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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망겜 생활 [수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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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학도C
작품등록일 :
2021.04.06 10:37
최근연재일 :
2021.06.0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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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49,834

작성
21.05.11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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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스케치북

DUMMY

# # # # #




스케치북에 후드를 그린다. 하나, 둘, 셋.

각자 개성을 가진 검은 후드 친구들. 언젠가 내 눈앞에 나타날, 나의 소중한 친구들.


언젠가 여기에 넘쳐흘러 나와 놀아줄 사람들.



검은색,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 크레파스를 번갈아 사용하며 그림을 그리고 있던 나에게 누군가 다가와서는 어깨에 손을 댄다.

검은 모자, 검은 재킷, 흰 후드 티. 검은 재킷 뒤에는 끈으로 된 앙증맞은 리본.

제이드다.


[일하는 중에 실례~]


프라이팬에서 살살 녹는, 마가린 같은 목소리를 하고 제이드는 곁눈질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그런 그에게 아랑곳하지 않은 채 그림을 계속 그리며 말했다.


[무슨 일이야? 제이드.]

[있잖아.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거든.]

[어떤?]

[나중에 여기에도 사람이 살게 되면 그때는 나에게 좀 협력해줄 수 있어?]


나는 그림을 계속 그리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제이드는 그런 나를 보고 의미 불명의 웃음을 지으며 내 주위를 빙 돌았다.


[그게 무슨 말이야?]

[나중에 이곳을 만든 마스터가 다른 녀석들을 만들 거잖아?]

[당연하지. 여긴 게임 속 세계니까. 아마 다른 녀석들도 여기 올 거야. 새디는 만들어진 지 2분 만에 벌써 어디 가버렸잖아.]

[그래! 그때 있잖아? 나 좀 도와주면 안 될까?]


이제 새디의 수하 랩글들을 만들 차례였다. 나는 검은 후드를 입은 나의 친구들을 다 칠하고, 그 녀석들이 입고 있는 바지에 색을 칠하려 파란색 크레파스를 손에 쥐었다.


[어떻게 도와주면 되는 건데?]


제이드는 이제야 자신과 얼굴을 마주친 나를 보고 뒤에서 나의 하얀 후드를 씌우고는 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직은 별 방법이 없어. 그냥 나중에 되면 내 부탁 좀 들어주는 거?

제이드는 그렇게 말했다.


[있잖아? 이건 너에게만 말하는 건데.]

[······?]

[나는 정말 죽기 싫단 말이지.]


[······.]


우리는 게임의 적측 캐릭터.

언젠가는 플레이어에게 지워지는 존재.


빌런, 다른 말로 게임 보스.

빌런은 그 강한 캐릭터 성으로 게임의 긴장감을 느끼게 하고, 생기를 불어넣어 주며 언젠가 플레이어가 넘어야 할 강한 산 같은 존재다.

언젠가 플레이어가 심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강해져서 그를 쓰러뜨리게 될 때, 그때가 이 게임의 진면목을 볼 수 있게 되겠지.


[···그건 이 게임 빌런이라면 피할 수 없잖아?]

[그래. 피할 수 없지.]


[하지만 난 죽기 싫어. 죽는 게 정말 싫어.]

[설령 그게 게임을 재미있게 만드는 조미료라고 하더라도, 2차원과 3차원을 넘나드는 숙명이라고 하더라도, 난 죽기 싫어. 죽기 위해서 이 게임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정말 말도 안 되잖아.]

[난 살아서 이 게임을 재미있게 만들고 싶어. 죽어야 하는 운명이라면 적어도 게임을 재밌게 만들고 죽고 싶어.]


그렇게 말하는 제이드는 양 주먹을 꽉 쥔 채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게임을 재밌게 만들고 싶다는 자각은 있네?]

[그게 우리들의 사명이니까! 하지만 죽는 건 싫다고. 기껏 받은 목숨이야. 끝까지 저항하고 싶어!]


나는 새디의 수하랩글들을 다 만들었다. 그리고 고개를 제이드 쪽으로 돌리고는 말했다.


[좋아. 도와줄게.]

[정말?]

[나야 나를 봐주는 친구들이 많으면 그걸로 만족하니까. 빨리 죽든, 늦게 죽든, 나를 이해해주면 그걸로 되니까.]


[너는 정말 착한 아이야! 피아!]


갑자기 제이드가 자기 기쁨을 주체하지 못한 채 나에게 달려들었다.


···얘가 성격에 안 맞게 뭐 하는 짓이람.


[난 착한 아이가 아냐. 들러붙지 좀 마.]

[에잉~ 차갑게 왜 이러실까~ 내 눈에서 보면 그래도 넌 좋은 아이라고~]


[하아······.]


아니래두.

나는 나를 어떻게든 안아보려는 제이드의 검은 팔을 피하며 스케치북을 덮었다.


하얀 표지의 스케치북은 그 순간 두둥실 떠오르고는 곧이어 하얗고 검은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랩글들의 집. ‘스케치북’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 # # # #




[[유언 획득 – 10 : 오지 마.]]

[[player.po, 현재까지 누적 랩글 경험치는 19,830입니다]]


뾰족한 상어 이빨 안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겨우 내뱉은 그 말들은 끝내 문장이 되지 못한 채로 사라져갔다.


제이드가 허망하게 가버린 순간이었다.


몸을 이루었던 모든 것들이 순식간에 검은 연기로 사라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피아와 우리들을 가둬두고 있었던 비눗방울은 사라지고 없었다. 피아는 주저앉은 채로 땅으로 내려왔고, 나는 그런 그를 보면서 땅에 착지했다.


피아는 아직까지 검은 연기가 자욱한 대강당 무대를 보면서 잠깐 움직이지 못하다가, 이내 맘을 잡았는지 그곳을 벗어났다.

그리고 피오와 나를 보고는 이루 말할 수 없을 표정을 지었다. 아주 못 볼 것을 본 듯이.

아, 그래. 예를 들자면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원수가 이번에는 자기의 눈앞에서 형제를 죽였을 때처럼.

하지만 그다음, 저기 쓰러져 있는 박사와 메리를 보고서 자기의 자식을 바라보는 것처럼 온화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


???


뭐야?

···왜 그런 표정을 짓는 거야?


[내가 왜 그딴 녀석이 사라진 거로 충격을 받아야 하는 거지. 괜찮아. 상관없어. 어차피 제멋대로인 녀석이었잖아.]


피아는 박사와 메리를 한동안 바라보다가, 돌아서서 그 말만을 남기고는 대강당을 빠져나갔다. 나는 피아가 서둘러 돌아가는 것을 보고는 지금까지 긴장해있던 마음을 쓸어내렸다.


아, 이걸로 다 끝났나.


나는 제이드와··· 아준이가 사라진 그 무대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 대강당에서 순식간에 여러 가지 일이 있어서 머릿속은 솔직히 너무나 혼란스러웠다.


거기다가, 제이드가 만들어 놓은 랩글 워프 장치는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고. 그거로 만들어진 랩글도 움직이지는 않지만 그대로 남아있고. 언제 움직일지도 모르겠고.


다행인 것은 카운트다운을 나타내는 빨간 숫자가 6:00:00라고 적혀져 있는 것뿐.

시간은 그래도 남았네.


“형? 형 괜찮아?”

‘어이. 너 숨은 붙어있냐?’


제이드가 남기고 간 워프 장치를 바라보고 있으니 르네와 피오가 나를 부르고 있었다. 피오는 제이드를 처리해서 얻은 노란 유언 종이를 가지고는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응···. 어떻게든.”

“일단 형. 빨리 박사와 메리 있는데 가보자.”

“그렇지. 빨리 가자.”


나는 피오의 지시에 따라, 그 난리 중에 용케 금만 조금 생긴 그 기둥에 가보았다.

아수라장이 되어 나무 바닥의 잔해가 온 지면에 깔린 바닥, 그리고 마른 나뭇가지처럼 금이 간 하얀 벽을 넘어 우리는 박사와 메리가 쓰러진 곳에 다다랐다.


우리가 기둥 쪽으로 가보았을 때 박사와 메리는 상처 하나도 나지 않았다.

그 난리가 일어났었는데, 아준이에게도 보호받았고, 그 이상한 파란 비눗방울에도 보호받았으니까.

···이상한 전자파 무늬가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거만 빼면.


“저기, 박사님. 메리! 들려요? 일어나요. 응? 일어나봐요.”

“언제까지 자고 있을 거에요? 정말! 빨리 일어나요!”


나와 피오는 전자파 무늬가 아직 있는 박사와 메리의 어깨를 흔들며 깨우려고 했다. 그들이 일어났을 때 우리가 어깨를 잡은 것 때문에 너무 아파하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했다.


그때.

나와 피오가 박사와 메리의 어깨에 손을 댄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그 전자파 무늬가 사라지고 박사와 메리가 눈을 떴다.

뭐, 뭐지? 왜 이렇게 타이밍이 좋은 거야?


“어, 박사님? 메리? 정신이 드세요?”


“으···”

깨어난 둘은 자기들끼리 얼굴을 보고, 그리고 고개를 돌려 우리를 보고 말했다.


“어? 지오 형? 피오? 여기서 뭐 해?”

“아니야. 드니팬. 우리 납치당했었잖아. 여기 묶여있었고. 기억 안 나?”

“어··· 메리 누나 기억 안 나는데······. 우리 왜 납치당했었지?”


···에.


“잠시만.”

“박사님? 메리?”


······.

네?

박사님? 메리님?


그 말투 도대체 어떻게 된 건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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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전하는 말 21.06.08 5 0 15쪽
80 찰나 21.06.07 5 0 7쪽
79 SOS (2) 21.06.06 8 0 12쪽
78 SOS (1) 21.06.05 8 0 12쪽
77 파장 21.06.04 10 0 7쪽
76 YOUR BEST FRIEND 21.06.03 7 0 11쪽
75 your best friend 21.06.02 7 0 13쪽
74 스크린 속의 그 녀석 21.06.01 9 0 7쪽
73 가능성의 세계 21.05.31 10 0 14쪽
72 나와 함께, 영원히. 21.05.28 10 0 5쪽
71 ETERNAL (2) 21.05.27 12 0 15쪽
70 ETERNAL (1) 21.05.26 21 0 14쪽
69 주사위 게임 (3) 21.05.25 9 0 14쪽
68 주사위 게임 (2) 21.05.24 7 0 13쪽
67 주사위 게임 (1) 21.05.23 13 0 12쪽
66 Endless 21.05.22 11 0 15쪽
65 슈퍼 셰이킹 울트라 디럭스 봄버 (2) 21.05.21 12 0 13쪽
64 슈퍼 셰이킹 울트라 디럭스 봄버 (1) 21.05.20 10 0 13쪽
63 윤지오는 죽지 못해 살았다. 21.05.19 10 0 7쪽
62 어차피 게임 스토리...? (5) 21.05.18 15 0 11쪽
61 어차피 게임 스토리...? (4) 21.05.17 14 0 13쪽
60 어차피 게임 스토리...? (3) 21.05.16 13 0 13쪽
59 어차피 게임 스토리...? (2) 21.05.15 12 0 11쪽
58 어차피 게임 스토리...? (1) 21.05.14 16 0 14쪽
57 버그? (2) 21.05.13 13 0 12쪽
56 버그? (1) 21.05.12 23 0 12쪽
» 스케치북 21.05.11 15 0 9쪽
54 유토피아 (2) 21.05.11 13 0 12쪽
53 유토피아 (1) 21.05.10 1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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