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망겜 생활 [수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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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kdo
작품등록일 :
2021.04.06 10:37
최근연재일 :
2021.06.0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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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09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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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경계선 너머에서, 네가.

DUMMY

.




“혀엉~ 형! 형은 바로 앞에 있는 날 못 본 척할 거야? 응? 내가 형하고 얼마나 많이 있었는데~”


파랗게 빛나던 왼쪽 눈은 자취를 감추고, 지금은 오른쪽 빨간 눈만이 남았다.

마치 어두운 밤에 더 잘 보이는 사이렌의 붉은 빛처럼, 그것은 지오에게 위협을 가하는 것 같다.


“하지 마. 더 이상.”


푸른빛으로 불타오르기 시작하는 지오의 오라.

하얀 후드를 타고 흐르는 오라는 더욱 세기가 강해져 지오의 손, 다리 발 순으로 좀먹어 갔고 곧이어 지오의 눈에도 파란 불꽃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차가운 눈.


지오는 그대로 손을 들어 올렸다. 조용히 들어 올린 손에서 하얀 에너지탄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손에 흐르던 파란 오라가 자연스럽게 에너지탄을 감싸 들었고, 에너지탄은 순식간에 퍼런색으로 물들었다.

쏟아져 내리는 푸른 눈덩이들.


제이드에 눈에 새겨지는 푸른 결정들.

희열에 찬 눈빛.


······?

제이드는 그 푸른 것들은 어떻게 보았기에 저런 표정을 지을 수 있는 걸까?



푸른 에너지탄을 바라보고 있던 제이드가 에너지탄이 자기에게 닿을락 말락하는 시점에 방어막을 쳐 에너지탄을 쳐냈다.

에너지탄은 방어막에 튕겨 나가 강당 무대 중앙에 굴러다니더니, 얼마 후 폭발했다. 마치 화면이 점멸하는 효과 뒤에 파란색과 하얀색 불꽃이 그 주위를 돌았다.

폭발에 휘말린 불쌍한 강대상만이 그 몸체가 두 쪽으로 갈라져서 바닥에 나뒹구는 신세가 되었다.


[오오~ 무서워~ 무서워~ 드디어 완전히 각성한 거야? 이 위력! 그리고 이 파란 오라의 질!

역시 너는 재능이 있어! 슬픔에 빠지는 재능이”]


제이드는 웃으면서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이미 그 파란 눈은 원래부터 없는 것처럼 자취를 감춰버렸다.


그때를 틈타서 피오가 여기로 들어오려고 했다. 나는 한번 방어막을 해제하고, 피오를 들여보냈다. 피오는 왜인지 모르겠지만 검은색 후드를 뒤집어쓰고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피오의 검은색 후드에서도 붉은색의 오라가 흘러나와 피오의 온몸을 감싸고 있다.



[지오! 넌 정말로! 랩글의 재능이 있구나!]


그 말과 함께, 무엇인가 지오의 눈이 일순간 커진 느낌이 들었다.


“뭐? 뭐라고 했어?”

[역시, 그 사람은 아니었어. 너여만 해. 응. 너여야만 해!]


제이드는 기분 나쁘게 웃더니 지오의 모습을 위아래로 훑었다. 위아래로 움직이는 붉은 눈은 이윽고 뭔가가 부족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음. 뭔가가 부족한데, 뭐가 부족할까?]

“······다가오지 마!”

[흐음, 아! 혹시 담금질이 필요한 건가? 필요한 오라와 자질은 다 갖췄는데, 강도가 부족한 것 같기도?]



검은 혀. 아주 기분 나쁜 검은 혀.

제이드가 지오를 보고 무언가를 중얼거리기 시작하더니 멋대로 결론을 짓고는 세상에서 가장 꼴사나운 표정을 지었다.

내가 힘이 있었으면 그 기분 나쁜 혀와 상어 이빨을 전부 뽑아버리고 싶었지만··· 힘이 없는 랩글 15는 그저 마음속으로 분해하면서 그 장면을 쳐다보는 것밖에 할 일이 없었다.


저렇게 도발을 하면, 피오도 가만히 있진 않을 건데.


저벅저벅저벅저벅.


응?

어디선가 발소리가 들렸다.


모두 다 제이드에게 주목하고 있는 틈을 타 누군가가 나에게 에너지탄으로 만든 검을 겨누고 있었다.


그것도 내 목에.


···옆을 돌아보면 제이드 옆에 가서 항의하고 있어야 할 피오가.


???

자, 잠시만 이게 뭐야.

왜 이렇게 되는 거야?

피오, 너, 내가 나쁜 녀석이 아니라는 건 알잖아?


네 입장에선 조금 많이 수, 수상할진 모르겠지만 나 이제 그런 일 안 해!

아까 공격했던 건 제이드의 환각 가루 때문이기도 하고.


입술을 떨면서 최대한 변명을 늘어놓으며 그 검은색의 검을 줄곧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내 목에 걸쳐진 그 검은 팔을 잡았다.


‘피오? 아니, 왜 이러는 거야, 응?’

“···이유 따윈 필요 없잖아?”

‘······?”


아.


자세히 보니 피오의 검은 후드에 노란색 가루가 떨어져 있는 것을 보았다.

나는 순간적으로 자신에게 방어막을 치고는 곧바로 피오의 손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필사적으로 도망을 치려고 했다.

하지만 나는 피오의 팔에 묶인 채로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너 왜 아준이를 잡고 있는 거야? 왜 죽이려고 하는 거야? 응?”


지오?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슬쩍 고개를 돌리니 여기를 바라보고 있는 지오가 보였다.


정적. 그리고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

지오가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피오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말하기 시작했다.


“형, 생각해 봐. 응? 얘를 죽여야 우리가 현실에 돌아갈 수 있다고. 알잖아? 랩글을 다 죽여서 유언을 읽을 것, 그러면 게임을 클리어 할 수 있는 걸 형도 알고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아준 누나라고 했던가? 안됐긴 했지만 이건 치러야 할 희생이야.”


피오의 빨간 오라가 더 넘쳐흐르는 것 같았다.

피오의 눈도 환각 가루 때문에 더 노랗게 보였다.


“너, 그, 그걸 말이라고!”

“아니, 냉정하게 생각해봐. 응? 형이야말로 이상하잖아. 겨우 랩글 한 마리라고? 게임 몬스터라고? 왜 그렇게 두둔하고 있는 거야?”


“······.”


지오는 그대로 입을 다물어버렸다. 그리고 삿대질했던 손을 거둬들이곤 고개를 푹 숙였다.

지오의 입에서 지금은 피오가 아니라고 조곤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

죽는 건 싫었다.

지금 와서 이런 말 하는 것도 뭐하지만.


죽는 건 무서웠다. 아무리 결심하고 각오를 다져봐도.


나 아직 아무것도 전하지 못했다.

엄마에게도 할 말이 많이 있었다.

지오에게도 할 말이 많이 있었다.


저기 있는 바보와 또 타르트를 먹고 싶다.

저기 있는 바보의 가족을 알아가고 싶다.


더 많은 가능성을 얻고 싶다.

될 수 있으면, 살 수 있는 데까진 살아보고 싶다.


그래서 외쳤다. 랩글의 소리로.


‘죽고 싶지 않아! 죽고 싶지 않다고!

너에게 죽고 싶지는 않아! 죽기 싫어! 엄마랑 얘기하고 싶다고! 바깥에 나가서 초코 타르트 먹고 싶다고! 어른도 되고 싶다고!

그리고 지금 너에게 죽으면, 지오는 분명 슬퍼할 거야! 너도 슬퍼할 게 뻔할 거야!

그러니까 죽기 싫어!’


그 말에 피오를 제 다들 이쪽을 바라보았다.

약간 당황한 모습을 보이는 제이드.

대치하고 있는 지오와 피오. 나를 흘끔 보다가 다시 피오를 보면서 슬픈 얼굴로 무언가를 호소하고 있는 지오와, 표정 하나 안 변하고 멍하니 지오를 보고 있는 피오.

그 모습은 환각 가루의 효능이 몸에 시민 것 같은 표정이었다.


제이드는 그런 두 형제의 모습을 보더니 뭔가 유쾌한지 계속 웃기만 했다. 오오? 이것이 말로만 듣던 형제 싸움? 꽤 볼만 하군!


그때. 번쩍거리는 검은 섬광이 빛났다.

형제를 바라보고 있던 틈을 타 한 번 더 피오가 검은색 칼로 나를 찌르려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내가 어떤 준비를 하기도 전에 그 칼에 하얀 섬광이 번쩍이더니 나를 구해주었다.

그 하얀 섬광은 순식간에 피오가 가지고 있는 검은색 칼을 떨어뜨리게 하더니 피오의 팔을 붙잡았다.


“괘, 괜찮아?”


지오는 약간 울 것 같은 눈을 하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도 몸에서 피어나는 푸른 오라는 지워지지 않고 있었다.


‘으, 으응.’


나는 그 눈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눈에서 피어오르는 푸른 불꽃은 약간 안도한 듯이 좌우로 기분 좋게 흔들리고 있었다.


이때, 상황이 긴박하지만 않았다면 무언가 말을 더 할 수도 있었지만.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


찰나를 놓치지 마.


나는 확실히 보았다.

뒤에서 제이드가 지오에게 손을 대고, 충격파를 쏘려고 하는 것을.


순간 숨이 멈추고, 모든 것이 흐릿하게 보였다가 선명해졌다.

어디선가 누군가의 울음소리도 들려왔다.


한순간 떠오른 건 본 적도 없던 지오의 웃는 모습이었다.


찰나의 판단.

나도 모르게 내 발이 그쪽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깨어 나오려는 본능. 아쉬움, 슬픔을 다 입속으로 집어삼키고 나는 지오의 앞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무언가가 박히는 소리.

피어오르기 시작하는 검은 연기.

신기하게도 느껴지지 않는 가슴의 통증.


아.


“···아준?”


한순간의 찰나. 영원처럼 느껴지는 시간.

후드에서, 입고 있던 노란 바지에서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는 순식간에 내 팔과 다리를 삼키고 더 크게 타올랐다.


“아··· 아.”

나는 약간은 걱정되는 눈으로, 지오를 바라봤다. 나를 바라보는 지오의 검은 눈은 평소 반쯤 감겨있던 그 눈이 아니었다. 그 눈은 여태 봤던 지오의 눈 중에 제일 큰 눈이었다.


“잠시만··· 이렇게 간다고?”


지오는 그 큰 눈을 뜨고는 한참이나 나를 빤히 바라보다가, 간신히 입을 움직여서 나에게 말했다.


풋.

왜 그런 표정을 짓는 거야.


나는 자기의 감정에 짓눌린 그 모습을 보고는 씨익 웃어주었다. 그리고 그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은 소리로 통신을 했다.


‘언젠가 타르트 먹자. 초코 타르트든, 에그타르트든 뭐든.’

‘···나중에 다시 만날 수 있어?’


하아.

나는 그 소리를 듣고는 고개를 푹 숙이고 혼자 생각했다. 벌써 내 검은 연기는 몸의 반을 먹어 치웠다.


거짓된 미소.

꽉 찬 머리.

지오와 같이 걷던 거리.

엄마와 대화를 나누던 말풍선.


다시 만날 수 있어. 현실에서 다시 만날 수 있어.

지오. 현실로 네가 나를 인도하는 거야.

이 가상 세계에서 네가, 게임 데이터로 남은 나의 잔해를 안고 돌아가는 거야.

······허무맹랑한 이야기 같지만, 나는 왠지 그게 가능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그 때는, 기필코. 너와.


[캬하하하하하! 캬하하하하하하! 어떠냐? 네가 현실에서 불러온 녀석이 사라지는 기분은 어때?

분해? 괴로워? 자괴감이 드니? 얘를 왜 끌어들였나 싶지? 응? 말 좀 해보셔! 눈깔만 돌리지 말고. 제대로 말 좀 해보라고!]


나는 이제부터 어떻게 될까.

끝없는 암흑 속에 잠기게 되는 걸까.

아니면 0과 1로 분해되는 걸까?

그것도 아니면 몸과 마음이 분리된 채로 이곳을 떠돌게 될까.


뭐가 어찌 됐든 간에.

그래도. 마지막에 그 아이를 봤다.


···그거면 됐지 않은가.


누군가를 약 올리는 듯한 제이드의 말.

멀게만 느껴지는 지오외 얼굴.

제이드의 왼쪽, 감춰진 파란 눈. 생기가 없어 보이는 그 눈에 순간 반짝이던 게 보인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나는 지오의 눈을 보고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네 탓이 아냐. 전부, 전부, 나 스스로 한 거야.

그렇게 되뇌었다.


괜찮아.

괜찮아.


······.

하지만, 바라는 게 있다면···.


[유언 획득 – 15 : 귀찮아]

[유언 획득 – ? : 다시 만나자.]


누군가의 칼이 내 목을 꿰뚫으며, 내 시야는 완전히 암전됐다.


“미안. ”


작가의말


* 획득한 유언



유언 획득 – 15 : 귀찮아


유언 획득 – ? : 다시 만나자.


* 획득한 랩글 경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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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전하는 말 21.06.08 27 0 15쪽
80 찰나 21.06.07 30 0 7쪽
79 SOS (2) 21.06.06 23 0 12쪽
78 SOS (1) 21.06.05 30 0 12쪽
77 파장 21.06.04 21 0 7쪽
76 YOUR BEST FRIEND 21.06.03 16 0 11쪽
75 your best friend 21.06.02 16 0 13쪽
74 스크린 속의 그 녀석 21.06.01 17 0 7쪽
73 가능성의 세계 21.05.31 17 0 14쪽
72 나와 함께, 영원히. 21.05.28 18 0 5쪽
71 ETERNAL (2) 21.05.27 23 0 15쪽
70 ETERNAL (1) 21.05.26 32 0 14쪽
69 주사위 게임 (3) 21.05.25 17 0 14쪽
68 주사위 게임 (2) 21.05.24 21 0 13쪽
67 주사위 게임 (1) 21.05.23 20 0 12쪽
66 Endless 21.05.22 25 0 15쪽
65 슈퍼 셰이킹 울트라 디럭스 봄버 (2) 21.05.21 20 0 13쪽
64 슈퍼 셰이킹 울트라 디럭스 봄버 (1) 21.05.20 18 0 13쪽
63 윤지오는 죽지 못해 살았다. 21.05.19 26 0 7쪽
62 어차피 게임 스토리...? (5) 21.05.18 27 0 11쪽
61 어차피 게임 스토리...? (4) 21.05.17 21 0 13쪽
60 어차피 게임 스토리...? (3) 21.05.16 21 0 13쪽
59 어차피 게임 스토리...? (2) 21.05.15 21 0 11쪽
58 어차피 게임 스토리...? (1) 21.05.14 26 0 14쪽
57 버그? (2) 21.05.13 20 0 12쪽
56 버그? (1) 21.05.12 29 0 12쪽
55 스케치북 21.05.11 23 0 9쪽
54 유토피아 (2) 21.05.11 26 0 12쪽
53 유토피아 (1) 21.05.10 2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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