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망겜 생활 [수정판]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현대판타지

hakdo
작품등록일 :
2021.04.06 10:37
최근연재일 :
2021.06.08 10:30
연재수 :
81 회
조회수 :
3,269
추천수 :
7
글자수 :
449,834

작성
21.05.13 11:48
조회
20
추천
0
글자
12쪽

버그? (2)

DUMMY

.






······?

넵? 피오 님?


“기억이 안 나?”

“응. 어떻게 해도 기억이 안 나. 아마 지오 형이 기억하면, 거기 따라갔던 나도 당연히 기억할 줄 알았는데 난 정말 하나도 모르겠어.”


피오는 지금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서 드니팬과 메리를 보고 있었다. 드니팬과 메리는 잠시 서로의 얼굴을 본 뒤에 다시 피오에게 웃어 보였다.


“아마 괜찮지 않을까?”

“그때 아마 너 완전 어릴 때였을걸? 솔직히 그걸 다 기억한다는 건 무리가 있겠지.”


나도 피오에게 말했다.

아니. 기억하지 못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너 걔랑 같이 다녔을 때가 세 살, 네 살이라고? 거기다가 네가 일곱 살 때 우린 테오랑 헤어졌으니까.


“그럼 피오를 위해서 테오 형에 대한 간단한 얘기를 해야겠지?”

“그렇지.”


피오는 식탁에 몸을 바싹 붙인 채로, 두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지오도 알겠지마는, 걔, 게임에 대해서는 천재적이어서 말이지. 피오, 너는 기억이 안 날지도 모르겠지만 언젠가 한 번 피오가 만든 게임을 플레이 해 본 적이 있었을걸?”

“그래. 나도 그 게임 플레이한 적이 있어. 퍼즐 타이쿤 게임! 나 아직도 그 게임에 나오는 캐릭터 완전 좋아. 뭐였더라? 이름이, 어··· 낸시! 그래 낸시! 핫핑크색 머리카락에다가 하늘색 야구점퍼가 잘 어울렸던 애였는데!”


“그래, 그 게임 나도 했어. 내가 입원해 있을 때 걔가 허겁지겁 노트북을 가지고 왔더라고? 평소에는 꽃다발이나 음료수를 가지고 오던 녀석이. 난 퍼즐이 들어간 게임엔 좀 빨리 질리는 편인데, 그 게임은 꽤 재밌었어.

그때 그 게임 설명하는 걸 네가 봤어야 하는데. 테오 되게 멋졌거든.”

“걔가 그런 게임도 만들었구나. 퍼즐 타이쿤이라··· 걔가 자주 하던 게임 장르는 아니었는데.


“테오는 내가 입원해 있을 때 나에게 너희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었어. 같이 게임을 했던 이야기나 같이 보드게임 카페에 간 일 등등, 그런 이야기들 말이야.

그런 이야기를 할 때마다 테오 눈이 얼마나 반짝거리던지.”


“맞아! 가끔 우리 셋이서 콘솔 붙잡고 슈퍼 마리아를 할 때도 있었는데 그때마다 테오 형은 어딘가 황홀하면서도 슬픈 얼굴을 하고 있었어.”

“진짜?”

“응. 그 옆얼굴을 본 나는 알 수 있어. 그건 테오 형이 아주 소중한 사람을 생각할 때의 얼굴이었어.”


“······.”

투둑.


“뭐 테오 형의 표정 읽는 건 절친 정도 되는 나 쯤되면 식은 죽 먹기지.”

“······.”


투두둑.


옆에서 피오를 바라보니, 피오는 무언가를 간신히 참고 있는 듯 보였다.

여태껏 보지 못한 그런 얼굴을 하고서.


그때, 우리 가족의 비밀을 알 때보다도 지금이 훨씬 더 위태로워 보였다.


“아마 그때 너희들을 계속 생각한 건 아닐까? 그 정도로 지오 형과 피오는 테오에 있어서 최고의 친구였지 않을까?”


“엄청 친한 친구?”


“그래 최고의 친구!”


그 말을 들은 피오는 드디어, 무언가 터진 얼굴을 한 상태로 온몸을 격렬하게 떨기 시작했다.


“······피오?”

“······.”

“괜찮아? 어디 아파? 전투에서 다, 다쳤어? 봐줄까?”


“···닿지 마.”

“응?”


“나에게 손 닿지 마!”


순간, 앙칼진 고양이가 울부짖는 소리가 났다.

그때 본 피오의 얼굴. 무언가를 찾고 있는 눈동자. 한없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눈썹.

더 우는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앙다문 입술.

피오는 우는 얼굴을 나에게 한 번 보이고는 의자에서 일어나 랩글 연구소의 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피오가 이런 적이 없었는데. 오늘따라 왜 그러지?”

“저기 지오 형, 피오 저렇게 둬도 괜찮아?”

“그, 글쎄?”

“······피오. 아까 나가기 전에 약간 몸을 떠는 것 같던데, 괜찮은가?”


드니팬과 메리는 피오가 사라진 그 뒤를 보며 걱정을 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저건, 감정이 복받쳐서 그런 건 아닐까? 사실 피오 자세히 보면 울고 있었거든.”


“피오가 울고 있었어?”

“그래. 저렇게 우는 건 나도 오랜만에 보네··· 일단 나중에 내가 피오 데려올게. 지금은 혼자 있게 놔주자.”

“···네가 그렇게 말하는 건, 괜찮은 거겠지?”

“응. 지금은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게 나을 것 같다.”


“알았어.”

“괘, 괜찮겠지? 피오?”


어쩔 수 없잖아. 메리가 드니팬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근데 피오가 저렇게까지 흔들리는 것은 이 게임 들어가고 나서 나 처음 보는 것 같아.”

“그러게. 평소에는 겉멋만 생각하는 녀석이 말야?””

“후후. 평소에 개, 어떻게 하면 에너지탄을 더 멋있게 변형할 수 있을까, 맨날 생각하잖아! 물론 그렇게 탄생한 기술들을 맨눈으로 보면 더 멋있기도 하지만.”


메리와 드니팬이 나의 말에 맞장구를 쳐준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피오를 걱정하던 그들이 아주 살짝 미소를 짓는다.


메리와 드니팬은 그 말을 듣고는 더욱 피오가 걱정되는 눈치였지만, 어쩔 수 없다. 얘가 먹는 걸 앞에 두고 현장을 빠져나간다는 것은 꽤 심각하게 슬픔에 빠졌다는 말일 것이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자연의 바람이 피오의 머리를 식혀줄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아, 그건 그렇고 나 너희들에게 궁금한 게 있는데.”


“응?”

“으므?”


메리와 드니팬이 피오가 나간 철문을 바라보다가, 내 목소리를 듣고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드니팬은 그 짧은 순간 동안 먹다 남은 샌드위치를 입에 꾸겨 넣었다.


“너희들이 테오를 알고 있다면, 너희들은··· 여기 게임 NPC가 아니라, 사람인 거야?”


내 말은 들은 드니팬과 메리는 나를 보고 살짝 미소 지은 다음에 입을 열었다.


“오!”

“잘 알아냈네.”



“그, 그렇다면··· 사람이면서, 테오를 안다는 건··· 너희들은.”





“형도 이 정도면 이젠 알겠지? 거의 다 말해버렸지만 말이야!”


“우리도, 너희들처럼 예전에 테오의 친구들이었어.”



아.


이 아이들이.


우리가 할 수 없이 이사를 간 다음, 테오 곁을 지켜주었던 친구들.


나는 그 말을 듣고, 다시 메리와 드니팬을 바라보았다.



헤어지기 싫어! 헤어지기 싫다고···! 형. 왜 우리가 저 멀리 떠나야 해? 왜 그런 시골에 내려가는 거야? 아니야. 우리가 가는 곳은 시골이 아니라니까. 여기와 비슷한 도시야. 응?

그치만···! 그곳엔 테오 형이 없잖아? 같이 게임 못하잖아? 응?


그건 그래, 하지만 나중에 만날 수도 있잖아? 응? 그렇게 울지 마. 피오. 웃으면서 안녕해야지? 그래야 테오 형도 안심하고 보내줄 수 있지.


갑자기 우리가 이사를 가기 전 테오를 마지막으로 만난 날이 생각났다. 하얀 구름이 덮여있었던 편의점 가는 길. 허니허니 칩스, 콘콘치즈, 더 딥한 초코우유. 그때 입에 넣었던 것들의 단맛.


내가 좋아하는 타르트와 필적했던 그때의 맛.


······.

그때 이후 테오가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갔을까.



그의 부모님은 연구원이었다.

그들이 무슨 분야의 연구원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아들은 뒷전, 계속 연구소 일에만 매진했던 부모였다. 우리가 놀러 왔을 때도, 그 얼굴을 보여주는 일이 없었으니까. 손을 흔들어 준 적도 없었으니까.


외로웠을 터였던 테오를 우리는, 혼자 남겨두었다.

가끔 테오의 형이 아니냐는 말도 듣던 나와, 테오를 정말로 존경하고 따랐던 피오.


우리 형제는 이사라는 벽 앞에 무력했고, 끈끈했던 셋은 그렇게 각자의 길을 걸었다.


그 뒤에 테오는 어떻게 되었는지··· 우리는 잘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그들이 있어 주었던 것만으로도, 테오는 행복했을 것이다.


그런가. 그렇구나.

다행이다. 정말. 그래도 외롭지는 않았구나. 테오.



······.

음? 잠시만.


그런 얘들이 지금 여기 있는 이유가 뭐야? 왜 테오 옆에 있지 않고 이상한 게임 속에 있는 거야?


설마.


메리와 드니팬도 나와 비슷하게 베타테스트에서 여기로 끌려온 건가? 그럼 얘들도 플레이어가 되어야 하는데 왜 이 두 사람은 NPC가 된 거지?


“너희들 그럼, 왜 여기에 있는 거야? 왜 테오 곁에 없는 거야? 너희들도 나처럼 ‘모노크롬 패밀리’ 베타테스터냐?”


그 말을 듣고, 메리와 드니팬은 조금 얼굴빛이 어두워졌지만, 그래도 나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말했다.


“그럼 이야기가 좀 많이 길어질 것 같은데?”


드니팬은 약간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나를 향해 웃어보였다.


“아 그거라면 우리가 죽은 얘기부터 해야되나?”

“아, 거기서부터 해야 되는 거야? 그렇구나··· 너희가 죽은 때부터······. 에?”


······네?

메리 씨. 뭐라고요?


아주 조금 남아있었던 스테이크 샌드위치를 입에 넣었다가, 그 말을 듣고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뭐? 너희들이, 뭐, 뭐라고?”


“잠시만 누나! 그렇게 직접적으로 말하면 어떡해! 지금 지오 형 눈이 격렬하게 떨리고 있는 거 안 보여?”

“메, 메리. 나 하, 하나도 못 들었는데. 다시 한번 더 마, 말해줄래?


나는 그 말의 의미를 확실히 하고 싶어서 메리에게 한 번 더 물어봤다.

그 대답이 충격적이기도 했고.


“못 들은 체하지 마. 이미 들은 거 다 아니까. 그러니까 우리는 죽었다고. 확실히.

하나는 총 맞아 죽고, 하나는 병에 걸려서 죽고.”

“......”


나는 그대로 삼 초간 움직이지 못했다. 이 연구소에 있는 모든 것에 갑자기 검은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고, 창문 밖 푸른 하늘에는 갑자기 날벼락이 떨어진 것 같았다.

죽음의 기운이 메리의 입에서 스멀스멀 퍼져나가는 것 같았다.


“잠시만! 지오 형 완전히 굳었잖아? 이거 어떡할 거야? 완전히 드라이아이스가 되어버렸다고! 안 그래도 여기 추운데! 우와, 덜덜 떨고 있어! 스마트폰 매너모드마냥 떨고 있다고오! 이거 어떡할 거야?

솔직한 것도 좋지만 그렇게 스리슬쩍 무서운 이야기를 하는 건 좀! 그렇지! 누나 내 말이 맞아, 틀려?”


“그래도 알아야 할 건 알고 있어야지. 뭐, 이래 말해봤자 저래 말해봤자 결국엔 충격받는 건 똑같으니까.”

“좀 조심해서 말하면 그래도 덜 하거든?! 지금 취할 수 있는 경우의 수 중 최악의 수를 선택한 것 같거든?”


“저기, 진짜지?”

“응?”


메리와 드니팬은 내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지금 그들이 보기에 내 얼굴은 어떤 상태일까. 필사적으로 웃음을 만들어 보이고는 있는데 이게 잘 통할지는 모르겠다.


“형 괜찮아? 웃고는 있는데 왠지 더 울고 있는 것 같은데?”


역시 안 통하나.


“괜찮진 않은데 그래도 어쩌겠냐. 저기 있는 메리 말대로 이러나저러나 알아야 할 상황이었는데.”

“그럼, 다행이지만······.”


“···흠흠. 그러니까, 메리와 드니팬은 지금 이 세상에 없는 사람들인데 무슨 일인지 둘의 데이터? 그런 것이 이 게임 속에 있다는 건가?”


“요약하면 그렇게 되는 거지. 처음에 정말 여기 스폰 당했을 땐 정밀 놀랬다고? 여기가 온통 하얀 눈밭이었으니까, 이곳이 천국인가, 이런 생각도 했었고.

뭐, 보라색으로 뒤덮인 하늘이나 멀리서 나를 발견하고 쫓아오는 랩글들을 보고 아 여기 천국이 아니라 지옥이라고 생각했지.”


“......엄청난 경험을 했구나.”


나는 메리에게 쓴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그다음에 바로 순찰 중이었던 드니팬이 달려와 줘서 살았지만 말이야. 아. 그때는 정말 놀랐지~ 이미 세상을 떠난 녀석을 여기서 다시 보게 될 줄은 누가 알았겠어?”


“저기, 그럼··· 테오랑은··· 어떻게 지냈었어?”


나는 기어가는 목소리로 그들에게 말했다. 그들을 보지 못하고 다만 다 비운 코코아 잔만 뚫어지라 응시하는 내 눈은 허공을 헤엄치고 있었다.


메리와 드니팬은 이런 나를 보고는 살짝 미소 지은 다음 자기들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슬기로운 망겜 생활 [수정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 gopo 형제의 스테이터스&현재까지 모은 유언들 21.05.24 42 0 -
81 전하는 말 21.06.08 27 0 15쪽
80 찰나 21.06.07 30 0 7쪽
79 SOS (2) 21.06.06 23 0 12쪽
78 SOS (1) 21.06.05 30 0 12쪽
77 파장 21.06.04 21 0 7쪽
76 YOUR BEST FRIEND 21.06.03 16 0 11쪽
75 your best friend 21.06.02 16 0 13쪽
74 스크린 속의 그 녀석 21.06.01 17 0 7쪽
73 가능성의 세계 21.05.31 17 0 14쪽
72 나와 함께, 영원히. 21.05.28 18 0 5쪽
71 ETERNAL (2) 21.05.27 23 0 15쪽
70 ETERNAL (1) 21.05.26 32 0 14쪽
69 주사위 게임 (3) 21.05.25 17 0 14쪽
68 주사위 게임 (2) 21.05.24 21 0 13쪽
67 주사위 게임 (1) 21.05.23 20 0 12쪽
66 Endless 21.05.22 25 0 15쪽
65 슈퍼 셰이킹 울트라 디럭스 봄버 (2) 21.05.21 20 0 13쪽
64 슈퍼 셰이킹 울트라 디럭스 봄버 (1) 21.05.20 18 0 13쪽
63 윤지오는 죽지 못해 살았다. 21.05.19 26 0 7쪽
62 어차피 게임 스토리...? (5) 21.05.18 27 0 11쪽
61 어차피 게임 스토리...? (4) 21.05.17 21 0 13쪽
60 어차피 게임 스토리...? (3) 21.05.16 21 0 13쪽
59 어차피 게임 스토리...? (2) 21.05.15 21 0 11쪽
58 어차피 게임 스토리...? (1) 21.05.14 26 0 14쪽
» 버그? (2) 21.05.13 21 0 12쪽
56 버그? (1) 21.05.12 29 0 12쪽
55 스케치북 21.05.11 23 0 9쪽
54 유토피아 (2) 21.05.11 26 0 12쪽
53 유토피아 (1) 21.05.10 25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