 형?”


잠시만.


지··· 오?


기다려. 지오? 지오라고?

그러고 보니 저기, 검은 후드의 소년은 피오라는 이름이었지. 피오··· 피오···


서, 설마···


‘어이? 왜 방해하고 그래? 무슨 생각이야?’


······.


“형. 형까지 그거 쓸 필요가 없었잖아. 응? 내가 피할 수 있었는데.”

“···우선 피하자. 응?”

“응? 왜? 나 완전 열 받는데? 지금 나 쟤 죽이고 싶다고!”


피오라 불린 소년은 검은 후드에 깃들어 있는 붉은 오라를 더욱더 길게 드리우며 지오···라 불린 소년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


“알고 있어. 네가 쟤를 죽이고 싶다는 거. 근데 쟤 왠지 이상하지 않아?”

“뭐가 이상해? 응? 뭐가 이상하냐고?”

“그냥··· 감이야. 무언가 이상해. 평소라면 랩글 환청이라는 것이 직접적으로 우리에게 하는 말이 아니었잖아.”

“그렇지?”

“근데 이 녀석은······ 아냐. 이 녀석은 우리에게 직접 반응했어. 무언가··· 있을지도 몰라.”

“···그래도 아냐.”

“그리고 지금 상황으로 봤을 때, 얘를 우리가 이길 수 있기나 할까 싶기도 하고, 너도 봤잖아? 그러다 우리 체력만 깎이고 깎여! 메리와 박사에게 걱정 끼칠 수는 없잖아.”


피오는 그 말을 듣고는 겨우 진정됐는지 약간 고개를 끄덕이더니, 지오에게 말했다.


“지금은 그렇게 할게. 하지만. 다음에 이 녀석을 보면 꼭, 노란 종이를 받아내고 말 거니까!”

“그, 그래.”


그리고, 피오는 왼손을 펴더니 검은 회오리바람을 소환해서 나를 날리려고 했다.

나는 노란 방어막을 펼쳐서 그것을 막아보려고 했지만, 검은 회오리바람은, 그 세기가 점점 더 세져서, 이윽고 나를 날려버릴 정도가 되었다.

결국 나는 그 회오리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회오리바람이 이끄는 대로 요리조리 다니다가, 결국 전자파 무늬 나무에 부딪혀서 땅에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회오리바람에 정신이 없는 사이, 품속에서 뭔가가 빠져나가는 느낌을 받으며.


회오리바람이 멈추자 나는 서둘러 눈을 뜨고, 내 주변을 바라보았다.


내 밑에서 올라오는 회색빛의 파장. 어딘가 금속으로 된 바닥에 앉아있는 기분. 그리고 그쪽에 그려져 있는 것은 붉은 느낌표 표시의 경고 표지판.


어······

······게임 용어로 말한다면, 아마 이건 텔레포터겠지?


“으아아아아아-!”


나는 텔레포터에 올라탄 채로 비명을 질렀다.

텔레포터 밑에서 점점 회색빛이 많이 올라오더니 이윽고 그 회색빛은 서서히 하얀색, 검은색으로 차례차례 바뀌면서, 이윽고 동심원을 그리면서 마을 전체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시야가 완전히 선명해졌을 때, 내 눈에는 완전히 뒤바뀐 풍경이.

아까까지만 해도 풀냄새, 사람 냄새 물씬 풍기던 것이, 서서히 종이 냄새, 크레파스 냄새로 바뀌고 있었다.


텔레포터의 빛이 너무 부셔서 눈을 질끈 감았던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눈을 뜨니 보이는 것은 하얀 공간. 아무도 없는 공간.

하얀 공간의 바닥이 꺼끌꺼끌한 도화지로 되어있는 거 보니 이 공간은 아무래도 스케치북을 모티브로 해서 만들어진 것 같다.


여긴 어디일까?


여기가 게임 속이라고 생각하면 여기는 이른바 ‘사냥터’ 아니면 ‘적의 본거지’ 정도 되는 걸까. 일반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이렇게 추측하는 것이 맞겠지.


나는 하얀색이 쭉 이어지는 터널 속을 걸었다.

무한히 이어지는 터널 속. 나는 다른 무언가가 이 터널 속에서 발견되길 원했지만, 그 징글징글한 하얀색 말고는 어떤 색도 발견되지 않았다.


여기서 하얀색 말고 다른 색이 있다면, 그것은 내가 입고 있는 검정색 후드와 기분 나쁜 노란색 정도 되겠네.


······.

나는 탐색을 종료하고 그냥 그 자리에서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나 혼자 있는 이공간(異空間)에서.


생각나는 것은 딱 하나뿐이었다.


지오 형제가 여기 있다는 것.


아.

물론 동명이인일 수도 있다. 지오와 피오라는 이름은 조금 특이한 이름이긴 해도, 이 지구상에 꼭 같은 이름이 없으란 법이 없으니까.

하지만 지오라 불린 녀석의 지오 목소리를 들었을 때, 이것은 내가 듣던 지오의 목소리가 맞았다.

학교에서 옆자리에 앉아서 대화하고, 한 번뿐이지만 같이 웃기도 했던 그런 부드러운 소리.


분명 내가 들은 건 그 소리였다.


이로써 지오가 왜 현실에서 그런 모습이었는지는 확실히 알게 되었다.


분리된 것이다.


연구실에 쓰여 있었던 Z-AID 전자파는 어떤 식으로든 분리되는 특성이 있다고 했다.

선과 악, 몸과 마음. 플레이어와 적.


이것들이 어떻게 분리되는지 그 연구실 벽에는 자세히 적혀있지는 않았지만, 이것을 통해서 나는 생각한다.

지오와 피오는, 이 게임에 들어와서 ‘몸과 마음’을 분리당한 것이다.


현실에 있는 지오와 피오는 지금은 auto 상태.

요즘 되게 많이 나오는 양산형 겜이 자랑하는 자동 사냥 시스템이 떠올랐다.

그것도 아주 성능이 안 좋은, 유저들의 편의를 생각하지 않은, 불편한 자동 사냥 시스템.


“후우······.”


나는 앉아있는 상태에서 무릎에 얼굴을 묻고는 한숨을 쉬었다.


그건 그렇고.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차라리 이 사단이 거짓말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힘없고, 기력 빨리고, 누군가에게 상처받더라도 현실을 살아주었으면 했다.

그렇게 해서라도 현재에, 내 곁에 있어 줬으면 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나는 너무 욕심을 부렸나 보다.


좋아하는 사람이 그렇게 무너져 가는 것도 모르고 그저 사랑만을 외치며, 그에게 다가갈 기회만을 노리며 살았다.

그리고 둥실둥실 떠다니는 기분으로 그를 보며 통통한 볼을 붉게 물들였다.

그의 얼굴이 백지장처럼 변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고.


그는 고통받고 있었잖아.

동아준. 눈치도 못 채고 뭐 하고 있었던 거냐.


‘넌 참 귀찮은 생물이구나?’


잠시만. 누구야?

갑자기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울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나를 흔들고 쥐어짜는 감각이 나를 엄습했다. 나는 갑자기 전해지는 고통에 몸부림도 치지 못하고 그저 버티기만 할 뿐이었다.


“아, 아아아······ 으으으으!”

‘아무 장점도 없는 그 플레이어에게 끌려서는, 게임 실력도 그저 그렇고, 맨날 동생에게 휘둘리기만 하는 그 녀석이 뭐가 좋다고.’


“······그게 어때서? 나는 그런 그를 사랑할 뿐이야."


그 머릿속의 목소리는 코웃음을 치더니 나에게 말했다. 나는 도무지 알 수 없는 말이었다.


‘뭐, 끌어들인 건 그 바보였으니까 상관은 없어. 하여튼, 그렇게 현실에 절망한 사람도 아닌 녀석을 뭐라고 끌어들여서 이 상황을 만드냐고. 머리 아프네.’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도대체?


‘됐어. 나는 그 바보가 끌어들인 너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줄 거니까. 그 바보가 선택한 것, 믿었던 것을 무참히 짓밟을 거다. 넌 그저 아무것도 모르고 그 녀석들을 구하려 하다가 아무도 구하지 못한다는 것에 절망하며 사라지겠지.’


“아니야. 난 아무것도 남기지 못해도 그래도 여기서 그들을 볼 거야! 지오와 피오가 어떻게 싸우는지 볼 거라고!

그리고 기다릴 거야. 언젠간 지오도, 피오도 일어설 그 날을. 그리고 모두 다 밖으로 나가는 거야.”


내 머릿속 목소리는 그런 나의 말을 듣고는 박장대소를 치며 말했다. 듣기만 해도 온몸이 오싹해지는 목소리였다.


‘내가 그렇게 쉽게 너를 놓아줄 것 같냐? 난 너를 괴롭힐 거야. 계속. 이 랩글의 사명이 끝나는 날까지, 널 놓아주지 않을 거야.

계속 넌 이 게임 속에서 좌절하게 될 거야. 그렇게 빨아제끼던 지오와 피오가 눈앞에서 절망하는 모습을 네 눈앞에 들이밀 거라고.

넌 버틸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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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전하는 말 21.06.08 2 0 15쪽
80 찰나 21.06.07 3 0 7쪽
79 SOS (2) 21.06.06 6 0 12쪽
78 SOS (1) 21.06.05 6 0 12쪽
77 파장 21.06.04 6 0 7쪽
76 YOUR BEST FRIEND 21.06.03 5 0 11쪽
75 your best friend 21.06.02 5 0 13쪽
74 스크린 속의 그 녀석 21.06.01 6 0 7쪽
73 가능성의 세계 21.05.31 7 0 14쪽
72 나와 함께, 영원히. 21.05.28 9 0 5쪽
71 ETERNAL (2) 21.05.27 10 0 15쪽
70 ETERNAL (1) 21.05.26 19 0 14쪽
69 주사위 게임 (3) 21.05.25 8 0 14쪽
68 주사위 게임 (2) 21.05.24 6 0 13쪽
67 주사위 게임 (1) 21.05.23 11 0 12쪽
66 Endless 21.05.22 9 0 15쪽
65 슈퍼 셰이킹 울트라 디럭스 봄버 (2) 21.05.21 10 0 13쪽
64 슈퍼 셰이킹 울트라 디럭스 봄버 (1) 21.05.20 9 0 13쪽
63 윤지오는 죽지 못해 살았다. 21.05.19 8 0 7쪽
62 어차피 게임 스토리...? (5) 21.05.18 12 0 11쪽
61 어차피 게임 스토리...? (4) 21.05.17 12 0 13쪽
60 어차피 게임 스토리...? (3) 21.05.16 13 0 13쪽
59 어차피 게임 스토리...? (2) 21.05.15 11 0 11쪽
58 어차피 게임 스토리...? (1) 21.05.14 14 0 14쪽
57 버그? (2) 21.05.13 13 0 12쪽
56 버그? (1) 21.05.12 17 0 12쪽
55 스케치북 21.05.11 13 0 9쪽
54 유토피아 (2) 21.05.11 13 0 12쪽
53 유토피아 (1) 21.05.10 1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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