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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망겜 생활 [수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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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학도C
작품등록일 :
2021.04.06 10:37
최근연재일 :
2021.06.0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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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수 :
449,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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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0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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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유토피아 (1)

DUMMY

“저, 저기 지오···.”


그건 어느 때였을까?

언제부터인가 너는 가만히 그림 그리고 있는 나에게 말을 건네왔었다.

긴 머리를 동그랗게 말아 올린 파란색 안경을 쓴 여자애.

안경 속에 숨은 눈은 계속 그 주변에서 헤엄치고 있었고 손은 진정이 안 되는지 계속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여러 번 반복하고 있었다.


탁탁탁탁.

아래에선 아무 잘못도 없는 나무 바닥이 내는 소리가.


이름이, 동아준이라 했던가.

옆자리 짝꿍이지만 이렇게 말을 걸어온 건 처음이다.


“....뭐야? 무슨 할 말 있어?”

“아하하하하! 그게, 그 그게 말이지······.”


그 아이는 쑥스러운 듯 얼굴을 붉히다가 내가 연습장에 그리고 있는 것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내가 가지고 있는 연습장에는 한손엔 해머를 쥐고, 마법으로 만들어 낸 마차 바퀴에 다른 한손을 대고 있는 다다다 대왕이 있었다.


“이, 캐릭터. 나도 본 적이 있는 것 같아서. 이름이 뭐, 뭐였··· 더라···”

“······.”

“다디담? 디디다? 그것도 아니라면 지지지?”

“······.”


약간 얼굴을 붉히면서 말하는 그 아이.


“다다다 대왕.”


“그래, 다다다! 다다다 대왕! 나 그거 도······ 동생··· 이 보던 애니메이션에서 본 적 있어! 아마 엄청나게 폭군이었지? 마, 막 주인공 괴롭히고!”



저거.

동생이 있다는 건 거짓말이다.

아까 ‘동생’이라고 발음을 할 때 입술이 조금 떨리는 걸 보았으니까.

그리고 동생이라고 발음을 할 때 그 녀석은 조금 자신이 없다는 듯이 말을 했다. 무엇보다 그 붉은 표정에 ‘나 지금 거짓말하고 있소.’라고 적혀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애니메이션은 정말 본 것 같다. 그 애니메이션에서 다다다 대왕은 엄청난 폭군으로 묘사되니까.

뭐, 나는 심각한 캐붕이라고 생각하긴 한다만.


“달의 커브.”

“맞아! 달의 커브! 그 애니메이션 나도 어렸을 적에 동, 생이 그걸 어-엄청, 엄청! 좋아해서 어쩔 수 없이 보게 됐는데. 재밌더라?”


그리고 그 아이는 그대로 입을 닫아버렸다.


“······.”

“······.”


잠시간의 정적을 넘어 나는 그 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형식상으로.


“너, 다다다 대왕 좋아해?”


“응?! 어, 음. 그다지. 애니메이션만 봤을 땐 그렇게 좋은 애는 아닌 것 같았고. 도, 도동샣도 그. 그그,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어이, 발음 좀 신경 쓰라.


“나는 좋아해.”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말들.


나는 좋아해.


그 애, 애니메이션에서 표현되는 것만 그렇지 실제로는 그렇지 않거든. 꽤나 욕심쟁이인 부분도 있기는 하지만 다른 사람들을 생각할 수 있는 명군이라고?

거기다 그 해머를 휘두를 때의 간지는 또 어떻고. 물론 싫어할 수 있겠지. 암, 애니메이션만 봐서는 별로 좋은 부분이 없기도 하고 말이야. 그래도 걔는 좋은 왕이야. 국민들을 위해 스스로 악역을 자처하는 사람이야.

다다다 대왕은 그런 사람이라고. 오해받기도 하지만 그걸 개의치 않는, 진짜로 강한 사람. 난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딱 다섯 마디만 내뱉고 나는 입을 다물어버렸다.

이렇게 말을 해봤자, 그 아이는 못 알아들을 테니까.


“그래? 네,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야···. 그 애도 나름대로 좋은 점도 있는 거네? 게임에는 애니메이션하고 다르게.”


옆에서 이번엔 그 아이가 나에게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돌아보니 파란 안경 안에 들어찬 반달눈과 눈부신 미소.

그리고 분홍빛으로 물든 볼.


······약간, 귀엽다고 생각해버렸다.


나는 얼굴을 정반대로 돌렸다.

그 아이의 미소를 본 순간, 갑자기 얼굴이 붉은색으로 달아오른 것을 들키기 싫었기 때문이다.


색연필로 그리고 있었던 연습장을 덮고 거기에 머리를 뉘었다.


머릿속은 파란색.

그리고 가끔가끔 분홍색.


아, 혹시 기회가 된다면, 그 아이와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시간이 온다면.

걔에게 다다다 대왕의 좋은 점을 더 말해줘야지.

아주 귀에 딱지가 붙을 정도로 말해줘야지.


그럼 처음에는 열심히 들어주다가 나중에 가서는 그만하라며 당황스러운 얼굴을 하겠지.

잠시만, 왜 그렇게 많이 말하는 거야. 난 그거 한 백번은 들었다고? 그만해~ 약간은 멋쩍은 얼굴을 하면서 그녀는 말하겠지. 그 웃음을 짓고는.


난 말하는 거야. 내가 그렇게 다다다 대왕 이야기를 많이 했나?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말이야.


아.

생각만 해도 낯간지러운데? 그건?


······얼굴 또 빨개졌어.


첫날은 그렇게 낮잠에 흘러보냈다.


그리고 그날 이후로, 조금, 아주 조금 친해졌다.

평소에는 별 인사도 없었던 우리 사이이지만 그 일 이후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아침 인사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물론 아침에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은 나나 그 아이나 부끄러웠지만, 그래도 우리는 확실히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아침 인사를 했다. 서로 얼굴이 빨개진 채로.


그다음부턴 여전히 말을 하지 않은 채로 일상을.

그래도 처음 짝꿍이 된 직후보다는 조금 더 친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가끔 편의점에서 간식도 같이 사고, 하굣길은 뜻하지 않게 도중까지 같은 길이었으니까.


우리에게 더 많은 용기가 있었다면, 조금 더 빨리 친한 친구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아마, 되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이상의 관계도······

······불가능한 건 아니었겠지.



-



어쩌다가 이런 일이 되었을까.


눈에 비치는 광경을 아직 믿을 수가 없다.


나를 공격한 제이드의 공격을 대신 맞고 그 아이가 검은 연기로.

그리고 마지막 말을 남기고 사라지려는 찰나에 그녀의 목을 꿰뚫는 검은 에너지 단검.


단검의 칼자루를 놓은 손을 따라 올라가 보면 그 끝엔 피오가 있었다.

검은 후드에 피어오르던 붉은 오라를 벗어 던지고, 눈에는 투명한 눈물을 흘린 채로.


“혀, 형.”


나는 금방이라도 끊어질 것 같은 정신줄을 겨우겨우 붙잡고는 피오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러자 피오는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나에게 자초지종을 말하기 시작했다.


환각이 어느 정도 풀려가고 있었지만, 여전히 그 검은 후드에는 노란 가루가 조금 남아있었다.


“나, 나는, 이 유언이 없으면 게임, 클리어할 수 없, 으니까···.”

“······.”

“이 유언을 획득하지 못하면 누나도··· 누나도···”


아준이가 검은 연기로 변해 사라진 곳에 유언 2개가 떨어진 것처럼 보였다. 하나는 평범한 노란색, 그리고 또 하나는 밝게 빛나는 무지개색.

그 유언들은 혼자서 하늘을 부유하다가, 노란색 유언 종이는 피오의 손에, 빛나는 무지개색의 유언 종이는 내 손에 안착했다.


[[15 : 귀찮아]]

[[? : 다시 만나자.]]


평소 보여준 행동과는 딴판의 노란색 유언 종이.


“형, 나···.”


소리가 나는 쪽을 돌아보니 이제야 돌아오는 피오의 눈빛.

환각의 가루가 다 날아간 피오는 망연자실한 표정을 하고는 나를 바라봤다.


“형······.”

“·········.”

“···나 지금까지 무슨 짓을···.”

“·········.”


“···왜 이 종이가 내 손에.”

“넌 알고 있잖아?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


피오는 두 손으로 받아 든 그 노란색 종이를 보고는 충격에 빠졌는지 땅바닥에 주저앉아서 울기 시작했다.


“으, 으, 으아아아아아······. 으, 아아아··· 아아아아아아···.”


그 울음은 마치 한동안 울지도 못한 채 이 세상을 살아온 외톨이가 겨우 내뱉은 울음소리와도 닮아있었다.

아무리 참아보려고 해도 저절로 잇새로 빠져나가는 울음소리가 거기에 있었다.


······.


나는 멍하니 기둥에 아직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른 채로 잠들어 있는 박사와 메리를 위해서 에너지 방어막을 친 채로 피오 옆에서 선 제이드를 바라보았다.

제이드는 피오 옆에서 껄렁껄렁한 포즈를 취하다가 나를 바라보고는, 손뼉을 치면서 깔깔깔 웃기 시작했다.


[개죽음이네. 하하하. 개죽음.]

“···뭐, 뭐?”

[무언가를 전하지도 못하고, 너희들에게 어떤 도움도 되지 못하고,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색다르게 광탈.

아, 맨 마지막에 너를 지키고 죽긴 했으니, 최소한 고기 방패로 도움은 됐네.]


나는 그 말에 온몸의 정신이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사그라 들었던 파란색 오라가 다시 후드 밖으로 나오는 것을 느꼈다.


[하하하, 하하하! 아— 다행이다! 완전히 개죽음은 아니네-! 난 완전히 개죽음인 줄 알았는데~ 그래도 제 소중한 사람은 지켰네-]

“너, 지금 뭐라고.”


[어라? 못 들었어?


랩글 15는 개죽음당했다고.


걔는 아무것도 하지도 못하고, 무언가의 힌트도 되지 못하고 죽었잖아. 안 그래? 그건 너도 인정하잖아?]


제이드는 고개를 푹 숙이고 몸을 떠는 내가 뭐가 우스운지 아직도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나에게 말했다.



······.

머릿속에서 대혼란.

가지런히 정리해 놓았던 필통과 마커와 색연필과 연습장과 가위와 화이트와 잉크와 연필이 쏟아져 내리면서 아수라장.


와장창 쿵쾅! 큰 소리를 내며 필기구가 떨어져 내리고, 소중히 보관했었던 그 파란색 유리병도 결국에는 지면으로 떨어졌다.


쨍그랑.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깨지는 소리를 들었다.


순식간에 퍼져나가는 파란 오라.

하얀 후드는 검게 물들고, 하얀색으로 칠해져 있던 후드 안감은 새파란 색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나는 단번에 제이드 쪽에 가서는 제이드의 멱살을 잡았다. 내 눈은 어느샌가 파란색으로 변했고, 내 대시부츠에서는 스파크가 튀었다.


“너, 한 번만 더 그딴 소리 해봐. 한 번만 더.”


제이드는 이런 나에게 멱살을 잡히고도 생글생글 웃었다. 한쪽 눈은 머리카락에 가린 채로, 나머지 빨간색 눈은 나를 똑바로 응시했다.


[잠시만. 이 느낌은! 너, 너···!]

“뭐야? 이놈이 무엇을 지껄이는 거야?”


[···그래! 역시 너일 줄 알았어. 새디족 족장랩글이 깃들어버린 애가.]

“······뭐?”


제이드는 여태까지 본 것 중에 제일 환한 미소를 보이면서 나에게 말했다. 자세히 보니 왼쪽에 감춰져있는 파란색 눈이 평소보다 굉장히 환한 빛을 비추는 것이 보였다.

제이드는 마치 오래된 친구를 오랜만에 보는 사람처럼, 그렇게 기뻐했다.



[어이, 안에 있지? 나에게 대답해줘.]


그 말에 대답하듯이 나를 둘러싼 파란 오라가 불꽃처럼 타오르기 시작한다.


[반가워. 너를 기다리고 있었어. 새디. 오랜만에 얼굴 좀 보여줘!]


그 말에 내 발밑에서 무언가가 움직이는 느낌이 들더니, 내 발을 떠받치고 있는 나무 바닥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동시에 강대상이 큰 소리를 내며 앞으로 고꾸라졌고 무대를 떠받치고 있던 기둥도 부서지기 시작했다.


내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란 오라,

오라는 이미 내 몸뿐만이 아니라 이 강당 전체를 다 감싸 안기 시작했다.


[오오. 이게 새디의 힘이야? 엄청 강력한데? 숙주를 잘 선택한 것 같네! 나 이런 힘이 새디에게 있을 줄은 몰랐는데!]


제이드는 손뼉을 치며 나를 바라봤다.


[고마워! 덕분에 랩글을 대량 생산하기에 딱 좋은 장소가 된 것 같아! 이제는 이 마을에 마음껏 드나들 수가 있는 거지.

드디어 이 게임에 모두를 가둬 놓을 수 있는 감옥이 완성됐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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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전하는 말 21.06.08 6 0 15쪽
80 찰나 21.06.07 5 0 7쪽
79 SOS (2) 21.06.06 8 0 12쪽
78 SOS (1) 21.06.05 8 0 12쪽
77 파장 21.06.04 10 0 7쪽
76 YOUR BEST FRIEND 21.06.03 8 0 11쪽
75 your best friend 21.06.02 7 0 13쪽
74 스크린 속의 그 녀석 21.06.01 9 0 7쪽
73 가능성의 세계 21.05.31 10 0 14쪽
72 나와 함께, 영원히. 21.05.28 10 0 5쪽
71 ETERNAL (2) 21.05.27 12 0 15쪽
70 ETERNAL (1) 21.05.26 21 0 14쪽
69 주사위 게임 (3) 21.05.25 9 0 14쪽
68 주사위 게임 (2) 21.05.24 8 0 13쪽
67 주사위 게임 (1) 21.05.23 13 0 12쪽
66 Endless 21.05.22 11 0 15쪽
65 슈퍼 셰이킹 울트라 디럭스 봄버 (2) 21.05.21 13 0 13쪽
64 슈퍼 셰이킹 울트라 디럭스 봄버 (1) 21.05.20 10 0 13쪽
63 윤지오는 죽지 못해 살았다. 21.05.19 10 0 7쪽
62 어차피 게임 스토리...? (5) 21.05.18 15 0 11쪽
61 어차피 게임 스토리...? (4) 21.05.17 14 0 13쪽
60 어차피 게임 스토리...? (3) 21.05.16 13 0 13쪽
59 어차피 게임 스토리...? (2) 21.05.15 12 0 11쪽
58 어차피 게임 스토리...? (1) 21.05.14 17 0 14쪽
57 버그? (2) 21.05.13 13 0 12쪽
56 버그? (1) 21.05.12 23 0 12쪽
55 스케치북 21.05.11 16 0 9쪽
54 유토피아 (2) 21.05.11 13 0 12쪽
» 유토피아 (1) 21.05.10 1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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